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7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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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0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77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77화
피 무지개 숲 (2)
남쪽 토성으로 이동된 무혁은 그 자리에서 가만히 서 있어야만 했다.
‘약간 어지럽네.’
눈 주위가 지끈거릴 정도의 미약한 두통이 느껴졌는데, 갑작스런 공간 이동으로 인한 후유증인 듯싶었다.
“형님!”
방구름이 무혁을 발견하고는 다가왔다.
“엇갈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시간이 촉박해서 혹시라도 토성의 위치가 어긋났으면 어쩌나 싶었던 무혁의 얼굴에도 안도의 미소가 내려앉았다.
“대략 천 명이라고 치고, 네 방향으로 토성이 존재하니까 250명은 와야 딱 평균을 유지하겠는데요? 이왕이면 많은 사람들이 남쪽을 선택했으면 좋겠습니다.”
방구름은 주변을 둘러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럴까?”
단순히 생각하면 숫자가 많을수록 유리한 것 같지만, 그 속에서 일어날 일들을 생각하면 딱히 많은 숫자가 온다고 마냥 환영할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무혁이었다.
자고로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처럼 무혁은 무작정 많은 인원보다는 소수일지라도 정예면 충분하다고 여겼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이들이 더욱더 많았다.
“뭐야? 이게 전부야? 젠장할! 망했군!”
사람들 속에서 누군가 큰 목소리로 짜증을 부렸다.
자연스럽게 이목이 집중되자, 짜증을 부렸던 백인 남자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은 얼굴로 주변을 훑어보며 말했다.
“어차피 우리 모두 살아남는 게 최우선 목표잖아? 안 그래? 그러니까 이렇게 다 모여 있을 때, 각자의 역할을 정하는 게 어때?”
190센티미터가 넘는 큰 키에 위압감을 풍기는 근육질 몸매만 보더라도 힘깨나 쓰게 생겼고, 그 때문인지 타인보다 자신감이 팽배해 보였다.
당연히 저런 피지컬을 타고 났으니 힘의 논리대로 돌아가는 헬-라시온에서 제 세상 만난 듯 살았을 것 또한 안 봐도 비디오처럼 뻔히 보였다.
그래봐야 아스펠 마을 식민이지만 말이다.
“어떻게 역할을 정하자는 거지?”
날렵하게 생긴 흑인 남자가 그렇게 물었다.
“우선은 간단하게 두 부류로 나눠야지. 지키는 쪽, 구하는 쪽.”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구할 것인지는 구태여 물을 필요가 없었다.
“별론데?”
흑인 남자가 대놓고 부정하자 처음부터 주도권을 쥐려고 했던 남자가 험악하게 인상을 찌푸렸다.
샛노란 눈썹을 꿈틀거리며 백인 남자가 성큼성큼 흑인 남자를 향해 다가갔다.
“이번에 처음으로 아스펠 마을에 온 거냐?”
“너도 그런 것 같은데?”
머리통 하나 차이가 날 정도로 왜소하게 보이는 흑인 남자였지만, 조금도 물러섬이 없었다.
“뭐가 별로인지 날 설득시켜야 할 거다.”
“못하겠다면?”
“내 손에 죽겠지.”
징그럽게 웃는 백인 남자를 향해 흑인 남자는 재밌다는 듯 마주 웃었다.
“네가 날? 그럴 실력이나 되고?”
“확인하고 싶어? 그런데 어쩌냐? 그걸 확인하는 순간 네 머리통이 내 손에 들려 있을 텐데?”
“그렇게 말하니까 더 확인하고 싶은데?”
흑인 남자의 눈동자가 매섭게 번뜩였다.
백인 남자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듯 몸을 움직이려고 하자, 교묘하게 두 사람 사이로 제삼자가 불쑥- 끼어들었다.
“분위기가 왜 이렇게 험악해? 우리끼리 피를 봐서 어쩌겠다는 거야? 잊었어? 우리는 이제부터 하나로 똘똘 뭉쳐서 이 빌어먹을 숲에서 21일을 버텨야 한다고. 설마 다 같이 죽자는 건 아니겠지?”
번들번들하게 생긴 유럽인의 말에 백인 남자는 비키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넌 빠져. 어차피 저런 놈 하나 없다고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을 테니까.”
