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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150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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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50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50화

커스틸 도시 (3)

 

“…헐.”

열린 엘리베이터 문 너머로 무혁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그 끝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탁- 트인 거대한 공간이었다.

반듯하게 줄을 세워 도열해놓은 각종 무구들이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천장의 조명은 또 어찌나 환한지 덕분에 검이며, 창이며, 방패며, 갑옷이며 죄다 반짝반짝- 빛을 뿌려대니 모두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보일 정도였다.

“환영합니다. 저희 세이크 메이커 무구점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타이트한 검은색 정장 차림의 늘씬한 미녀, 그것도 엘프가 가볍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해왔다.

“찾으시는 물건이 있으시다면 바로 판매 담당자를 호출해드리겠습니다.”

가슴에 ‘엘로우나’라는 이름의 매니저 명찰을 단 엘프가 커다란 테이블 서랍에서 태블릿 PC를 꺼내들었다.

언제까지나 놀라고만 있을 수 없었기에 무혁은 곧바로 자신이 구매하고자 하는 품목들을 말해주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착용을 할 수 있는 방어구들을 보고 싶군요. 방어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움직임에 제약이 심한 재질의 방어구는 필요 없고요.”

무혁의 대답에 엘로우나의 눈이 반짝- 거렸다.

“제가 직접 안내를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무혁을 큰손이라고 판단한 엘로우나는 자신이 직접 가이드를 하겠다며 손에 들고 있던 태블릿 PC를 다시 서랍에 넣어버렸다.

“우선 언더웨어 아머부터 안내를 해드리겠습니다.”

자신을 따라오라는 듯 엘로우나가 앞장섰다.

무혁은 엘로우나의 뒤를 따르며 다시 한 번 무구 백화점 24층을 통째로 사용하고 있는 세이크 메이커 무구점의 위용을 살펴봤다.

여기저기 눈이 휙휙- 돌아갈 정도로 잘 진열되어 있는 무구들은 시간만 허락된다면 그 정보를 일일이 확인해보고 싶을 정도였다.

‘헬-라시온 3대 장인이라고 하더니 역시 대단하구나.’

소도시 세이크의 메이커.

대도시 오르마의 아르마올.

대도시 로칸의 칸마르.

메이커, 아르마올, 칸마르를 일컬어 헬-라시온 3대 장인이라고 부르는데, 이들이 직접 제작한 무기와 방어구는 최고라는 찬사가 조금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났다.

이 중에서도 메이커는 무기 제조에 조금 더 특화되어 있었기에 방어구는 아르마올의 제품이 조금 더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의 무혁으로서는 대도시 오르마에 살고 있는 아르마올의 방어구를 구입할 수가 없었다.

위 설명만으로도 대충 알아차렸겠지만, 소도시인 세이크에 거주하고 있는 메이커를 제외하면 나머지 두 명의 장인은 오로지 대도시 식민들을 위해서만 무구를 제작해주고 있었다.

당연히 메이커처럼 세이크 도시 외에 커스틸 도시에 대규모 무기점을 운영하고 있지도 않았다.

아르마올과 칸마르는 대도시 식민들만이 자신의 무구를 사용할 자격이 된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오만과 자만으로 똘똘- 뭉친 편협함의 극치라고 비난하고 있었고, 반대로 소도시 식민만 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무구를 제작하고 있는 메이커를 두고 진정한 장인, 최고의 장인이라며 추켜세우길 주저하지 않았다.

물론, 메이커의 무구들이 워낙 고가다 보니 벌이에 혈안이 됐다는 비판을 받는 일도 종종 있다.

그러나 헬-라시온 3대 자인의 무구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자신의 전력이 상승하는 부분이었기에 오히려 비싸다 욕하는 이들을 두고 능력 없는 거지새끼들이라며 메이커를 옹호하는 이들이 더 많았다.

어쨌든 무혁에게 현재 메이커의 물건들은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방어구인 것이다.

이미 한 차례 거래를 튼 알라바바 상회를 찾아가지 않은 이유도 메이커의 방어구는 오로지 세이크 본점과 커스틸 지점에서만 취급을 하기 때문이었다.

