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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120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9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20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20화

피 무지개 숲 (45)

 

가장 이성적인 판단이라면 역시 이대로 물러나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무혁은 이미 그 선택지를 버렸다.

라미엘과의 전투를 어떻게 이끌어 나가야 할지 빠르게 계획을 세우는 게 시급했다.

‘블랙 본의 광기부터 쓰고 내가 가진 모든 스킬들과 알약을 먹으면 최대 4등급 최고치까지 정밀 수치를 올릴 수 있어! 단번에 끝내야 해! 놈은 분명 방심하고 있을 테니까 그 순간밖에 내겐 기회가 없어!’

무혁이 최선의 전략을 짜는 동안 라미엘이 가볍게 손을 들었다.

놀랍게도 무혁이 아무리 용을 써도 들리지 않던 새하얀 철장이 두둥실- 떠오르더니 그의 앞까지 날아왔다.

혹시라도 자신과 싸우기 이전에 통통이에게 어떤 위해를 가하는 건가 싶어 무혁이 다급하게 움직이려고 했지만.

쑤수수수숙!

발밑에서부터 올라온 굵직한 잿빛의 연기가 무혁의 손과 발을 완벽하게 묶어버렸다.

“이… 읍읍읍!”

무혁이 뭐라고 하려고 하자 잿빛 연기는 그의 입까지도 봉쇄해버렸다.

이건 전혀 상상도 못했던 상황이다!

뭘 해보기도 전에 이렇게 무기력한 상황에 빠지다니!

극도로 당황한 무혁이 발버둥을 치는 동안, 라미엘은 자신 앞에 둥둥- 떠 있는 철장에 갇힌 통통이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두 눈이 파여서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행동은 마치 정상적인 눈을 가진 것만 같은 착각을 만들어냈다.

“너를 소멸해야 옳다.”

라미엘의 말에 통통이가 저도 모르게 움찔- 거렸다.

동시에 무혁이 읍읍읍- 거리며 더욱더 크게 발버둥을 쳐댔다.

“그러나 내겐 자격이 없다. 타락해버린 내가 널 소멸할 권리가 없다.”

통통이와 무혁이 동시에 다행이라는 듯 얌전해졌다.

“본래 널 평생 이곳에 가둬두려고 했다. 하지만, 나와 다르게 넌 너를 지켜주고자 하는 이가 있구나. 솔직히 혼란스럽다. 이대로 널 보내주었다가 천계의 적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아직도 마음이 흔들린다.”

잠시 말을 끊은 라미엘이 이윽고 무혁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과 불완전한 네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으나, 이 또한 뜻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도저히 널 이대로 보낼 순 없어 내 마지막 남은 모든 힘을 네게 주고자 한다.”

이어 라미엘이 무혁에게 말했다.

“지금까지 버티고 있던 모든 힘을 소모하고 나면 나는 완전하게 타락하게 될 것이다. 그땐 내가 아닌 또 다른 내가 될 것이니 즉시 이곳을 떠나도록 해라. 조금이라도 지체했다가는 내가 아닌 또 다른 내게 너희는 모두 죽게 될 것이다.”

라미엘의 말과 함께 무혁을 속박하고 있던 잿빛 연기가 홀연히 흩어지며 사라졌다.

“저곳에 가면 네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 있을 거다.”

무혁은 라미엘이 알려주는 곳을 바라봤다.

꽤 먼 거리에 소복하게 무언가가 잔뜩 쌓여 있었는데 자세히 바라보니 전부 스킬 링이었다.

아마도 라미엘이 몬스터를 잡아놓고 저렇게 모아놓은 것 같았다.

“저, 저걸 다 가져가라는 말씀입니까?”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막말을 하던 무혁은 더 이상 없었다.

극도로 공손하게 말을 하는 빠른 태세전환!

“원한다면.”

“감사합니다!”

무혁은 재빨리 대답하고는 달려가 무지개 구슬과 스킬 링들을 공간 주머니에 쓸어 담았다.

그 사이 라미엘은 두려움에 떨고 있는 듯한 통통이를 향해 두 손을 쑤욱- 집어넣었다.

곧바로 새하얀 빛이 라미엘의 몸에서부터 빠져나와 통통이에게로 흘러들어갔다.

라미엘의 몸에서 새하얀 빛이 빠져나올수록 그의 머리카락과 피부색이 검은 색으로 변해갔고, 반대로 새하얀 빛을 받을수록 통통이의 몸이 잿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라미엘의 몸은 완전히 새카맣게 변했고, 통통이는 연한 잿빛으로 변했다.

