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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98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5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98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98화

피 무지개 숲 (23)

 

“…마, 말도 안 돼!”

발론은 눈앞에 펼쳐진 현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코앞에서 발사한 권총의 위력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제대로 맞히는 것이 힘들 뿐이지 명중만 시켰다 하면 어느 정도의 피해는 충분히 입힐 수 있는 게 바로 총이라는 무기가 가진 최대 장점이었다.

딸칵! 처어어- 차악! 철컥!

비어버린 탄창을 분리하고, 새로운 탄창을 끼워서 장전을 하기까지 한 호흡 만에 끝마친 발론은 방금 전과 같은 난사가 아닌 일점 사격을 시작했다.

탕탕탕탕탕탕!

하나의 목표를 정하고 그곳만을 집중적으로 사격을 가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그것이 권총이라면 더더욱 힘든 일이었다.

발론은 왼손으로 총을 받치고 오른손으로 방아쇠를 당기는 걸 멈추지 않았고, 놀랍게도 모든 총알이 그가 노리고 있는 하나의 점, 무혁의 미간을 향해 정확하게 꽂혔다.

하지만, 제아무리 발론의 사격 솜씨가 뛰어나다 한들 무혁의 미간 정확하게는 그 앞에 두껍게 생겨난 블랙 본을 뚫을 순 없었다.

적어도 5등급 블랙 본 앞에서 발론의 총은 어린아이의 장난감에 불과했다.

총알이 찌그러지며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탈칵! 탈칵! 탈칵!

탄창이 또다시 비자 발론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탄창을 바꾸기 위해 빈 탄창을 빼는 순간, 더 이상 놀아줄 시간이 없다는 듯 무혁이 오른손에 들고 있던 블랙 본 장검을 휘둘러 검은 선을 쏘아 보냈다.

촤악- 하고 발론의 왼쪽 손목이 깨끗하게 잘려나갔다.

“으아아아아아아악!”

자신의 손목이 잘려나간 걸 확인한 발론이 커다랗게 비명을 내질렀다.

이어서 날아온 검은 선이 남은 오른쪽 손목도 깨끗하게 잘라버리자 발론의 비명은 짐승의 울부짖음처럼 변해 숲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무혁은 쯧- 하고 혀를 차고는 그의 머리를 냅다 후려 차서 기절시켜버렸다.

혹시라도 과다 출혈로 죽을 것을 걱정해 잘린 손목의 출혈을 멈추게 만들고는 제니트의 표식부터 도려냈고, 이어서 그가 가지고 있던 가죽 주머니 등을 뒤졌다.

“공간 주머니를 강제로 열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 건가?”

무혁은 자신에게 쓸모없는 것들만 들어가 있는 제니트의 가죽 주머니를 바닥에 내던지며 입맛을 다셨다.

공간 주머니는 소유자만이 오픈할 수 있는 비밀 창고나 다름없었기에 지금처럼 소유자가 죽어버리면 그 안에 담겨 있는 것들을 단 하나도 가져갈 수가 없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인간 사냥꾼들은 상대를 고문해서 공간 주머니를 탈탈- 털어간다.

애초부터 목적이 다른 무혁이라지만, 공간 주머니에 담겨 있는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은 너무 아쉬웠다.

제니트에게서 챙길 만한 것들을 챙긴 무혁은 얌전히 기절해 있는 발론을 걷어차서 깨웠다.

퍼억!

“허어어억-!”

크게 숨을 들이키며 정신을 차린 발론은 잠시 주변을 돌아보며 상황 파악을 하더니 이내 제니트의 시체와 잘려버린 자신의 양쪽 손목을 확인하고는 목청껏 비명을 내지르려고 했지만.

터억!

“시끄러우니까 적당히 해.”

발론은 자신의 입에 발을 쑤셔 넣은 무혁을 올려다보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제 대화를 할 준비가 됐지?”

무혁의 물음에 발론은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거주지는 서쪽 토성이 맞지?”

