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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73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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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73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73화

아스펠 마을 (6)

 

“…통통아, 너 진짜…….”

무혁은 감동한 얼굴로 통통이를 끌어안았다.

“그래! 나는 네가 뭐라도 한 건 제대로 해줄 거라고 믿고 있었다! 이 복덩어리 같으니라고!”

예뻐 죽겠다는 듯 무혁은 끌어안은 통통이에게 뽀뽀까지 해댔다.

무혁이 이토록 통통이를 예뻐하는 이유는 앙할마케를 집어삼키고 뱉어낸 6등급 마정 찌꺼기 때문이었다.

80만 포인트를 소모해서 감정 스킬을 5등급까지 올린 무혁이 집으로 돌아와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6등급 마정 찌꺼기를 제대로 감정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감정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6등급 마정 찌꺼기|

· 6등급 마정 찌꺼기로 불완전하다.

· 고유 능력 중 단 하나의 정밀 수치를 영구적으로 상승시킨다.

· 등급 차이에 따라 상승 수치가 달라진다.

· 불완전한 마정 찌꺼기를 완전한 하나의 마정으로 완성시켜야만 한다.

· 완전한 마정이 되기 위해선 10개의 불완전한 마정 찌꺼기가 필요하다.

 

고유 능력의 상승!

놀랍게도 6등급 마정 찌꺼기는 고유 능력을 상승시킬 수 있었다. 그 말인 즉, 중앙탑에서 고가에 판매되고 있는 고유 능력 상승 약물과 동일한 효과를 나타낸다는 뜻이었다.

물론, 아직까지 의문점은 많았다.

가장 먼저, 통통이가 왜 앙할마케의 시체를 삼켰느냐다.

모래성에서 그리고, 모래성으로 가는 동안 만났었던 몬스터들은 거들떠도 보지 않았던 통통이가 자석에 이끌린 것마냥 앙할마케를 직접 찾아 나섰고 그 시체를 단숨에 집어삼켰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무혁은 얼핏 짚이는 바가 없잖아 있었다.

“핵이지?”

몬스터의 핵, 바로 마정 찌꺼기가 통통이가 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닐 수도 있겠지만, 무혁은 아마도 자신의 추측이 맞을 것이라는 듯 통통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 번째 의문은 몬스터, 즉 이번에 얻은 6등급 마정 찌꺼기가 앙할마케에게서 얻은 것이니 마찬가지로 앙할마케의 시체를 삼켜야만 얻을 수 있는 동일한 마정 찌꺼기만이 필요하느냐였다.

“몬스터 종류에 상관없이 동일한 등급이기만 하면 될 것 같기도 한데…….”

무혁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통통이를 또다시 쳐다봤다.

속 시원하게 대답이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통통이는 외눈을 깜빡이기만 했다.

세 번째 의문은 10개의 불완전한 마정 찌꺼기를 완전한 하나의 마정으로 완성시키는 방법이었다.

아마도 그 해답은 통통이에게 있을 것 같기도 했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 역시 무혁에게 또 다른 고민거리이자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등급 차이에 따라 상승 수치가 다르다고 했지만, 과연 5등급에 올라선 무혁의 고유 능력을 6등급짜리 마정이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였다.

“중앙탑에서 판매하는 약물과 같은 성질이라면 6등급짜리 마정은 의미가 없겠네.”

약물의 경우 같은 등급이거나 그보다 높은 등급만이 정밀 수치를 올려주기에 무혁은 이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마정이 약물과는 달랐으면 싶었다.

하지만, 왠지 그럴 것 같은 느낌은 들지 않는 무혁이었다.

“우선은 확인하는 셈치고 6등급짜리부터 만들어보고 내게 쓸모가 없다면 그때부턴 5등급짜리 마정을 만들면 되는 거니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이미 무혁의 마음은 6등급짜리 마정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이걸 팔면 엄청나겠지?”

다른 것도 아닌 고유 능력을 올려주는 마정이다.

헬-라시온 최고의 연금술사들조차 영구적으로 고유 능력의 정밀 수치를 올려주는 약물은 개발하지 못했다. 그나마 최선이 일시적으로 정밀 수치를 약간 상승시켜주는 것인데 그마저도 상당히 비싼 가격에 거래가 되고 있었다.

“팔 수만 있다면 완전히 돈 아니, 포인트 방석에 앉는 건데…….”

실실- 웃으며 무혁은 그렇게 상상의 나래에 빠졌다.

6, 7등급짜리 마정을 대량으로 만들어서 판매를 하고 그 포인트로 자신의 무력을 상승시킨다.

상상만으로도 무혁은 짜릿해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내 무혁은 자조적인 웃음으로 헛된 상상에서 빠져나왔다.

중앙탑이 아니면 결코 구할 수 없는 고유 능력의 정밀 수치를 영구적으로 상승시켜주는 마정을 판매했을 때, 헬-라시온을 강타할 태풍을 생각하면 무혁에겐 그저 무의미한 상상일 뿐이었다.

