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6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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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6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68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68화
모래 위에 세워진 모래성 (18)
“컥!”
단 한 번의 싸대기로 정태의 입 안쪽이 찢어지고, 터졌다.
쫘악! 쫘악! 쫘악! 쫘악!
뒤이어 이어진 속사포 같은 싸대기에 정태는 핏물과 함께 부러진 이를 강제로 뱉어내야만 했다.
“너 이 새끼가! 뒤질려……!”
“움직이지 마. 그럼 이 새끼 죽는다.”
박혁수가 움직이려고 하자 무혁은 어느새 블랙 본 단검으로 정신이 반쯤 나가버린 정태의 목을 가볍게 찔렀다.
핏물이 주륵- 하고 흘러내리자 박혁수도 섣부르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박혁수에게 있어 정태는 무혁과 맞교환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하찮은 존재가 아니었으니까.
“너 진짜 뒤지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그 덜떨어진 새끼는 놔두고 깔끔하게 송정민이 어디에 짱 박혀 있는지만 말해. 그럼 너는 더 이상 괴롭히지 않는다고 약속한다.”
말을 하며 박혁수는 무방비로 무혁에게 붙잡혀버린 정태의 멍청함을 쉬지 않고 욕했다.
‘병신 같은 새끼! 저런 애송이 새끼한테 뭐하는 짓이야!’
정태만 놓아주면 박혁수는 두 번 생각할 것 없이 무혁을 잡아버릴 생각이었지만, 그의 생각대로 상황은 전혀 흘러가지 않았다.
“누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달라고?”
쫘악! 쫘악! 쫘악!
태연하게 말을 하면서도 무혁은 여전히 정태의 뺨을 갈겼다.
얼마나 세게 때리는지 알 수 없지만, 뺨을 맞을 때마다 상체가 휘청휘청- 흔들리는 모습은 이미 정신이 반쯤 나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송정민.”
이가 박박- 갈리는 음성으로 박혁수가 말을 하자 무혁은 아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왜 나한테 묻는 건데?”
쫘악! 쫘악! 쫘악! 쫘악!
“네놈이 함께 튀었으니까!”
“그랬던가?”
쫘악! 쫘악! 쫘악!
박혁수는 쉬지 않고 정태의 뺨을 때리는 무혁의 모습에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사방으로 튄 핏물만 하더라도 정태의 상태가 충분히 예상이 갔다.
여기서 더 맞으면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어떻게든 무혁을 말려야 한다는 생각부터 했다.
“그러다 죽는다. 그 새끼가 죽으면 너도 무사하지 못하다는 것쯤은 알 텐데? 괜한 짓 그만해.”
“그럴까?”
쫘악! 쫘악! 쫘악!
“야이- 개새끼야-!”
“어? 이 새끼… 완전히 정신이 나갔네?”
무혁은 자신의 손에 머리카락이 잡힌 정태의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어 보더니 혀를 차고는 조끼 주머니를 뒤졌다.
“어딨지? 어? 어라? 아이 씨 내가 분명 여기 어디에 하나 정도 넣어뒀을 텐데…….”
부산스럽게 조끼 주머니를 뒤지던 무혁은 이내 찾았다- 라며 환하게 웃었다.
조끼 주머니 속에서 나온 건 엄지손가락 크기의 시커먼 무언가였다.
“이게 뭔 줄 알아?”
박혁수는 미간만 찌푸린 상태로 말없이 무혁을 노려보기만 했다.
“모래성 1층에서 나오는 모래 전갈의 독주머니야.”
“너 이 새끼 무슨 짓을 하려고…….”
“이게 너무 소량이라서 포인트가 안 되더라고. 어디에 써야 하나 고민했었는데 잘 됐네.”
“섣부른 짓 하지말… 야이- 개새끼야!”
무혁이 정신을 잃은 정태의 입안으로 모래 전갈의 독주머니를 넣어버리자 박혁수가 더 이상은 참지 못하고 달려들었다.
“형님!”
방구름이 무혁에게 위험하다고 소리쳤지만, 쓸데없는 참견이었다.
펑- 하며 무혁의 코앞에서 포인트 폭발이 일어났다.