그걸 어떻게 아냐는 듯 발론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굳이 이유를 설명해줄 필요는 못 느꼈기에 무혁은 자신이 알고자 하는 것들에 대해서만 질문을 던졌다.

서쪽 토성의 리더가 레오나르도가 맞는지, 그가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물었지만, 아쉽게도 발론이 알고 있는 부분은 지극히 한정적이었다.

사실, 서쪽 토성 내에서 발론과 제니트는 딱히 눈에 띄는 행동을 한 적이 없었기에 별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론을 통해 들은 정보는 충격적이었다.

“그러니까 네가 아는 걸 종합해보면, 레오나르도가 몇몇 놈들과 이미 말을 맞춰놓고 이번 강제 사냥을 주도하고 있다?”

“마, 맞아. 내, 내가 들은 바로는 강제 사냥이 시작되기 전부터 레오나르도라는 놈이 새롭게 아스펠 마을로 이주한 2년차 인간들을 포섭했다고 했어.”

“확실한 거겠지?”

“확실해! 이건 정말이야! 조금만 알아보면 알 수 있는 걸 내가 왜 거짓말하겠어? 특히 케인, 맥시어, 헤로틴이 레오나르도의 최측근이라고 알려졌어.”

발론의 말을 들으며 무혁은 어제 동쪽 토성 내부의 사람들이 케인을 따라갔어야 했다는 말을 떠올렸다.

‘헤로틴이 최측근이라 이거지?’

문득, 무혁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혹시 그럼 그때도?’

무혁은 복수를 주장하며 사람들을 이끌고 떠났었던 헤로틴의 모습과 결과적으로 홀로 살아서 돌아왔던 모습이 차례로 떠올랐다.

그때 당시 느꼈었던 이상했던 부분들이 이제는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던 무혁은 헤로틴과 53명의 희생자들에 대해서 물었다.

“레오나르도가 한밤중에 몇몇 이들을 이끌고 토성 밖으로 나간 적이 있기는 하지만 뭘 했는지는 알 수 없어.”

“그게 언제지?”

“그건…….”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대답을 하려던 발론은 무혁의 표정이 싸늘하다는 걸 파악하고는 어떻게든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처, 첫 번째 몬스터 습격이 있기 하루 전이었을 거야!”

발론의 말에 무혁은 역시 그렇군- 이라며 중얼거렸다.

“오늘 레오나르도가 남쪽 토성을 습격하는 시간은 언제지?”

“시간까지는 나도 알 수 없어. 하지만, 몬스터 습격이 시작되기 전에 해치운다고 했으니까 아마도 초저녁쯤이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을 뿐이야.”

“확실해?”

믿어 달라는 듯, 자신은 레오나르도 무리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는 발론의 모습에 무혁은 믿어보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흥분한 그를 안심시켰다.

“좋아, 믿어주지. 그럼 그 믿음의 대가로 공간 주머니에 넣어 둔 것들 모두 꺼내.”

“…뭐?”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무혁의 서늘한 음성에 발론은 입술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하, 할 수 없어.”

“그래? 그럼 죽어.”

없어도 그만이라는 듯 무심한 무혁의 음성에 발론은 움찔- 거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말이 진실이라는 듯 무혁의 손에 블랙 본 장검이 만들어지자 발론이 애원했다.

“사, 살려줘! 그건 내 전부란 말이야! 그것들이 없으면 난 살아남을 수가 없어! 그러니까 제발…….”

눈물, 콧물 흘려가며 애원을 하는 발론의 모습을 냉정하게 내려다보며 무혁이 입을 열었다.

“지금 네가 죽는 이유는 네가 지키려는 물건들 때문이야. 넌 네 목숨과 물건을 저울질했고, 결국 네가 선택한 건 물건이야. 안 그래?”

더 이상 대화는 없다는 듯 무혁이 블랙 본 장검을 들어올렸다.

그 순간 발론의 동공으로 죽어버린 제니트의 모습이 가득 들어왔고, 그로 인해 한층 가까워진 죽음의 공포 앞에서 그는 하는 수 없이 공간 주머니를 오픈할 수밖에 없었다.

