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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75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8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75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75화

아스펠 마을 (8)

 

“아스펠 마을에서 강제 사냥에 참가하는 식민들의 수는 몇이나 되지?”

무혁의 물음에 방구름은 생각을 할 것도 없다는 듯 대답했다.

“매년 초에 이뤄지는 강제 사냥은 대략 천 명 가량 됩니다. 그러다가 마지막 강제 사냥을 할 때는 대략 2백에서 3백 명 정도일 겁니다.”

“천 명?”

무혁이 깜짝 놀라서 묻자 방구름은 확실히 그가 헬-라시온 2년차의 병아리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물론, 방구름의 입장에서는 같은 병아리들을 무지막지하게 압살시킬 수 있는 독수리의 힘을 가진 병아리였지만 말이다.

“천 명도 아스펠 마을이라서 그 수가 적은 겁니다, 형님. 헬-라시온에서 인기 높은 마을의 경우 매년 강제 사냥 참가 인원만 2천 명에서 3천 명 가량 된다고 들었습니다.”

방구름의 설명은 이랬다.

매년 5백만 명의 지구인들이 헬-라시온에 끌려온다.

이 중에 전체 인원의 20퍼센트인 백만 명 정도가 살아남아서 마을로 강제 이주를 당하게 되는데, 그 수가 대략 각 마을마다 천 명 정도가 된다. 물론, 약간의 오차 범위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봤을 때 그렇다는 뜻이다.

어쨌든 그렇게 마을로 강제 이주를 당한 마을 식민들은 1년 동안 전체 인구의 30퍼센트의 확률로 생존을 하게 된다.

대략 각 마을마다 300명 정도가 살아남고 그들 중 100명 정도만이 부지런히 모은 포인트로 신분을 상승시켜 소도시로 이주하고, 나머지 200명은 마을에 정착에 남게 된다.

“그런데 아스펠 마을은 형님도 아시다시피 주변 사냥터가 너무 열약해서 장기간 머물기엔 미래가 밝지 않은 곳이라 대다수 다른 마을로 이주를 해버립니다. 그러다 보니 아스펠 마을은 다른 마을에 비해 마을 식민의 수가 극도로 적어서 매년 강제 이주를 해오는 부락 식민들의 수에 맞춰서 강제 사냥이 거의 이뤄지고 있는 편입니다.”

여기에 일부 마을 식민들 중에는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소도시로 이주할 능력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을 하고 거대 길드와 가문에 손을 내밀게 되는데, 이때 거래가 성립되곤 한다.

“부락에서 신입 지구인들의 성장을 보조하는 대가로 소도시로 이주를 한다고?”

“예, 형님.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 정도 안전한 부락에서 신입들의 뒤처리를 해주는 대가로 적지 않은 포인트를 받아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도 사실 그들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조건입니다. 마을 강제 사냥이야 1년에 네 차례 정도니까 두 번 정도만 불참하고 나머지 두 번만 참가한다면 딱히 생존에 큰 어려움도 없습니다.”

그제야 무혁은 마우티 부락의 상황이 이해가 갔다.

자신의 성장과 생존을 위해 쏟아 붓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아무리 소속 길드와 가문의 명령이 있다 하더라도 금쪽같은 시간을 낭비하면서까지 신입 지구인들의 성장을 돕는 이유가 뭘까- 의문을 품었었는데, 이러한 사정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 중 절반 이상은 2년 안으로 길드와 가문에 정식으로 소속된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길드와 가문의 비호 아래 살면 헬-라시온에서의 생존에 유리한 편이니 그렇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건 떠도는 소문 중 하나인데…….”

방구름은 혹시라도 누가 들을까 싶어 목소리를 낮추며 주변을 살펴봤다.

“일부 길드와 가문에서는 약속한 포인트를 지급하지 않기 위해 마을 식민을 스윽-!”

방구름은 자신의 목을 엄지손가락으로 긋는 시늉을 하며 알아들었냐는 듯 눈짓을 했다.

“토사구팽?”

토끼 사냥이 끝나면 충실하게 토끼를 사냥했던 개를 잡아먹는다는 사자성어에 방구름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런 셈이죠.”

