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95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4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95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95화
피 무지개 숲 (20)
“구름아!”
무혁의 외침에 방구름은 걱정 말라는 듯 손에 쥔 방패를 들어 올렸다.
곧바로 퍼억- 하는 소리와 함께 무식할 정도로 돌진한 전투 개미의 몸통 박치기에 방구름의 상체가 크게 흔들리며 방패가 머리 위로 튀어 올랐다.
방패가 위로 들리자 전투 개미가 끼릭- 하는 기분 나쁜 소리를 내뱉으며 손에 쥐고 있던 검을 휘둘러 방구름의 허리를 노렸다.
넌 내 검에 허리가 반토막이 나서 죽을 거다- 라는 비웃음 같았다.
상체가 흔들리고 방패가 위로 들리면서 훤하게 허리를 내주고 만 방구름은 전투 개미의 검을 막을 만한 상황이 되지 못했다.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도 방구름은 침착하게 스킬을 사용했다.
‘그림자 방패!’
5등급까지 숙련도를 올린 그림자 방패가 전투 개미의 검을 막기 위해 생겨났다.
카강- 거리며 검은 그림자가 부서지듯 깨졌다.
위력과 속도가 한층 떨어졌지만, 여전히 전투 개미의 검은 방구름의 허리를 노리고 있었고, 옷깃을 잘라냈다.
카각!
둔탁한 소리와 함께 전투 개미의 검이 멈춰섰다.
전투 개미가 새카만 눈동자로 자신의 검을 막아낸 것을 바라봤다.
끼릭- 거리며 전투 개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의 검을 막아낸 건, 놀랍게도 자신의 외피였다.
이게 무슨 상황이냐는 듯 전투 개미가 놀라는 그 순간, 방구름이 이제는 내 차례라는 듯 검을 휘둘렀다.
카사사삭!
단단한 전투 개미의 외피가 깨지기보단 빠르게 녹아들며 검날이 점점 박혀 들어갔다.
뒤늦게 비명을 내지르며 전투 개미가 몸부림을 쳤지만, 이미 방구름의 검은 절반가량이나 상체를 파고 들어가 있었다.
상체 절반이 떨어져 나간 전투 개미는 더 이상 방구름에게 위협적일 수가 없었다.
전투 개미가 숨이 끊어짐과 동시에 어느새 4마리의 전투 개미를 처리한 무혁이 다가와 방구름의 머리를 헝클며 칭찬했다.
“잘 했다.”
백 마디의 말보다 이 한 번의 행동과 칭찬이 방구름을 뿌듯하게 만들었다.
온전히 자신만의 힘으로 전투 개미 한 마리를 상대해서 승리했으니 방구름으로서는 무척이나 뿌듯할 수밖에 없었다.
“형님이 주신 워 엔트의 견고한 외피 스킬이 아니었다면 결코 이기지 못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전투 개미의 검을 막아낼 수 있었던 건 3일 전, 숲으로 들어서기가 무섭게 무혁이 건네줬던 워 엔트의 견고한 외피 스킬을 익힌 덕분이었다.
그것이 아니었다면, 방구름과 전투 개미의 처지가 완전히 뒤바뀌었을 것이다.
“그것도 다 실력이야.”
무혁은 스킬을 시기적절하게 잘 사용한 방구름을 다시 한 번 칭찬했다.
그 동안 쓰러트린 전투 개미들을 집어삼킨 통통이가 무혁에게 6등급 마정 찌꺼기를 꺼내놨다.
‘이걸로 다 모았다!’
무혁은 손에 들린 5개의 6등급 마정 찌꺼기 위로 공간 주머니를 오픈해서 똑같은 개수의 마정 찌꺼기를 꺼냈다.
곧바로 통통이에게 던져주었고, 통통이는 그걸 6등급 마정으로 탈바꿈시켜서 돌려줬다.
딱 100개의 6등급 마정을 모두 꺼낸 무혁은 통통이를 바라봤다.
말하지 않아도, 의지만으로도 무혁이 원하는 것을 알아들은 통통이가 100개의 6등급 마정을 꿀꺽- 삼켰다.
부르르르- 둥그런 구체를 한 차례 떨고 나서야 통통이가 6등급 마정과 비슷하지만, 그 광채만이 조금 더 짙은 마정을 뱉어냈다.
무혁은 곧바로 불완전한 5등급 마정으로 추정되는 것을 감정했다.
“감정!”
|불완전한 5등급 마정|
· 강제로 등급을 올린 5등급 마정.
· 고유 능력 중 단 하나의 정밀 수치를 영구적으로 상승시킨다.
· 등급 차이에 따라 상승 수치가 달라진다.
· 추가 등급 상승은 불가능하다.
무혁은 불완전한 5등급 마정을 바라보다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입안으로 직행시켰다.
“꿀꺽!”
무혁의 행동에 방구름은 속으로만 도대체 저게 무엇일까- 궁금해 했다.