발론의 공간 주머니가 오픈되자 그가 얻었던 5개의 표식을 비롯해서 상당히 많은 무지개 구슬과 스킬 링, 저격용 장총을 비롯한 상당히 많은 물건들이 바닥에 차곡차곡 쌓였다.

“이깟 물건들이 네 목숨 값보다 비싸서는 안 되지.”

무혁의 말에 발론이 아랫입술이 찢어지도록 꽉- 깨물었다.

벌겋게 변한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발론의 표정은 증오와 원한이 가득 서려 있었지만, 그런다고 눈 하나 깜빡할 무혁이 아니었다.

“그럼 이제 마지막 계산을 해야겠지?”

“무, 무슨 소리야? 네놈이 원하는 걸 다 줬잖아!”

발론이 발작적으로 소리치자 무혁이 자신의 왼쪽 가슴을 가리켰다.

마수 켈로나의 가죽 세트에 작게 난 흠집이었다.

“내 목숨 값은 계산하지 않았잖아.”

“……!”

그제야 발론은 애초부터 무혁이 자신을 살려둘 생각이 없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오……!”

어차피 죽게 됐으니 자신의 물건을 도로 회수하려고 했지만, 공간 주머니가 오픈되기 전에 무혁의 손에 들려 있던 블랙 본 장검이 그의 목을 긋고 지나갔다.

툭- 입을 벌린 상태로 발론의 머리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먼저 죽이려고 했으니 네 죽음도 당연한 거야.”

무혁은 발론의 표식을 거두고 그의 공간 주머니에서 꺼낸 물건들을 하나, 둘 분류했다.

“생각보다 많이 모았네.”

무지개 구슬의 수도 꽤 됐고, 스킬 링도 무려 5개나 됐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이미 감정이 끝난 스킬 링들은 모두 무혁에게는 하등 쓸모가 없는 것들뿐이었다.

그 외에 이런저런 잡다한 물건들 중 당장 사용할 만한 것들이나, 포인트가 될 만한 것들을 모조리 자신의 공간 주머니에 쓸어 담았다.

마지막으로 무혁은 발론의 총 두 자루를 바라보다 우선 저격용 소총을 손에 쥐었다.

“어디 보자.”

 

|저격용 SSG 소총 - 7등급 무기|

· 5발 회전식 탄창을 적용한 볼트 액션 식 저격 소총이다.

· 동일 등급 무기들 중 우수한 관통력을 가지고 있다.

· 최대 사정거리 700m까지 저격이 가능하다.

· 정마력 등급에 따라 사정거리와 관통력이 상승한다.

· 내구력이 뛰어나지 않기에 잦은 수리가 필요하다.

· 부분 개조를 통해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소음기하고 렌즈만 개조한 건가?”

헬-라시온이기에 가능한 것인지 알 순 없지만, 개조 항목에 소음기와 망원 조준 렌즈라고 쓰여 있었기에 무혁은 발론이 나름 포인트를 들여서 개조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저격용 소총에 사용하는 총알도 박스째로 3박스나 있었다.

무혁은 저격용 총을 들고 자세를 잡아봤다.

익숙하지 않았기에 상당히 어설픈 모양새였다.

“저격이라…….”

이내 바닥에 내려놓고는 권총을 집어 들었다.

 

|곤충 학살자의 권총 - 6등급 무기|

· 8발 단열식 탄창을 적용한 권총이다.

· 동일 등급 무기들 중 반동 제어 및 명중률이 상당히 뛰어나다.

· 정마력 등급에 따라 관통력이 상승한다.

· 곤충 계열 몬스터에 대한 파괴력이 3배 증폭된다.

· 내구력이 뛰어나지 않기에 잦은 수리가 필요하다.

· 부분 개조를 통해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곤충 학살자의 권총은 저격용 총보다 등급이 높았다.