“그런 소문이 도는데도 길드와 가문의 거래를 응하는 놈들은 뭐야?”

이해할 수 없다는 무혁의 말에 방구름은 살짝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말 그대로 소문이질 않습니까? 그리고 설령 그런 소문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들 입장에서는 자신은 그렇게 되지 않을 거란 확률과 자신감으로 달려드는 겁니다. 또, 그만큼 생존에 대한 갈망이 큰 것이기도 하고요.”

형님처럼 고속 성장을 하는 괴물 같은 사람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요- 라는 말을 삼키며 방구름은 입맛을 다셨다.

“정말 알면 알수록 지랄 같은 곳이네.”

무혁은 헬-라시온의 현실을 또 하나 알아가며 인상을 찌푸렸다.

“구름이 너도 이제 벌써 3년차 아스펠 마을 강제 사냥에 참가를 하니까 따지고 보면 최장 거주민이겠는데?”

모두 떠나길 마다않는 아스펠 마을에서 꿋꿋하게 홀로 3년을 버티고 있는 방구름이었으니 그보다 장기간 아스펠 마을에 머물고 있는 마을 식민은 없을 거라 여기는 무혁이었다.

“아마도 그럴 겁니다. 그 사람만 없다면 말입니다.”

“그 사람?”

무혁이 궁금해 하자 방구름은 잠시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레오나르도라고 저와 같은 시기에 아스펠 마을로 강제 이주를 해온 같은 연차의 마을 식민이 딱 한 명 남아 있었습니다.”

“있었습니다? 그 말은 지금은 없다는 뜻이야?”

방구름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건 이번에 확인을 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 저번 강제 사냥이 끝나고 떠나겠다고 말을 했는데…….”

“왜? 아쉬워?”

무혁의 물음에 방구름이 펄쩍- 뛰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절대 아닙니다! 제발 떠났으면 하는 사람입니다!”

“왜? 사이가 좋지 않아?”

“그 사람은…….”

“여어-! 방구!”

구릿빛 피부, 반삭발의 짧은 헤어스타일, 상의를 입지 않은 근육질 몸매에 짧은 반바지 차림의 외국인이 방구름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저놈이야?”

“…예.”

방구름은 정말 꼴 보기 싫은 놈을 봤다는 듯 진저리를 쳤다.

무혁은 다시 한 번 레오나르도를 바라봤다.

대충 생김새가 라틴 계열인 듯 싶었다.

얼굴 자체는 꽤나 잘 생긴 편이었고, 제법 사내답게 생긴 쾌남 스타일이면서도 자유분방함과 느끼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그런 흔한 라틴 쪽 얼굴이었다.

이렇다 할 갑옷도 없고, 무기도 없는 걸로 봐선 3년 동안 아스펠 마을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빈털터리 같아 보였지만, 여유 넘치는 행동으로 봐선 확신할 수가 없었다.

“옆에 이 친구는 누구야? 신입?”

레오나르도가 무혁을 바라보며 눈을 빛냈다.

‘무슨 눈빛이 이렇게 끈적거려? 기분 나쁘게.’

자신을 훑어보며 끈적끈적한 눈빛을 보내는 레오나르도의 모습에 무혁은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레오나르도, 경고하는데 이쪽은 제가 모시는 형님입니다. 그러니까 헛된 생각 갖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워워- 방구, 설마 나한테 독을 쓰려는 건 아니겠지?”

“그건 레오나르도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겁니다.”

“방구, 네 독은 정말 지독하다고! 좋아! 나도 이쪽은 건들지 않겠어. 그러니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내 일에는 조금도 관여하지 않는 거야? 오케이?”

레오나르도의 말에 방구름은 경멸스럽다는 듯 그를 바라보면서도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하! 역시 방구는 착하다니까! 굿 보이! 굿 보이!”

레오나르도가 방구름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친한 척을 하며 웃을 때였다.

“어디 보자.”

파란 색의 굵은 웨이브 진 머리카락을 한 백인 남자가 갑작스럽게 무혁과 방구름, 레오나르도의 앞에 나타났다.

