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14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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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1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47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47화
포지션 트레이닝 (16)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라는 걸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혁은 다이아 방울뱀 사냥이 아닌 얼굴 없는 암살자의 은신 스킬 숙련도를 올리는 일에 마지막 열정을 불태웠다.
굳이 지금이 아니더라도 수일 내로 스킬 숙련도를 올려 6등급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음에도 무혁은 이번 포지션 트레이닝을 통한 성취감을 최고조로 높이고 싶었고, 그 마지막 퍼즐이 은신 스킬의 최종 조합이라고 여겼다.
“때론 이성적인 계산보다는 감성적인 만족이 더 중요하기도 하니까.”
무혁은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얼굴 없는 암살자의 은신 스킬의 숙련도를 올렸다.
그리고 포지션 트레이닝이 끝나기 1시간 전, 원하던 바를 이룰 수 있었다.
[얼굴 없는 암살자의 은신, 스킬의 등급이 6등급으로 상승합니다.]
“끝났다.”
만족스럽게 웃으며 무혁은 다시 한 번 스킬 정보를 확인했다.
|얼굴 없는 암살자의 은신 - 고유 : 6등급(00.00%)|
· 어떠한 환경에서도 겉모습을 완벽하게 감출 수 있다.
· 손에 닿은 것도 함께 감출 수 있다.
· 스킬 등급에 따라 감출 수 있는 부피가 증가한다.
· 소리와 냄새는 감추지 못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 살기를 감추지 못하며, 살기가 노출될 경우 스킬이 해제된다.
확실하게 6등급으로 올랐다는 걸 확인한 무혁은 곧바로 스킬 조합을 시도했다.
모두 진즉부터 5등급에 올라가 있었던 바람의 향기, 은밀한 발걸음, 왜곡된 형체에다가 얼굴 없는 암살자의 은신 스킬을 더했다.
“끝내주는 게 떠야 할 텐데…….”
무혁은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스킬 조합을 시작했다.
[스킬 조합을 시작합니다.]
[바람의 향기, 은밀한 발걸음, 왜곡된 형체, 얼굴 없는 암살자의 은신, 스킬을 조합합니다.]
[스킬 조합에 성공합니다.]
[새로운 스킬의 이름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임의적으로 새로운 스킬의 이름을 등록합니다.]
[형체 없는 암살자의 은신, 스킬이 등록됩니다.]
[형체 없는 암살자의 은신, 스킬의 이름은 한 차례 변경 가능합니다.]
2등급 스킬 조합이 실패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고, 그 기대대로 성공적으로 스킬 조합이 이루어졌다.
이제 남은 건 새롭게 만들어진 ‘형체 없는 암살자의 은신’ 스킬이 지닌 능력이었다.
“더도 덜도 말고 은신에 있어 최적화만 되어 있어라.”
복권을 긁는 심정으로 무혁은 스킬 정보를 확인했다.
|형체 없는 암살자의 은신 - 고유 : 7등급(00.00%)|
· 모든 환경에 동화되어 존재 자체를 완벽하게 감출 수 있다.
· 원하는 형태로 주변 사물의 모습까지도 착시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 스킬 등급에 따라 착시 허용 범위가 증가한다.
· 낮은 등급 탐색 마법에는 완벽하게 저항한다.
· 동일 등급 탐색 마법에는 절반 확률로 저항한다.
· 높은 등급 탐색 마법에는 아주 희박한 확률로 저항한다.
· 살기를 감출 수 있으나, 상대를 공격할 경우 스킬이 해제된다.
· 스킬 조합이 불가능하다.
스킬 내용을 확인한 무혁은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성을 삼켰다.
다이아 방울뱀을 사냥해야 한다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는 걸 알면서도 자신의 기분을 위해 스킬 숙련도를 올렸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완벽한 은신 스킬을 손에 넣었으니 무혁의 가슴 속에 남아 있던 찜찜함이 깨끗하게 제거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모습이나 기척 정도가 아니라 존재 자체를 완벽하게 감출 수 있다니!”
모습, 기척, 그리고 존재.
이 세 단어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기에 무혁은 헬-라시온 최상위 은신 스킬을 얻었다고 확신했다.
“공격할 때 스킬이 해제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건가?”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로 살기는 감출 수 있으나 공격을 가할 때는 스킬이 해제된다는 점이었다.
이 부분으로 인해서 일전에 피 무지개 숲에서 만났었던 남자가 펼쳤던 은신 스킬보다는 하위 스킬이라고 봐야 할 것 같았다.
당시 그 남자는 무혁의 심장에 검을 찌르는 순간까지도 모습을 철저하게 감췄으니 말 그대로 공격하는 모습까지도 완벽하게 감출 수 있는 은신 스킬계의 끝판왕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그래도 뭐 이정도면 완벽한 거지.”
