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14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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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0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41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41화
포지션 트레이닝 (10)
사냥꾼의 대지 7구역 6일 차.
포지션을 사냥꾼으로 선택한 5년 차 식민들은 하나 같이 발에 불이 나도록 움직이기에 여념이 없었다.
만여 명이 넘는 인원 중 포지션 트레이닝을 통과하기 위해 다이아 방울뱀 100마리 사냥에 성공한 이들은 고작 40퍼센트도 되지 않았다.
사냥 경쟁을 벌여야 할 정도로 사냥감이 적기 때문에?
아니다.
사냥감인 다이아 방울뱀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아서였다.
물론,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큰 사건사고가 벌어지지 않는다면 90퍼센트 가까운 인원이 다이아 방울뱀 100마리 사냥에 성공할 것이다.
아직까지 4일이라는 시간이 넉넉하게 남아 있었으니까.
한편으로는 100마리를 잡기 위해 분투하는 이들과 다르게 너무나도 쉽게 다이아 방울뱀을 사냥하며 랭킹 경쟁을 벌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이번 사냥감인 다이아 방울뱀의 경우 마력 스킬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이들에게 확실히 유리했다.
“파이어 피스트!”
허공에서 생겨난 성인 머리통만 한 불의 주먹이 다이아 방울뱀을 그대로 강타했다.
콰앙- 하는 폭음과 함께 다이아 방울뱀이 고통에 몸부림을 쳤지만, 뒤이어 짓누르는 거대한 풍압, 윈드 프레스에 단단한 신체가 형편없이 짓뭉개지며 숨이 끊어졌다.
“이걸로 아지스 놈과의 격차가 조금은 더 좁혀졌군.”
포지션 트레이닝 [사냥꾼 랭킹]
1. 혁 K [603]
2. 아지스 K [308]
3. 오간 K [291]
4. 웨이팡 K [287]
5. 도르벨 K [279]
6. 요무라 K [278]
7. 로만 K [276]
8. 도간 K [275]
랭킹 목록을 확인한 오간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아지스는 어제 이후 사냥 속도가 급격하게 뚝! 떨어져 있었다.
하루 사냥 킬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기에 현재 랭킹 3위를 마크하고 있는 오간으로서는 지금의 사냥 속도를 꾸준히 유지하기만 한다면 충분히 트레이닝이 끝나기 전까지 아지스를 제치고 랭킹 2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딱! 랭킹 2위까지만 넘볼 수 있다는 점이다.
믿어지지 않는 사냥 속도를 자랑하는 랭킹 1위 ‘혁’이라는 인물은 오간으로서도 도무지 어떻게 넘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제대로 된 다크호스의 등장이라 이건데.”
중얼거리던 오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괜한 생각 따위 지워버렸다.
혜성처럼 등장한 ‘혁’이라는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으나 현실적으로 자신이 비벼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걸 인정한 것이다.
조력자들이 있어 그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하더라도 다이아 방울뱀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해 킬 수를 홀로 독식할 수 있다는 것조차 실력이었으니까.
“아지스 놈의 속도가 줄어든 것이 어쩌면 ‘혁’이라는 자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군. 뭐, 나로서는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으니 고마운 일이지만.”
아지스가 혁을 견제하기 위해 움직인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이 없다.
돌아가는 정황상 혁은 여전히 엄청난 속도로 다이아 방울뱀을 사냥하며 더욱더 공고하게 랭킹 1위 자리를 다지고 있었지만, 아지스의 경우엔 별다른 이득 없이 손해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1위 자리에 욕심이 없는 오간으로서는 2위인 아지스만 잡으면 된다.
하지만, 안심하고 있기엔 이르다.
아지스가 내일부터라도 정신을 차리고 다시 사냥에 전념한다면 오간으로서는 거의 다 따라잡은 격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 뿐인가?
자신보다 랭킹이 뒤떨어지는 웨이팡과 도르벨 등도 바짝 추격을 해오고 있었기에 조금도 허투루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번에도 참 치열하군.”
그래서 재밌는 거다.
또한 이러한 치열한 경쟁이 있기에 자신의 실력도 나날이 발전하는 것이고 말이다.
“그런데 실비아 그 독한 년은 어떻게 된 거지? 쉽게 죽었을 리는 없고.”
언제나 아지스를 위협하며 랭킹 경쟁에 불을 지펴왔던 실비아의 존재가 사라졌다는 건 오간으로서도 뜻밖의 사건일 수밖에 없었다.
“역시 ‘혁’이라는 자와 관련이 있는 건가?”
오간뿐만 아니라 랭킹 경쟁을 벌이고 있는 모두가 자연스럽게 해볼법한 생각이다.
실비아의 자리를 ‘혁’이 대신할 뿐이다.
실비아가 서포트를 한다?
결코, 헛된 망상 따위가 아니다.
어쩌면 ‘킬 라시온’은 실비아를 얼굴마담으로 내세우면서 뒤로는 진짜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는 ‘혁’을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했던 것일 수도 있다.
