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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80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7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80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80화

피 무지개 숲 (5)

 

쿵-!

해머 거인을 쓰러트린 무혁은 입맛을 다셨다.

‘생각보다 너무 약하네.’

몇 번의 칼질에 죽어버린 해머 거인의 모습에 무혁은 자신이 강하다는 생각보다는 현재 피 무지개 숲의 난이도가 너무 낮은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기압의 영향으로 움직임을 속박 당하고 있는 중이라 하더라도 해머 거인은 너무 약했다.

물론, 현재 위치가 토성과 가까운 즉, 숲의 외곽지라는 점을 생각하면 속단일 수도 있겠지만, 현재까지의 상황은 다소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무혁이었다.

그러한 무혁의 생각과 다르게 5명이서 10분 동안 잡아야 했던 해머 거인을 홀로 칼질 몇 번 만에 잡아버린 무혁의 무력에 방구름의 얼굴엔 또다시 무한한 존경의 감정이 가득 차 있었다.

해머 거인의 가슴을 가르고 그 속에서 피 무지개 구슬을 꺼낸 방구름은 곧바로 그걸 무혁에게 건넸다.

“형님, 여기 무지개 구슬이요.”

가까이서 보니 훨씬 더 영롱했다.

기념품으로 하나 정도 남겨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정도로 꽤나 아름다웠다.

거기에 무지개 구슬은 거의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벼웠기에 휴대성도 굉장히 좋은 편이었다.

“우선 여기에 넣어둬.”

무혁은 가죽 주머니 형태의 공간 주머니를 허리춤에서 끌러 방구름에게 던졌다.

“제가 가지고 다니라고요?”

“왜? 얼마 안 들어갈 것 같아서 그래? 그거 공간 주머니니까 걱정 마.”

“아, 아니요. 그게 아니라…….”

방구름이 놀란 이유는 무지개 구슬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순 없지만, 어쨌든 피 무지개 숲에서 가장 중요한 전리품이 될지도 모르는 것을 자신에게 맡기겠다니 방구름으로서는 그런 무혁의 신뢰가 또 한 번 가슴을 묵직하게 만들었다.

무혁은 감격한 방구름의 표정을 슬쩍- 흘겨봤다.

이건 일종의 시험이다.

방구름이 과연 자신의 믿음에, 신뢰에 보답을 해줄 수 있을 것인지 알아볼 참이다.

자고로 욕심 없는 인간은 없다.

하지만, 그 욕심을 절제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큰 차이가 나고 거기서부터 신뢰가 쌓이는 법이다.

“제 목숨을 걸고 절대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가죽 주머니를 자신의 허리춤에 단단하게 동여맨 방구름의 외침에 무혁은 또다시 별것 아닌 일에 결사적인 그의 모습이 우습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마음가짐이 기특하게도 보였다.

“그래, 잃어버리지 마. 이제 속도 좀 올릴 테니까 잘 따라와.”

무혁은 다른 이들과 다르게 숲 중심지를 향해 거침없이 움직였다.

방구름은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기는 했지만, 무혁을 믿는다는 듯 군소리 없이 뒤를 따랐다.

해머 거인을 시작으로 콩구스라는 거대 갑옷 도마뱀과 1미터의 크기를 자랑하는 낫 사마귀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무혁은 방구름의 믿음대로 눈에 보이는 족족 몬스터들을 처리했다.

“콩구스 고기는 육질이 쫀득해서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꽤나 고급 재료로 통한다고 하던데 여기서는 지천으로 널려 있으니 식량 걱정은 없겠지만… 이번 강제 사냥이 끝나면 입맛만 까다로워지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거대 갑옷 도마뱀 고기를 공간 주머니에 넣으며 방구름이 그렇게 말했다.

계속해서 이런 식이었다.

표정은 긴장으로 굳어 있었지만, 방구름은 조금이라도 분위기를 밝게 해보려고 쉬지 않고 입을 놀렸고, 무혁 역시 고요한 적막감보다는 낫다 여겨 간간히 대꾸를 해주고 있었다.

“어? 저, 저건! 형님, 저기 워터 볼이 있습니다!”

무혁은 방구름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다.

그리 크지 않은 나무에 위태로울 정도로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성인 머리통만 한 크기의 둥그런 열매는 마치 연둣빛 박처럼 생겼는데, 그 속에 시원한 물이 가득 담겨 있어서 헬-라시온에서는 ‘워터 볼’이라고 불렀다.