‘방어구 수준을 보고 묠니르 변형을 생각해봐야지.’

더불어 당장 묠니르의 변형을 의뢰하는 것도 문제가 있었다.

상대가 다크 나이트 길드인 만큼 아주 사소한 단서도 흘려서는 안 된다는 송정민의 충고가 있었기에 무혁은 확실한 방법을 찾기 전까지는 섣부르게 묠니르를 외부로 유출시킬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여기에서 원하시는 것을 얻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엘로우나가 안내한 곳은 언더웨어 아머만이 진열된 공간이었다.

언더웨어 아머를 여러 형태의 마네킹에 입혀놓았는데, 그것이 최대한 보는 이로 하여금 구매욕이 생기도록 만든 수작질이라는 걸 알면서도 무혁 또한 눈이 반짝거리며 구매욕이 확- 끌어 올랐다.

그러나 종류가 너무 많았다.

오늘 하루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는 무혁으로서는 최대한 자신의 조건에 맞는 물건을 추천받는 것이 가장 빠른 구매를 위한 지름길이라고 여겼다.

“고객님의 조건에 맞는 물건이라면…….”

엘로우나가 재빨리 몇 벌의 언더웨어 아머를 간추려서 내보였다.

이제 선택은 무혁의 몫.

무혁은 엘로우나가 추천하는 것들을 하나, 하나 상세히 살펴봤다.

 

언더웨어 아머를 구입하고 두 번째로 엘로우나가 안내한 곳은 갑옷이었다.

“손님께서 추구하시는 갑옷은 이곳에 있습니다. 그 재료가 반은 금속, 반은 가죽으로 이루어진 갑옷들로 상당히 높은 방어력과 고탄성의 뛰어난 신축성을 자랑하는 제품들이라 편안한 착용감과 함께 빠른 몸놀림을 원하시는 분들께서 가장 많이 찾는 것들입니다. 등급은 역시 언더웨어 아머처럼 4등급과 3등급으로 추리도록 하겠습니다.”

엘로우나는 무혁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방어구를 구입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기에 눈치껏 행동했다.

갑옷 또한 엘로우나는 4개를 들고 왔다.

갑옷을 선택한 다음에는 부츠와 장갑, 각반을 구매했다.

“망토와 후드도 있나요?”

“물론입니다. 여러 종류의 망토가 준비되어 있으니 지금 바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구매한 목록들만 하더라도 그 값이 어마어마했기에 엘로우나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망토를 진열해 놓은 곳에 도착하자 무혁은 엘로우나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여러 마네킹 중 흑갈색 망토를 두르고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보는 눈이 굉장히 높으십니다. 현재 손님께서 보고 계신 망토는 메이커 님께서 손수 특별 제작하신 것으로 ‘비룡 에탄의 망토(M)’이라는 제품입니다. 하지만, 이건 판매하는 물건이 아닙니다.”

“판매하지 않는다고요?”

무혁의 물음에 엘로우나가 고운 얼굴에 살짝 난색을 표하며 대답했다.

“사실상 저희가 판매하는 망토 중 최고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만, 착용 조건이 좀 까다롭습니다. 정 궁금하시면 직접 정보를 확인해보셔도 됩니다.”

무혁은 재빨리 망토의 정보를 확인해봤다.

 

|비룡 에탄의 망토(M) - 1등급 방어구|

· 비룡 에탄의 신체 일부로 만든 메이커의 명작이며 괴작이다.

· 바람을 타고 이동할 때면 체력 소모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 마력 공격과 물리 공격에 대한 저항이 뛰어나다.

· 마력 스킬의 위력이 속성에 따라 추가 상승한다.

· 마력 스킬의 위력이 속성에 따라 추가 상승한다.

· 완벽한 체온 유지와 방수로 인해 항상 쾌적함을 유지시켜준다.

· 비룡 에탄의 마나 하트 조각이 섞여 있어 착용자의 신체에 부담이 높다.

· 드래곤 계열 모든 몬스터로부터 절대적인 적대감을 갖는다.

· 쉽게 오염되지 않아 청결함이 유지된다.

· 내구력이 높아 수리할 일이 거의 없다.

