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174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3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74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7권 - 24화
제국력 1390년 12월 20일.
페르만 왕국 알티아 전선.
20만의 프라디아 대륙 연합군 제5군과 10만의 지상 몬스터에 2만에서 3만으로 추정되는 비행 몬스터와의 대전투 당일.
이미 자신들의 상대해야 할 몬스터들의 수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병사들은 저마다 긴장하고, 걱정스런 표정이 역력했다.
“이길 수 있을까?”
“그, 그렇겠지.”
두 배에 달하는 수임에도 병사들은 걱정을 쉽게 떨쳐내지 못했다. 상대는 몬스터다. 서로 상대적이기는 하지만, 단순하게 병사 한 명당, 몬스터 한 마리라 치부하기엔 그 강함의 기준이 너무나도 다른 몬스터!
무엇보다 2만에서 3만에 달하는 비행 몬스터가 가장 큰 위협거리였다.
위드는 눈앞에 보이는 엄청난 수의 몬스터 대군에 가볍게 심호흡을 했다. 어차피 한 번쯤은 선보이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지만…….
과연 10만이나 되는 몬스터들을 상대로 얼마나 많은 타격을 입힐 수 있을지, 아니 과연 그 수가 줄었다는 것이 크게 표시나 날지는 모를 일이었다.
물론, 마법의 특성상 발동되면 그 엄청난 광경이 모든 이들의 뇌리에 강력히 박힐 것이다. 하지만, 그런 대마법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몬스터들의 수가 여전히 많다는 것을 보게 되면 병사들의 얼굴에 커다란 실망감이 생겨날 것이다.
즉, 사기 저하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 문제였다.
이 부분을 가지고 지휘부와 마찰을 일으켰지만 결국 승리를 지휘부였다.
“어차피 원한 것이니.”
마음을 굳게 먹고 위드는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동자로 몬스터들의 중심을 되도록 많은 수의 대형 몬스터와 히드라, 바질리스크가 있는 쪽을 바라봤다.
마법을 펼칠 공간이었다.
모든 준비를 끝마친 위드는 제법 커다란 소리로 외쳤다.
“어스 퀘이크-!!”
소문은 사실이다.
단순히 귀로만 들었던 사실과 직접 눈으로 목격한 것의 차이는 너무나 컸다.
무려 400미르(m)다.
그 넓은 범위에 속해 있던 몬스터 중 살아남은 몬스터는 약 5%도 되지 않았다. 놀랍다는 말보다도 경이적이었다는 말이 어울렸으며, 잔인하고 끔찍하다는 말보다는 신비롭다는 말이 먼저 떠올랐다.
마법을 어째서 신의 능력이라 부르는지 확실하게 깨달은 계기가 되었다.
멀쩡했던 땅이 한순간에 솟아오르거나, 뒤집히거나, 지하 깊숙이 꺼져 가는 모습은 과연 그것이 인간의 힘에 의해 벌어지는 일인가 싶을 정도였다. 천지를 창조할 때 사용하던 신의 힘이라는 말이 더욱 맞을 듯싶었다.
모든 병사들은 존경, 염원, 경외, 두려움 등등 각자 나름대로의 시선으로 위드를 힐끔힐끔 바라봤다. 그동안 무시하고, 홀대했던 것들이 생각나자 더없이 죄스럽고 무서웠다.
지휘부의 귀족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니, 그들은 일반 병사들보다도 훨씬 커다란 감정의 기복을 느끼고 있었다.
그를 노골적으로 비웃었던 사람들은 더할 나위 없이 지금 이 전투보다도 그 후의 일이 걱정되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래 봐야 그가 내게 뭘 할 수 있겠냐는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이 일이 국왕 폐하께 알려지면?’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이 위드는 페얼 국왕의 귀족 신료들 앞에서 장담했던 것처럼 후작 이상의 작위를 하사받게 될 것이다.