“저게 그 유명한 워터 볼이구나.”

무혁이 신기한 듯 바라보자 방구름이 그 맛이 일품이라며 엄지를 척- 하고 들어 올렸다.

“그렇지 않아도 식수가 보이질 않아서 걱정이었는데… 식수는 여기서 해결하란 소리네.”

워터 볼 나무는 수십 그루가 넘었다.

한눈에 보더라도 피 무지개 숲의 식수 창고가 바로 여기다- 라고 말하고 있었다.

워터 볼 나무 한 그루에 대략 40에서 50개 정도의 워터 볼이 열리는데, 놀라운 사실은 2시간에서 3시간 정도면 가지에서 떨어진 워터 볼의 수만큼 그대로 나뭇가지에 생겨난다는 점이다.

사실상 워터 볼 나무를 뿌리까지 파내거나, 불에 태워버리지 않는 이상 마르지 않는 샘과 마찬가지로 식수에 대한 걱정은 눈곱만큼도 할 필요가 없었다.

“어디 얼마나 물맛이 좋은지 볼까?”

무혁은 워터 볼 하나를 따서 그대로 엄지손가락으로 구멍을 냈다.

워터 볼의 물맛은 방구름이 극찬을 할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마치 냉장고에서 보관하고 있던 물처럼 시원했고, 아주 약하게나마 탄산수 맛도 낫다.

“캬하- 물맛 좋네.”

워터 볼 하나를 모조리 마시고 나서야 무혁은 감탄을 내뱉었다.

“역시 워터 볼 물맛은 끝내주네요!”

방구름 역시 워터 볼 하나를 시원스럽게 들이키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사이 무혁은 워터 볼 하나를 들고 무게를 측정해보더니 입을 열었다.

“구름아, 공간 주머니에는 너랑 나랑 각각 150개까지만 담자.”

“최대한 많이 담지 않고요?”

숲을 탐사하며 식수가 끔찍할 정도로 구하기 쉽지 않다는 걸 두 눈으로 확인했기에 방구름은 공간 주머니가 꽉- 차도록 워터 볼을 넣어야 하지 않겠냐는 듯 무혁을 바라봤다.

“우리 공간 주머니가 크다는 걸 구태여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 줄 필요는 없잖아. 너랑 나랑 3백 개 정도면 딱 적당해.”

워터 볼의 무게는 대략 2킬로그램, 150개를 담으면 300킬로그램이 된다.

300킬로그램짜리 공간 주머니를 소유하고 있다면 그리 대단할 건 없었으니 주변의 이목을 최대한 피하고 싶은 무혁으로서는 딱이었다.

방구름 역시 무혁의 의도를 듣고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혁이 워터 볼 나무를 슬쩍 걷어차자 쾅- 소리와 함께 후두두두둑- 워터 볼이 바닥에 떨어졌다.

껍질은 얇았지만 그 단단함은 부족하지 않았기에 쉽사리 깨지지 않았다.

무혁과 방구름은 바닥에 떨어진 워터 볼을 공간 주머니에 150개씩 담기 시작했다.

워터 볼을 공간 주머니에 넣고 나서야 무혁과 방구름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오늘 할당량이라고 할 수 있는 식량과 식수는 충분하다 못해 넘치도록 구했으니 이제는 더욱 빠르게 숲을 탐사해볼 생각이었다.

무혁의 걸음에는 거침이 없었다.

그렇게 무혁을 따라 움직이는 방구름도 무지개 구슬을 채취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형님! 스킬 링입니다!”

낫 사마귀의 배에서 반짝거리는 스킬 링을 얻은 방구름이 활짝- 웃었다.

“형님! 이거 고유 스킬 링입니다!”

방구름이 내미는 스킬 링 표면에는 물결 문양이 두 개 음각되어 있었다.

“고유 스킬을 담고 있는 건 또 처음이네.”

무혁은 그렇게 말하고는 그것도 가죽 주머니에 잘 넣어두라고 했다.

무지개 구슬과 다르게 스킬 링을 넣을 때의 방구름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고 밝았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언뜻 시계를 확인해보니 오후 3시를 알리고 있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정확하게 10시부터 시작된 숲 탐사였으니 어느덧 5시간이 흐른 셈이다.

“숲의 규모가 정말 어마어마하네요.”

방구름은 5시간이나 숲을 돌아다녔다는 사실에 혀를 내둘렀다.