마음만 같아서는 다른 몬스터가 아닌 전투 개미를 잡을 때마다 통통이가 뱉어내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차근차근 물어보고 싶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말라는 단호한 무혁의 태도에 호기심을 억눌러야만 했다.
그 사이 무혁은 불완전한 5등급 마정의 섭취했다는 알림을 받았다.
[불완전한 5등급 마정을 섭취했습니다.]
[영구적으로 체력이 20% 상승합니다.]
[블랙 본의 영향으로 체력의 상승 수치가 100% 추가됩니다.]
[영구적으로 체력이 20% 상승합니다.]
“……!”
무혁은 불완전한 5등급 마정을 섭취하고 들은 알림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입을 쩍- 벌리고 그대로 굳어버린 무혁의 모습에 방구름이 괜찮냐고 물었지만, 그런 말소리 따윈 들리지도 않았다.
‘마, 말도 안 돼…….’
무혁은 자신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싶었다.
혹시나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서 황급히 자신의 정보를 확인했다.
|차무혁(13차 지구인)|
· 연차 - 2년차
· 신분 - 라시온 식민(마을 식민)
· 체력 - 5등급(40.00%)
· 근력 - 5등급(0%)
· 순발력 - 5등급(0%)
· 지구력 - 5등급(0%)
· 정마력 - 5등급(0.02%)
“이, 이거…….”
어버버- 무혁은 자신의 정보를 확인하고는 너무 놀란 듯 말까지 더듬거렸다.
5등급 0퍼센트였던 체력의 정밀 수치가 무려 40퍼센트까지 상승했다.
이 정도의 엄청난 폭등은 상상도 못 해봤기에 무혁으로서는 정말 이게 실화인지 확인하려고 제 볼까지 꼬집었다.
“큭!”
아팠다.
허황된 꿈이라면 정신 바짝! 차리라는 심정으로 힘껏 꼬집었더니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아팠다.
“구, 구름아, 잠깐만 쉬자.”
무혁은 그렇게 말하고는 제자리에 주저앉아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미미하게 손끝이 파르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만큼 체력의 정밀 수치가 40%나 상승한 건 어마어마한 핵폭탄급의 충격이었다.
몇 차례 담배를 깊게 빨아들이자 그제야 정신이 조금 수습이 됐는지 무혁은 현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하기 시작했다.
‘불완전한 5등급 마정이 아무리 대단하다 하더라도 한 번에 20퍼센트나 정밀 수치를 상승한다는 건 말이 안 돼. 그럼에도 20퍼센트나 정밀 수치가 상승한 건… 아! 포지션 특권!’
사냥꾼 포지션을 선택했기에 무혁은 체력의 정밀 수치 상승폭이 2배라는 걸 기억해냈다.
워낙 오랜만에 정밀 수치가 상승하다 보니 아주 잠깐 까먹기도 했지만, 그보다 갑작스럽게 20퍼센트나 상승했다는 사실에 얼떨떨해서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포지션 특권을 제외하면 10퍼센트.’
이 역시도 상당한 상승폭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불완전한 5등급 마정을 만들기 위해 무려 1천 마리의 전투 개미를 잡아야 한다는 극상의 노가다가 필요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고유 능력의 정밀 수치를 10퍼센트나 상승시킬 수 있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었다.
“후우-!”
무혁은 어느새 필터 끝까지 도달한 담배를 대충 던지고는 하아- 하고 웃음을 흘렸다.
정말 운이 좋아서 체력이 올랐고, 그 덕분에 상승폭이 2배가 되었다.
여기에 블랙 본 덕분에 원 플러스 원 상품처럼 정밀 수치를 추가로 얻었으니 무혁에게는 이런 막대한 행운이 다소 얼떨떨하게 느껴졌다.
“형님, 괜찮으신 거죠?”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방구름의 모습에 무혁은 안심하라는 듯 웃음을 지었다.
“괜찮지. 너무 괜찮지.”
여전히 걱정이 놓이지 않는다는 듯 한 방구름이었지만, 무혁은 몸을 일으켰다.
엉덩이에 묻은 흙을 툭툭- 털며 앞으로 자신이 남은 시간 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확실하게 목표를 정했다.
‘전투 개미의 씨를 말려버려야지.’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알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최대한 많은 전투 개미를 잡고 잡아서 최소 2개의 불완전한 5등급 마정을 만들겠다는 목표였다.
“구름아.”
낮게 쫙- 깔리는 무혁의 음성에 방구름은 뭔가 서늘한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예, 형님.”
“개미 천적이 뭐냐?”
“예?”
“네가 알고 있는 개미 천적 말이야.”
떨떠름한 표정으로 무혁을 바라보던 방구름은 이내 자신의 지식을 끄집어냈다.
“개미의 천적이라면 개미귀신이라 불리는 명주잠자리의 유충이 가장 대표적인데요. 개미지옥이라 불리는 모래함정을 만들어 놓고 개미를 잡아먹는…….”
방구름의 설명에 무혁은 원하는 건 그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을 끊었다.
“그런 거 말고 좀 더 압도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는 천적. 이를 테면… 개미핥기가 딱이겠네.”
