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6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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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9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66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66화
모래 위에 세워진 모래성 (16)
겉으로 보기엔 상당히 단단해 보였던 모래 갑옷이었지만, 무혁의 블랙 본 장검 앞에서는 두부마냥 너무나도 쉽게 으깨졌다.
가슴을 정통으로 관통당한 카이모레노 6세가 또다시 죽는다고 비명을 질러댔다.
“더럽게 시끄럽네!”
무혁의 팔이 움직일 때마다 카이모레노 6세의 팔, 어깨, 다리, 허리 등의 신체 일부가 형편없이 파괴되어갔다.
‘이런 놈이 무슨 왕이야!’
무혁은 자신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는 모래 해골왕의 모습에 화가 풀리기는커녕 점점 더 짜증과 신경질이 솟구쳤다.
무엇을 위해 그토록 힘겹게 모래성 9층을 돌파하려고 했단 말인가?
그 힘겨운 개고생의 끝이 이런 허무함이라면 진즉에 때려치웠을 것이다.
이건 우롱이다.
마신인지 뭔지 하는 놈의 장난질이었고, 어디 엿 먹어봐라- 하고 대놓고 놀린 것이다.
자신의 발길질에 걷어차여 데굴데굴- 모래 바닥을 구른 카이모레노 6세를 씩씩- 거리며 노려보던 무혁은 도저히 화가 풀리지 않는다는 듯 고함을 내지르기까지 했다.
“으아아아아아아-!”
이렇게 소리라도 질러야 그나마 속이 풀릴 것만 같았다.
그사이 무혁의 압도적인 무력에 완전히 짓눌려버린 카이모레노 6세는 허겁지겁 재생이 되어가는 신체를 이끌고 어디론가 다급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새끼야! 어딜 가?”
무혁이 천천히 따라오기 시작하자 카이모레노 6세는 더욱더 절박하게 움직였다.
“지금 나랑 술래잡기라도 하자는 거야? 내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으로 보여?”
그렇지 않아도 짜증이 나는데 도망가려는 카이모레노 6세의 모습에 무혁의 인상이 잔뜩 일그러졌다.
아득바득- 무혁을 피해 움직인 카이모레노 6세는 허공에 둥둥- 떠 있는 금빛 구체를 손에 쥐었다.
그 순간, 화아아악- 하는 눈부신 빛과 함께 뜨거운 열기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동시에 왼쪽 어깨와 허벅지, 허리 등 아직 완전히 재생하지 못했던 카이모레노 6세의 신체가 완벽하게 복구가 되었다.
신체가 복구되자 카이모레노 6세가 하관을 달달- 거리며 웃었다.
“모래 태양의 위력 앞에 네놈은 굴복하게 될 것이다! 하찮은 네놈의 몸은 이제 곧 모래 태양의 열기 앞에 흐물흐물 녹아서…….”
웃으며 말을 하던 카이모레노 6세가 그제야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위화감.
이곳은 모래 해골왕인 카이모레노 6세에게 가장 특화되어 있는 공간이다.
뜨거운 열기, 그리고 숨이 턱턱- 막혀 버릴 정도의 무거운 공기는 뼈 밖에 남아 있지 않은 카이모레노 6세를 위한 공간이었다.
외부의 침입자들이라면 당연히 자신의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땀을 주륵주륵- 흘리며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를 어려워해야 했으며, 제대로 쉴 수 없는 호흡으로 인해 온전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죽음의 공포를 온몸으로 맞아야 했다.
그런데 어째서!
“네, 네놈은 멀쩡한 거지? 모래 태양의 열기를 어째서 느끼지 못하는 것이냐!”
턱을 딱딱딱- 거리며 놀란 심정을 고스란히 보이는 카이모레노 6세의 모습에 무혁은 무슨 개소리냐는 듯 모래 위를 빠르게 내달려 주먹을 휘둘렀다.
퍼억!