무혁은 그렇게 말하곤 스킬 이름을 바꿨다.
[형체 없는 암살자의 은신, 스킬의 이름이 ‘은신’로 변경됩니다.]
심플하게 스킬명을 ‘은신’으로 바꾼 무혁은 시험적으로 스킬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그럴 시간이 부족했다.
[포지션 트레이닝이 종료됩니다.]
[사냥꾼의 휴식처로 이동합니다.]
머릿속에서 울리는 음성을 들으며 무혁은 자신의 발아래 생겨나기 시작하는 시커먼 그림자에 인상부터 찌푸렸다.
“이런 X발…….”
포지션 트레이닝 자체는 굉장히 만족스러웠지만, 강제 이동되는 방법만큼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
- 이거 참…….
사냥꾼 포지션 트레이닝을 시작한 이래 타이락스는 이렇게까지 놀랐던 적이 없었다.
고작 2년 차 핏덩어리 주제에 첫 번째 트레이닝에서 3단계나 상위 구역으로 이동을 해놓고 랭킹 1위를 차지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결과에 타이락스는 심히 당황스러워 말조차 잇지 못했다.
트레이닝에서 죽지 않고 통과만 하더라도 칭찬을 해줄 만했는데, 랭킹 1위라니!
그것도 랭킹 2위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사냥을 성공함으로써 가히 압도적인 실력차이를 보여주기까지 했다.
즉, 운이나 어떤 특수한 상황에 따른 결과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로지 실력!
- 크하하하하하하!
타이락스가 돌연 광소에 가까운 웃음을 터트리자 무혁은 웅웅- 울려대는 고막을 보호하기 위해 양손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그러한 무혁의 행동마저도 타이락스는 어여쁘게 보였던 걸까?
무혁을 바라보는 타이락스의 눈길엔 마족에게선 쉽사리 볼 수 없는 자애로움이 뚝뚝-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 무혁, 네 이름은 확실하게 기억을 해두마!
“보상은?”
그러거나 말거나 무혁은 빨리 트레이닝 랭킹 1위를 차지한 대가나 내놓으라는 듯 손을 내밀었다.
- 줘야지! 당연히 줘야지! 하하하하!
무엇이 저토록 타이락스를 기쁘게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무혁으로서는 자신에 대한 호감을 감추지 않는 그의 모습이 나쁘진 않았다.
- 본래대로라면 10구역에서 트레이닝을 했어야 할 네가 7구역으로 이동해서 트레이닝을 통과했다. 추가로 랭킹 1위에 올랐으니 그에 따른 종합적인 보상은 스킬 등급 상승 알약 3개와 스킬 숙련도 20퍼센트 상승 알약 1개다.
타이락스의 말에 무혁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
“잠깐! 혹시 10퍼센트 스킬 숙련도 알약으로 32개를 받을 수는 없는 건가? 1퍼센트나 5퍼센트 숙련도 알약이면 더 좋고.”
- 등급 상승 알약이 아니라 숙련도 알약으로만 달라는 거냐? 그것도 최소한 작은 단위로?
“가능하다면.”
무혁의 요구에 타이락스는 그가 무슨 생각인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리고 이런 당당한 요구를 바라는 무혁의 모습은 건방지기보단 지금 그가 보여준 실력의 원천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인지를 충분히 알게 해주었기에 조금도 기분 나쁘지가 않았다.
실력은 단순히 힘만 세다고 높아지는 게 아니다.
자신의 힘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하느냐가 더욱더 중요했고, 그러기 위해선 남들보다 뛰어난 두뇌는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만 했다.
무혁이 등급 상승 알약을 구태여 쪼개서 숙련도 알약으로만 요구한 이유는 몇 퍼센트의 숙련도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계산을 끝마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마족보다 더 음흉한 인간이로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타이락스의 표정은 여전히 호의적이었다.
- 네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순 없지만… 10퍼센트 숙련도 알약으로 지급하는 건 특별히 허락해주지.
이왕이면 더 낮은 퍼센트의 숙련도 알약이었으면 좋았겠지만, 당장 사용하기보단 언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최상의 효과를 낼 수 있었기에 무혁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듯 타이락스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
‘마족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게 될 줄이야.’
무혁은 쓴웃음이 나왔지만, 자신에게 커다란 호감을 보이는 타이락스와의 관계를 잘 관리해두면 앞으로도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겼다.
‘이럴게 아니라 다른 마족들과도 관계 개선에 노력을 해볼까?’
지금까지 무혁은 마족이라면 날부터 세웠었다.
그런데 타이락스와 같은 마족을 만나고 나니 구태여 자신이 먼저 날을 세워가며 그들을 배척해서 득이 될 일이 무엇이었던가 싶었다.
만약, 타이락스와도 날을 세웠다면 과연 숙련도 알약으로 바꾸어주었을까?