거기에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가 후작, 어쩌면 공작이 되어 자신에게 할 일들이 환상처럼 머릿속에 그려졌다. 차마 떠올리기도 싫을 정도의 모욕을 당할 것이라 생각하자 그동안의 일들이 후회되기도 하고, 위드가 제발 후작 이상의 작위를 받지 않았으면 하는 엉뚱한 생각까지도 떠올랐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들도 급박해져 가는 전장 상황에 깨끗이 지워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위드가 어스 퀘이크로 많은 수의 몬스터를 죽였다 하더라도 아직까지도 남아 있는 몬스터의 수는 엄청났다.
그렇기에 위드는 어스 퀘이크를 사용하고도 쉬지 못하고 전투에 뛰어들어 누구보다 열심히 싸우고 있었다.
크아아아앙!!
꺄아아아아악-!!
만티코어와 하피를 상대하는 샤프의 실비아와 위드의 아르티엔은 무적이었다. 말 그대로 무적! 공중, 지상을 통틀어 드래곤을 상대할 몬스터는 그리 많지 않다.
비행 몬스터 중엔 로크와 연금술사의 탑에서 만들어 낸 로드라가 전부였다. 지상에선 히드라와 바질리스크 뿐이다. 비록 두 마리뿐이라 하지만 실비아와 아르티엔이 있는 이상 비행 몬스터는 생각했던 것만큼 제5군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없었다.
투둑! 투둑! 투둑!
샤프가 쏜 쿼럴은 단 한 발도 빗나가질 않았다. 하피의 이마를 정통으로 꿰뚫거나, 만티코어의 눈을 관통했다.
꾸와아아아아악-!!
로크의 거대한 괴성에 샤프는 쿼럴을 쐈다.
퍽퍽!
제 아무리 로크의 가죽이 질기다 하더라도 특별히 제작된 샤프의 쿼럴을 막아내진 못했다. 고가의 미스릴 트랜트 아머조차 강력한 힘으로 우그러트리는 샤프의 쿼럴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쿼럴에 두 눈과 머리 정중앙을 맞은 로크는 거대한 괴성과 함께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위드!”
샤프의 외침에 트랜트 아머를 착용한 위드는 곧바로 블링크를 사용했다. 평소와 다르게 급속도로 빠져나가는 마나량에 위드는 작게 숨을 토해냈다.
로크의 머리 위로 이동한 위드는 그대로 검을 내질렀다.
푸아아악-!
꾸와아아아아-!!
위드의 검은 그대로 로크의 뇌를 관통했고, 로크는 몸을 비틀다 허무하게 아래로 추락했다. 물론, 위드는 그 이전에 다시 아르티엔의 위로 이동했다.
‘평소에는 느끼지도 못했던 블링크 마나량이었는데…….’
위드는 점점 비어가는 마나량 탓에 블링크를 자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위드는 블링크를 사용해야만 했다.
“샤프! 아르티엔을 부탁할게! 블링크!!”
대답도 듣지 않았지만 위드는 샤프가 알아서 아르티엔을 잘 이끌어 주리라 믿었다.
퍼억!
“피에나!!”
불그스름한 인간형 몬스터. 통칭, 레드 키메라에 공격에 뒤로 튕겨져 나간 피에나의 이름을 부르며 위드는 재빨리 검을 휘둘렀다.
까앙-!
팔을 들어 올려 위드의 검을 막은 레드 키메라는 곧바로 하체를 노리고 손을 휘둘렀다.
미노타우로스보다도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레드 키메라였다. 단순하게 휘두르는 팔에 맞아도 뼈가 그대로 으스러질 정도의 위력을 자랑하기에 결코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위드는 훌쩍 뒤로 물러났다.
마치 고무공이라도 되는 양, 엄청난 탄성으로 땅을 박차고 레드 키메라는 위드의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손을 쭈욱! 뻗었다.
“블링크!”