파작- 통통이를 가두고 있던 철장이 깨졌고, 라미엘이 풀썩- 주저앉았다.

철장에서 해방된 통통이는 빠른 속도로 무혁을 향해 달려와 극적인 재회를 나눴다.

“통통아! 어디 다친 곳은 없지?”

무혁은 연한 잿빛으로 변한 통통이의 모습을 이리저리 돌려봤지만, 색이 변한 것 말고는 딱히 다른 것은 변한 게 없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크으으으으으으……!”

웅크리고 있던 라미엘에게서 거친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상황이 심상찮다는 걸 직감한 무혁은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통통이를 가죽 주머니에 넣고는 검은 기둥이 있는 곳을 향해 전력으로 내달렸다.

“X발… 호기심 때문에 이게 무슨 꼴이야!”

숨도 참아가며 검은 기둥 앞에 선 무혁은 그 까마득한 길이를 또 어떻게 내려가나 주춤거렸다.

하지만 ‘크와아아아아아-!’ 하는 공포스러운 울음소리가 들려오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검은 기둥을 끌어안은 상태로 미끄러져 내려가기 시작했다.

“으으윽!”

손바닥에 불이 날 것만 같은 고통에 무혁은 온갖 인상을 찌푸렸다.

크와아아아아아아아!

머리 위 피 무지개에서는 새카맣게 변한 라미엘의 포효가 천둥소리처럼 울려 퍼지고 있었다.

“완전하게 타락한다는 게 저런 괴물이 된다는 소리였군.”

무혁은 지금까지 버티고 있던 라미엘이 통통이를 위해 희생했다는 사실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어쩌면 헬-라시온 곳곳에 저렇게 라미엘처럼 타락해가고 있는 천사들이 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괜한 빚을 진 것만 같은 느낌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힘이 있다면, 자신에게 충분한 힘이 생긴다면 타락해가고 있는 천사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무혁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무혁의 몸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검은 기둥을 타고 내려가고 있었다.

서서히 숲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무혁은 남쪽 토성부터 확인했다.

“…젠… 장!”

완전히 무너진 남쪽 토성은 몬스터들로 가득했다.

 

#

 

콰르르르르!

기어이 무너지고 말았다.

힘겹게, 힘겹게 버티던 토성 외벽이 거대 불곰의 몸통 박치기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림으로써 남쪽 토성 거주자들의 얼굴에서 희망이라는 빛을 완전히 거둬가 버렸다.

탁- 손에 쥐고 있던 검을 떨구며 한 남자가 허물어지듯 주저앉았다.

“다 끝났어… 우린 다 죽을 거야…….”

어쩌면 예고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남쪽 토성의 방어력은 2차 몬스터 습격 때부터 한계에 부딪혀 있었으니까.

갑작스럽게 나타나서 순식간에 몬스터들을 휩쓸어버렸던 ‘희망의 불’이 아니었다면 이미 진즉에 남쪽 토성은 몬스터들에게 함락되었을 것이고, 여기 있는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결국… 나타나지 않는구나…….”

그래, 행운은 한 번으로 족했다.

그렇게 생각을 하니 남자는 희망의 불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줄곧 투덜거리며 원망을 했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웠다.

애초부터 이 빌어먹을 지옥에서 누군가의 도움으로 살아남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신도, 희망도, 꿈도 없는 헬-라시온에서 거듭된 행운을 바라다니.

쿠웅!

주저앉은 남자의 머리 위로 시커먼 그림자가 훌쩍- 뛰어 날아와서는 그 앞에 섰다.

“앙할마케…….”

앙할마케가 강렬한 살기를 뿌려대며 남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남자는 앙할마케의 흉흉한 모습에 손가락하나 까딱하지 못했다.

맞서 싸운다고 하더라도 홀로 감당할 수 있을까 싶은 몬스터가 앙할마케인데, 그 수가 수백 마리나 됐으며 외벽이 무너지자 기다렸다는 듯 토성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한 마리를 상대로 검을 들어 올릴 의욕조차 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무의미한 저항을 포기해버린 남자의 머리통을 앙할마케는 우왁스럽게 잡았다.

그리곤 모두 자신을 주목하라는 듯 크게 포효했다.

크와아아앙!

천둥마냥 전장을 휘감는 포효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자 앙할마케는 손에 쥐고 있던 남자의 머리통을 그대로 짓이겨 터트려버렸다.

