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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카일러 168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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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68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7권 - 18화

 

 

“으음…… 좋군.”

홀로 대전에 남은 에르셀 티모슈크는 자신의 손으로 죽인 국왕이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날 줄을 몰랐다. 불타버리고, 많은 부분이 손상된 왕성이지만 그는 왕성을 자신의 거처로 삼았다.

때때로 이렇게 국왕이 앉았던 자리, 잠들었던 침실에서 홀로 여유를 즐기는 것이 하나의 즐거움이 된 지 오래다. 에르셀 티모슈크는 갑작스럽게 대전 문이 열리며 누군가 걸어오자 가볍게 얼굴을 찌푸렸다.

“내가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 했거늘!”

여전히 눈을 감고 중얼거리는 에르셀 티모슈크였다.

“하하하. 참 잘 어울리십니다. 마치, 이 나라의 왕처럼 말입니다.”

“……!”

에르셀 티모슈크는 눈을 번쩍! 뜸과 동시에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자신의 앞에 여유롭게 서 있는 사내, 브레코를 바라봤다.

“자, 자네가 여긴 무슨 일인가?”

너무나 갑작스런 방문이었기에 말을 하는 에르셀 티모슈크 후작의 음성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그런 것을 즐기기라도 하는지 브레코가 짙은 웃음과 함께 대답했다.

“그야 당연히 축하 인사를 드리기 위함이지요. 공작에 오르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에르셀 티모슈크 공작님. 하하하.”

“고, 고맙네.”

축하 인사를 받는 사람치곤 얼굴이 너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마치, 마주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마주하고 있는 사람과 같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전할 말이 있습니다.”

“전할 말? 무엇인가?”

브레코가 빙긋 웃었다.

“바이텐 님께서는 시끄러운 것을 결코 좋아하지 않으십니다. 무엇보다 앞으로 나라를 세움에 있어 불온한 무리들이 있다면 그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페시 헤라르도의 저항군 이야기임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런 일로 수호 기사단이 나서서야 되겠습니까? 이 정도는 티모슈크 공작님께서 알아서 해결하시리라 믿겠습니다. 부디, 실망스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거, 걱정 말게.”

에르셀 티모슈크는 당장이라도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페시 헤라르도의 저항군을 해결하겠다고 다짐했다.

“티모슈크 공작님이 계셔서 얼마나 든든한지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브레코의 웃음소리가 대전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

 

위드는 차분하게 다시 한 번 불사조 기사단에 대해서 정리를 했다.

 

단  장 : 위드 카일러

부단장 : 오브라이언

제1부대 대장 : 월터

- 1소대장 : 오스카  

- 2소대장 : 라디치

제2부대 대장 : 가스파

- 1소대장 : 라크루스  

- 2소대장 : 에스포

제3부대 대장 : 루카

- 1소대장 : 아시크  

- 2소대장 : 가일

제4부대 대장 : 커닝

- 1소대장 : 니클  

- 2소대장 : 리키

 

불사조 기사단의 각 부대는 100명이며, 부대는 다시 두 개의 소대로 나뉜다. 총원 400명으로 단장과 부단장은 제외된 숫자다.

“그러고 보니…….”

위드는 문득, 제1부대 1소대에 기록되어 있는 이름이 낯설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테일 아르테? 설마, 내가 알고 있는 그 테일은 아니겠지?”

위드는 의심쩍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름이야 얼마든지 같을 수 있겠지만 왠지 자신이 알고 있는 그가 맞을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것이다.

“뭐, 저절로 알게 되겠지.”

그러는 사이 막사 안으로 오브라이언이 들어왔다.

“모두 모였습니다.”

“굳이 제게 경어를 사용하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위드의 말에 오브라이언이 고개를 저었다.

“단체를 이끌어 나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기강이 바로 잡혀 있지 않으면 그 단체는 결코 오래갈 수 없을뿐더러, 존재하는 그 순간, 순간 통재하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부단장 직을 맡은 이상 단장님께 경어를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굳건한 오브라이언의 눈동자에 위드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리고는 죄송하다는 듯 말했다.

“오브라이언 님께 괜한 부탁을 드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브라이언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결정하고 받아들인 것입니다.”

위드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막사를 빠져나가려 했다.

“카일러 준남작.”

오브라이언의 말에 위드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내가 당신 곁에 머무는 것은 내가 원해서요. 불사조 기사단의 부단장 자리를 맡은 것도 내가 원해서요. 당신이 내게 미안해할 필요는 조금도 없소. 앞으로 언제까지 내가 당신 곁에 머물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까지는 나를 편하게 대해주었으면 좋겠소.”

위드는 오브라이언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 빙긋 웃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별 말씀을.”

오브라이언이 희미하게 웃었다.

“나가죠.”

“예.”

막사를 빠져나와 약간을 걸어가자 넓은 공간에 질서정연하게 자리를 잡고 선 400명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이 바로 이번에 새롭게 만들어진 제5군의 불사조 기사단이었다.

하지만 소속만 같은 기사단이지 모두들 각각 기존에 자신이 소속되었던 부대별로 무리를 지어 모여 있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위드는 평소보다 굳은 얼굴로 기사들을 바라봤다. 

앞으로 400명의 목숨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결코 마음이 가볍지 않았다.

