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1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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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8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23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23화
피 무지개 숲 (48)
남쪽 토성을 향해 내달리는 무혁의 입안은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주변에서 달려드는 몬스터들마저 무시를 하며 일직선으로 쭉쭉- 나아가고 있었지만, 토성 자체가 숲 가장 외곽에 위치하고 있었기에 생각하는 것만큼 거리가 쉽게 줄어들지 않고 있었다.
‘최대한 빠르게 도착한다 하더라도 20분…….’
그나마도 무혁이 최선을 다했기에 가능한 시간이었다.
순발력과 체력의 고유 능력 정밀 수치를 최대치로 상승시키지 못했다면 20분이 아니라 1시간으로도 부족했을 터.
거기다 몬스터들을 무시하며 달린다 하더라도 정면에서 무혁의 길을 막고 있는 몬스터들까지는 어떻게 피할 방법이 없었다.
전투를 벌이거나, 빙- 돌아서 갈만 한 시간을 소비할 수 없는 무혁으로서는 현재 자신이 꺼내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패를 과감히 사용했다.
[차단, 스킬이 내부 저항을 시작합니다.]
[차단,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붉은 구체, 모래 태양을 손에 든 상태로 무혁은 앞으로 내달렸다.
라미엘에게 모조품 소리를 들어가며 무시를 당했던 모래 태양이었지만, 무혁의 손에 들리자 몬스터들이 그 엄청난 열기에 울부짖으며 좌우로 몸을 빼기에 바빴다.
몬스터를 사냥하고 전리품을 얻는 건 남쪽 토성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난 후의 일이다.
무혁은 그 전까지는 몬스터를 뚫고 1분, 1초라도 빠르게 남쪽 토성에 도착하겠다는 생각만 가졌다.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들을 부수며 질주하는 무혁의 호흡이 조금씩 균형을 잃어갔다.
아무리 인간을 초월하는 신체를 가졌다 하더라도 한계는 존재했고, 검은 기둥을 내려오기 시작하면서부터 잠시도 쉬지 않았으니 호흡이 가빠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후우-! 후우-!”
코로 들이쉬고, 입으로 뱉어내길 반복하며 무혁이 남쪽 토성에 도착했을 때에는 생존자의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오로지 몬스터들만 남아서 새로운 먹잇감의 등장을 반겨주었다.
무혁의 몸이 휘청- 흔들렸다.
눈앞에서 방구름을 시작으로 루이스, 레이나, 오를리아의 얼굴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기적이라 생각 들겠지만, 3차 몬스터 습격 때에도 난 독식을 할 거야.’
“X발…….”
가까스로 무릎에 손을 얹어 주저앉으려는 몸을 버텨낸 무혁의 입에서 욕설이 흘러나왔다.
눈앞의 몬스터가 아닌 스스로에 대한 원망이었다.
지켜주겠다는 말을 돌려서 했던 자신만 믿고 사람들을 다독이며 희망을 품었었던 루이스 등에게 커다란 실망, 아니 원망만 남긴 무혁이었기에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었다.
벌써 두 번째다.
안소영이 시간의 탑에서 허무하게 죽었을 때와 똑같다.
자신만 믿으라며 안심시켜놓고 혼자만 살아남았다.
이번에는 다를 거라 확신했다.
안소영이 죽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더 강해졌기에 충분히 자신의 사람만큼은 지킬 수 있다고 자부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병신 같은 새끼!”
쫘- 악!
무혁이 스스로의 뺨을 세차게 후려갈겼다.
정신이 아찔할 정도로 강하게 뺨을 때렸기에 순식간에 피부가 부어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혁은 두 번, 세 번 계속해서 자신의 뺨을 때렸다.
“한심한 새끼!”
자신만 믿고 있다가 죽은 이들에 대한 속죄의 의미 따위가 아니었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자신에 대한 단죄였다.
“멍청한 새끼!”
약해빠진 아스펠 마을 식민들과 어울리며 그들보다 우월하다 여겼다.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속마음은 그들을 한없이 아래로 내려다보며 한심하다 여겼다.
자신을 믿고 따르는 이조차 지키지 못한 주제에 우월의식을 가지고 있었다니!
