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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85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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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85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85화

피 무지개 숲 (10)

 

“어휴- 도통 이놈의 숲은 적응이 되질 않네.”

무혁의 곁에서 루이스가 팔을 휘휘- 돌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니까요.”

방구름 역시도 마찬가지라는 듯 무거운 몸을 영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들과 멀지 않은 곳에서 걸음을 옮기고 있는 레이나의 표정은 신경질이 잔뜩 나 있어서 누가 말만 걸어도 짜증 폭탄을 얻어맞아야 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일까?

“그런데 저분은 왜 자꾸 우리 주변을 맴도는 걸까요?”

방구름은 레이나가 적잖게 신경이 쓰인다는 듯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당연히 무혁 때문이지.”

루이스가 히죽- 웃으며 그렇게 대답했다.

“예? 형님이요?”

무혁 역시 무슨 소리냐는 듯 루이스를 바라봤다.

“저번에 핑크빛 워터 볼 일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어제 무혁이 앞장서서 달려들던 놈을 막아줬으니 반하지 않을 수 있겠어?”

“핑크빛?”

방구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핑크빛 워터 볼은 들어보지도 본 적도 없었으며, 어제 전투에서 무혁이 레이나를 구했다니 상세한 내용이 몹시 궁금했다.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는 소리냐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무혁의 말보다 먼저 루이스가 속사포 랩을 구사하는 흑인 래퍼마냥 말을 빠르게 쏟아냈다.

“파이어 볼 날리고 완전히 탈진했을 때! 그녀를 노리고 어떤 놈이 달려들었을 때! 그때! 무혁이 마주 달려나가서 놈을 처리했지! 그녀의 표정은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들떠 있었지! 못 봤지? 하지만, 내가 봤지! 아마도 심장 가득 무혁 네가 들어찼겠지! 요우!”

방구름이 우와- 형님 정말 그러셨어요- 라며 물어왔다.

무혁은 그게 아니라며, 헛소리라고 딱 잘라 말을 하려고 했지만, 루이스가 본래 여자는 자기를 위해 희생하는 남자에게 뻑- 가는 거라는 둥, 사랑이라는 게 원래 느닷없이 찾아오는 거라는 둥, 때아닌 연애 강좌를 펼쳐대는 통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루이스의 말을 경청하는 방구름의 모습에 무혁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신경 쓰지 말자는 듯 시선을 돌려버렸는데, 하필이면 주위를 둘러보던 레이나와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다.

뭘 봐- 라는 레이나의 짜증 가득한 시선에 무혁은 픽- 웃고 말았다.

‘저게 사랑에 빠진 눈이냐?’

말 한 마디 잘 못 걸었다가는 온갖 히스테리를 받아내야 할 것 같았기에 무혁은 슬그머니 눈을 돌려버렸다.

워터 볼 나무가 있는 곳에 도착하니 당황스럽게도 워터 볼이 텅텅- 비어 있었다.

“이미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모양이네.”

넉넉잡고 3시간은 기다려야 했기에 마르테와 마일러는 상의 끝에 주변에 넓게 자리를 잡고 몬스터를 사냥하기로 결정했다.

“최소 인원 5명! 각 파티마다 간격 유지하고 습격을 받을 경우 반드시 한 명은 곧장 자리를 이탈해서 주변에 협조를 요청하도록!”

어제의 습격으로 인해 몬스터를 사냥하는 데 있어서도 철저하게 대비를 했다.

“그쪽 인원이 부족하다면 우리가 함께 해줄 수도 있고.”

레이나가 무혁과 루이스, 방구름에게 다가와 그렇게 말했다.

그녀의 곁에는 또 한 명의 여자가 서 있었는데, 레이나만큼은 아니더라도 제법 미모를 갖추고 있었기에 루이스가 재빨리 두 팔 벌려 환영해주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분들께서 우리와 함께 해주신다면 무조건 영광이지! 나는 루이스라고 하는데 그쪽 레이디는?”

“오를리아.”