카이모레노 6세의 머리통이 정확하게 절반이 모래로 변해 사방으로 흩어졌다.
“모래 태양의 열기? 안 그래도 짜증나는데 갑자기 후덥해졌다 싶었더니 개뼈다귀 네놈 짓이라 이거지? 이 새끼가 사람 더 열 받게 만드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는 아니었지만, 실제로 무혁은 호흡이 살짝 무거워져서 불편함을 느끼던 중이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바로 카이모레노 6세라고 하니 그 스트레스를 가장 원초적인 폭력으로 풀어볼 작정이었다.
“이 꽉 물… 그냥 처맞자.”
어차피 반이 날아가 버린 카이모레노 6세의 머리통을 바라보던 무혁은 이내 두 주먹을 사정없이 휘두르기 시작했다.
퍽퍽퍽퍽퍽퍽퍽퍽퍽!
무혁의 두 주먹이 빠른 속도로 카이모레노 6세의 온몸을 두들겼다.
어깨가 부서졌고, 가슴팍이 짓이겨졌으며, 복부와 허리가 끊어지며 구멍이 뻥뻥- 뚫렸다.
하지만, 카이모레노 6세는 무혁의 주먹에 온몸이 가루가 되어 사방으로 흩어지면서도 그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재생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타격감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블랙 본 장검을 휘두를 때와는 또 다른 묵직한 손맛이 묘한 쾌감을 불러일으키며 무혁의 스트레스를 조금씩 날려 보내고 있었다.
‘이걸 집에다 갖다놓고 샌드백으로 쓰면 괜찮을 것 같기는 하네.’
엉뚱한 생각을 하며 무혁은 무아지경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무혁은 한결 개운해진 얼굴로 주먹을 멈췄다.
덜덜덜덜덜덜덜-!
카이모레노 6세는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떨었다.
자세히 보면 입에서는 모래가 주륵주륵- 흘러내렸는데 흡사 그 모습이 이성을 잃은 생명체가 침을 흘리는 것과 같아 보였다.
무혁에게 받은 고통의 강도가 카이모레노 6세에게 끔찍한 고통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죽여 달라고 애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손에 꽉 쥔 모래 태양으로 인해 죽지도 않았기에 카이모레노 6세는 무혁의 주먹질이 멈추자 본능적으로 모래 태양을 놓아버리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무혁도 더 이상 상대도 되지 않는 카이모레노 6세를 붙들고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듯 블랙 본 해머를 만들어 냈다.
“그만 끝내자.”
말과 함께 무혁의 손에 들린 블랙 본 해머가 그대로 카이모레노 6세의 머리통부터 상반신 전체를 날려버렸다.
혹시라도 또 재생이 될까 싶어 무혁은 그대로 남아 있던 하반신까지도 깔끔하게 한 줌 모래로 만들어 버렸다.
“이제 끝난 건가?”
무혁은 더 이상 재생하지 않는 카이모레노 6세를 바라보며 두 손을 탁탁- 털었다.
“망할 모래성 같으니라고. 끝까지 거지군.”
명색이 보스를 처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모습에 무혁은 정말 두 번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곳이라고 여겼다.
“그만 돌아가자.”
무혁이 몸을 돌리려고 할 때였다.
허공에 둥둥- 떠 있는 모래 태양, 카이모레노 6세가 손에 쥐고 기고만장해하던 모습이 눈에 밟혔다.
“그러고 보니 대검은 모래 속에 파묻혔는데, 이건 남았네? 가져갈 수 있는 건가?”
무혁은 손을 뻗어서 모래 태양을 쥐었다.
“으악! 뜨, 뜨거워!”
손바닥에서부터 전해지는 열기가 굉장히 뜨거워서 무혁은 저도 모르게 손을 놓고 말았다.
“X발! 뭐가 이렇게 뜨거워?”
무혁은 깜짝 놀랐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다시 조심스럽게 모래 태양을 손으로 만져봤다.