오간은 자신의 생각이 일리가 있다고 여겼다.
“필립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지.”
하이 랭커이자, ‘킬 라시온’을 이끌고 있는 리더 필립을 떠올리며 오간은 얼굴을 찌푸렸다.
어찌되었든 오간은 이번에 화려하게 데뷔를 한 ‘혁’의 존재가 헬-라시온의 최대 관심거리가 될 것이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베스트 중 베스트는 역시 눈이 뒤집힌 아지스와 혁, 다크 나이트와 킬 라시온이 제대로 한 번 붙어서 둘 다 죽어버리는 거겠지만. 큭큭!”
오간은 자신의 바람이 결코 헛된 희망사항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
사냥꾼의 대지 7구역 7일 차.
어둠이 짙게 깔리기 시작한 밤이 되었음에도 세 명의 그림자가 터덜터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정말 보통 놈이 아니야. 시간대까지 바꿔가면서 사냥을 할 줄이야. 그것도 이런 한밤에 사냥이라니!”
세 그림자 중 하나, 르케임은 질려버렸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헬-라시온의 세계에서 밤은 낮보다 훨씬 위험하다.
개체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몬스터의 능력이 낮보다는 밤에 더욱더 상승하기 때문이다.
특히, 다이아 방울뱀의 경우는 더더욱 그랬다.
그렇다 보니 정말 실력에 자신이 있거나, 남들 눈에 띄지 말아야 할 정도로 은밀해야 하는 이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한밤에 몬스터를 사냥하지 않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무혁은 한밤에 사냥을 다니고 있었다.
그것도 낮과 조금도 다르지 않을 정도의 사냥 속도를 자랑하고 있었으니 르케임은 그 배짱과 실력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도 밤에 움직이겠지?”
“패턴을 바꾸지 않았다면 분명… 아니, 벌써 시작했네.”
미첼은 랭킹 목록이 갱신되었다는 걸 확인하고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이렇다 할 파티도 없이 온전히 홀로 한밤중에 다이아 방울뱀을 몰이사냥하는 무혁은 생각할수록 그 정체를 파헤쳐보고 싶다는 갈증마저 생겨날 정도였다.
당연히 이성적인 관심 또한 없지 않았다.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헬-라시온에서 능력 있는 남자의 기준은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느냐였으니까.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분명 725였던 다이아 방울뱀 킬 수가 738로 변했다.
한번에 13킬을 올려버렸다는 소리인데 매번 느끼는 거지만 참 대단하다는 생각뿐이었다.
“오늘은 또 얼마나 잡으려나?”
르케임은 그렇게 말하며 120, 130이라는 숫자를 들먹였다.
어제도 그 정도를 사냥했으니 오늘도 그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다 때려 치고 마력 스킬만 집중적으로 익히는 거였는데!”
“르케임 네가?”
마치 너 같은 돌대가리가 가당키나 하겠냐는 노골적인 비웃음에 르케임이 발끈해서 미첼을 노려봤지만, 실비아가 중간에 끼어들었기에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미첼, 예상대로라면 내일 오전 중으로 일루전 스킬이 풀리는 거 맞지?”
“첫날부터 일루전 스킬을 사용했다면 분명해.”
미첼의 확신에 찬 대답에 실비아는 잠시 고민하는 듯한 얼굴을 보이다 입을 열었다.
“기다릴까? 덮칠까?”
실비아의 물음에 르케임이 미첼을 슬쩍- 바라봤다.
트레이닝 통과를 위한 다이아 방울뱀 100마리 사냥을 불과 30분 전에야 끝냈다.
남들보다 빠르게 사냥을 하는 거야 늘 있는 일이었지만, 문제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닌 무혁을 상대로 싸움이 벌어질 경우 전력을 다할 수 없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네가 알아서 하라는 듯 한발 뒤로 빼는 미첼의 모습에 인상을 찌푸리던 르케임은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 그나마 가장 적당한 말을 생각해냈다.
“당장 놈과 붙는 건 상관없는데… 뒤를 치는 건 우리 스타일 아니잖아?”
킬 라시온은 양아치 집단이 아니다.
언제나 실력으로 정정당당하게 상대와 싸운다.
실비아가 제아무리 미친년이라 하더라도 몬스터를 사냥하고 있는 상대의 뒤를 쳐서 승리를 갈취할 정도로 막돼먹지는 않았으니 르케임은 자신의 답변이 썩 괜찮았다고 여겼다.
예상대로 르케임의 말에 실비아가 일말의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개자식이라 하더라도 그럴 순 없지.”
실비아의 말에 르케임은 잇몸을 드러내며 웃었고, 미첼은 그 모습이 정말 바보 처럼 보여서 혀를 찼다.
“그런데 그 개부랄 새끼는 너무 약았어.”
실비아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르케임과 미첼은 단번에 알아들었다.
이전까지와는 다르게 자신의 흔적을 이리저리 어지럽히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의도는 뻔했다.
자신들 혹은 또 다른 이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꼼수.