“그건 아니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나, 둘 걸러내 버리면 결국 얼마나 남겠어? 그런 생각은 정말 위험한 발상이야. 만약, 이 자를 죽이겠다면 나는 이쪽 편을 들 수밖에 없어.”
순식간에 2대 1로 변하자 백인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렸다.
성질 같아서는 2명이든, 3명이든 상관없으니 덤비라고 하고 싶었지만, 주변의 이목이 워낙 집중되고 있던 터라 차마 악역을 자처할 용기까지는 없었다.
“운 좋은 줄 알아라.”
“별로. 초반에 허세를 부려서 리더라도 되고 싶은 모양인데 그래봐야 너나 나나 여기 있는 모두가 이미 한 번 실패한 거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나?”
빈정대듯 대꾸를 하는 흑인 남자의 모습에 백인 남자가 다시 폭발하려고 했지만, 유럽인이 재빠르게 가로막았다.
“이봐, 괜한 시비로 분위기 망치지 마. 계속 이 친구를 자극하겠다면 나도 널 돕지 않을 거야.”
“난 도와달라고 한 적이 없는데?”
원래 성격이 그런 것인지, 그나마 여기선 실력에 자신이 있다 여기는 것인지 흑인 남자의 태연한 태도에 유럽인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알았어. 그건 그렇다고 치고. 이 친구의 제안이 왜 별로인지 그 이유부터 말해봐.”
“당연히 별로지. 단순하게 지키고, 구하자는 게 말이 돼?”
“말이 안 된다고?”
“당연하지. 지키는 쪽은 무지개 구슬을 어떻게 얻을 건데? 스킬 링은? 그 외 각종 아이템은? 그리고 구하는 쪽은 매번 목숨을 걸고 숲을 헤집고 다녀야 하고, 어렵게 구한 식량 등을 지키는 쪽과 나눠야 하는데 과연 그걸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린 아직 저 숲에 있을 몬스터들에 대한 정보도 없을뿐더러, 얼마나 자주 몬스터의 공격을 받게 될지 알 수도 없는데 이런 부분까지 생각하면 전혀 공평하지 않지.”
“고작 그런 문제라면 로테이션을 돌리면 간단히 해결되지 않겠어?”
“물론 그러면 되겠지. 하지만,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지.”
“굉장히 궁금하군.”
백인 남자의 비아냥거림에 흑인 남자는 잘 들어보라는 듯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팀을 짜면 돼. 어디 보자…….”
흑인 남자는 재빠르게 남쪽 토성을 선택한 이들의 머릿수를 파악했다.
“아쉽게도 250명은 못 넘는 것 같지만, 어쨌든 세 팀으로 나눠서 각 팀별로 방어와 정찰, 그리고 식량을 구하는 거지. 당연히 하루마다 역할을 변경해야 하고, 각 팀별로 얻은 식량을 제외한 나머지는 팀원들끼리 의논해서 공평하게 분배를 하든, 개인적으로 가지든 그건 알아서 하면 되겠지.”
“결국 나와 별 차이가 없잖아?”
백인 남자가 콧방귀를 끼자, 흑인 남자는 손가락 두 개와 세 개를 각각 왼손과 오른손으로 흔들며 비웃음을 지었다.
“디테일의 차이다.”
비아냥거리듯 말을 하는 흑인 남자의 모습에 백인 남자가 다시 욱- 하려고 했지만, 유럽인이 재빨리 끼어들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저 친구와 비슷한 의견이네. 그럼 나는 그 의견에 더해서 식량에 대한 규칙은 확실하게 정했으면 하는데?”
“규칙?”
“이를테면, 할당량을 정해놓는 거지. 누군 더 많이 구하고, 누군 더 적게 구할 수도 있는 문제니까. 물론, 식량과 식수 수급에 큰 문제가 없다면 무의미한 일이 되겠지만.”
유럽인의 말에 흑인 남자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앞으로 발생할 문제는 그때 가서 따로 의논하도록 하고 우선은 팀을 세 팀으로 나누는 것이 우선이겠네. 혹시 이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 있다면 손!”
유럽인의 외침에 남쪽 토성에 모인 이들은 아무런 반론도 제기하지 않았다.
당장은 피 무지개 숲이 어떤 곳인지를 알아보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형님, 저기 세 사람이 아무래도 각각 팀을 꾸리고 리더 역할을 나눠서 할 것 같지 않습니까?”
“하고 싶으면 하라고 하지 뭐.”
