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169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9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69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7권 - 19화
오브라이언의 따끔한 말에 사르토 백작은 꿀 먹은 벙어리마냥 한 마디도 못하고 서 있기만 했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크게 화를 내며, 귀족을 모독 한다 소리 질렀을 그였지만 상대는 소드 마스터인 오브라이언이다. 웬만한 귀족보다도 상대하기가 까다로운 인물이었다.
역시나 사르토 백작은 오브라이언이 아닌 위드를 노려봤다.
“부단장의 말이 맞습니다. 저희 단원이 그런 짓을 저질렀다면 분명 백번이라도 사과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는 명확한 증거도 없는 이상 무턱대고 잘못을 시인할 수는 없습니다. 돌아가셔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시길 바랍니다.”
“흥!”
위드의 말에 사르토 백작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서 있다 들어올 적과 마찬가지로 거칠게 막사를 빠져나갔다.
사르토 백작이 빠져나가고 나서 오브라이언이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단장님께 불만을 품거나, 이번 인사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 모양입니다.”
위드 역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습니다.”
불사조 기사단에 발탁된 이들 중 자신을 불만스럽게 바라보거나, 마땅치 않다는 듯 바라보던 이들이 꽤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러한 것들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벌써부터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위드로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우선은 자세히 알아봐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예.”
앞으로 며칠 후면 전투가 있을 예정인데 과연 그때까지 불사조 기사단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만 했다.
그날 밤.
“카일러 준남작! 카일러 준남작!!”
아침에 찾아왔었던 사르토 백작이 잔뜩 분노한 음성으로 다시 막사를 찾아왔다. 아침과 마찬가지로 막무가내로 예의 없이 막사 안으로 들어선 그는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참으로 대단한 단원들을 두었더군! 혹시나 하고 주의를 시켰는데 정말로 같은 짓을 저지를 줄이야!”
“무슨 말씀이십니까?”
사르토 백작의 말투와 행동에서 그가 모든 것을 손에 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위드는 짐짓 모르겠다는 듯 대꾸했다.
“흥! 어디 밖으로 나가 그놈들의 얼굴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는지 두고 보지! 당장 나와 보게!”
사르토 백작은 당당하게 막사를 빠져나갔고, 위드는 피에나와 함께 막사 밖으로 나갔다.
막사밖엔 불사조 기사단 전체가 모여 있었다.
“단장님.”
오브라이언이 다가왔다.
“저길 보십시오.”
그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자 네 명의 사내가 무장 해제된 상태로 사르토 백작과 함께 온 듯 보이는 기사들에 의해 강제로 바닥에 무릎 꿇려 있었다.
“테일?”
놀랍게도 네 명의 사내 중 한 사람은 테일이었다.
위드의 음성에 테일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죄송하게 됐습니다. 술을 먹다 보니 시비가 생겨서 말입니다.”
테일의 곁에 있는 사내가 그렇게 말했다. 위드는 그를 바라보다 무언가가 어렴풋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혹시, 나와 만난 적이 있습니까?”
“설마 했는데 기억이 나시는 모양입니다? 하긴, 그래도 아카데미 선배였는데 기억을 해줘야 예의가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사내, 로젠이 웃자 루카가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씨팔! 뭘 잘했다고 웃고 지랄이야!”
루카의 외침에 로젠이 웃음을 뚝! 그치며 그를 노려봤다.
“흥! 자리 하나 얻었다고 눈에 보이는 게 없는 모양이군! 어디서 미천한 용병 따위가!”
“뭐, 뭐라고?!”
루카가 잔뜩 흥분해서 달려들려고 하자 가스파와 루카가 급히 말렸다.
“이런 것들도 기사단이라니. 나 원!”
곁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사르토 백작이 기가 막히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그제야 루카가 위드를 바라보며 죄송하다 말했다.
“사르토 백작님께는 정말로 면목이 없습니다.”
위드의 말에 사르토 백작이 고개를 저었다.
“고작 그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네. 분명, 아침만 하더라도 자네는 내 말을 무시하지 않았던가? 이제 확실한 물증이 있으니 어디 한 번, 아침에 말했던 것처럼 내게 백번이라도 사과를 해보도록 하게.”
“……!”
“……!”