조원들과 함께 1시간 정도는 굉장히 조심스럽게 움직였기에 이동 거리가 짧은 편이었고, 이후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내며 전투를 하느라 할애한 시간도 결코 적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런 시간들을 모두 제외한다 하더라도 무혁의 이동 속도를 생각했을 때 아직까지도 숲 중앙의 검은 기둥이 멀찍이 보인다는 건 숲의 크기가 섬뜩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약속한 시간이 있으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자.”

마음만 같아서는 숲 중앙 기둥까지 가보고 싶은 무혁이었지만, 첫 날부터 괜히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싶지 않았기에 하는 수 없이 왔던 길을 되돌아 갈 수밖에 없었다.

“한 시간 밖에 안 남았으니까 서두르자.”

무혁은 그렇게 말하고 방구름과 함께 거의 뛰다시피 남쪽 토성을 향해 길을 되짚어갔다.

 

#

 

“저기 오네!”

토성 인근에서 서성거리고 있던 조원 중 한 명이 무혁과 방구름을 발견하고는 얼른 오라며 손짓을 해댔다.

“시계 있다고 잘난 척 하더니 시간은 볼 줄 모르는 모양이죠?”

무혁이 속한 조에는 3명의 여자가 속해 있었는데, 그 중 가장 예쁘장하게 생긴 백인 여자가 비꼬듯이 말을 했다.

“길을 좀 헤맸더니 늦었네요.”

무혁이 그렇게 둘러대자 백인 여자는 한심하다는 듯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조장! 이제 다 왔으니까 돌아갑시다!”

다른 남자의 말에 노돈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사히 모두 돌아왔으니까 이제 들어갈게요.”

기다렸다는 듯 앞장서서 걸어가는 조원들을 바라보며 방구름이 작게 속삭였다.

“우리가 돌아오길 꽤 오래 기다렸나 보네요.”

“그러게 말이다.”

무혁은 담배를 하나 꺼내 물고는 노돈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조장이라고 조원들을 챙기는 모습은 분명 칭찬받아 마땅했지만, 오늘처럼 지속적으로 조원들을 너무 꼼꼼하게 챙긴다면 자신에게는 꽤 거치적거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시아 친구. 담배 있으면 나도 하나 부탁해도 괜찮을까?”

흑인 남자가 무혁의 곁으로 다가와 친근하게 굴었다.

“그러죠.”

무혁이 쉽게 담배를 건네주자 흑인 남자가 고맙다는 듯 활짝- 웃었다.

“크흐- 좋다!”

담배 맛을 가만히 음미하던 흑인 남자는 이내 자신을 소개했다.

이름은 루이스였고, 도미니카 출신이라고 했다.

“메이저리거가 돼서 가족들을 위해 집을 짓고 마을에 번듯한 야구 캠프를 차리는 게 내 꿈이었는데…….”

루이스는 야구 선수였다고 했다.

제법 실력이 좋아서 여러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에게 눈도장도 잘 찍어뒀기에 머지않아 메이저리그에 입성할 것이라고 여겼는데 한 순간에 헬-라시온이라는 이 황당한 세상으로 끌려온 것이다.

“포지션은 뭐였죠?”

“이 강인한 어깨 안 보여? 내가 선발 투수로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집어삼키려고 했었는데… 현실은 이 꼴이네. 하하하!”

어깨를 으쓱- 거리는 루이스의 모습에 무혁은 그가 꽤나 유쾌한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일본? 아니면 한국?”

“한국이요.”

“그쪽도?”

방구름도 고개를 끄덕이자 루이스가 ‘코리아’라는 말을 내뱉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유를 물어보니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여러 선수들 중 한국 선수를 유독 좋아했다고 했다.

루이스의 성격이 유쾌하다보니 짧은 대화를 나누면서도 무혁과 방구름은 여러 번 웃음을 지어야만 했다.

“무혁, 담배 고마웠어.”

루이스가 자신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자, 무혁은 이내 담배 한 보루를 꺼내서 건넸다.

“정말 날 주는 거야?”

“앞으로 잘 지내자는 선물.”

“오! 정말 고마워!”

루이스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무혁을 끌어안았다.

남자끼리 이러지 말자는 말에 루이스는 장난스럽게 뽀뽀까지 하려는 제스처를 취했고, 무혁은 펄쩍- 뛰며 뒤로 물러나야만 했다.

그러는 사이 토성 앞까지 도착한 노돈과 조원들은 어서 오라며 소리쳤다.

“하여튼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이네.”