“형님,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왜 갑자기 뜬금없는 개미 천적을 들먹이는 건지 모르겠다는 방구름을 향해 무혁이 히죽- 웃었다.
“이제부터 인간 개미핥기가 뭔지 보여줄 테니까 잘 따라와.”
그렇게 시작된 인간 개미핥기 무혁의 미친 사냥 속도는 전투 개미들에게 있어서만큼은 숲 자체가 지옥, 개미지옥이 되어 버렸다.
#
“숲 전체에 전투 개미들만 남은 것 아냐?”
무혁과 방구름이 3일 동안 아무런 문제없이 숲을 오가며 사냥을 하는 모습에 그들을 따라 숲으로 들어선 남쪽 토성 사람들은 가는 곳마다 마주치는 전투 개미들로 인해 정신없이 전투를 벌여야만 했다.
이전까지 보였던 해머 거인 등의 다른 몬스터들은 아주 가끔 보일 정도로 그 개체수가 확연하게 줄어들어 있었기에 숲 이름을 무지개 숲이 아닌, 전투 개미 숲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였다.
“그래봐야 서너 마리 밖에 되질 않잖아?”
누군가의 대꾸에 주변에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적으면 3마리, 많아야 4마리밖에 되질 않는 전투 개미들을 상대로 서른 명은 과해도 너무 과했다.
오죽했으면, 적당히 전투 개미와의 싸움에 적응한 이들 중 일부가 욕심을 부려 주변을 돌며 전투 개미들을 유인해 올 정도였다.
“모두 긴장 풀지 마. 아무리 수적으로 우리가 우세하다 하더라도 전투 개미에게 목숨을 잃는 건 한순간이야.”
마르테의 날카로운 말에도 몇 몇은 건성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혼자라면 모를까, 이 많은 인원으로 부상자나 사망자가 발생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여겼다.
그러나 사고는 항상 의외의 곳에서 나기 마련이다.
털썩!
전투 개미를 유인하기 위해 어슬렁거리던 아프리카계 흑인 남자가 이렇다 할 예고도 없이 앞으로 꼬꾸라졌다.
“레먼! 무슨… 큭!”
곁에서 나란히 걷던 이가 쓰러진 레먼을 향해 다가가다 제 가슴에서 느껴지는 불에 데인 듯한 뜨거운 통증에 신음을 흘리며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둥그렇게 뚫려 있는 가슴에서 붉은 피가 울컥, 울컥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이, 이게 무…….”
말도 채 끝마치지 못하고 남자가 앞서 쓰러진 레먼처럼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잠시 후, 가슴이 뚫린 두 남자의 시체를 향해 두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자식들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건가? 전투 개미가 득실거리는 숲에 들어오다니 말이야.”
왜소한 체격의 사내, 발론이 낄낄- 웃으며 죽은 남자들의 시체를 뒤졌다.
다부진 체격의 제니트는 주변을 유심히 살피며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제니트, 이것 좀 봐!”
발론은 시체를 뒤져 찾아낸 스킬 링 하나를 들어 올리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 외에도 무지개 구슬과 자질구레한 물품들을 모조리 털어내고는 오른쪽 정강이에 숨겨 둔 단검을 꺼내 가슴의 표식을 도려냈다.
“자, 받아.”
핏물이 뚝뚝- 떨어져 내리는 표식을 받아든 제니트는 그것을 가죽 주머니에 담으며 말했다.
“서두르자. 이놈들 일행들이 나타나면 큰일이야. 그리고 주변의 전투 개미들도 조심해야 하고.”
“제니트, 뭘 그렇게 걱정하는 거야. 전투 개미는 내 상대가 아니라는 거 잘 알잖아?”
발론은 자신의 옆구리에 찬 권총을 툭! 치며 자신 있게 웃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니, 전투 개미가 무지개를 뚫고 숲에 떨어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상황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두 사람이었다.
숲에 숨어 사람들을 하나, 둘 저격하겠다는 처음 생각은 너무 많은 이들이 사방팔방에서 숲을 헤집고 다니느라 감히 실행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바로 전투 개미의 등장이 숲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뚝! 끊기게 만들었다. 그만큼 숲에서 전투 개미는 위험한 몬스터였다.
하지만, 그런 전투 개미도 발론에게는 상대가 되지 못했다.
정확하게 말해 발론이 소유하고 있는 권총이 전투 개미에게는 최악의 무기였다.
곤충 계열 몬스터에 대한 파괴력 3배의 옵션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낫 사마귀를 상대로는 상당한 위력을 발휘했던 발론의 권총이 전투 개미를 상대로도 그 위력을 톡톡하게 발휘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다른 이들은 두려워하는 전투 개미가 발론에게는 아주 손쉬운 먹잇감에 불과했다.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어. 우리의 사냥은 이제 시작이잖아.”
제니트의 말에 발론도 순순히 인정했다.
전투 개미가 숲을 장악하고 있는 이상, 두 사람에게 숲은 완벽한 홈그라운드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