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1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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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7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07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07화
피 무지개 숲 (32)
2차 몬스터 습격 이후,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자 레오나르도의 마음도 점점 달아올랐다.
2차 몬스터 습격이 있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모든 것이 자신의 계획대로 차근차근- 아무런 문제없이 진행되었었다.
“역시… 같은 놈이겠지?”
서쪽 토성 외벽 위에 걸터앉은 레오나르도는 3차 몬스터 습격을 대비해서 한창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자신의 수족이 되어주었던 이들을 죽였던 놈.
단서라고는 총과 검을 사용했다는 것뿐.
각기 다른 종류의 무기를 사용했기에 최소 두 명일 가능성이 높았지만, 그 역시 레오나르도는 속단하지 않았다.
3명일 수도 있고, 4명일 수도 있다.
최악의 가정이라면 한 명이라는 점인데…….
“한 명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지.”
머릿속에 의심이 되는 놈들은 있었다.
자신과 같은 서쪽 토성을 거주지로 선택했었던 2인조.
제대로 말도 섞어 본 적 없었지만, 드러내놓고 총을 차고 다녔기에 레오나르도 역시 특이한 놈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또한 곁에 제법 체구 건장했던 동료까지 있었으니 어찌 보면 범인으로 의심하기엔 딱이었다.
무엇보다도 습격이 있었던 이후, 자취를 완전히 감춰버렸으니 더더욱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
“숲이라…….”
레오나르도는 숲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숲에서 노숙을 하는 건 레오나르도에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저 귀찮고 신경이 곤두서는 일이 될 뿐, 생존만을 목적으로 삼는다면 크게 문제될 건 없었다.
자취를 감춘 2인조가 숲에서 멀쩡히 생존하고 있다면?
그들의 실력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는 뜻.
무엇보다 ‘저격’을 당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레오나르도는 신경이 쓰였다.
근접전이야 무서울 것 하나 없었지만,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저격은 레오나르도에게도 상당한 골칫거리다.
특히, 그 장소가 기압 차로 인해 몸의 움직임을 더욱더 둔하게 만드는 곳이라면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2인조는 유력한 용의자일 뿐,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제3의 인물이 범인일 수도 있었기에 레오나르도는 이래저래 머릿속이 복잡하기만 했다.
“젠장! 거의 다 됐는데 이렇게 꼬일 줄이야!”
레오나르도가 신경질적으로 주먹을 휘둘렀고, 쾅- 소리와 함께 외벽 한쪽이 살짝 무너졌다.
“저기…….”
잔뜩 주눅이 든 목소리에 레오나르도가 고개를 옆으로 비스듬하게 돌렸다.
“알아봤어?”
한창 저기압인 상태였기에 레오나르도의 음성이 낮고 무겁게 깔렸다.
“그… 헤로틴이 완전히 사라졌어.”
“더 자세히.”
남자는 마른침을 한 차례 삼키고는 자신이 알아온 것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레오나르도가 킥킥- 거리며 웃었다.
웃겨서 웃는 게 아니라, 정말 어이없고 황당해서 짜증과 신경질을 동반한 웃음이었다.
“아주 여기저기서 지랄이군.”
당장이라도 누구 하나 죽일 듯 레오나르도의 눈빛에 살기가 번들거렸다.
“계획대로 남쪽 토성의 리더나 다름없던 놈들을 모조리 죽이고 헤로틴이 사라졌다?”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레오나르도가 자연스럽게 같은 놈인가- 라며 중얼거렸다.
지금으로서는 그렇게밖에 연관을 지을 수가 없었다.
헤로틴이 어떤 인간인지 알기에 레오나르도는 딱히 그의 죽음 따위에 슬픔을 느끼진 않았다.
다만, 아쉬움은 있었다.
이번 일이 끝나면 자신의 손으로 직접 죽이고 싶은 놈 중 하나였으니까.
그런데 공교롭게도 헤로틴이 사라졌다.
“스스로 숨었을 리는 없고.”
레오나르도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헤로틴은 구태여 홀로 위험을 떠안을 인간이 아니다.
자신에게 불만이 있든 없든 우선은 시키는 대로 남쪽 토성이 와해되도록 만들어 놓고 서쪽 토성으로 합류하기 위해 숲으로 숨어들었을 것이다. 당연히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이쪽으로 연락을 취했을 터.
그런데 이틀째 연락이 없다?
이건 확인할 필요도 없다.
헤로틴은 죽은 거다.