우선적으로 무혁을 뒤로 물러나게끔 만들고 정태를 구하려고 했던 박혁수의 계획이었지만, 아쉽게도 포인트 폭발 정도로는 무혁을 단 한 걸음도 물러나게 할 수가 없었다.
고개만 까딱- 거리며 포인트 폭발을 피한 무혁은 곧바로 블랙 본 단검을 내던졌다.
달려들던 속도에다가 빠른 속도로 단검이 날아오자 박혁수는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능숙하게 그림자 방패 스킬을 사용했다.
박혁수의 그림자 방패 스킬은 4등급이다.
보유하고 있는 스킬들 중 최상위 등급으로 이제야 고작 2년차에 접어든 무혁이 날리는 단검 따윈 어렵지 않게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멍청한 새끼! 고작 단검 따위로 나를……!’
쩍!
4등급 그림자 방패 스킬이 별거 없어 보이는 무혁의 단검에 깨져버리자 박혁수가 기겁을 하면서도 다급하게 팔을 들어 올렸다.
옷으로 가려서 보이질 않지만, 금속 재질의 단단한 팔 토시를 착용하고 있었다.
쩌엉- 하는 소리와 함께 박혁수가 신음을 흘리며 주춤거렸다.
팔 전체가 찌릿찌릿- 할 정도로 충격의 여파가 상당했다.
‘무슨 단검이 이렇게 강해? 저 새끼 특별한 스킬이라도 익힌 건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의 박혁수의 생각처럼 무혁은 특별한 스킬을 익혔다.
|파멸 - 조합 : 5등급(21.69%)|
· 20분 동안 무기의 공력력과 내구력을 1.5배 증폭시킨다.
· 파괴력과 절삭력을 발출할 수 있다.
· 정마력 등급에 따라 지속 시간이 상승한다.
· 등급이 올라갈수록 스킬 위력이 상승한다.
· 스킬 조합이 불가능하다.
모래성에서 조합을 해서 얻은 파멸 스킬은 어느덧 5등급이었고, 공격력과 내구력은 1.5배까지 증가한 상태였다.
여기에 기본적으로 블랙 본이라는 강력한 무기까지 중첩이 되었으니 제아무리 4등급짜리 그림자 방패라 하더라도 막기엔 무리가 있었다.
무엇보다 정말 무서운 점은 따로 있었다.
무혁의 공격은 단검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왼팔을 앞으로 내밀고 있는 무혁의 손에 어느새 은은한 검은 빛을 뿌려대는 활이 들려 있자, 박혁수의 표정이 떨떠름하게 변했다.
‘저 새끼 도대체 무슨 무기를 가지고 있는 거야?’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무혁은 팽팽하게 당겨진 블랙 본 화살을 쏠 준비를 마쳤다.
“최선을 다해서 막아야 돼. 아까처럼 방심하면 진짜 X 된다.”
멍청했던 모래 해골왕도 정면으로 막았다가 큰 피해를 입었던 블랙 본 화살이다.
박혁수가 고작 6등급짜리 모래 해골왕보다 등급이 낮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방심했다가는 정말 큰코다칠 거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박혁수는 재빨리 공간 주머니를 통해 한 자루의 장검을 꺼내들었다.
“건방진 새끼! 살려달라고 애원을 해도 소용없다!”
박혁수의 장검 전체에 붉은 화염이 치솟기 시작했다.
‘화룡 나타오그레의 불꽃’은 박혁수가 식민 특권을 얻으며 선택한 고유 스킬이다.
주먹이든, 휘두르는 검이든, 불꽃을 덧씌우면 파괴력과 내구력이 30퍼센트나 상승한다.
동시에 상대의 무구와 충돌을 할 때마다 지속적으로 내구력을 파괴시켜나갔으니 날아오는 화살 정도는 깨끗하게 부숴버릴 수 있으리란 자신감이 있었다.
공간을 뚫어가며 날아오는 화살을 향해 박혁수는 정확하게 검을 휘둘렀다.
콰아앙!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사방팔방으로 불꽃이 튀었다.
“오-!”
무혁은 자신의 블랙 본 화살을 막아낸 박혁수를 향해 진심으로 감탄했다.
확실히 모래성의 모래 해골왕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큭!”
반대로 박혁수는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오려는 핏물을 억지로 삼켜야만 했다.