무혁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이 지옥 같은 곳에서 팀을 짠다?
무혁은 정말 쓸모없는 짓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죽는 사람들이 생겨나면 기껏 짜놓은 팀 따위 산산이 와해되어 버릴 것이 분명하다고 여기는 무혁이었다.
다만, 당분간 리더는 필요했기에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든지 해 먹으라는 생각이었다.
어차피 자신을 드러낼 생각이 없는 무혁으로서는 큰 문제만 없다면 주변 흐름에 맞춰서 조용히 따라갈 뿐이었다. 물론, 아니다 싶을 때엔 격렬하게 역류를 할 생각이지만 말이다.
대충 이야기가 끝나자 곧바로 팀을 나누었다.
각 팀은 백인 남자, 흑인 남자, 유럽인이 기준이 되었다.
“형님은 어느 쪽을 택하실 겁니까?”
방구름의 물음에 무혁은 이미 생각을 해뒀다는 듯 흑인 남자를 선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백인 남자는 스스로 리더가 되어 많은 이들을 통솔하려는 경향이 강해 보였고, 유럽인은 간섭하는 걸 좋아하거나, 혹은 스스로 무언가를 정리하려는 성격이 보였기에 그 역시 무혁에게는 맞지 않았다.
반면, 흑인 남자는 제 할 일만 하면 딱히 어떤 일에든 관여를 하지 않을 것 같았다.
남쪽 토성을 선택한 인원은 정확하게 236명이었다.
“우리가 한 명 덜 데려가지.”
그깟 한 명 정도 없어도 그만이라는 듯, 백인 남자가 알아서 부족한 수를 선택했다.
백인 남자의 팀이 78명.
흑인 남자와 유럽인의 팀이 79명으로 정해졌다.
각 팀은 20인을 기준으로 조까지 형성했다.
“이쪽 조가 한 명 부족한데 정말 괜찮겠어?”
흑인 남자, 스스로의 이름을 마르테라고 밝힌 그가 무혁의 조원들을 바라보며 그렇게 물었다.
19명의 조원들이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자, 살집 좀 잡히는 흑인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딱히 불만이 없는 걸로 봐선 괜찮을 듯 싶군요.”
마르테 역시 딱히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는 이가 없는 걸 확인하고는 재빨리 조장을 선별했다.
“조장이라고 해봐야 어차피 일개 보고자일 뿐인데… 그래도 하고 싶은 사람?”
나서길 좋아하는 이들 몇이 각 조별로 손을 들었다.
무혁이 속한 조에서도 조장을 하겠다고 나선 이가 세 명이나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조장이 된 사람은 비대한 체구의 흑인 남자였다.
“노돈이 내 이름이죠. 마르테 팀장이 말한 것처럼 조장이라고 딱히 별다를 건 없을 것 같고, 나 역시 조장이라는 이유로 여러분들께 무리한 요구나 권위 따위를 내세우지 않을 것이니 우리 앞으로 편하게 지내도록 해요.”
후덕한 체구만큼이나 서글서글한 인상의 노돈이었다.
대충 조장까지 정해지고 나자 그제야 본격적으로 토성의 내부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헤로틴, 마일러와 상의한 끝에 우리 팀이 이쪽 숙소를 사용하기로 했는데, 상관없겠지? 어차피 숙소라고 해봐야 보다시피 별것 없으니까 알아서들 각자 머물고 싶은 곳을 골라. 마지막으로 남는 곳을 내가 쓸 테니까.”
헤로틴은 백인 남자, 마일러는 유럽인의 이름이었다.
마르테의 말처럼 숙소는 형편없었다.
수십 개의 막사가 세워져 있는 말 그대로 막사 촌으로, 3주 동안의 토성 생활이 그리 녹록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암시하는 것만 같았다.
딱히 어디가 좋고, 나쁘고를 따질 필요는 없었지만.
“구름아, 2인용 막사.”
무혁의 말에 방구름은 알겠다며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
막사는 그 크기에 따라 조금씩 달랐는데, 보통 2인에서 3인이 쓰도록 인원수에 맞춰 간이침대가 들어가 있는 것이 전부였다.
방구름이 재빠르게 움직인 덕분에 무혁은 방구름과 함께 쓸 수 있는 2인용 막사를 미리 선점할 수 있었다.