 

“…1등급?”

무려 1등급 방어구였다.

그런데.

“등급 페널티도 없네요? 혹시 제가 모르는 다른 착용 조건이라도 있는 건가요?”

무혁의 물음에 엘로우나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정보를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착용자의 신체에 부담을 준다는 것이 착용 조건을 뜻하는 것입니다. 사실은 메이커 님께서 이 망토를 만드시고 그 성능에 대해서는 더 이상 부족할 것이 없다고 극찬을 하셨었습니다.”

이동시 체력 소모 절반, 마력과 물리 공격에 대한 뛰어난 저항력, 마력 스킬의 위력 상승은 결코 망토 하나에 모두 들어갈 옵션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드래곤 계열 몬스터들에게 절대적인 적대감을 갖는다고 해서 우려가 생기기도 했지만, 사실상 현재로서 드래곤은 결코 사냥 대상이 될 수 없었기에 그들의 활동 영역으로 들어가지만 않는다면 크게 신경을 쓸 단점도 아니었다.

때문에 1등급 망토 중 초고가라고 불러도 좋을 가격에 망토를 판매했다.

그런데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뼈가 녹았다고요?”

“예. 처음에는 목과 어깨가 뻐근한 느낌이라 단순히 피로하다고 생각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고통이 심해졌고, 뒤늦게 확인을 해보니 목과 어깨의 뼈 일부가 녹아버렸다고 했습니다. 치료는 가능했지만, 회복을 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렸고 이후 몇몇 분들께서 저희의 경고를 무시하고 착용했다가 똑같은 증상을 앓고 나서부터는 오로지 전시용으로만 남게 되었습니다.”

뼈를 녹이는 망토라니!

이건 저주받은 망토이지 않은가?

그런데 무혁의 입가엔 미소가 생겼다가 사라졌다.

“잠깐 착용을 해보는 건 문제 없겠죠?”

“그렇습니다만…….”

어차피 구입하지도 않을 걸 왜 착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무혁을 바라보던 엘로우나는 오늘 하루 그가 상당히 큰 거금을 뿌리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고는 친절하게 마네킹에 착용해놓은 망토를 풀어서 그의 어깨에 둘러주었다.

놀랍게도 망토가 마치 살아있는 것마냥 무혁의 몸에 스르르- 감기더니 넥워머처럼 변해 목 부분을 부드럽게 감싸며 보호했다.

“그리고 여기 단추를 누르시면…….”

탈칵!

넥워머가 쑤욱- 하고 늘어나더니 무혁의 머리를 감싸며 후드 형태로 변해 얼굴조차 제대로 볼 수 없도록 만들었다.

“오호.”

단순한 망토가 아니었다.

목을 보호하고, 원할 때는 후드 형태로 변해서 얼굴마저도 가려준다.

후드 속에 감춰진 무혁의 두 눈이 탐욕으로 이글거렸다.

“좋기는 좋네요. 저주를 받았다는 점만 빼면.”

무혁의 말에 엘로우나도 그건 인정한다는 듯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거 얼마나 팔았나요?”

“예?”

엘로우나는 왜 그걸 궁금해 하냐는 듯 무혁을 바라봤다.

“처음에는 굉장히 비쌌을 것 같아서요.”

“최초 판매가는 골드 보석 500개였습니다.”

골드 보석 500개였다는 소리에 무혁은 저도 모르게 헉- 하고 놀란 숨을 토해냈다.

골드 보석 500개라면 2억5천만 포인트였으니까.

1등급 망토답게 그 가격이 사악하다 못해 자지러질 정도였다.

하지만, 저주 받은 망토를 여전히 같은 가격에 판매할 수는 없었을 터.

“두 번째부터는 가격이 떨어졌겠죠?”

“예. 정확하게 절반으로 떨어졌었습니다.”

가격이 골드 보석 500개에서 250개로 수직 낙하를 했다는 말에 무혁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 다음에는요?”

“그 다음이요?”

왜 그게 궁금한지 엘로우나는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지만, 상대가 상대인 만큼 친절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100개였습니다.”