무슨 화살의 위력이 이렇게까지 강한지 의문스러웠고, 두려움마저 들었다.
또다시 화살이 날아온다면 그때는 무조건 피해야 한다고만 생각하고 있을 때, 블랙 본 장검을 만들어 낸 무혁이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다.
“검이라면 나도 한 칼 하는데 재밌겠네?”
‘일회성 스킬이었던 건가?’
이제야 이해가 갔다.
그렇지 않고서야 화살의 위력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으니까. 어떻게, 어디서 얻었는지 모르겠지만 강력한 화살을 날릴 수 있는 스킬을 얻어 그것을 사용했다고 박혁수는 확신했다.
“멍청한 새끼.”
비릿하게 웃으며 박혁수는 무혁을 바라봤다.
자신이었다면 결정적인 순간에 화살을 날렸을 것이다.
그것이 완벽하게 상대를 박살낼 수 있는 확실한 필승 카드니까.
헬-라시온에서 몇 년을 구른 자신에게 검을 들고 덤벼들 생각을 하는 무혁이 한심하다 못해 멍청하게까지 느껴졌다.
“알량하게 힘 좀 얻었다고 세상이 만만한 가 본데… 예전처럼 눈물콧물 짜면서 애원하게 만들어 주마.”
오로지 한 자루의 검을 주무기로 사용해왔던 박혁수로서는 무혁에게 진다는 생각 따윈 머릿속에 들어가 있지도 않았다.
‘제깟 놈이 뭘 하다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실전이 얼마나 다른지 확실하게 보여주마!’
검도든 뭐든 상관없었다.
진짜 사람을 죽이기 위해 휘둘러야 하는 살인검은 차원이 다른 문제였으니까.
박혁수가 자신 있어 하는 만큼 무혁은 기대가 컸다.
‘얼마나 다른지 볼까?’
모래 해골기사를 상대로 검을 수련한 무혁이다.
기간이야 고작 100일에다가 십 여 일 정도 더 추가가 되겠지만, 그 기간 동안 먹는 시간과 자는 시간마저 쪼개고 쪼개며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기에 고작 백십여 일이라고 할 수가 없었다.
하루 3시간씩 수련을 한 사람과 비교하면 자그마치 1년 반에 가까웠고, 몰아쳤다 하더라도 집중도가 달랐기에 실제로 시간상 비교를 하자면 2년, 혹은 그 이상을 수련한 사람보다도 성과가 높다고 자부할 수 있는 무혁이었다.
‘호신, 회피.’
산중 제왕이라 하는 호랑이도 토끼 한 마리를 잡을 때는 최선을 다하는 법.
무혁 역시 파멸과 마찬가지로 5등급에 올라간 호신과 회피 스킬을 사용하고는 절대 자신이 질 리가 없다는 표정으로 서 있는 박혁수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슈우우- 하는 소리와 함께 무혁의 블랙 본 장검이 미간을 향해 찔러오자 박혁수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빠르기도 빨랐지만, 정확하게 미간을 노리는 검 끝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기에 그 한 번의 놀림만으로도 무혁의 검이 자신의 예상을 훨씬 웃돌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제법이다만!’
박혁수는 불꽃이 넘실거리는 장검을 비스듬하게 치켜 올렸다.
무혁의 검을 위로 쳐 올리고는 곧바로 반격을 가하겠다는 치밀한 계산이 깔린 움직임이었다.
가가가각!
검과 검이 이를 맞대자 듣기 거북한 쇳소리가 울렸다.
“허리부터 끊어주마!”
검이 밀려 올라가며 무혁의 상반신이 훤하게 드러나자 박혁수가 먹잇감을 발견한 하이에나처럼 웃으며 재빨리 허리를 숙이며 검을 휘둘렀다.
살가죽이 찢어지고, 뼈가 끊어지며, 지독한 열기가 무혁을 정신 못 차리게 만들 것이다.
그거면 충분했다.
어디서 운동이니, 무술이니 흉내만 내다 온 놈들은 실전에서 처음 느끼는 고통에 정신을 못 차리고 울부짖기에 바빴으니까.