무혁은 결코 그렇지 않았을 거라고 여겼다.
‘더 큰 힘을 얻을 수만 있다면…….’
한나라의 개국공신이자 명장인 한신(韓信)은 젊은 시절 불량배의 가랑이 사이를 기어 다니는 수모를 참아냈기에 훗날 자신의 원대한 꿈을 이루지 않았던가?
무혁도 지금보다 더 성장하기 위해선 자존심을 세우기보다는 비굴하게 보일지라도 마족들의 비위를 맞춰서 티끌만한 이득이라도 취하는 것이 현명한 처세라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고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마족들에게까지 알랑방귀를 낄 생각은 전혀 없는 무혁이었다.
- 네가 원하는 10퍼센트 스킬 숙련도 알약이다.
허공에서 공간의 틈이 벌어지더니 타원형의 알약 32개가 나타났다.
무혁은 재빨리 그것들을 가죽 주머니에 넣어서 공간 주머니에 보관했다.
“이제 이걸로 끝난 건가?”
무혁의 물음에 타이락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 이번 트레이닝은 이걸로 끝이 났다. 네가 지금처럼 살아남는다면 1년 후에 또다시 날 만날 수 있을 거다.
“그럼 반드시 보겠네.”
무혁의 자신 있는 대답에 타이락스가 다시 한 번 커다랗게 웃음을 터트렸다.
- 그럼 1년 후를 기대하고 있겠다.
타이락스의 말이 끝나고 무혁이 가장 듣기 싫은 음성이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아스펠 마을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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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다고?”
다크 나이트 길드의 고위 간부, 로턱스는 자신에게 믿기 힘든 개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휴레글 지부장을 노려봤다.
로턱스의 눈가에 잔잔하게 일어난 살기에 휴레글 지부장이 식은땀을 흘리며 최대한 공손하게 대답했다.
“이, 이번 트레이닝에서 아지스뿐만 아니라 길드원들 모두 사망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보고?”
“화, 확인 절차도 끝났습니다. 모두… 사망했습니다.”
고개를 숙인 휴레글 지부장이 눈을 질끈- 감았다.
로턱스는 야망이 큰 인물이다.
다크 나이트 길드 내에서 제법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지만, 원년 멤버가 아니라는 점이 항상 발목을 잡고 있었기에 그는 항상 자신의 우호 세력을 일구는데 여념이 없었다.
아지스의 후견인 노릇을 자처했던 것도 그 일부분 중 하나다.
아지스의 재능을 미리 알아보고 그를 잘 성장시켜 자신의 야망을 실현시켜 줄 충실한 패로 엄격하게 관리를 하고 있었고, 지금까지 자잘한 문제 한 번 없이 잘 이뤄지고 있었다.
그런데 돌연 아지스가 죽어버린 것이다.
“범인은?”
“…알 수가 없습니다.”
하필이면 트레이닝 도중에 죽어버렸다.
이건 아지스를 죽인 범인 스스로 자백하지 않는 이상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 알 수가 없다.
“아지스의 경쟁자들은?”
“모두 파악하지는 못했습니다만… 지금까지는 죽은 자가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아지스만 죽었다?”
“…예.”
로턱스의 얼굴에 살얼음이라도 낀 것처럼 냉기가 흘렀다.
“아지스가 병신처럼 사냥하다가 죽었을 가능성은?”
“이번 트레이닝 사냥감이 5등급 다이아 방울뱀이었다고 합니다. 몬스터에게 죽었을 가능성은 희박… 아니, 절대 없습니다.”
“그럼 누군가 죽였다는 뜻이네?”
“그렇긴 합니다만…….”
“찾아내. 어떤 놈들이 아지스를 우리 다크 나이트 길드를 건드렸는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반드시 밝혀내!”
로턱스의 고성에 휴레글 지부장은 불가능한 지시라는 걸 알면서도 고개를 깊숙이 숙이며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반드시 찾아내겠습니다.”
휴레글 지부장이 대답을 마치고 서둘러 방을 빠져나가자 홀로 남은 로턱스가 언제 화를 냈냐는 듯 의자의 팔걸이를 톡톡- 치며 중얼거렸다.
“아지스의 죽음이 내게 기회가 되는 셈인가? 외부의 적이라면 이 일을 빌미로 전쟁을 일으키는 것도 좋고, 내부의 적이라면… 제대로 된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는 찬스인 건가? 하하하하!”
이전부터 꾸준하게 힘을 모았고, 이제는 충분했다.
모아놓은 힘을 터트릴 기폭제가 필요했는데 공교롭게도 아지스가 그 역할을 해준 것이다.
“아지스를 상대했다면… 우선 메이커부터 밀착 마크를 해둬야겠군.”
로턱스는 묠니르가 아지스의 죽음을 밝혀줄 열쇠라고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