물론, 실비아 일행이 그 정도의 얕은 수에 당할 정도로 허술하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무혁이 자신들을 경계한다면 일루전 스킬이 해제되었을 때를 대비해서 어떤 식으로 도망갈 구멍을 마련해놓았을지 알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어쩌자고?”
르케임은 이제라도 실비아가 깨끗하게 포기했으면 싶었다.
이미 랭킹과는 멀어진 이상 며칠만이라도 푹- 쉬었으면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깟 호기심 때문에 무혁을 거머리처럼 따라다닌다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덮쳐야겠어.”
“실비아, 그 말 진심이야?”
미첼이 눈을 찌푸리며 실비아를 바라봤다.
“도망갈 구멍은 막아야지. 그 자식 뒤를 치는 건 나도 싫어. 그러니까 우선 찾아놓고 적당한 때에 나서면 되겠지.”
실비아의 말에 미첼은 그거 좋은 방법이라며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르케임은 포기할 줄 모르는 이 두 여자 때문에 얼굴에 주름만 늘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부터 적당하게 거리를 두고 움직이면서 먼저 발견하는 쪽이 신호를 보내기로 하자.”
누군가를 찾아야 할 때, 낮보다 밤이 좋은 점도 있다.
낮과 다르게 짙은 어둠 속에서는 자신의 존재를 생각보다 먼 곳까지 훤히 알려준다는 사실이다.
특히, 라이트닝 볼 스킬을 이용해서 다이아 방울뱀을 사냥하고 있는 무혁이었으니 그 작은 흔적만 발견하면 이 지긋지긋한 술래잡기도 끝나는 거였다.
실비아를 중심에 두고 미첼이 오른쪽, 르케임이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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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혁은 빠른 속도로 다이아 방울뱀을 사냥했다.
사냥 속도가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워낙 압도적이라 랭킹 1위에 대한 불안함 따윈 손톱만큼도 없었지만, 실비아 일행들처럼 5년 차 식민들이 언제 자신을 노릴지 모른다는 경계심에 최대한 빠르게 사냥을 하는 데 중점을 뒀다.
사냥을 하면서 주변을 경계해야 한다는 사실이 무혁의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 올렸지만, 그로 인한 혜택은 결코 적지 않았다.
[겁 많은 바로크의 폭주, 스킬의 등급이 6등급으로 상승합니다.]
목표로 삼기는 했으나, 어쩌면 목표 달성이 힘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겁 많은 바로크의 폭주 스킬의 등급이 6등급으로 오른 것이다.
7등급에서 6등급으로 오르면서 스킬 유지 시간이 5분에서 10분으로 정확하게 2배 늘어났다.
절대 작은 수치가 아니었기에 무혁으로서는 또 하나의 든든한 보험을 챙긴 것 같은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얼굴 없는 암살자의 스킬 숙련도가 78퍼센트를 넘겼기에 예상보다 빠르게 등급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얼굴 없는 암살자의 스킬 등급만 6등급으로 올라가면 바로 조합한다.”
이미 바람의 향기, 은밀한 발걸음, 왜곡된 형체는 아주 오래전에 5등급으로 올라가 있는 상황이었기에 이 세 가지 스킬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마지막 퍼즐인 얼굴 없는 암살자의 스킬만 6등급으로 올라가길 기다리고 있던 무혁이었다.
또한 워터 볼, 라이트닝 볼, 기압 폭발까지도 모두 등급 상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마력 스킬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숙련도가 올라가는 편이라 하더라도 고작 며칠 사이에 7등급에서 6등급으로 성장시킨다는 건 헬-라시온의 식민들에겐 허황된 꿈과 같은 소리였다.
체질적으로 마력 스킬을 짧은 시간 내에 다량으로 사용할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통통이가 내뱉는 12개의 5등급 마정 찌꺼기와 하나의 스킬 링을 받아서 챙긴 무혁은 어둠 속에서도 자신의 모습을 완벽하게 감추기 위해 은신 스킬을 모두 사용한 상태로 휘적휘적- 자리를 벗어났다.
그렇게 무혁이 자리를 뜨고 채 10분이 지나지 않아 6개의 그림자가 빠르게 모여들었다.
“여기가 맞아?”
대답 대신 한 그림자가 주변의 흔적을 손으로 더듬거리더니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확실해! 여길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어!”
“이제야 꼬리를 잡았군! 좋아, 지금부터 천천히 움직이면서 주변에서 전투가 벌어지길 기다린다. 절대 놈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조심해서 천천히 접근해서 한꺼번에 뒤를 치는 거야!”
남자의 말에 4개의 그림자가 은밀하게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오간이 치고 올라갔어, 아지스!”
로즈의 말에 아지스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비웃음을 흘렸다.
“상관없어. 어차피 내가 놈을 죽이고 다시 본격적으로 사냥을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랭킹 1위에 오를 테니까!”
아지스의 두 눈동자가 교활한 뱀처럼 번들거렸다.
그리고 5분도 지나지 않아서 그들은 어둠 속에서 발광하는 빛을 발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