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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142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0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42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42화

포지션 트레이닝 (11)

 

언제부터였는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무혁은 사방에서 독기를 뿌려대며 위협적으로 고개를 치켜들고 있는 다이아 방울뱀 6마리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불청객인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은 아니다.

낮과 다르게 밤에 사냥을 하다보면 아무리 조심한다 하더라도 사냥하는 모습을 감출 수가 없다.

특히, 어둠 속에서 발현되는 라이트닝 볼 이펙트를 숨기기란 불가능한 일.

더욱이 자신을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는 이들이 사냥 시간대를 밤으로 변경했다는 걸 확인했을 테니 오늘쯤 발각당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순간을 예상해서 무혁은 미리 대비전략을 짜놓은 상태였다.

가장 먼저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이들의 위치부터 확인한다.

“썬 라이트!”

 

|썬 라이트 – 4등급(1회성)|

· 인공 태양을 하늘로 띄워서 주변을 대낮처럼 밝힌다.

· 20분의 지속 시간이 끝나기 전까지 빛이 꺼지지 않는다.

· 스킬 성장과 조합이 불가능하다.

 

무혁의 외침과 동시에 그의 머리 위로 새하얀 구체가 불쑥- 솟구치더니 이내 하늘 높은 곳에서 강렬한 빛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어둠을 순식간에 걷어내며 주변이 환하게 밝아지자 무혁은 빠르게 불청객들을 확인했다.

갑작스레 대낮처럼 밝아지자 멀지 않은 곳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던 이들이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 무혁의 시선에 선명히 들어왔다.

“허접들이 아니네?”

자신에게 상당한 집착을 보였던 실비아 일행이 아닌 새로운 이들의 등장에 무혁은 끌- 하고 혀를 찼다.

인원도 총 6명으로 결코 적지 않았다.

특히, 한 번도 본 적 없는 잘 생긴 남자 하나가 자신을 향해 엄청난 살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무혁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누가 보면 부모라도 죽인 원수인 줄 알겠네.”

실비아 일행과 처음 만났을 때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머릿속에서 비상등이 켜지듯 본능이 경고한다.

널 죽이기 위해 왔다고.

“여자까지 하나 옆에 끼고 있는 걸로 봐선 저놈이 대장이네.”

무리의 리더들은 꼭 외적으로 티를 내기 마련이다.

무혁은 더 이상 생각할 것 없다는 듯 먼저 움직였다.

결코 좋은 의도로 자신을 찾은 것이 아니니 무혁으로서도 주저할 이유가 없었고, 썬 라이트까지 밝혀 놓은 이상 또 다른 이들이 꼬여들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한가롭게 대화나 나누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이럴 때 쓰는 말.

문답무용(問答無用)!

그리고 선수필승(先手必勝)!

“뭐야?”

아무런 말도 없이 다짜고짜 무혁이 달려들자 쥐새끼처럼 숨죽이고 있던 놈들이 황당하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말을 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똑같이 대해줘야지! 죽여!”

아지스의 말에 다크 나이트 길드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가장 먼저 검을 쥔 두 명의 남자가 검기를 날려 무혁의 돌진을 저지시키려고 했다.

“윈드 아머!”

무혁의 몸에 바람으로 이루어진 갑옷이 덮어 씌워졌다.

무려 4등급짜리 마력 스킬이었기에 무혁은 다급하게 날려댄 검기 정도는 손쉽게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 판단대로 두 남자가 날린 검기는 무혁의 몸을 감싼 윈드 아머를 뚫지 못하고 허무하게 사그라져버렸다.

아지스는 무혁이 마력 스킬에 특화되어 있는 놈이라고 확신했다.

아무리 급작스럽게 날려댄 검기라 하더라도 명색이 다크 나이트 길드원이다.

절대 어중이떠중이가 아닌 진짜배기 실력자들이었기에 그들의 검기를 손쉽게 막아낸 윈드 아머라면 꽤나 높은 마력 스킬을 두루 익혔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왜 돌진을 해올까?

마력 스킬에 특화되어 있다면 당연히 적당히 거리를 두고 싸워야 옳았다.

이해할 수 없는 무혁의 돌발 행동에도 아지스는 침착하게 곁에 서 있는 로즈에게 말했다.

“숨어 있는 놈들이 있을 거야.”

“그럼 찾아내야지. 써치 라이트!”

로즈의 머리 위쪽에서 새하얀 빛이 번쩍- 하고 터졌다.

그 순간 아지스의 날카로운 시선이 주변을 빠르게 훑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상외로 눈에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사이 무혁은 자신의 앞을 막아선 사내를 바라봤다.

백인이었고, 적당한 길이의 한손 검을 양손에 쥐고 있었다.

“네가 랭킹 1위지? 널 찾는다고 우리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알아? 덕분에 우리가…….”

남자가 말을 건넨다.

다분히 의도적인 행동이었다.

보통 이럴 때, 누구나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그렇게 짧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 동료들이 자리를 잡고, 확실한 공격을 펼칠 수 있도록 준비를 한다.

다수의 인원으로 한 사람을 잡을 때 이만한 전략은 흔치 않다.