사르토 백작의 말에 모두가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지 어떻게 그런 유치하고, 모욕적인 행동을 원한단 말인가?
“백작님! 너무 하시는 것 아닙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단장님께서 무슨 잘못을 했다고 백작님께 그런 사과를 해야 한단 말입니까? 잘못은 어디까지나 저놈들이 한…….”
“기사단의 단장 자리가 그리 쉬운 것인 줄 알았나! 단장이라면 응당 단원을 제대로 관리했어야지! 그리고, 자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와 카일러 준남작 사이를 끼어드는 건가!”
커닝의 말을 사르토 백작이 고함으로 잠재웠다.
가스파, 루카 등은 분한 마음이 들었지만 뭐라고 말을 할 수 없었다. 괜히 나섰다가는 커닝처럼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아니 그보다도 위드를 더욱 난처하게 만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뭐하는 건가! 어서 사과하지 않고!”
사르토 백작의 말에 위드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다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이제 한 번 했네.”
“…….”
고개를 숙인 위드의 눈동자가 차갑게 번뜩였다. 그러나 참아야만 했다. 괜한 나라의 존망을 걸고 함께 싸워야 할 처지에 괜한 분란을 일으킬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두 번.”
“죄송합니다.”
“세 번이군.”
사르토 백작은 위드가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 말을 할 때마다 그 수를 셌다. 그리고 기어코 백 번의 사과를 받아내고야 말았다.
그 후, 대단한 승리라도 일궈낸 장군처럼 사르토 백작이 말했다.
“나를 너무 탓하지 말게. 어디까지나 백 번의 사과를 한다고 한 것은 자네니. 그리고, 앞으로는 단원들 관리를 제대로 하도록 하게! 큰 전투를 앞두고 이런 분란을 만들면 어떻게 하나? 총사령관님께서 자네에게 불사조 기사단을 맡긴 것은 결코 이러한 것을 원해서가 아니라는 것 자네도 잘 알고 있으리라 믿겠네. 그럼 난 이만 가보도록 하지.”
사르토 백작은 데리고 왔던 기사들을 대동하고 사라졌다.
“…….”
사르토 백작이 사라지고 한참이 지났음에도 위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그의 얼굴에서 그가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이유가 무엇인가요?”
위드는 테일, 로젠 등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들은 사르토 백작이 떠나자말자 강제적으로 무릎 꿇려 있던 몸을 일으켜 몸을 주무르고 있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술을 먹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뭐,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뻔뻔스런 로젠의 말에 루카가 기어이 참지 못하고 달려들어 주먹을 내질렀다.
퍼억!
“큭!”
“이 개새끼! 뭐가 어쩌고 어째! 씨팔! 오늘 내가 널 작살내지 못하면 사람이 아니다!”
루카의 갑작스런 행동에 다급히 커닝과 가일 등이 달려들어 말렸지만 이미 로젠의 얼굴은 엉망으로 부어올라 있었다.
비틀거리며 일어난 로젠은 루카를 사납게 노려보며 말했다.
“으드득! 용병 따위……!”
“용병이 뭐? 너 따위 더러운 귀족보다 백배는 나아.”
블링크로 로젠의 앞으로 이동한 위드는 차가운 눈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는 발을 차올려 그의 턱을 깨부숴 버렸다.
“헉!!”
“다, 단장님!!”
“저, 저런!”
입을 쩍! 벌리고 놀란 얼굴을 감추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위드는 나머지 테일, 알린, 마테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한테 불만이 있으면 내게 풀어야지. 왜 다른 사람을 걸고넘어지지? 이건 나뿐만이 아니라 여기 있는 모든 불사조 기사단을 비웃게 만드는 행동이다. 내가 단장이라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지? 그렇다면 기회를 주지. 지금 이 자리에서 날 쓰러트리면 누구든 단장 자리를 넘겨주겠다.”
위드의 말에 테일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아카데미의 일을 깨끗하게 복수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에 위드는 너무나도 강했다.
“혼자서 힘들다면 셋이 함께 덤벼도 좋다. 설마, 그 정도의 용기도 없는 건가? 하긴, 그러니까 남의 뒤통수나 치는 치졸한 행동을 하고 다녔던 거겠지. 그러고도 귀족이라고 잘난 체나 하겠지.”
“이잇!”