진짜 강자들이 무서워 숨죽여 지내는 주제에 우월의식이라니!
“병신! X새끼! X같은 새끼!”
쫘악! 쫘악! 쫘악!
자신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치는 무혁의 행동을 저지한 건 몬스터들이었다.
갑작스럽게 광기 어린 환호성을 내지르는 몬스터들의 울부짖음에 무혁의 얼굴이 천천히 움직였다.
시선이 멈춘 곳은 식량 저장소.
식량 저장소를 중심으로 몬스터가 대부분 몰려 있었다.
서로 입구로 향하겠다는 듯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었고, 식량 저장소 천장 위에도 몬스터들이 징그러울 정도로 올라타 있었다.
왜?
무혁은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 움직였다.
자신을 향해 달려들던 몬스터들에게 모래 태양을 날리려다가 이내 혹시 모를 생존자가 모래 태양의 열기에 화를 입을까 싶어 곧바로 워터 볼을 만들어냈다.
투웅! 투웅! 투웅! 투웅!
한꺼번에 최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4개의 워터 볼이 무혁의 앞에 만들어졌다.
무혁은 곧바로 4개의 워터 볼을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몬스터들과 식량 저장소 앞을 가로막고 있는 몬스터들을 향해 내던졌다.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축구공 크기의 물 풍선인 워터 볼의 위력은 고작 6등급 몬스터들이 감당하기엔 너무 강력했다.
흡사 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워터 볼 앞에 몬스터들은 처참하게 목숨을 잃었다.
연달아서 또다시 워터 볼을 만들어 낸 무혁은 여전히 식량 저장소 앞을 막고 있는 몬스터들에게 사용했다.
워터 볼에 격중당한 몬스터들이 사방으로 비산하자 어렴풋이 식량 저장소의 입구를 통해 안이 들여다보였다.
무혁의 눈동자가 급격하게 팽창했다.
“구, 구름이?”
무릎 꿇고 앉아 있는 방구름과 그 앞에서 거칠게 흉성을 토해내는 앙할마케의 모습이 무혁의 눈에 아주 짧게나마 순간적으로 들어온 것이다.
방구름을 향해 앙할마케가 손을 들어 올리자 무혁은 곧바로 블랙 본 활을 만들어냈고, 활시위에 블랙 본 화살을 걸어서 그 어느 때보다도 팽팽하게 당겼다.
‘구름이 앞에 있는 앙할마케까지 뚫어버려야 한다!’
일직선으로 대략 7, 8마리의 몬스터를 뚫고 가야 했기에 무혁은 그 어느 때보다도 힘을 집중했다.
‘관통력을 최대치로!’
블랙 본의 위력이 다시 한 번 나타났다.
자유롭게 무혁의 의지에 따라 변형되는 블랙 본!
화살이 점점 더 날카롭게 뾰족해지는 모습을 보다가 무혁은 활시위를 놨다.
퍼퍼퍼퍼퍼퍽!
은은한 광채를 뿌려대는 블랙 본 화살이 몬스터들을 꿰뚫으며 식량 저장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방구름을 향해 팔을 휘두르려던 앙할마케의 머리통까지 정확하게 꿰뚫었다.
“…너무 늦어서 미안하다, 구름아.”
활시위를 놓으며 식량 저장소로 내달린 무혁은 방구름이 살아있음에 감사했고, 진심으로 그에게 미안해했다.
“살아 계셨군요. 정말… 다행이에요.”
왈칵- 눈물을 쏟아내는 방구름은 다른 누구도 아닌 무혁의 안위부터 걱정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무혁은 한없이 착하기만 한 방구름의 모습에 더욱더 가슴이 쓰라렸다.
크와아아아! 끼릭! 우어어어어어!
하지만, 한가롭게 재회의 기쁨 따위를 나누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식량 저장소 안과 밖으로 몬스터들이 가득했으니까.
무혁은 우선 방구름부터 구해서 그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기로 했다.
달려들던 앙할마케와 전투 개미를 블랙 본 장검으로 베어 넘긴 무혁이 방구름에게 다가갔다.
“일어설 수 있어?”
“예!”
어느새 눈물을 훔친 방구름이 씩씩하게 일어났다.
“이거 먹어.”