당연히 한두 마디 정도의 대화는 할 것이라고 여겼던 백인 남자는 자신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낮게 읊조리는 무혁의 음성에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중력 역전.”

“……!”

말 따위 섞을 생각 없다는 듯 무혁의 기습적인 공격에 백인 남자의 몸이 균형을 잃고 순식간에 거꾸로 뒤집혀버렸다.

다급하게 몸의 균형을 바로 잡으려고 했지만, 그보다 눈앞으로 슥- 치고 들어온 무혁의 주먹이 먼저 그의 안면을 강하게 후려쳤다.

퍼억!

‘그 짧은 순간에 막았어?’

무혁은 팔을 교차해서 자신의 주먹을 막아낸 백인 남자의 모습에 눈을 찌푸렸다.

빠르게 한 대 갈겨서 정신을 흔들어 놓고 마무리를 하려고 했던 무혁의 의도는 좋았으나, 백인 남자는 그리 호락호락하게 당해줄 생각이 없었다.

“냉기의 숨결!”

무혁을 주먹을 막아낸 백인 남자가 입으로 바람을 크게 뱉어냈다.

극한의 추위 속에서 뱉어내는 새하얀 입김처럼 눈에 뻔히 보이지만 결코 피할 수 없는 차디찬 냉기가 무혁의 얼굴을 향해 뿜어졌다.

백인 남자의 눈가에 웃음이 어렸다.

호흡을 통해 뿜어내는 냉기의 숨결은 백인 남자가 가진 비장의 한 수다.

냉기의 숨결을 정면으로 당하면 온몸이 짧은 순간 경직된다.

일종의 마비 효과였고, 동시에 빠른 속도로 체온을 떨어트려 마비 현상이 풀리더라도 온몸의 움직임이 상당부분 둔해진다.

무엇보다도 냉기의 숨결은 피하거나, 그 진로를 변경하지 못하는 이상 결코 막을 수 없다.

즉, 현재 무혁의 온몸을 감싸고 있는 윈드 아머는 무용지물이란 소리다.

주먹이 맞닿을 만큼 가까워져 있었기에 무혁은 냉기의 숨결을 피하지 못했다.

‘끝났군!’

1, 2초의 마비는 생사와 직결된다.

백인 남자는 자신을 대신해서 동료들이 눈앞의 마비된 무혁을 끝장 낼 것이라고 확신했다.

“…X발, 입 냄새 더럽게 지독하네.”

말과 동시에 당연히 마비되었을 거라고 확신했던 백인 남자의 목덜미로 시커먼 무언가가 쑤욱- 파고들었다.

“…컥!”

덜덜- 떨리는 시선으로 백인 남자가 자신의 목덜미를 파고 든 무언가를 바라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그보다 먼저 무혁이 손목을 힘껏 비틀어버렸다.

핏물이 팍- 튀며 목이 참혹하게 뜯겨진 백인 남자가 바닥에 널브러졌다.

“네일로!”

백인 남자, 네일로의 죽음에 다크 나이트 길드원들과 아지스의 눈동자가 더할 나위 없이 커졌다.

그들이 충격을 받거나 말거나, 무혁은 쉴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또다시 움직이고 있었다.

 

#

 

짙은 어둠 속에서 환하게 빛나는 밝은 구체를 바라보며 르케임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거 썬 라이트잖아? 누가 썬 라이트를 사용한 거지?”

“딱 보면 몰라? 싸움 벌어진 거잖아!”

어느새 곁으로 달려온 실비아의 말에 미첼 역시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무슨 일인지 몰라도 제대로 한 판 붙은 것 같은데?”

실비아는 더 이상 길게 생각할 것 없다는 듯 곧장 방향을 잡았다.

“그 새끼… 아무래도 저기 있을 것 같아.”

자신에게 제대로 물을 먹였던 무혁을 떠올리며 실비아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저번에 당했던 걸 고스란히 갚아주고 말겠다는 듯 실비아는 서두르자고 말하며 르케임과 미첼보다도 먼저 달려 나갔다.

“이거 괜한 싸움에 끼어드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르케임은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지만, 미첼은 어차피 여기저기 다 싸움판인데 무슨 상관이냐며 싱글벙글- 웃기만 했다.

실비아를 선두로 르케임과 미첼은 빠른 속도로 썬 라이트의 중심지로 향했다.

그리고 서서히 세 사람의 시야에 한데 뒤엉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지스?”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인물이었다.

“옛 애인을 보니까 어때?”

르케임의 짓궂은 물음에도 미첼은 아무런 감정도 없다는 듯 아주 쿨하게 대꾸했다.

“아무렇지도 않은데? 아! 하나는 확실하게 느껴지네.”

“뭐?”

“르케임 네 얼굴이 정말 버터에 절인 오징어 같다는 거. 푸흐흡!”

“…내, 내가 어때서!”

어디가서 절대 빠지지 않는다는 둥, 이 정도면 충분히 미남이라는 둥 르케임이 얼굴까지 벌겋게 물들이며 반박을 했지만, 미첼은 어디서 개가 짓냐는 듯 귓구멍을 후비며 깨끗하게 그를 무시해버렸다.