짧게 자신의 이름만 밝힌 오를리아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붉은 입술을 꾹- 다물어 버렸다.

그럼에도 루이스는 신이 나서 떠들어댔고, 참다못한 레이나가 제발 좀 닥치라는 막말을 하고 나서야 멋쩍게 입을 다물고 말았다.

최소 인원으로 꾸려진 무혁 일행은 몬스터를 찾아 움직이며 사냥을 시작했다.

숲 곳곳에 몬스터가 자리를 잡고 있었기에 무혁 일행은 딱히 다른 이들과 몬스터를 두고 경쟁을 펼칠 필요가 없었다.

당장으로서야 좋은 일이었지만, 반대로 몬스터가 습격을 해올 날을 생각하면 그만큼 많은 수의 몬스터를 막아야 한다는 뜻이니 사냥을 하는 내내 사람들의 얼굴이 밝지만은 않았다.

몬스터 사냥을 하며 무혁은 일행들의 능력을 유심히 살필 수 있었다.

루이스는 전형적인 힘을 앞세운 전사처럼 투 핸드 소드를 힘차게 휘둘렀는데, 스킬의 수가 확연하게 부족했으며 무엇보다도 너무 힘만 중시하는 스타일이라는 점이 큰 단점으로 보였다.

‘1분도 걸리지 않겠네.’

무혁은 루이스와 전투가 벌어지면 1분 이내로 쓰러트릴 자신이 있었다.

‘레이나는…….’

파이어 볼이라는 강력한 마법 공격이 있는 레이나였지만, 그 외엔 모조리 바닥이었다.

기본적으로 신체 능력이 워낙 떨어졌기에 전형적인 원거리 마법사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고, 각종 스킬들 또한 여럿 구사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 외엔 특별할 것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스킬 구사 능력 하나만큼은 굉장히 빠르고 능수능란하다는 점이 칭찬을 해줄 만했다.

‘의외라면 오를리아인데.’

오를리아는 가녀린 체구를 지닌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터프하게 몬스터와 싸웠다.

50센티미터 가량의 두 자루 검을 역수로 쥐고 빠른 몸놀림으로 몬스터의 살점을 찌르고, 베는 등 조금의 물러섬도 없이 근접해서 싸우는 전투 방식을 고수했는데, 힘을 제외하면 루이스보다 모든 면에서 월등하게 뛰어났기에 정말 의외의 발견이었다.

‘스킬도 적절하게 사용할 줄 알고, 무엇보다도 담력도 좋고 센스가 상당해.’

한마디로 재능이 있었다.

무혁은 오를리아가 헬-라시온에 끌려오기 전 무슨 일을 했는지, 그리고 이곳에 오고나선 어떻게 살았는지 그녀의 과거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방구름은 루이스, 레이나, 오를리아보다 확연하게 뛰어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그것이 온전한 ‘약빨’이라는 걸 아는 무혁으로서는 역시 전투 요원보다는 연금술사로서의 재능만 믿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무혁은 실력을 모두 드러내지 않고 적당하게 움직이며 몬스터를 사냥했다.

혼자서도 칼질 몇 번에 쓰러트릴 수 있는 몬스터를 사람들과 협동해서 잡았기에 다른 이들로서도 미묘하게 가장 뛰어나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월등하게 뛰어나다는 생각은 갖질 않았다.

“스킬 링이다!”

해머 거인의 가슴팍에서 스킬 링 하나가 나오자 파티원들의 눈에 욕심이 이글거렸다.

일전에 무혁이 방구름과 함께 몬스터를 사냥하며 얻었던 스킬 링은 감정 결과 ‘거인의 함성’이라는 스킬로 고함을 내질러 몬스터의 어그로를 끄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당연히 방구름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스킬이었고,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무혁이 홀로 잡아서 얻은 스킬이었기에 당연히 무혁의 차지였다.

하지만, 이번 스킬 링은 모두가 함께 잡은 해머 거인에게서 얻었기에 그 주인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다.

“우선 감정부터 하고나서 주인을 정해보자고.”