‘…언제?’

무혁은 기척도 느끼지 못한 사이에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선 백인 남자의 모습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우선 이쪽은 아니고, 이놈들은… 젠장! 아시아 놈들은 얼굴이 비슷비슷해서 알아볼 수가 있어야지! 무엇보다도 이런 거지 같은 모습을 보고 어떻게 찾으라는 거야!”

백인 남자는 손에 들린 두 사람의 그림을 이리저리 훑어보다 이내 신경질적으로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너희 둘! 모래성에 간 적 있어?”

백인 남자의 물음에 무혁의 눈꼬리가 순간적으로 꿈틀- 거리며 떨렸다.

자신을 찾고 있다고 직감한 무혁은 거짓말만 하면 티가 나는 방구름이 괜한 의심을 사기 전에 먼저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래성이요?”

무혁의 되물음에 백인 남자는 무혁의 눈을 빤히 바라봤다.

“모래성 말이야! 여기 아스펠 마을에서 반나절 거리에 있는 모래성!”

“저는 이번에 이곳으로 강제 이주를 해온 2년차 식민이라서 잘…….”

백인 남자는 무혁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다행스럽게도 레오나르도의 개입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쪽은 분명 이번에 아스펠 마을로 강제 이주를 당한 2년차 식민이 맞을 겁니다.”

“네가 뭔데 끼어들지? 넌 내가 찾는 놈이 아니니까 귀찮게 굴지 말고 빠져 있어.”

“저랑 이 친구만큼 아스펠 마을에서 오래 거주를 한 마을 식민은 없거든요.”

레오나르도가 방구름의 어깨를 더욱더 자신에게 밀착하며 친밀감을 드러내자 백인 남자는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다 이내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다시 보니 얼굴이 전혀 다른 것 같기도 하고… 젠장! 그 놈들이 아직까지 아스펠 마을에 남아 있을 리가 없는 게 확실한데 왜 이런 헛수고를 해야 하냐고!”

백인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됐다는 듯 손을 휘휘- 저으며 무혁 등에게 갈 길 가보라는 듯 관심을 끊었다.

무혁은 재빨리 방구름을 데리고 백인 남자의 곁에서 멀어지기 위해 부지런히 걸음을 걸었다.

“휘유- 방금 봤어? 저 사람 엑소더스 길드였어! 도시 길드 엑소더스의 일원이라니! 그것도 붉은 별이 새겨진 마크를 가슴에 달고 있는 걸로 봐선 그 유명한 레드 팀인 것 같은데… 맙소사! 저런 엄청난 사람을 만나게 될 줄이야!”

호들갑을 떨어대는 레오나르도를 무시하며 무혁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정말 엑소더스 길드라고? 왜 거기서 날 찾는 거지?’

이건 확신이다.

모래성은 현재 리셋 중이고, 그 이전까지 모래성에서 머물렀던 사람은 자신이 유일했으며, 무엇보다도 백인 남자가 분명히 아시아인을 찾는다고 했다.

여러 가지 정황상 자신을 찾고 있음이 분명했다.

‘박혁수와 관련된 일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

어떤 이유인지 알 순 없지만, 무혁으로서는 마우티 부락에서의 일도 벅찬 상황에서 하필이면 엑소더스 길드까지 자신을 찾는 듯싶으니 저절로 마음이 무거워졌다.

엑소더스 길드라면 헬-라시온에서 랭킹 10위 권 안에 들어가는 명성 자자한 ‘도시’ 길드다.

도시 길드라는 건 말 그대로 도시를 대표하는 길드인데, 그 도시가 바로 대도시를 일컫는 말이었기에 헬-라시온에서 방귀 꽤나 낀다는 흑룡 길드조차 재빨리 고개를 숙여야 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는 곳이다.

무혁은 혹시나 싶어서 방구름을 바라봤다.

‘내가 아니라 구름이를 찾는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엑소더스 길드와는 접점이 없었기에 무혁으로서는 방구름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구태여 이유를 찾자면, 방구름이 연금술사라는 것과 하즈머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살짝 걸리긴 했다.