모욕적인 말에도 어느 누구 하나 당당히 나서질 못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이어진 위드의 한마디에 그들은 자제력을 잃고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쓰레기들.”
“이 개자식!!”
“죽여 버린다!”
“으아아악-!!”
위드는 가장 먼저 테일의 주먹을 가볍게 피하며 손바닥으로 그의 뺨을 거칠게 때렸다. 쫘아악! 소리가 날 정도로 강력한 귀싸대기였다.
그리고 이어서 알린의 주먹을 피하며 얼굴 한가운데 주먹을 먹여버렸다.
퍼어억! 하는 소리와 함께 핏물이 팍! 터져 나왔다.
마지막으로 마테우의 주먹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좌측으로 밀어내며 손날로 그의 목을 후려쳤다. 퍽! 하는 소리와 케헥! 하는 소리가 동시에 울렸다.
“으윽…….”
“커허억!”
“켁켁!!”
각각 꼴사나운 모습으로 쓰러진 테일, 알린, 마테우.
한쪽 뺨이 잔뜩 부어올랐고, 코와 입에서 핏물이 흘러내리는 테일. 코가 주저앉아 피가 쉼 없이 쏟아지는 알린. 겉으로는 가장 멀쩡해 보이지만 숨이 턱턱! 막히는지 연신 켁켁! 거리며 기침을 하는 마테우까지.
세 사람은 그야 말로 한순간에 위드에게 제압당해 꼴사납게 널브러졌다.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위드가 주변을 돌아보며 불사조 기사단 전체에게 말했다.
“내가 마음에 들지 않고, 내가 임명한 상급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직접 내게 혹은 상급자에게 말을 하도록! 자신의 상급자가 용병이라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를 쓰러트리고 스스로 상급자가 되면 되는 것이고, 단장인 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내게 도전을 해 스스로 단장이 되면 된다! 총사령관님께는 내가 알아서 말을 할 테니 스스로 실력이 있다 생각하는 자들은 첫 전투가 시작되기 전까지 나서도록! 그 전까지 나서지 않으면 더 이상의 불만은 없다고 판단할 것이며, 이후 이 쓰레기들처럼 쓰레기 같은 짓을 저지르는 이가 있다면 다시는 검을 들지 못하도록 해주겠다!”
위드의 말에 몇몇 이들은 눈을 번뜩였다.
“이 쓰레기들의 상급자는 앞으로 나오도록!”
월터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40대 초반의 오스카와 30대 중반의 라디치가 월터의 뒤에 시립했다.
“월터 경!”
“예, 단장님.”
“경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쓰레기들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소.”
월터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불사조 기사단의 단원인 이상 귀족이든, 평민이든 그따위 신분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소!”
“알고 있습니다.”
“월터 경이 알아서 해결하도록 하세요.”
“걱정 마십시오!”
위드는 믿는다는 듯 그렇게 월터를 바라보고는 몸을 돌려 막사로 들어가 버렸다.
불사조 기사단원들은 물렁하게만 봤던 위드의 갑작스런 모습에 멍하니 서 있다 하나, 둘 몸을 돌리며 저들끼리 수군거렸다.
“모두 동작 그만!”
오브라이언의 외침에 단원들이 움찔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누가 해산하라고 했나? 오늘 단장님과 우리 기사단은 세상에서 가장 큰 비웃음거리가 되었다! 이대로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나? 각 부대 대장들은 들어라. 지금 당장 모든 단원들을 이끌고 공터로 이동한다!”
“옛!”
“알겠습니다!!”
가스파, 커닝, 루카는 잘 걸렸다는 표정으로 단원들을 바라봤다.
“부단장님!”
한 사내가 오브라이언을 불렀다.
“무슨 일이냐?”
“단장님의 말씀 그대로 받아들여도 되는 것입니까?”
오브라이언은 그와 몇몇 단원들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다.”
“좋습니다!”
사내가 히쭉 웃자 루카가 그를 향해 외쳤다.
“너! 소속이 어디야!”
사내가 피식거리며 대답했다.
“아쉽게도 난 제2부대 1소대 소속이요!”
“제2부대라 말이지?”
그의 외침에 가스파가 징그럽게 웃으며 자신의 대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불사조 기사단에서는 수십 명의 단원들이 반병신이 되어 자신의 막사로 실려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