무엇보다 곤충 계열 몬스터에 대한 파괴력이 3배나 증폭된다는 옵션은 어째서 발론이 그토록 많은 무지개 구슬을 모았는지, 그리고 무슨 배짱으로 전투 개미가 사방으로 널려 있는 숲에서도 사람들을 저격할 수 있었는지를 알게 해주었다.

“총알 소모가 심하긴 하겠지만, 이 정도면 나쁘진 않겠는데.”

무혁은 권총을 들고 또다시 이리저리 폼을 잡아보다가 이내 피식- 웃으며 공간 주머니에 던져 넣었다.

익숙한 무기를 외면하고 새로운 무기를 손에 쥘 정도로 무혁은 어리석지 않았다.

하지만, 저격용 소총은 조금 달랐다.

“이거 잘만 쏘면 참 효율적이기는 할 것 같긴 한데…….”

문제는 과연 자신이 저격에 소질이 있느냐 하는 거였다.

군대를 갔다 오지 않았으니 총 자체도 낯설었는데 그보다 어려운 저격을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막상 저격용 소총이 손에 들리니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걸 이렇게 쓰게 될 줄은 몰랐네.”

무혁은 공간 주머니에서 주먹만 한 새카만 보석을 꺼내들었다.

 

|6등급 마정 씨앗|

· 6등급 이하 무기, 방어구, 장신구 등의 성능을 향상시킨다.

· 등급 차이에 따라 성능 향상의 폭이 달라진다.

· 등급 차이에 따라 추가 옵션이 생성되기도 한다.

· 단 한 번 사용할 수 있다.

 

6등급 마정 50개로 만든 6등급 마정 씨앗은 한 마디로 ‘강화’ 물품이었다.

아쉽게도 6등급 이하 물건에만 사용이 가능했기에 무혁으로서는 어디에 써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쓸 만한 것을 얻었기에 아까워할 이유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정확하게 어느 정도 강화가 되는지 써봐야 나중을 대비할 수 있으니까.”

이번에는 실험인 셈이다.

무혁은 6등급 마정 씨앗을 손에 쥐고 이걸 어떻게 사용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이내 그걸 저격용 소총에 갖다 댔다.

하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이게 아닌가?”

고개를 갸웃거리던 무혁은 자신의 곁에서 통통- 뛰고 있는 통통이의 모습에 혹시나 싶어 저격용 소총과 6등급 마정 씨앗을 앞으로 내밀었다.

“통통아, 이거 네가 강화 시키는 거야?”

무혁의 말에 통통이는 언제나처럼 대꾸 없이 그대로 저격용 소총과 6등급 마정 씨앗을 동시에 집어 삼켜버렸다.

번- 쩍! 부르르르르- 빛과 함께 한 차례 떨던 통통이가 이윽고 저격용 소총을 뱉어냈다.

“색이 변했네.”

갈색이었던 저격용 소총의 색이 은은한 검은 색으로 변해 있었다.

우선 외형적인 변화에 무혁은 기대감을 품고 저격용 소총의 정보를 다시 확인했다.

 

|저격용 SSG 소총 - 6등급 무기|

· 5발 회전식 탄창을 적용한 볼트 액션 식 저격 소총이다.

· 동일 등급 무기들 중 우수한 관통력을 가지고 있다.

· 최대 사정거리 1200m까지 저격이 가능하다.

· 정마력 등급에 따라 사정거리와 관통력이 상승한다.

· 내구력이 뛰어나지 않기에 잦은 수리가 필요하다.

· 부분 개조를 통해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 10%의 확률로 원하는 목표물을 정확하게 관통한다.

 

무혁은 7등급에서 6등급으로 등급이 상승한 것도 놀라웠지만, 가장 놀란 것은 10퍼센트의 확률로 목표물을 정확하게 관통한다는 사실이었다.

뿐만 아니라, 저격 최대 사정거리 또한 500미터나 늘어나 있었다.

“…미쳤네!”

성능이 놀랍도록 향상된 저격용 소총을 바라보며 무혁은 ‘마정 씨앗’의 가치가 얼마나 대단한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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