무혁이 건네는 회복 포션을 받아든 방구름이 잠시 머뭇거렸다.
“왜?”
식량 저장소 안의 몬스터들을 하나, 둘 쓰러트리면서도 무혁은 방구름의 행동을 주시했다.
“포션 얼마나 남아 있어요?”
“포션? 그것까지 다섯 개.”
“아…….”
무혁의 대답에 방구름의 낯빛이 어둡게 변했다.
왜 그러냐는 말보다는 방구름의 시선이 머물고 있는 곳부터 확인했다.
“레이나? 살아 있는 거야?”
무혁의 물음에 방구름이 힘겹게 대답했다.
“아직까지는 살아 있지만… 죽게 될 것 같아요.”
“그게 무슨 소리야?”
천장 구멍을 통해 침입하는 몬스터들이 두 발을 딛고 서기도 전에 모조리 쓰러트린 무혁이 설명을 요구했다.
방구름이 그녀의 상태를 간략하게 알려주었다.
“그래서 회복 포션이 몇 개나 필요한 건데?”
“최소 열 개 이상이요.”
“…….”
10개나 필요하다는, 그것도 최소치라는 말에 무혁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아직까지 숨이 붙어 있는 레이나를 남겨둘 순 없었기에 무혁은 방구름에게 그녀를 들쳐 업으라 하고는 식량 저장소를 빠져나갈 준비를 했다.
“다른 사람들은?”
무혁의 물음에 방구름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가자.”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무혁이 앞장서서 길을 뚫었고, 그 뒤를 방구름이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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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가망이 없는 거야?”
몬스터의 피와 채액을 흠뻑- 뒤집어 쓴 무혁이 거칠어진 숨을 다듬으며 그렇게 물었다.
홀로 수백의 몬스터들을 뚫으며 남쪽 토성을 빠져나온 무혁은 몸 곳곳에 상처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무려 1등급의 자연 회복 스킬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상처를 치유하고 있었기에 목숨이 경각에 달리지 않은 이상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스스로 자책하며 후려쳤던 뺨도 어느새 거의 다 원상태로 돌아온 상황이었다.
무혁의 괴물 같은 회복력에 방구름은 혀를 내둘러야만 했다.
“정마력 폭주라니…….”
무혁은 온통 피범벅을 하고 있는 레이나의 얼굴을 바라보며 낮게 침음성을 흘렸다.
자신이 조금만 더 일찍 왔었다면 그녀가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텐데- 라는 자책감만 들었다.
무혁이 레이나를 구하고 지켜줘야 할 의무는 없었지만, 자신의 눈앞에서 지난 21일 동안 함께 해왔던 동료가 죽어가는 걸 보고 있으니 마음이 착잡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남아 있는 포션이라도 먹여보자.”
무혁이 공간 주머니에서 회복 포션을 몽땅 꺼내자 방구름이 그러지 말라는 듯 그의 손을 붙들었다.
“형님 마음은 이해해요. 하지만, 의미 없어요.”
손톱만큼 아니, 실낱같은 가능성이라도 있었다면 이미 진즉에 가지고 있는 포션을 모두 복용시켰을 방구름이었다.
지금까지 3번이나 정마력 폭주 현상을 직접 봐왔다.
현재 레이나의 상태는 포션 4개 정도로는 어떠한 효과도 볼 수 없었다.
포션만 허무하게 낭비하는 꼴이다.
“6시간만 버티면 되는 거잖아? 당장 살릴 수는 없어도 6시간 정도는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 10분도 못 버틸 거예요.”
방구름의 확신에 찬 음성에 무혁은 하- 하고 숨을 토해내며 주저앉았다.
정신을 완전히 잃고 차갑게 죽어가는 레이나를 바라보며 무혁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10분만 쉬자.”
레이나의 마지막을 지켜봐 주자는 말에 방구름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없이 레이나의 곁을 묵묵히 지켜주었다.
두어 번 경련을 일으키던 레이나가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마지막까지 정신조차 제대로 차리지 못하고 죽은 레이나의 모습에 무혁과 방구름은 그녀의 명복을 빌었다.
싸늘하게 변해가는 레이나를 바라보다 무혁은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듯 몸을 일으켰다.
“정리하러 간다. 쉬고 있어.”