꽈드드득!

피와 뇌수가 사방으로 터져나가는 잔인한 모습에 여기저기서 비명과 고함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를 아주 감미로운 음악 삼아 앙할마케는 자신의 손에 묻은 남자의 이물질을 천천히 핥았다.

그걸 시작으로 수백 마리의 앙할마케가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으아아아아아!”

“도, 도망쳐!”

“죽고 싶지 않아!”

처절한 비명이 다시 한 번 남쪽 토성에 울려 퍼졌다.

“식량 저장소! 식량 저장소에서 버텨야 해!”

“거기라면 버틸 수 있어! 모두 거기로 갑시다!”

“가자! 식량 저장소로!”

싸우길 포기하거나, 도망가려고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똘똘- 뭉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우리도 식량 저장소로 가요!”

방구름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루이스의 팔을 자신의 목에 둘렀다.

“구름아, 나는 이미 틀렸어. 너희라도…….”

“포기하지 말아요! 이대로 죽기엔 너무 억울하잖아요! 형님이… 형님이 분명 우릴 구하러 오실 거예요! 그러니까 그때까지만 참고 견뎌요! 이딴 곳에서 죽을 생각하지 말라고요!”

처음으로 본 방구름의 박력에 루이스는 큭큭- 하고 웃더니 부탁한다며 그에게 부축을 받으며 한쪽 손으로는 투 핸드 소드를 지팡이 삼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루이스의 입장에서도 짐이 되는 건 싫었지만, 이대로 남겨져서 허무하게 죽느니 어떻게든 방구름과 레이나 등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었다.

‘최소한 한 번은 누군갈 대신해서 죽을 수 있겠지.’

아직까지도 중앙탑으로 돌아가려면 반나절 가까이 남아 있었다.

그때까지 루이스는 버틸 힘이 없을 거라 여겼기에 삶에 대한 희망은 깨끗하게 지워버린 상태였다.

루이스와 방구름을 호위하듯 레이나와 오를리아가 좌우에 서서 식량 저장소로 향했다.

무너진 외벽을 중심으로 주변이 빠른 속도로 허물어졌다.

조금만 늦장을 부렸어도 몬스터들에게 완전히 둘러싸여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을지도 몰랐기에 방구름의 빠른 판단에 일행들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 말인즉, 식량 저장소가 과연 안전할까- 를 고민하며 망설였던 이들이 하나, 둘 몬스터들에게 둘러싸이기 시작했다는 소리다.

살려달라고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을 외면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표정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훗날 자신의 경쟁 상대가 될지도 모르나, 지금은 함께 등을 맡기며 몬스터와 전투를 했던 동료였기에 그들의 위험을 보고도 도움을 줄 수 없는 자신들의 나약함에 이가 갈렸고, 울분이 치솟았다.

“…가요.”

잠시 멈칫거리는 레이나와 오를리아의 모습에 방구름은 그럴 시간이 없다는 듯 그들을 이끌었다.

누구보다 착한 방구름의 심정을 잘 아는 일행들이었지만, 그들보다 오랜 시간 헬-라시온에서 버티고 살아남은 그였기에 그의 판단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런 빠른 판단력은 앞으로 헬-라시온을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었기에 레이나 등은 주먹을 꾹- 쥐며 오늘의 일을 머릿속에 단단히 새겨 넣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이쪽으로!”

“가서 도웁시다!”

방구름이 루이스를 부축하고 나타나자 진즉부터 식량 저장소를 최후의 방어선으로 만들고 있던 이들이 허겁지겁 달려 나왔다.

부상자인 루이스를 식량 저장소 안쪽으로 옮기고 나자 방구름은 숨을 헉헉- 거리며 주저앉았다.

실제로 몸은 조금도 힘들지 않았지만, 감정이 워낙 격렬해져 있었기에 피로감이 짙었다.

숨을 고르며 방구름은 식량 저장소를 둘러봤다.

서른 명.

방구름 자신까지 포함해서 고작 서른 명 밖에 없었다.

아직까지도 남쪽 토성 거주자들은 많이 살아남아 있었지만, 저마다 도망을 가거나, 아예 포기를 하거나, 스스로 안전하다 여기는 곳에 숨어들고 있었기에 사실상 식량 저장소를 마지막 방어선으로 삼는 이들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방구름 등이 잠시 숨을 돌리는 사이 6명의 사람들이 더 추가로 합류했다.