“저 새끼… 우리가 찾던 그 새끼 맞는 거 같지?”

실비아는 다크 나이트 길드원 하나를 집중적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무혁의 모습을 뚫어져라 노려보며 그렇게 물었다.

“체격도 그렇고 휘두르고 있는 검은색 검도 그렇고 맞는 거 같은데?”

미첼뿐만 아니라 르케임도 확신에 찬 어투로 맞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왜… 내 걸 저 새끼가 노리는 건데?”

실비아는 자신이 점찍어 놓은 놈을 엉뚱하게도 아지스가 노리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눈을 치켜떴다.

“그거야 뻔하지. 아지스 저 새끼 버릇 알잖아? 보나마나 랭킹 1위 자리 빼앗긴 것에 대한 분풀이 아니겠어? 2년 전에도 실비아 네가 랭킹 1위에 올라가니까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잖아. 그 개 버릇 어디 줬겠어? 그때 어떤 정신 나간 년만 아니었어도 저 새끼 모가지를 부러트려버렸을 텐데!”

르케임의 말이 끝나자 미첼이 공간 주머니에서 해머를 꺼내들었다.

“그 정신 나간 년이 다시 돌아왔네?”

히죽- 웃으며 해머를 움켜쥐는 미첼의 모습에 르케임이 재빨리 옆으로 거리를 벌였다.

“지금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야, 미첼!”

“네 말대로 정신 나간 년인데 상황 판단이나 제대로 하겠어?”

한 발 앞으로 다가서며 미첼이 해머를 들어 올리자 르케임이 서둘러 실비아를 불렀다.

“실비……!”

“아지스! 이 개새끼야-!”

별안간 실비아가 아지스를 향해 포악스럽게 소리를 빽- 내질렀다.

갑작스런 실비아의 돌발 행동에 르케임과 미첼은 물론, 한창 싸움을 벌이고 있던 이들마저도 순간적으로 동작을 멈추었다.

실비아를 확인한 아지스가 이를 까득- 갈며 소리쳤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생각이고 지랄이고 저 새끼는…….”

“이미 다 알아! 그런 식으로 내 뒤통수를 친다고 내가 물러날 것 같아? 착각하지 마!”

아지스의 말에 실비아는 물론, 르케임과 미첼 또한 저놈이 뭐라고 하는 건가- 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런 그들의 표정이 아지스를 더욱더 화나게 만들었다.

“난 처음부터 알아봤어! 겉으로는 고고한 척, 우린 다르다며 정의로운 척하면서 뒤로는 이런 개수작이나 벌일 거라는 거! 하긴, 니들 킬 라시온 놈들도 어차피 살아남기 위해선 무슨 짓이든 했어야겠지! 안 그래?”

아지스가 킬 라시온을 깎아내리자 실비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나마 봐줄 만한 건 얼굴밖에 없는데 표정 좀 풀어. 왜? 내가 너무 실체를 적나라하게 밝혀버렸나? 이거 어쩌지? 난 이번 트레이닝이 끝나면 너희의 그 시커먼 속을 헬-라시온 전체에 다 알릴 생각인데? 내 말이 알려지면 너희를 지지하던 놈들도 등을 돌리겠지? 아마 볼 만 할 거야.”

비릿하게 웃는 아지스의 모습에 실비아보다 르케임이 먼저 발끈해서 소리쳤다.

“뭐라는 거야! 무슨 소리인지 알아먹게 말을 해야…….”

“크악!”

갑작스런 비명에 모두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모아졌다.

그곳에는 다크 나이트 길드원 한 명의 가슴에 블랙 본 장검을 꽂아 넣은 무혁이 서 있었다.

“나랑은 상관없는 거 같아서 내 할 일 하려고. 나누던 대화 계속 나눠.”

자신은 신경 쓰지 말라는 듯 태연스럽게 웃는 무혁의 모습에 아지스의 표정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또 한 명의 길드원이 죽으면서 이제는 동등하게 4:4가 되어버렸다.

아지스는 무혁이 아닌 실비아 등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비열한 새끼들!”

이대로는 승산이 없었다.

실비아는 강했고, 르케임과 미첼 또한 만만하지 않았으니까.

무엇보다 마력 스킬을 주력으로 사용하면서도 검술까지 능한 무혁의 존재가 가장 껄끄러웠다.

‘빌어먹을! 어쩔 수 없나?’

자존심이 상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끝장을 보겠다고 싸우는 건 멍청한 일이라 판단한 아지스가 한 발 물러나려고 할 때였다.

“아지스!”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아지스를 부르며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자신과 결별하며 떠났었던 페르도를 비롯한 다크 나이트 길드원들이었다.

아지스는 저들도 그렇고 자신 또한 마음속에 앙금이 남아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다크 나이트 길드라는 하나의 소속감을 우선시해야할 때라고 여겼다.

아지스가 씩- 웃으며 실비아를 향해 말했다.

“항상 오늘과 같은 날을 기다렸지. 별 볼 일 없는 너희 킬 라시온을 짓뭉개버릴 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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