말과 함께 무혁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발론에게서 얻었던 ‘곤충 학살자의 권총’을 방구름의 손에 쥐어주었다.
권총을 받아든 방구름은 고개를 저으며 몸을 일으켰다.
“아니요. 저도 형님과 함께 하고 싶어요.”
방구름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평소와는 확연하게 달랐다.
“괜찮겠어?”
“예. 괜찮아요.”
이렇게 혼자서만 편하게 쉬고 있을 수 없다는 듯, 결연한 표정의 방구름의 모습에 무혁도 그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었다.
“그래, 그럼 같이 가자.”
무혁은 방구름의 어깨를 두드려주고는 남쪽 토성을 향해 움직였다.
이미 남쪽 토성이 함락당하고 생존자가 없어지면서 몬스터들 또한 더 이상 볼일 없다는 듯 서쪽 토성으로 향하고 있었다.
즉, 남쪽 토성엔 사람들과 몬스터의 시체들만이 가득 했다.
가장 먼저 그곳에서 챙길 수 있는 것들을 모두 챙긴 후에 서쪽 토성으로 몰려간 몬스터들을 일망타진해버릴 작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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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해! 남쪽 토성이 함락당한 거야!”
“제기랄! 앞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지?”
“앞으로 3시간!”
“막을 수 있을까? 아니, 버틸 수 있을까?”
“빌어먹을! 막든, 버티든 무조건 해야만 해! 안 그럼 우리도 다 죽는 거라고!”
“고작 3시간이야! 살아남을 수 있어!”
상당히 훌륭한 수준의 방어진을 구축해놓은 서쪽 토성이었지만, 남쪽 토성이 함락당하면서 추가로 몬스터들이 대거 몰려들자 상황이 점점 악화되어가고 있었다.
콰앙! 쾅! 쾅! 쾅!
“외, 외벽 한쪽이 부서지고 있어!”
“막아! 버텨! 여유가 있는 쪽에서 지원을 해!”
“젠장! 여유 있는 곳이 있을 리가 없잖아! 지금은 모든 외벽이 버티는 것만으로도 벅찰 지경이라고!”
“레오나르도가 있었다면!”
서쪽 토성을 이렇게까지 튼튼하게 요새화 시킨 건 누가 뭐라 하더라도 레오나르도의 공이 가장 컸다.
처음에야 반 강압적으로 노동을 시킨 레오나르도에 대한 불만이 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나중에는 열성적으로 그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까지 나올 정도로 신망이 두터워졌다.
물론, 레오나르도의 강압적인 태도를 불합리하다 여기거나, 불만을 품는 이들도 있었지만, 어찌되었든 그의 지시만 잘 따르면 3차 몬스터 습격마저도 버텨낼 것이라는 공통적인 생각은 갖고 있었다.
하지만, 레오나르도는 3차 몬스터 습격 전에 오크 상인을 만나기 위해 숲으로 들어갔고, 돌아오지 않았다.
상황이 악화되어 갈수록 서쪽 토성 거주자들은 레오나르도의 부재가 아쉽기만 했다.
기어이 조금씩 부서져 가던 외벽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한쪽 축이 무너지자 사람들의 표정에도 다급함이 서렸다.
“내, 내성으로 들어가야 해!”
“내성에서 버텨야만 해!”
“모두 내성으로!”
레오나르도의 주장으로 만들어진 서쪽 토성의 내성.
겉으로 보기에도 꽤나 공을 들여서 만들어 놓은 나무 울타리를 향해서 사람들이 하나, 둘 들어섰다.
내성으로 들어선 사람들은 일사분란하게 3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나무창을 울타리 바깥쪽으로 비스듬하게 세우기 시작했다.
흡사 고슴도치가 몸을 웅크린 상태로 가시를 바짝- 세우고 있는 듯한 모양새였다.
“버텨! 조금만 버티면 돼!”
“우리는 모두 살아남을 거야!”
절박한 상황 속에서도 저마다 희망을 외쳤다.
이제 곧 외벽을 무너트리고 몬스터들이 들이닥칠 것이라 예상하고 있던 그때!
투화아아아아악!
강력한 열기를 머금은 둥근 구체가 몬스터들 사이로 떨어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