짐이라고 할 것도 없었기에 막사의 위치만 파악해놓고는 다시 토성 내부를 나돌았다.
토성의 크기는 제법 컸다.
족히 5백 명은 충분히 수용을 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는데, 넓다는 것이 그만큼 단점이 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를 방어하려면 쉽지 않겠는데요?”
방구름의 말처럼 무혁 역시 그 부분이 신경이 쓰였다.
일부 생각 없는 이들은 넓어서 좋네, 어쩌네 들떠 있었지만, 조금만 생각을 해보면 넓은 크기만큼 차후 몬스터들의 공격을 방어해야 하는 면적이 늘어나기에 그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 벌써부터 걱정이었다.
“손 봐야 할 곳도 투성이군.”
무혁은 자신의 힘으로 몇 번 후려치면 떨어져 나갈 것만 같은 허름하고도 낡은 토성 정문을 바라보며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너무 낮은 토성 외벽의 높이와 당장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이 위태로운 토성 외벽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부지런히 움직여 보수를 해놓지 않으면 자칫 몬스터들의 첫 번째 공격도 막아내지 못하고 토성을 잃을 것만 같았다.
“빌어먹을!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토성을 선택했을 텐데!”
누군가 한탄스럽게 외쳤다.
손 봐야 할 곳은 투성이고, 면적은 넓다보니 자연스럽게 머릿수가 치명적인 약점이 되었다.
무혁 역시도 토성의 관리 상태가 너무 엉망이었기에 정예면 충분하다 여겼던 생각이 섣부른 판단이었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각자 알아서들 개인 활동하고 있어. 난 아무래도 상의 좀 해야 할 것 같으니까. 아, 그리고 되도록 숲으로 들어가지 않았으면 해. 아직은 위험하니까.”
마르테의 표정이 딱딱하게 경직이 되어 있는 것으로 봐선 그 역시 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충분히 인지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멍청하지는 않아서 다행이네.’
마르테에 대한 평가를 조금 더 후하게 올려주는 무혁이었다.
“끝이 보이질 않습니다.”
방구름은 그 높이가 고작 3미터밖에 되질 않는 토성 외벽 위에 올라서서 숲을 바라봤다.
혀를 내두를 정도로 숲의 크기는 거대했다.
무혁 역시 담배 하나를 입에 물고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숲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숲의 크기가 크다는 건 그만큼 몬스터의 수가 많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절반 정도가 죽는다고 했었지?’
마을에서의 첫 번째 강제 사냥의 생존율은 대략적으로 50퍼센트.
무혁은 마치 짙은 어둠을 품고 있는 듯 보이는 숲의 암울한 모습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구름아, 넌 좀 쉬고 있어.”
담배꽁초를 손가락으로 튕겨낸 무혁이 가볍게 목을 풀었다.
“예? 형님은요?”
방구름의 물음에 무혁은 간단하게 대답했다.
“저 숲에 어떤 놈들이 있는지 확인은 해봐야지.”
“예에? 형님 혼자서 말입니까? 위험합니다! 저도 함께…….”
“도움은 되고?”
“…….”
무혁의 되물음에 방구름은 순간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야속함,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 등이 방구름의 얼굴에 떠올랐다.
“장난이야. 나 혼자 움직이는 게 편해서 그러니까 걱정 말고 있어.”
“…예.”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는 방구름의 모습에 무혁은 괜한 소리를 했나 싶어서 경솔했던 자신의 행동을 자책했다. 그렇다고 미안하다는 말이나, 위로를 건네봐야 달라질 것 없어 보여 자리를 피해버리기로 했다.
‘얼굴 없는 암살자의 은신!’
스킬을 사용하기가 무섭게 무혁의 모습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혀, 형님?”
방구름이 깜짝 놀라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사이, 무혁은 토성 외벽 위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터덕- 하는 소리와 함께 흙바닥에 진하게 발자국이 생겼다.
‘은밀한 발걸음!’
숲을 향해 걸어가며 5등급에 올라선 은밀한 발걸음 스킬을 사용하자 발걸음 소리는 물론, 흙바닥에 고스란히 생겨나던 무혁의 족적들이 서서히 옅어지더니 이윽고 다섯 발자국을 내디뎠을 때에는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바람의 향기!’
감추려면 완벽하게 감춰야 한다.
무혁은 자신의 냄새까지 깔끔하게 차단한 상태로 숲에 첫발을 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