그럼 누가 헤로틴을 죽였을까?
그리고 왜 죽였을까?
“나를 알고 있거나, 내 계획을 알고 있거나.”
말만 다를 뿐, 어쨌든 둘 다 같은 의미다.
놈은 분명하게 말하고 있는 거다.
레오나르도 널 노리고 있다고.
“이러면 나도 가만히 있을 순 없잖아.”
잔인하게 미소를 지으며 레오나르도가 숲을 노려봤다.
레오나르도의 분위기가 워낙 살벌해 우물쭈물 거리던 남자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리고 헤로틴의 일을 알아보다가 알게 됐는데, 우리뿐만 아니라 남쪽 토성에서도 붉은 구체와 검은 구체가 나타났었다고 하더라고.”
“무지개 구슬은?”
“우리에게 일어난 일과 똑같아.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단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더라고.”
남자의 보고에 레오나르도는 그럼 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붉은 구체와 검은 구체.
이건 결코 인간의 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레오나르도였다.
‘도대체 무슨 짓을 꾸미는 거냐? 빌어먹을 마족 새끼들아.’
어쩌면 자신을 지켜보며 낄낄- 거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레오나르도는 가운데 손가락을 하늘을 향해 척- 내밀며 비웃음을 날려줬다.
‘저 새끼가 미쳤나?’
당연히 레오나르도의 생각을 전혀 알지 못하는 남자는 이젠 하다하다 하늘을 향해 욕을 하는 그의 모습에 저 잠재되어 있는 광기가 언제 폭발할까 그저 걱정스러울 뿐이었다.
“북쪽이랑 동쪽 토성은?”
레오나르도의 물음에 남자가 고개를 저었다.
“숲을 가로질러서 가봤는데… 예상했던 것처럼 거긴 갈 수가 없어. 보이지 않는 투명한 막에 가로막혀 있는 것처럼 눈앞에 존재하고 있는데도 접근을 할 수가 없더라고.”
함락된 토성이 있었던 자리는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다.
남자의 보고에 레오나르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서쪽 토성에서 북쪽 토성으로 향하는 오솔길 자체가 접근이 불가능했기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던 일.
토성이 함락당하면 그 공간 자체가 금지 구역으로 설정되는 것이 피 무지개 숲의 룰이라는 걸 알았을 뿐이다.
“남은 사람들 다 불러들여. 내일부터 해야 할 일이 생겼으니까.”
남자는 레오나르도가 무슨 짓을 하려고 그러는지 벌써부터 한숨이 나왔다.
#
“저거 왜 저래?”
갑작스럽게 하늘을 향해 손가락 욕을 하는 레오나르도의 모습에 무혁은 피식- 웃고 말았다.
저격용 소총의 조준 렌즈를 통해 레오나르도를 지켜보던 무혁은 손가락이 근질거리는 걸 가까스로 참으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마음만 같아서는 총알이라도 한 방 먹여주고 싶지만.
“괜한 짓 할 필요 없지.”
무혁으로서는 명중시킬 자신이 없었다.
괜한 경계심을 만들기보다는 제대로 된 기회를 포착하기 전까지는 조용히 그를 지켜보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무혁이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우어어어어어!
몇 발자국 걷기도 전에 거대 불곰 한 마리가 무혁을 발견하고는 괴성과 함께 달려들었다.
귀찮다는 듯 무혁은 블랙 본 장검으로 머리통을 가볍게 날려버리고는 가슴에서 무지개 구슬을 꺼냈다.
2차 몬스터 습격으로 인해 통통이의 존재가 너무 부각되는 바람에 번거롭더라도 낮에는 통통이를 대신해서 무혁 스스로 몬스터 사체를 해부해야만 했다.
예상했던 것처럼 2차 몬스터 습격 이후, 숲의 주체가 거대 불곰으로 바뀌었다.
간간히 전투 개미의 모습이 보이긴 했지만, 그 수가 확연하게 줄어들었기에 무혁으로서는 6등급 마정 찌꺼기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게 아쉽기만 했다.
“하긴, 나보다는 구름이가 더 실망했으니.”
6등급 마정의 단맛을 본 방구름은 말 그대로 전투 개미라면 악착같이 사냥을 했다.
그렇게 사냥한 전투 개미의 사체는 반드시 공간 주머니에 통으로 넣었다가 밤이 되면 무혁에게 내밀어 6등급 마정 찌꺼기 추출을 부탁했다.