거대 길드와 가문, 연금술회는 물론, 돈 냄새를 맡고 달려들 하이에나같은 놈들까지 생각하면 결코 외부로 유출시켜서는 안 되는 물건이 바로 마정이었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보물을 쥐고 있어도 그걸 지킬 힘이 없다면 그건 재앙이 될 뿐이다.

마정과 같은 파급력 강한 물건은 대리인을 내세우는 것조차도 어렵다.

“중앙탑에서 매입을 하려나?”

가격이 얼마나 될지, 매입을 하기는 할지, 알 수 없지만 무혁은 정말 6등급짜리 마정이 자신에게 소용이 없다면 한 번 정도 중앙탑과 거래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엄청 후려치겠지?”

매입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가격을 얼마나 후려칠지 생각하니 무혁은 벌써부터 입맛이 썼다.

어쨌든 그건 나중의 일이고, 당장 중요한 건 아스펠 마을에서의 첫 번째 강제 사냥이다.

중앙탑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중, 알림이 왔다.

 

[아스펠 마을 식민들에게 알린다.]

[헬-라시온 14년 2월 1일 강제 사냥이 시작된다.]

 

리리타오의 성격처럼 아주 간결한 알림이었다.

과거 마우티 부락의 관리자였던 크레우스타는 참석해야만 하는 이유를 주절주절- 늘어놓았는데 그와 비교하면 확실히 리리타오는 깔끔해서 좋았다.

헬-라시온의 날짜는 헬-라시온에서 처음 끌려온 1차 지구인들을 기준으로 시작되었으며, 1년은 총 12달, 한 달은 30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 이번 강제 사냥은 아스펠 마을에서 치러지는 14년도의 첫 강제 사냥인 셈이다.

“모래성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집을 비우게 생겼네.”

무혁은 괜히 송정민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찌되었든 현재로선 송정민의 보호자나 마찬가지인 무혁이었으니 장기적으로 계속해서 집을 비운다는 것이 영 마음에 걸렸다.

“하녀를 고용한 건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어.”

그나마 다행스러운 사실은 하녀 마코를 고용해놨다는 것이었다.

“마코가 없었다면 선생님께 정말 죄송스러웠을 거야.”

무혁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강제 사냥을 떠나기 전까지 해야 할 일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

 

“거짓말! 거짓말이지! 그럴 리가 없어!”

굵게 웨이브 진 머리카락을 파랗게 물들인 에디가 격렬하게 소리쳤다.

“제발 거짓말이라고 해! 그럴 리가 없다고 말해줘! 제발!”

간절하게 애원하는 에디를 바라보는 로사는 짙은 스모키 화장을 한 눈매만큼이나 차갑게 대꾸했다.

“유감스럽게도 거짓말이라고 할 수가 없네.”

“제기라아아아알-!”

에디가 들끓는 분노심을 참지 못하고 고함을 내질러댔다.

로사는 시끄럽다는 듯 눈을 찌푸리며 자신의 귀를 가볍게 감쌌다.

“도대체! 왜! 왜! 우리한테 이러는 건데! 우리가 뭘 그렇게 잘 못 했다고!”

“에디, 우리가 잘 못 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믿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지 않을까?”

로이의 말에 에디가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젠장!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야? 우리를 믿기 때문이라고? 무슨 그런 말 같지도 않는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우리는 레드 팀이라고! 레드 팀! 이런 잡다한 일은 옐로우나, 그린이 맡아야지! 정보를 수집하고, 정체불명의 인물을 추적하는 일은 그쪽 소관이라고! 우리는 엑소더스(Exodus) 길드 최고의 무력 팀이라고! 그런데 뭐? 모래 태양을 가져간 놈을 잡아서 모래 태양을 회수하라고? 그걸 왜 우리가 해야 하는 건데!”

당장이라도 얼굴이 뻥- 하고 터져버릴 정도로 흥분한 에디의 모습에 로이는 슬그머니 뒤로 물러났고, 로사는 진정 좀 시켜달라는 듯 팀의 리더인 팔머를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보고 에디가 재빨리 외쳤다.

“팔머! 네가 리더라고 하더라도 이건 아니야! 나는 지금 이 불공평하고도 비합리적인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나는 이번 임무에서만큼은 빠지겠어!”

팔머가 자신의 말을 가로막은 에디를 향해 얼굴을 일그러트렸지만, 에디는 이번만큼은 자신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 팽팽하게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오호- 마스터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가만히 있지 않으면? 날 죽이기라도 한데, 로사?”

“어쩌면?”

“뭐?”

“잘 생각해, 에디. 마스터는 그 어떤 길드원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의지를 벗어나는 자를 절대 가만히 두지 않아. 그것이 설령 우리 레드 팀이라 하더라도 말이야. 설마 루크로이를 잊은 건 아니겠지?”