여전히 엄청나게 뜨거웠다. 하지만, 미리 인지하고 만졌기 때문인지 그나마 열기가 덜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아니, 그런 기분이 들었다가 이내 더 이상 쥐고 있지 못하겠다는 듯 손을 놓으려고 할 때였다.
[차단, 스킬이 내부 저항을 시작합니다.]
[차단,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차단 스킬이 저항을 시작했다는 알림에 무혁은 혀를 내둘렀다.
웬만해선 저항을 했다는 알림조차 없을 정도의 내성을 가진 차단 스킬이었으니, 모래 태양의 열기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숙련도가 올라갔기에 무혁의 표정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자해해서 숙련도 올리게 생겼군.”
무혁은 떨떠름하게 중얼거리고는 모래 태양을 왼손, 오른손으로 번갈아 쥐다가 이내 빨갛게 손바닥 피부가 화상을 입기 시작하자 더 이상은 못하겠다는 듯 재빨리 모래 태양을 공간 주머니에 넣어버렸다.
“통통아, 이제 그만 가자. 여긴 이제 지긋지긋하다.”
무혁은 통통이와 함께 카이모레노 6세가 있던 방을 나왔고, 그 순간 하늘과 땅이 진동을 하기 시작했다.
콰르르르르르르르르!
“설마… 무너지려는 거야?”
무혁은 불안한 얼굴로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이내 정말로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다시금 짜증이 솟구쳤다.
지하 10층의 모래성이 무너지면 어떻게 될까?
굳이 깊게 생각할 것도 없었다.
“내가 진짜 모래성 쪽을 향해 오줌도 안 눈다!”
악에 바친 음성으로 그렇게 소리를 내지르며 무혁은 있는 힘을 다해서 엑시 스톤이 있는 절벽을 향해 죽어라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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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 진짜 덥네! 대장, 여기 무슨 사우나 같지 않수?”
땀을 삐질삐질- 흘려대는 정태에게 박혁수가 멍청한 새끼- 라며 말을 이었다.
“사우나는 무슨, 사막이잖냐.”
“사막이나 사우나나.”
어차피 더운 건 매한가지 아니겠냐는 정태의 무식하고도 뻔뻔한 대꾸에 박혁수는 안 그래도 더운데 상대해서 뭐하냐는 듯 시선을 돌려버리고 말았다.
하루, 단 하루 만에 박혁수와 정태는 모래성 4층까지 내려왔다.
애초부터 목표는 오로지 모래 해골왕을 사냥하고 모래 태양을 손에 넣는 것이었기에 과감하고도 무식하게 아래로 내려가는 길만 택해서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나마도 모래성 4층에 진입하면서부터 속도가 현격하게 느려졌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더위였다.
모래성 내부의 크기도 많은 체력을 소모하게 만들었지만, 아래로 내려갈수록 기온이 올라가는 모래성의 구조상 박혁수와 정태는 이쯤에서 한 번은 쉬어야 한다고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여긴 정말 쓰레기 같지 않수? 아니 어떻게 돈벌이가 이렇게 없는 곳이 있을 수 있는 건지…….”
정태는 질려버렸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 대신 모래 태양이 있지. 물론, 모래 해골왕까지 잡아야 손에 넣을 수 있겠지만.”
“그 모래 태양이라는 것이 그렇게 대단하우?”
자신은 도통 뭐가 좋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정태에게 박혁수가 네깟 놈이 뭘 알겠냐- 는 듯 혀를 차고는 설명해주었다.
“모래 태양은 단순히 주변 온도를 상승시켜주는 게 전부가 아니야.”
“그럼 뭐 또 다른 특별한 기능이라도 있수?”
“이름부터 모래 태양 아니냐. 태양! 너 태양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몰라?”
“태양?”
정태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고 자신의 머리 꼭대기 위에 떠올라 있는 둥그런 구체를 바라봤다.