오직 통통이만이 6등급 마정 찌꺼기를 추출할 수 있다고 믿는 방구름이었기에 구태여 몬스터 ‘핵’의 존재까지 말할 필요도 없었다.
무혁으로서는 이런 오해가 차라리 깔끔하다고 생각했다.
2차 몬스터 습격이 끝난 뒤, 숲은 더욱더 깊은 적막감에 빠졌다.
북쪽과 동쪽 토성이 함락당하고 남은 건 남쪽과 서쪽 토성.
기본적으로 두 곳 모두 3차 몬스터 습격을 대비하기 위한 전후 처리가 시급했기에 숲으로 들어와 사냥을 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서쪽 토성의 경우 2차 몬스터 습격의 경험을 최대한 살려 살아남은 이들이 더욱더 합심해서 완벽에 가까운 보수와 방어진을 구축하는 중이라면, 남쪽 토성은 1차 몬스터 습격 때보다도 허술할 정도로 최소한의 보수만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마르테와 마일러의 죽음, 그리고 부상자들과 야간 경계를 서던 이들까지 줄초상을 당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 문제의 원인은 헤로틴.
하지만, 무혁을 제외하면 직접적인 목격자나, 뚜렷한 정황 증거 조차 없는 상태였다.
혼란이 더 가중될 것을 걱정해서 무혁은 모든 설명을 방구름에게 해주었고, 방구름은 곧장 루이스 등에게 전달했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던 사람들이었지만, 우연찮게도 헤로틴이 마일러의 천막으로 들어가는 걸 본 목격자가 나타남으로써 자연스럽게 모든 사건의 흉수는 헤로틴으로 굳어져 버렸다.
하지만, 그러면 뭐하겠는가?
분노의 대상은 감쪽같이 사라졌고, 가장 위험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3차 몬스터 습격을 대비하기엔 남은 인원이 터무니없이 부족했는데.
남은 이들의 절망감은 더욱더 커졌다.
분위기가 이렇게 변하니 일부 사람들은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조금이라도 더 생존율이 높은 쪽을 찾겠다며 차선책을 내놓았다.
그런데 그 차선책이라는 것이 당황스럽게도 방비가 잘 갖춰져 있고 인원수도 압도적으로 많은 서쪽 토성으로의 이주였다.
말 같지도 않은 일이었지만, 생각 외로 동조하는 이들이 많았다.
상황이 그렇게 급박하게 변하자, 루이스 등은 무혁이 전면에 나서주길 대놓고 종용했다.
무혁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건 이해한다.
그렇지만, 내부적으로도 크게 와해되고 있는 남쪽 토성에서 어떻게든 3차 몬스터 습격을 막아내려면 남은 이들을 하나로 이끌어 줄 강력한 힘을 가진 리더가 필요했고, 그 적격자는 무혁뿐이었다.
자신들의 목숨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보니 루이스 등이 용기를 내서 무혁을 설득하려고 했으나, 그는 단호하게 그러지 않겠다고 딱! 잘라서 선을 그어버렸다.
크게 절망하는 루이스 등의 모습에 무혁은 하는 수 없이 작은 희망을 던져주었다.
“이기적이라 생각 들겠지만, 3차 몬스터 습격 때에도 난 독식을 할 거야.”
돌려 말한 것일 뿐, 사실상 너희의 안전을 책임지겠다는 말로 알아들은 루이스 등은 그걸로 충분하다는 듯 만족해하며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적어도 2차 몬스터 습격 때 무혁이 보여주었던 일방적인 전투 능력은 의심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양지가 아닌 음지에서 3차 몬스터 습격을 막아내겠다는 무혁의 말에 힘을 얻은 루이스 등은 혼란스러운 남쪽 토성 상황을 조금이라도 쇄신시켜보겠다며 오크 상인에 대한 정보를 꺼내 들었다.
오크 상인에 대한 정보는 대단히도 반가운 것이었고, 누구나 절실히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것만으로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오히려, 소수의 사람들은 오크 상인을 통해 개인의 무력을 높인 후 서쪽 토성으로 거처를 옮기는 것이 더 수월해졌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원하는 결과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일이 틀어졌지만, 루이스 등은 실망하기보단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의지를 세우고 있는 이들을 하나, 둘 포섭해가며 자체적으로 남쪽 토성 복구를 독려하고 있는 중이었다.
무혁은 오전엔 방구름과 함께 사냥을 했고, 오후엔 레오나르도의 동태를 살폈다.