“루, 루크로이?”

로사의 말에 에디가 침음성을 삼켰다.

잔뜩 흥분했던 감정도 순식간에 싸늘하게 식어버릴 정도로 루크로이라는 이름은 어마어마한 무게를 지니고 있었다.

“에디.”

표정을 굳히고 있던 팔머가 에디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그를 불렀다.

“마스터가 우리에게 지시가 아닌 부탁을 한 거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

“그래도…….”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에디의 모습에 팔머의 굵은 눈썹이 지렁이처럼 꿈틀거렸다.

“그만. 더 이상은 용납하지 않아. 마스터의 지시는 그 어떤 것이라도 받아들이는 게 우리 레드 팀이 해야 할 일이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에디의 어깨에 올려놓은 팔머의 팔에서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윽.”

어깨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압력에 에디가 인상을 찌푸리자 재빨리 로이가 끼어들었다.

“설마 에디가 정말로 마스터의 지시를 어기려고 했겠어? 안 그래, 에디?”

에디는 자존심이 상했지만, 팔머의 무감정한 시선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팔머가 자신의 어깨에서 손을 내려놓자, 그제야 에디가 숨을 훅- 하고 뱉어냈다.

“그리고 에디.”

팔머의 나지막한 음성에 에디가 또 왜 그러냐는 듯 그를 바라봤다.

“두 번 다시 내 말을 막지 마라.”

“…….”

에디는 왠지 마스터의 명력 불복보다 팔머의 자존심을 더 우선순위에 올려놓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무거운 긴장감이 내려앉았었지만, 그걸 단숨에 걷어낸 건 역시 레드 팀에서 가장 사회성이 좋은 로이였다.

“에디의 말처럼 우리가 옐로우나 그린보다 이런 임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건 마스터도 잘 알고 있을 거야. 그런데도 우리를 여기에 대기시켜놓은 것은 조만간 옐로우나, 그린에서 조력자가 이곳으로 온다는 소리 아니겠어?”

로이의 말에 로사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스터는 결코 무모하거나,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헬-라시온이라는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맨손으로 엑소더스 길드를 거대 길드로 일군 인물인 만큼 분명 이번 일에 대해서도 충분한 해결 방법을 여러모로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확고하게 믿었다.

“그거 참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에디는 여전히 툴툴- 거렸지만, 그마저도 할 수 없도록 했다가는 정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기에 어느 누구도 그의 말을 꼬투리잡지 않았다.

“그런데 단서라고는 너무 적은데 어떻게 찾지? 아니, 그것보다도 아스펠 마을에 있어야 할 이유가 있기라도 한 거야?”

여전히 부정적인 에디의 말에 로사가 그만 좀 하라는 듯 대꾸했다.

“방금 로이가 말했잖아. 길드에서 우리를 도와줄 조력자가 올지도 모르니까…….”

“아니지, 아니지. 그건 로이의 일방적인 추측일 뿐이지. 마스터가 직접 말을 한 건 아니잖아? 로사 네가 직접 말했잖아, 모래 태양을 가져간 놈을 잡아서 모래 태양을 회수하라고 우리 레드 팀에게 지시를 내렸다고.”

“그건 맞지만…….”

“그런데 우리가 여기 아스펠 마을에서 시간만 보내고 있는 동안 모래 태양을 가져간 놈이 이미 다른 곳으로 멀리멀리 달아나고 있으면 어쩔 건데? 길드에서 파견될 조력자? 그런 추측만으로 여기 대기하고 있자고? 마스터가 진짜로 바라는 게 그걸까?”

에디는 말을 끝마치며 팔머를 바라봤다.

잘나신 리더의 생각은 어떻냐는 다분히 도전적인 눈빛이었다.

방금 전까지 팔머의 힘에 짓눌렸던 에디였지만, 역시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 성격만큼은 보통이 아니었다.

“마스터가 바라는 건 단 하나, 모래 태양을 회수해 오라는 것. 조력자가 오든 오지 않든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여기 아스펠 마을부터 샅샅이 뒤진다.”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팔머의 우직스러움에 에디의 얼굴이 구깃구깃- 형편없이 일그러졌다.

‘저 모자란 새끼!’

마음만 같아서는 정신 차리라며 흠씬 두들겨 패버리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힘이 없었기에 에디로서는 꼼짝없이 팔머의 뜻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젠장!”

우중충한 헬-라시온의 잿빛 하늘만이 에디의 현재 심정을 대변하는 것만 같았다.

“에디, 분명 마스터가 조력자들을 보내올 거야. 그러니까 그때까지만 조금 참자.”

로이의 다독거림에 에디가 바득바득- 이를 갈아붙이며 말했다.

“어떤 새낀지 모르겠지만, 모래 태양을 가져간 놈을 만나면 절대 쉽게 죽이지는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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