무혁은 다른 누가 감정 스킬을 사용할까 싶어 얼른 스킬 링을 손에 쥐었다.

 

[‘바람 변환’이 감정되었습니다.]

[감정,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바람 변환 - 일반 : 7등급(00.00%)|

· 한 순간 바람의 방향을 임의적으로 바꿀 수 있다.

· 등급이 올라갈수록 바람의 세기가 강해진다.

 

감정 스킬을 통해 확인한 스킬은 ‘바람 변환’이라는 딱히 대단할 것 없는 스킬이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무혁과 같은 이들에게나 해당되는 대단할 것 없는 스킬이었지만, 딱 한 사람 레이나는 탐을 내는 얼굴로 스킬 링을 쳐다보고 있었다.

‘마법을 사용하는 레이나에게는 확실히 필요한 보조 스킬일 수도 있겠구나.’

무혁은 대충 스킬 링의 주인이 정해졌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바람 변환’ 스킬은 중앙탑에서도 판매하지 않았으니 희귀성이 더 높았다.

이제 남은 건 적당한 가격 책정이다.

무지개 구슬 10개.

상의 끝에 레이나가 바람 변환 스킬을 획득하는 조건으로 파티원들 개개인에게 무지개 구슬 10개(총 40개)를 양도하기로 결정했다.

무지개 구슬의 가치는 아직까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오크 상인을 통해서만 그 가치를 책정할 수 있었으니까.

때문에 몬스터 한 마리를 잡을 때마다 얻을 수 있는 무지개 구슬을 모든 파티원들에게 10개씩 양도하기로 한 건 결코 비싼 값을 치렀다고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당장 40개나 되는 무지개 구슬을 내놔야 하는 레이나로서는 운이 좋아 오크 상인을 만난다 하더라도 무언가를 구매할 여유가 없어졌고, 딱히 필요치도 않은 스킬을 얻는 조건으로 무지개 구슬 40개를 소모하느니 10개를 받고 끝내는 것이 다른 파티원들에게도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기에 거래는 모두에게 만족스럽다 할 만했다.

다만, 당장 40개나 되는 무지개 구슬을 보유하지 못한 레이나로서는 앞으로 잡으면 나올 무지개 구슬을 한 명, 한 명에게 갚아 나갈 수밖에 없었다.

“구름아, 지금까지 모은 무지개 구슬이 몇 개나 돼?”

무혁의 물음에 방구름은 잠시만 기다려달라며 가죽 주머니를 열어 그 수를 확인했다.

“114개입니다.”

무혁과 방구름이 함께 모았다고 하지만 사실상 무혁이 거의 다 모은 수였다. 그러나 무혁은 그것이 모두 자신의 것이라고는 여기지 않았으며, 오크 상인을 통해 무언가를 구매하더라도 방구름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면 주저 없이 구입할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최대한 많은 수의 무지개 구슬을 모아야 한다고 여겼다.

몇 마리의 몬스터를 더 잡고 나자 워터 볼이 열릴 시간이 되었고, 무혁 일행은 곧바로 워터 볼 나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크으- 역시 보기만 해도 든든하네!”

루이스의 말처럼 나무마다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워터 볼은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른 느낌이 들었다.

일사천리로 워터 볼을 공간 주머니에 넣고 나자 절대 다수가 원하는 대로 계속해서 몬스터 사냥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루이스, 오를리아! 옆으로 빠져!”

레이나의 뾰족한 음성에 해머 거인을 상대로 공방을 주고받던 루이스와 오를리아가 재빨리 옆으로 몸을 날렸다.

갑작스럽게 두 명의 상대가 옆으로 빠지자 해머 거인이 거칠게 괴성을 내지르며 오를리아를 향해 움직였지만, 이미 모든 준비가 끝난 레이나는 어딜 가냐며 양손에 잔뜩 응축시켜 놓은 파이어 볼을 내던졌다.

쾅! 쾅!