나름 약점이 있다는 걸 알기에 방구름도 꽤나 혼란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분위기가 가라앉았어? 설마, 아까 엑소더스 길드원이 찾던 사람인 거야?”

농담에 가까운 레오나르도의 말에 무혁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그쪽이 말했다시피 난 이제 아스펠 마을로 강제 이주를 해온 2년 차 식민이야. 모래성? 거기가 어디고, 어떤 몬스터가 나오는지도 모른다고.”

레오나르도 역시 애초부터 의심 따윈 하지 않았다는 듯 무혁의 대꾸에 그의 어깨를 툭- 치며 웃어 넘겼다.

손톱만큼의 의심도 하지 않는 레오나르도의 모습에 무혁은 다행이라 여기다 문득, 생각했다.

‘그런데 얘는 왜 우리랑 같이 가는 거지?’

누가 보면 꽤나 친근한 사이인 줄 오해를 받을 것만 같았다.

 

“에디, 좀 찾아봤어?”

로사의 물음에 에디가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내가 말했듯이 이건 정말 멍청한 짓이야.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 모래성에서 모래 태양을 가져간 놈이 바로 근처의 마을인 이곳 아스펠에 남아 있겠냐고?”

“왜 자꾸 끝난 이야기를… 됐고. 어차피 우리는 옐로우 팀이 올 때까지 여기서 꼼짝없이 대기하고 있어야 하잖아. 그 시간 동안 아스펠 마을을 뒤지는 것뿐이야. 그러니까 그렇게 계속 불만만 늘어놓지 말고… 됐다, 됐어.”

이야기해봐야 입만 아프다는 듯, 로사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에디도 억울하다는 듯 변명했다.

“나도 찾아봤어. 방금도 아시아 놈 두 놈을 확인해봤다고. 그런데 이런 거지 같은 얼굴을 그려 놓은 것만으로 어떻게 같은 놈들을 찾아낼 수 있겠어? 솔직히 이건 아니잖아?”

모래성에서 수개월 동안 머물며 상거지 꼴을 하고 있던 무혁과 방구름의 모습이 제법 비슷하게 그려진 그림을 흔들며 에디가 혀를 찼다.

그건 인정한다는 듯 로사도 살짝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방금 아시아인 두 명을 확인했다는 에디의 말에 더욱 관심을 가졌다.

“확실하게 확인한 거야? 로이가 그려준 그림 속 얼굴들하고는 전혀 달라?”

“확인했어! 아니야. 한 놈은 아예 이번에 아스펠 마을로 강제 이주를 해온 2년차고, 다른 한 놈은 아스펠 마을에서만 3년을 살고 있는 하위 식민일 뿐이었어.”

“그래?”

로사는 여전히 못미덥다는 얼굴이었지만, 에디 역시 이 무식한 일을 계속해서 하지 않으려면 나름 꼼꼼히 살펴봤을 거라 여기며 그들에 대한 생각을 깨끗하게 지워버렸다.

“그래도 다행이잖아?”

“뭐가?”

에디가 무슨 소리냐는 듯 퉁명스럽게 되묻자, 로사가 곧바로 대답했다.

“이제 곧 아스펠 마을의 강제 사냥이 시작되니까 우리가 찾아다녀야 할 놈들이 그만큼 줄어들잖아.”

“그게 뭐가 다행이라는 거야?”

“생각을 해봐. 모래성에서 모래 태양을 얻고, 4년 차의 박혁수를 죽일 정도의 실력이라면 설마 아스펠 마을 식민이겠어?”

“그러니까 로사 네 말은 아스펠 마을 강제 사냥에 참가하지 않은, 아니 참가할 이유가 없는 놈들 중 우리가 찾는 놈들이 있다는 소리인 거지?”

“그렇지. 아스펠 마을 식민들이 대다수 강제 사냥으로 빠져나갔으니 우리의 일이 어쩌면 더욱더 쉽게 풀릴지도 모른다는 거지.”

“그건 정말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히죽- 웃는 에디를 바라보며 로사 역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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