“젠장! 더 이상은 여길 선택하는 사람들이 없겠어!”

“바보 같은 놈들! 혼자 숨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다고! 결국에는 발각당해서 개죽음만 당할 텐데!”

“어쩔 수 없어! 이제는 우리끼리라도 어떻게든 버텨야 하니까!”

36명 모두 크고 작은 부상을 입고 있었지만, 루이스처럼 큰 부상을 입은 사람은 총 3명.

실질적으로 33명만이 적극적으로 몬스터와 전투를 벌일 수 있었다.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끝까지 살아남고자 하는 의욕이 더 큰 이들만이 모였기 때문인지 그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식량 저장소 앞에 장애물을 세워가며 몬스터의 침입이 쉽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여기 천장은 괜찮겠지?”

레이나가 고개를 들어 식량 저장소의 천장을 바라봤다.

“여기보다 더 튼튼한 곳은 없으니까 걱정할 거 없어요!”

한 흑인 남자가 강철로 만들어진 정 사각형 형태의 식량 저장소의 내부 벽을 손바닥으로 탕탕- 치며 걱정할 것 없다는 듯 말했다.

강철 두께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심리적인 안정감을 갖기엔 충분했기에 레이나 역시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보다도 당신 마법을 사용할 줄 아니까 이쪽에 서서 가능한 최선을 다해서 마법을 사용해 줘요.”

식량 저장소에서 주도적으로 사람들을 이끌고 있는 흑인 남자의 말에 레이나는 군소리 없이 그가 정해준 위치에 섰다.

나름 시야가 잘 확보가 되면서도 파이어 볼로 몬스터를 요격하기에 안성맞춤인 자리였다.

오를리아는 근접전에 강했기에 가장 앞쪽에 섰으며, 방구름은 그 뒤에서 공격용 포션들을 최대한 빠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했다.

식량 저장소의 최대 장점은 토성 가장 구석진 모서리에 위치하고 있었기에 정면 입구만 막으면 된다는 점이다.

온갖 것들로 입구 주변에 장애물처럼 쌓아놓고 있었기에 몬스터들의 진로는 더욱더 협소했다.

고작해야 한두 마리의 몬스터만 상대하면 됐기에 식량 저장소에 있는 이들로서는 충분히 버틸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콰르르르르!

연신 토성 외벽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남쪽 토성은 그 형체를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 지경으로까지 변해버렸다.

몬스터들은 이리저리 도망가는 이들부터 쫓으며 죽였고, 그 이후에는 곳곳에 숨어 있는 인간들을 찾아다니며 잔인하게 죽였다.

“…오, 온다!”

“모두 준비해!”

뒤늦게 식량 저장소를 향해 몬스터들이 하나, 둘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미 토성이 무너진 상황이라 그런지 몬스터들의 움직임에는 여유가 넘쳐흘렀다.

우어어어어어!

거대 불곰이 가장 먼저 눈앞의 장애물을 몸으로 치워버리겠다는 듯 이족보행을 하며 앞발을 쉬지 않고 휘둘러댔다.

“빌어먹을!”

기껏 장애물로 세워 놓은 것들이 허무할 정도로 쉽게 이리저리 튕겨져 나갔다.

그렇게 일정 공간을 확보하자 거대 불곰이 크게 포효를 하더니 힘차게 네발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일격에 식량 저장소를 부수며 달려들겠다는 의지였다.

거대 불곰의 시도는 좋았으나…….

“하앗-!”

레이나의 손에서 불덩어리가 날아가 달려들던 거대 불곰의 머리통을 활활- 태우기 시작했다.

우어어어어- 고통스럽게 소리를 내지르며 거대 불곰이 진로를 바꾸어 바닥을 뒹굴자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작게 숨을 토해냈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아직 너무 일렀다.

거대 불곰이 빠진 자리에 전투 개미 4마리가 빠른 속도로 달려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두 마리가 한계야! 우린 저놈들을 죽이는 게 목표가 아니라 버티는 게 최우선이니까 쉽게 죽이기보단 적당하게 시간만 끌면 돼!”

뒤에서 사람들에게 명령을 내리기보단 앞장서서 행동하는 타입인 듯 흑인 남자는 가장 선두에 서서 전투 개미가 휘두르는 검을 향해 방패를 들어 올렸다.

카앙! 캉!

예상했던 것처럼 전투 개미는 두 마리만 식량 저장소 입구로 들어섰다.

그 두 마리의 전투 개미를 상대로 사람들이 치열한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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