무혁의 지각에 시비조로 말을 했던 백인 여자가 또다시 보란 듯이 눈을 찌푸렸다.

“신경 쓰지 마. 굉장히 히스테릭한 여자거든.”

루이스의 말에 무혁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대수롭지 않게 여자를 무시했다.

그런 무혁의 태도에 여자가 다시 한 번 눈을 찌푸렸지만, 이내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런데 왜 이렇게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거죠?”

방구름의 물음에 루이스가 곧바로 대답을 해주었다.

“노돈 조장 말로는 숲을 나갔다 오면 이렇게 들어가기 전에 구해온 식량을 확인할 거라고 하더라고. 토성으로 그냥 들어가 버리면 구해온 식량이 저장소로 자동 이동되니 할당량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나 뭐라나. 덕분에 꽤나 번거롭게 생겼지.”

루이스의 말처럼 토성 정문 앞에는 숲을 탐사하고 온 이들이 길게 줄을 서서 자신의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만히 서서 루이스의 말을 곱씹던 방구름이 이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다고 이렇게 일일이 구해온 식량을 토성 앞에서 끄집어 낼 필요가 있을까요? 자동으로 식량 저장소로 이동이 된다면 한 사람씩 토성으로 그냥 들어가면 되잖아요?”

“멍청하기는! 할당량을 확인해야 한다는 소리 못 들었어?”

무혁의 앞에 줄을 서고 있던 백인 여자가 신경질적으로 대꾸하자 방구름이 순간 움찔- 하면서도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식량 저장소를 관리하는 사람이 늘어난 식량을 확인하면 되잖아요?”

“그게 무슨 헛소리…….”

짜증난다는 듯 날카롭게 대꾸를 하던 백인 여자가 이내 방구름의 말뜻을 알아차리고는 입을 다물었다.

사람 한 명이 토성으로 들어설 때마다 식량 저장소에는 식량이 늘어날 것이다. 그걸 확인만 하면 되는 것이니 구태여 번거롭게 토성 앞에서 구해온 식량을 끄집어내서 확인을 하고 다시 들고 들어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토성으로 들어가는 시간도 급격하게 단축이 될 것이니 방구름의 생각은 단순하게 듣고 넘길 것이 아니었다.

“굿 아이디어!”

루이스는 방구름을 향해 엄지를 들어 올리고는 즉시 노돈 조장에게 달려갔다.

이야기를 들은 노돈 역시 좋은 생각이라며 마르테 팀장을 찾아갔고, 마르테 팀장은 다른 팀장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좋은 방법이라고 내일부터 바로 실행에 옮기겠다고 했어. 오늘은 아직 준비가 덜 됐으니까 그냥 이대로 가겠다니까 오늘만 참자고.”

노돈 조장에게 결과를 듣고 온 루이스의 말에 무혁은 방구름을 향해 똑똑하다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제가 아니더라도 어차피 누군가 금방 생각해 냈을 거예요.”

이후, 무혁과 방구름, 루이스는 쉴 새 없이 떠들었다.

주로 떠드는 쪽은 루이스였고 방구름과 무혁은 맞장구를 쳐주는 쪽이었다.

“정말 짜증날 정도로 시끄럽네!”

과장될 정도로 자신의 귀를 틀어막으며 백인 여자가 신경질을 부렸지만, 세 남자는 개의치 않고 낄낄- 거리며 떠들어댔다.

자신의 차례가 되자 백인 여자는 재빨리 자신이 구한 식량을 꺼내놓았다.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정체 모를 고깃덩어리는 이틀이 아니라, 3일도 넉넉하게 먹을 양이 되었지만, 식수는 단 한 방울도 구하지 못한 백인 여자였다.

“휴우! 또 식수는 없네.”

백인 여자가 구한 것을 확인한 팀장 마르테가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숲에서 식량을 구하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식수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구하기가 쉽지 않았기에 마르테와 각 팀장들은 걱정이 큰 편이었다.

마르테가 걱정을 하거나, 말거나 백인 여자는 더 이상 자리를 지키고 서 있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고개를 살짝 돌려 무혁 등을 바라보며 들으라는 듯 말했다.

“어유! 재수 없어!”

흥- 하고 고개를 돌리며 백인 여자가 토성 안으로 발을 들여놓을 때였다.

와르르르르르!

가볍게 땅에 진동이 느껴지자 백인 여자가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맙소사!”

백여 개가 훨씬 넘는 워터 볼이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고, 그 중심에는 무혁이 당당하게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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