섣부르게 피하거나, 막았다가는 부상을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위드는 곧바로 블링크로 레드 키메라의 뒤쪽으로 이동해 버렸다.
크가가가가가…….
기분 나쁜 소리를 흘리며 레드 키메라는 곧바로 위드를 찾았고, 다시금 달려들었다.
“차하아앗-!”
위드는 검에 마나를 잔뜩 주입시켜 그대로 빠르게 내질렀다.
푸우우욱!
레드 키메라의 머리를 그대로 꿰뚫는 위드의 검. 하지만, 꿰뚫렸던 것만큼이나 빠르게 회복되는 레드 키메라의 무서운 재생 속도!
“하아아압-!!”
다시 한 번 위드의 입에서 기합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엄청난 양의 검광이 공간을 갈랐다. 마치, 쉴 새 없이 유성이 지나가는 것과 같은 모습은 시간이 멈춰 버린 것만 같았다.
위드의 무수히 빠른 찌르기에 레드 키메라의 몸이 조각조각 나며 공중에서 흩어졌다. 그리고 그중 한 조각 사이에서 위드는 레드 키메라의 심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빠직!
심장이 파괴된 레드 키메라는 더 이상 재생하지 못한다. 그것만큼은 모든 키메라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다만, 블루 키메라보다 레드 키메라는 몸이 빠르고, 강하며, 블랙 키메라는 그런 레드 키메라보다 더욱 빠르고, 강하다.
“캬오옷-!!”
타이먼 족 특유의 소리가 터져 나옴과 동시에 길게 자라난 손톱이 블루 키메라의 몸을 사정없이 훑고 지나갔다.
어느새 피에나는 또 다른 블루 키메라와 싸움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위드가 급히 고개를 돌려보니 렉턴은 두 마리의 히드라와 수십 마리의 오우거, 한 마리의 블랙 키메라에 둘러싸여 있었다.
크어어어어어엉!!
자신을 감싼 무리에게 경고하듯 크게 포효한 렉턴은 거대한 발과 꼬리를 움직여 히드라와 오우거 등을 공격했다.
퍼억!
크어어엉!!
렉턴이 몸이 크게 움찔거렸다.
“블랙 키메라!”
위드의 눈에 들어온 것은 렉턴의 허리 부근을 가격하는 블랙 키메라였다. 그리고 그때를 이용해 히드라와 오우거들이 떼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렉턴과 몬스터들간의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다. 제아무리 렉턴이라 하더라도 소드 마스터조차 우습게 여기는 블랙 키메라를 상대로는 여유로울 수 없었다.
“캬오옷-!”
렉턴의 싸움에 잠시 시선을 빼앗긴 사이 다시 피에나에게서 소리가 터져 나왔다. 급히 시선을 돌리니 피에나는 세 마리의 오우거와 아직 완벽하게 죽이지 못한 레드 키메라에 둘러싸여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블링……!”
위드가 급히 피에나를 도우려고 할 때였다.
갑작스럽게 공간을 가르며 날아든 검은 물체에 위드는 기겁을 하며 검을 들어 올렸다.
콰앙!
“컥!”
온몸의 뼈가 부서지는 듯한 엄청난 통증에 위드는 앞을 바라보다 재빨리 블링크를 외쳤다.
퍼어억!
위드가 있던 자리의 땅이 움푹! 패였다.
크흐극 크흐극극…….
이상한 소리를 흘리며 위드의 앞에 서 있는 건 다름 아닌 블랙 키메라였다.
“하필이면…….”
블링크를 사용할 적마다 쑥쑥! 빠져나가는 마나였다. 거기에 트랜트 아머를 착용함으로써 지속적으로 소모되는 마나까지. 평소라면 신경도 쓰지 않을 양이었지만 지금은 치명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블랙 키메라는 위드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곧바로 달려들었다.
눈부실 정도로 빠른 블랙 키메라의 움직임은 위드가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쫓지 못할 지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