이후 4시간 정도 단독 사냥을 하고 나서야 무혁은 남쪽 토성으로 돌아왔다.
오후 6시가 넘어가며 사위가 어둑해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몬스터 사체를 쌓아서 외벽을 두텁게 만들고 있는 남쪽 토성 거주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무혁도 한 팔 거들어야겠다며 움직였다.
사체 썩는 냄새가 진동했지만, 이보다 더 훌륭한 방패막이를 구하긴 쉽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악취를 참아가며 몬스터 사체를 차곡차곡- 쌓고 있었다.
몬스터 사체를 옮기는 건 공간 주머니로 간단하게 해결이 된다.
그러나 탄탄하게 벽을 쌓기 위해선 몬스터 사체를 정확한 위치에 놓아야 하는데 그건 거주자들이 직접 손으로만 해야 하는 일이었다.
무혁 역시 남들 눈에 띄지 않도록 묵묵하게 몬스터 사체를 쌓았다.
“하아… 이게 정말 잘하는 짓일까? 차라리 오늘 밤이라도 서쪽 토성 인근 숲에서 노숙을 하면서 3일을 버티는 게 낫지 않을까?”
거대 불곰의 시체를 쌓아 올리던 남자가 그렇게 푸념하자, 곁에 있던 거한의 사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엉뚱한 소리 하지 마! 소문 못 들었어? 헤로틴 그 개자식이 서쪽 토성의 레오나르도인지 뭔지 하는 놈과 한패라고 하잖아! 두고 봐! 서쪽 토성으로 간 놈들은 가장 먼저 방패막이로 사용되다가 죽을 거라고! 병신들! 죽을 자리를 찾아 가다니!”
“설마 그렇게까지 하려고?”
“허어! 이렇게 순진해서야! 그럼 왜 헤로틴 그 개자식만 혼자 사라졌겠어? 이게 다 계획된 일이라니까! 솔직히 말해서 헤로틴 그 개자식이 복수를 하겠다며 사람들을 끌고 떠난 것도 다 계획된 일이었다고!”
“그건 아직 확실하지 않은 일이잖아?”
“답답한 소리 작작해! 너도 물증을 들먹이겠다는 거야? 이 빌어먹을 곳에서 무슨 물증이야! 심증만으로도 충분해! 애초부터 나는 헤로틴 그 개자식이 혼자 살아서 돌아왔던 것부터 마음에 걸렸다고!”
거한의 목소리가 커서인지, 딱히 반박할 이유가 없거나, 이 논쟁을 이어나가고 싶지 않았던 건지 남자는 알겠다며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잠시 대화가 끊기고 말없이 몬스터 시체를 쌓던 중, 무혁의 귓가로 재밌는 말이 들려왔다.
“그런데 정말 이번에도 파멸의 불이 나타날까?”
“파멸은 무슨! 우리에게는 희망이지! 그리고 난 분명 이번에도 희망의 불이 나타나서 몬스터들을 모조리 쓰러트릴 거라고 믿어!”
“그렇겠지?”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듬뿍- 담긴 남자의 말에 거한은 믿으라는 듯 고개를 힘주어 끄덕였다.
‘희망의 불이라…….’
무혁은 모래 태양을 두고 희망의 불이니, 파멸의 불이니 이름을 붙인 사람들의 대화에 웃음이 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아야만 했다.
“희망의 불은 반드시 나타났으면 좋겠지만… 탐욕의 악마는 제발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탐욕의 악마?”
무혁은 저도 모르게 그렇게 반문했고, 남자는 그를 슬쩍- 바라보고는 설명을 해주었다.
“희망의 불이 죽인 몬스터의 무지개 구슬과 스킬 링을 모조리 강탈해간 검은색의 구체 말이야. 그 빌어먹을 놈이 나타나서 우리가 가져야 할 것들을 죄다 훔쳤으니…….”
지금 생각해도 분하다는 듯 말끝을 흐리며 이를 가는 남자의 모습에 무혁은 괜히 가죽 주머니에 들어가 있는 통통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미안하다 통통아, 나 때문에 네가 탐욕의 악마니 뭐니 하는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됐네.’
흔들!
무혁의 심정을 알아들었는지, 통통이가 들어가 있는 가죽 주머니가 살짝- 흔들렸다.
그렇게 하루 일과를 마치고 다음날이 되자, 무혁은 방구름과 함께 사냥을 하기 위해 숲으로 들어갔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서 낯선 남자들과 마주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