지금까지 살면서 생각한 태양의 기능이라고는 환하게 빛을 뿜어내는 것과 뜨거운 온도가 전부였다.
아리송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정태의 모습에 박혁수가 입을 열었다.
“다른 건 다 제외하고서라도 태양의 가장 큰 이점은 바로 그 자체가 거대한 에너지원이라는 사실이지. 너 태양이 얼마나 대단한 에너지를 품고 있을지 그 정도는 충분히 예상이 가지? 그치?”
정태로서는 딱히 생각을 해보진 않았지만, 태양열 발전이니 하는 말도 있었고 엄청난 열기를 뿜어내는 태양인만큼 어마무시한 에너지를 응축하고 있을 거란 것 정도는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그럼 모래 태양도 그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우?”
“당연하지. 모래 태양의 에너지를 어떤 형태로든 우리가 흡수할 수 있다면… 어때? 대충 상상이 가지?”
“그런데 모래 태양인지 뭔지를 인간이 흡수할 수 있수?”
“…그건 모르지.”
목소리에 자신감이 떨어진 박혁수의 모습에 정태가 눈을 게슴츠레 뜨며 물었다.
“대장은 그런 소리 어디서 들었수?”
“노회광. 뭐, 나도 그 새끼 말을 전적으로 믿는 건 아니지만, 헬-라시온 자체가 워낙 비상식적인 세상인데 노회광 말이 맞을 수도 있는 것 아니겠냐? 그치?”
나약한 인간의 몸으로 태양 에너지를 흡수한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인 건 분명했지만, 헬-라시온이라는 세계 자체가 이미 말 같지도 않은 곳이니 정태로서도 자신 있게 반박을 할 수 없었다.
“흡수든 나발이든 그건 어차피 나중 일이고. 우리는 얼음 칼날 숲에서 모래 태양을 사용할 수만 있으면 그만이니까 그것만 생각하자.”
“알겠수.”
정태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또다시 고개를 들어 머리 위에 떠 있는 둥그런 구체를 바라봤다.
“대장, 저게 모래 태양 맞수?”
“그건 나도 몰라. 다만, 모래 해골왕을 잡고 모래 태양을 손에 넣으면 1년 정도 모래성이 무너졌다가 다시 만들어진다는 것만 알고 있다. 한숨 붙여라. 내일도 빠르게 내려가야 하니까 컨디션 조절 잘 하고.”
박혁수는 설명을 마치고 가장 시원한 오아시스 곁에 드러누웠다.
정태는 알겠수- 라고 대답을 하고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들어 머리 위, 둥그런 구체를 바라봤다.
“어?”
자신이 잘못 본 건가 싶어 정태가 눈을 비볐다.
“어어어? 대, 대장! 대장!”
갑작스럽게 자신을 다급히 부르는 정태의 목소리에 막 잠에 들려던 박혁수가 왜 그러냐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떴다.
“왜? 무슨 일인데?”
“저기! 저길 보시우!”
정태의 손가락 끝을 따라 움직인 박혁수 역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머리 위에 떠 있는 둥그런 구체가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저, 저게 왜 저러는……!”
콰르르르르르르르르!
땅은 물론이고 하늘까지도 흔들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모래성 4층의 움막들도 들썩거리며 요동을 치더니 그 속에서 모래 해골병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대, 대장,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우?”
정태가 놀란 얼굴로 그렇게 묻자 박혁수는 벌떡 몰을 일으키고는 외쳤다.
“나도 몰라 이 새끼야! 그런데 하나는 확실해! 이 빌어먹을 모래성이 무너지려는 것 같다!”
“에에?”
“모래성과 함께 파묻히고 싶지 않으면 당장 뛰어어어-!”
박혁수가 먼저 엑시 스톤이 있는 모래성 4층 입구로 달렸고, 그 뒤를 정태가 부리나케 쫓았다. 그리고 그의 말처럼 서서히 모래성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