박혁수는 무혁 역시 그러한 놈들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헬-라시온에 끌려와서 몬스터를 보고 겁에 잔뜩 질려 어리바리 떨던 첫 모습은 어디 가질 않는 법이다.
그것이 무혁의 본성이다.
“어느 정도 힘이 생겼다고 허세를 부리는 모양인데, 어림없지! 진짜 지옥이 뭔지 내가 오늘 똑똑히 알려주마!”
득의양양한 표정의 박혁수가 무혁의 허리를 베어버리려고 할 때.
“뭐래?”
퉁명스러운 한마디와 함께 머리에서 뚝! 떨어져 내리는 엄청난 압박감에 박혁수가 기겁을 하며 허겁지겁 머리 위로 검을 들어 올렸다.
무혁의 허리를 베어버릴 순 있지만, 그 대가로 자신은 머리통이 박살날 상황이니 이건 무조건 손해였다.
쩌엉!
“읍!”
팔이 찌릿할 정도로 위력적인 검의 무게에 박혁수가 놀라는 사이, 무혁의 공격은 이제 시작이라는 듯 폭풍처럼 그를 몰아치기 시작했다.
박혁수는 자신을 베기 위해 쏟아지는 무혁의 검을 막느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머리 조심해.”
까앙-!
“허리 보인다.”
깡!
“어깨 날리고 싶어?”
깡.
“다리 하나는 없어도 상관없다는 거야?”
까앙.
한심하다는 듯 툭툭- 내뱉는 무혁의 말에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나기보단 검을 들어 방어하기에 급급한 박혁수로서는 이런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건 누가 보더라도 일방적인 공격을 겨우 막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도, 도대체 이게 무슨!’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무엇보다 박혁수를 놀라게 하는 건 검을 휘두르는 무혁의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였다.
적어도 박혁수의 시선에 무혁은 검을 자신의 손발처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다루고 있었다.
그제야 박혁수는 무혁이 자신 있게 검을 들고 덤볐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대충 검을 배운 놈이 아니야! 제대로 검을 수련했던 놈이야!’
그것도 최소 10년 이상 검만 휘둘렀던 인간이 분명하다고 여기는 박혁수였다.
무혁이 들었으면 박장대소를 했을 생각이지만, 애초부터 검술의 ‘검’자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어쭙잖은 실력으로 마치 검의 고수인 마냥 착각하며 살고 있었던 박혁수로서는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오해는 또 한 사람, 방구름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단하다!”
무혁이 검술을 수련하기 위해 모래성을 찾았다고 알고 있는 방구름이었다.
그는 자신의 검을 더욱더 갈고 닦기 위해 극한의 수련을 펼친 무혁이 진심으로 존경스러웠고, 그 결과물에 깊은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형님이 무협 소설 주인공이라면 사람들은 분명 형님을 검왕이라고 불렀을 거야…….”
방구름이 넋을 잃고 자신을 바라보는 동안, 무혁은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더 형편없는 박혁수의 실력에 짜증만 났다.
고작 이따위 허접한 실력으로 다른 사람의 삶을 망가트리려고 했단 말인가?
“쓰레기 같은 새끼.”
화가 담긴 무혁의 검이 더욱더 강하게 박혁수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박혁수도 쉽게 쓰러지지는 않았다.
검에 대한 조예는 무혁이 높지만, 박혁수는 그보다 3년이나 먼저 헬-라시온에 끌려왔고 생존을 했으며 소규모라 하더라도 패밀리를 이끌던 인간이다.
고유 능력의 등급은 같아도 정밀 수치는 제법 차이가 큰 편이었다.
무엇보다 지금의 싸움은 단순히 누구의 검이 더 높은 경지인가의 고상한 대련을 통해 우열을 가리는 것이 아니었다.
펑!
느닷없이 오른쪽 허벅지 부근에서 포인트 폭발이 일어나자 무혁의 하체가 살짝 주춤거렸다.
그 잠깐의 주춤거림을 만들기 위해 박혁수는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도 스킬을 펼친 것이다.
당연히 자신에게 찾아온 황금 같은 기회를 놓칠 정도로 박혁수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칼날 바람!’
지금까지 박혁수가 심심찮게 재미를 봐왔던 스킬, 칼날 바람은 어김없이 무혁의 왼쪽 허리를 쩍- 갈라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