폭발음과 함께 해머 거인의 상반신에 파이어 볼이 적중했다.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며 해머 거인의 몸이 붕- 떠올라 뒤로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는데, 이미 생명의 빛이 꺼진 듯 눈동자부터 죽어 있었다.

“휘유- 정말 위력 하나는 어마어마하네! 크으- 탄내가 고약하네.”

루이스는 시커멓게 타버린 해머 거인의 가슴을 가르고 무지개 구슬을 끄집어냈다.

“괜찮아요?”

방구름은 다소 창백하게 변한 레이나의 혈색을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해머 거인 정도는 제대로 한 방만 맞으면 그대로 즉사할 정도로 파이어 볼의 위력은 강하다.

하지만, 위력이 강한 만큼 레이나가 받아야 하는 부담도 적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오늘 하루 꽤 많은 파이어 볼을 사용함으로써 서서히 그녀의 정신력은 물론, 체력에도 한계가 온 상태였다.

“걱정할 것 없어. 조금 쉬면 괜찮아지니까.”

걱정스럽게 자신을 바라보는 방구름에게 레이나는 신경 쓸 것 없다는 듯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무혁은 시계를 확인하고는 일행들을 바라봤다.

“이제 슬슬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벌써?”

루이스가 가장 먼저 아쉬워했고, 말을 하지 않았지만 오를리아 역시 조금 더 몬스터를 잡고 싶다는 눈치를 보였다.

무혁은 두 사람의 아쉬움을 깨끗하게 무시하며 말했다.

“시간도 그렇지만, 레이나의 상태도 썩 좋아 보이지는 않고…….”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레이나가 눈을 치켜떴지만, 무혁이 먼저 잽싸게 말을 이었다.

“어차피 오늘 하루만 사냥하고 끝날 것도 아니잖아? 개인적으로는 우리 파티가 썩 나쁘지 않다고 생각되는데 앞으로도 이렇게 함께 하는 게 어떻겠어?”

무혁의 말에 역시나 루이스가 가장 먼저 반응했다.

“나는 대찬성! 우리 파티는 정말 환상적이지! 어때, 내 말에 동의하지?”

오를리아와 레이나 역시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하자 무혁은 그럼 내일부터 더 열심히 사냥을 하자며 돌아가는 것을 못 박아 버렸다.

아쉬움이 남기는 했으나, 어차피 하루, 이틀 몬스터를 잡아야 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루이스와 오를리아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레이나 역시 아닌 척 해도 속으로는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기에 돌아가는 발걸음이 한결 가볍기만 했다.

때마침 다른 이들 역시도 서서히 사냥을 끝내고 토성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무혁과 일행들은 곧장 남쪽 토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 깜빡하고 잊은 게 있네. 먼저들 들어가서 쉬고들 있어.”

무혁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누가 말릴 새도 없이 숲으로 다시 들어가 버렸다.

“무혁! 무혁! 혼자서 위험하게 어딜 가는 거야!”

당황한 루이스가 걱정스럽게 무혁을 불렀지만, 소용없었다.

“위험하지 않을까? 우리도 따라 갈까?”

루이스의 말에 오를리아는 숲을 넌지시 바라봤고, 레이나는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어쩌겠냐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방구름이 그럴 필요 없다는 듯 그들을 말렸다.

“금방 돌아오실 거니까 걱정 말고 우리는 그만 들어가요.”

“무혁이 걱정되지도 않아?”

가장 친해 보였던 방구름이었기에 루이스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여기 피 무지개 숲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어쩌면 무혁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가까스로 삼키며 방구름은 괜찮다, 걱정할 것 없다며 일행들을 등 떠밀 듯 토성으로 이끌었다.

‘형님 혼자 사냥하시려는 생각이겠지?’

토성 정문을 들어서며 방구름은 슬쩍- 숲을 돌아보고는 별일이야 있겠냐는 듯 고개를 돌렸다.

일행들의 걱정을 뒤로 하고 홀로 숲으로 돌아온 무혁은 방구름의 생각처럼 혼자만의 사냥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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