처음 골드 보석 500개였던 가격은 두 번째부터 절반인 250개로 떨어졌고, 그 다음은 100개, 50개, 마지막은 20개까지 가격이 끝도 없이 하락했다.

그리곤 더 이상 판매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 내려진 것이다.

“그럼 제가 만약 사겠다고 하면 골드 보석 10개면 되겠네요?”

“예? 죄송합니다만, 더 이상 판매하지 말라는 상부 지침이 있었습니다. 반복해서 반품을 받는 것도 그렇고, 자꾸만 이상한 소문이 도는 것도 좋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사용할 수 없다 하더라도 1등급 망토인 만큼 헐값에 판매를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전시용으로라도 남겨두는 것이 낫다 여겼기 때문입니다. 제가 손님께 딱 맞는 좋은 망토를 추천해드릴…….”

“난 이게 좋아요. 골드 보석 10개에 살게요. 아! 반품을 하게 된다면 골드 보석 10개는 환불받지도 않을 거고, 치료비 따위도 요구하지 않도록 하죠. 그리고 반품을 하게 되는 날, 여기서 판매하는 다른 망토를 새로 구입하는 조건까지 끼우고요. 당연히 이상한 헛소문 따위도 내지 않을 걸 약속하죠.”

“하지만…….”

“망토는 이걸로 하고 혹시 목걸이나 귀걸이 아니면 반지 중에 마력 스킬에 도움이 될 만한 게 있을 까요?”

더 이상 뒷말이 나오기 전에 무혁은 다른 구매 목록으로 넘어가버렸다.

“손님, 정말 죄송합니다만 망토는…….”

“난 한 곳에서 싹 사는 게 편하고 좋은데, 그냥 돌아갈까요?”

“예?”

지금까지 실컷 구매 목록을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그냥 가겠다고?

엘로우나로서는 저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을 정도로 끔찍한 결과였다.

‘판매 불가 지침이 내려오긴 했지만… 어차피 얼마 되지 않아서 잔뜩 겁먹은 얼굴로 반품을 하겠다고 찾아오겠지? 지금이야 환불도 받지 않겠다고 하지만 그때가면 또 어떻게든 다른 망토를 사면서 가격을 깎으려고 할 테고. 그래, 어차피 판매할 수도 없는 거고 다시 돌아올 물건이니까.’

상부에서 알게 된다면 심한 경고를 받을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먼저 보고를 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엘로우나는 얼마간만 조용히 넘어가면 깨끗하게 정리될 일이라고 확신했다.

‘오히려 상부에서는 망토 때문에 다른 물건들 판매까지 취소시킨 걸 더 문제 삼을지도 몰라.“

엘로우나는 자신의 생각이 맞을 거라고 확신하며 결정을 내렸다.

“알겠습니다. 대신, 조금 전에 말씀하신 내용은 반드시 지켜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무혁은 엘로우나를 바라보며 방긋- 웃었다.

“약속하죠. 정 못 믿겠으면 각서라도 어떻게 한 장 써드릴까요?”

“그렇게까지 해주신다면야…….”

혹시라도 뒷말이 나왔을 때를 대비하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기에 엘로우나가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뾰족한 귀가 빨갛게 변한 엘로우나를 바라보며 무혁은 속으로 ‘득템’했다고 환호했다.

 

“다음에 또 찾아주세요. 그럼 언제나 건강하시길 바라겠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백화점 1층까지 안내를 해주는 엘로우나에게 무혁은 손을 가볍게 흔들며 몸을 돌렸다.

엄청난 거금을 썼다.

언더웨어 아머부터 시작해서 갑옷, 부츠, 장갑, 각반, 망토, 반지까지.

자그마치 8천6백만 포인트를 한 방에 소비했다.

많이 사용하기는 했지만, 망토를 헐값 아니 완전히 똥값에 후려쳐서 얻었다.

“2억5천만 포인트짜리 망토를 고작 5백만 포인트에 샀으니… 큭큭큭!”

남들이 보건 말건 무혁은 낄낄- 거리며 웃었다.

“자, 그럼 다음 목적지인 조련소로 가보실까?”

아직 남은 보석은 충분했고, 무혁의 쇼핑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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