“오늘 이렇게 모이라 한 것은 앞으로 자신이 어떤 동료와 전장을 누벼야 하는지를 알리고자 함입니다. 모두 자신의 소속을 확실하게 알아두고 바로 곁에 있는 동료와 친분을 쌓도록 하십시오. 일단, 전투가 벌어지면 자신의 목숨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곁에 있는 동료뿐이라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길 바랍니다.”

위드의 말에 알겠다고 대답을 하는 이, 시큰둥하게 서 있는 이, 얼굴을 찌푸리며 뭐라고 중얼거리는 이 등, 단합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잠시 서로가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위드는 단원들의 얼굴을 한 사람, 한 사람 바라봤다.

어느 순간 위드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역시.”

위드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자신과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는 사람을 향해 다가갔다. 그가 다가올 적마다 단원들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지만 위드는 오직 한 사람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위드의 시선에 사로잡힌 사람도 자신에게 다가옴을 느끼고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오랜만이다.”

위드가 먼저 인사했다.

“그, 그래…… 아니, 그렇습니다.”

떨떠름한 음성으로 대답하는 청년은 다름 아닌 테일 아르테였다. 네드벨 아카데미 시절 유일하게 위드와 공식적인 대결을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겨룬 적이 있는 바로 그 테일이었다.

“아카데미의 휴교령이 풀렸는데 돌아가지 않았구나.”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위드에게 말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상당히 괴로운지 테일의 얼굴엔 불만과 수치심이 가득했다.

“어쨌든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어 정말로 반갑다. 아카데미 시절의 일은 그냥 추억으로만 남기도록 하자.”

위드의 말에 테일은 ‘너 같으면 그 치욕을 추억으로 남기고 싶겠냐!’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어쩔 수 없이 ‘알겠습니다’라는 말을 해야만 했다.

빨리 가주가 되었으면 하는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위드는 쓴웃음을 지으며 몸을 돌렸다.

“젠장!”

테일의 작은 목소리가 위드의 귓가로 스며들었다.

‘하긴.’

위드는 피식 웃음 짓고 말았다.

 

“젠장! 개 똥파리 같은 새끼!”

위드가 돌아가자 테일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욕설로 풀어냈다. 네드벨 아카데미에서 시작된 악연이 이렇게까지 끈질기게 이어지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한 그였다.

목검 대결과 체술 시험에서의 패배는 잊으려 해도 도저히 잊을 수 없었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렸음에도 지금도 가끔가다 꿈에서까지 그때의 일이 떠올라 잠을 설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지금은 완벽하게 치료를 끝냈지만 당시 위드에게 맞아 빠졌었던 3개의 이를 치료하기 위해 들여야 했던 돈과 고생도 말로 할 수 없을 정도.

“테일.”

테일의 곁으로 세 명의 사내가 다가왔다.

“로젠 형.”

테일에게 다가온 사람은 다름 아닌 아카데미 시절 평민 학생을 자신들의 세력으로 강제로 끌어들이려다 위드와 충돌이 있었던 로젠과 알린이었다.

“걱정하지 마.”

“예?”

“복수할 방법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복수?”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테일의 표정에 로젠과 알린은 서로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

 

다음날 아침.

“카일러 준남작! 카일러 준남작!!”

고함소리와 함께 위드의 막사 안으로 50대 중반의 남자가 거칠게 들어섰다. 그의 예의 없는 행동에 위드는 물론이고, 곁에 있던 이들도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는 거기에 미치지 않고 다짜고짜 소리를 질렀다.

“도대체 무슨 일을 그따위로 하는 건가!”

“무슨 말씀이십니까?”

잔뜩 흥분한 남성, 사르토 백작을 향해 위드가 차분하게 물었다. 난데없이 불쑥 찾아와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있었으니 위드로서는 마른하늘의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지금 몰라서 묻는 건가!”

“몰라서 묻는 것입니다. 도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

위드의 반문에 사르토 백작은 입가에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흥! 단장이면 뭘 하나! 단원들 관리를 그따위로 하고 있는데! 어젯밤 불사조 기사단원들이 우리 기사단원을 폭행했네! 그것도 한 사람을 일방적으로 말일세!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자네가 시킨 일인가?”

사르토 백작의 말에 위드보다도 곁에 있던 오브라이언이 먼저 나섰다.

“무슨 말씀입니까? 단장님께서 어째서 그따위 짓을 시킨단 말입니까? 그리고 폭행을 저지른 이들은 잡아 놓으셨습니까?”

오브라이언의 말은 폭행한 당사자들을 잡아놓지 않았다면 괜한 억지 부리지 말라는 뜻이었다. 즉, 명확한 증거를 제시할 수 없다면 단순한 심증만으로 소용없단 소리였다.

“그놈들을 잡지는 못했지만 분명 불사조 기사단이라고…….”

“확실한 증거라도 있으십니까?”

오브라이언의 이어진 추궁에 사르토 백작은 입을 다물었다. 그의 표정을 볼 때, 아쉽게도 명확한 증거는 없는 모양이었다.

“분명, 폭행당한 당사자가 말하길 불사조 기사단의 단원이라고 했네!”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다는 듯 사르토 백작이 그렇게 말했지만 오브라이언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증거가 될 수 없습니다. 만약, 우리 단원 중 한 사람이 누군가에게 폭행당하고 그것이 백작님의 라일 기사단원의 소행이라고 한다면 그대로 받아들이실 수 있겠습니까?”

“그, 그건!”

“저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실 수 없다면 이만 돌아가 주십시오! 아침부터 괜한 소란을 만들어 좋을 것 없다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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