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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65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6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65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65화

모래 위에 세워진 모래성 (15)

 

드디어 도착한 모래성 10층.

무혁은 사막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한 채의 성을 가만히 바라봤다.

다행스럽게도 성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아니, 더 정확하게 표현을 하자면 성의 형태만 갖추고 있을 뿐, 커다란 저택 정도의 크기밖에 되지 않았기에 혹시라도 모래성 9층보다 더 규모가 큰 도시를 또 한 번 침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정말 엑시 스톤에 과감히 손을 올려놓았을지도 몰랐다.

“외부를 지키고 있는 모래 해골궁병조차 없다니…….”

무혁은 이것 또한 함정이 아닐까 하는 의심 가득한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어떠한 함정이나, 의심스러운 부분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저 굳게 닫혀 있는 커다란 정문만이 유일하게 신경을 쓰이게 만들었다.

접근을 했을 때, 갑작스럽게 문이 열리면서 모래 해골들 수백, 수천이 쏟아져 나오는 건 아닐까?

문을 열기 위해 손을 대는 순간 어디엔가 숨어 있던 모래 해골마법사가 벼락을 줄기줄기 내리꽂지는 않을까?

모래성 주변의 모래 바닥에서 모래 해골들 수천이 우르르- 몸을 일으키는 건 아닐까?

온갖 의심에서 시작된 상상들이 무혁의 머릿속을 어지럽혔고, 자연스레 무혁의 몸이 딱딱하게 긴장이 되어갔다.

극악한 난이도를 자랑했던 모래성 9층을 생각하면, 10층이 더 쉬울 가능성은?

“없지.”

그래서인지 무혁은 외롭게마저 보이는 성이 의심스럽고 불안했다.

“9층은 눈에 보여서 사람을 당황시키더니, 10층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더 미치겠네.”

무혁은 그렇게 말을 하며 이제 딱 한 갑 밖에 남지 않은 마지막 담배를 뜯었다.

항상 살 때마다 충분히 넉넉하다 여겼던 담배였지만, 매번 간당간당하게 부족할 정도였으니 무혁은 자신이 담배를 많이 피우는 골초인 건지, 담배가 부족할 정도로 많은 시간을 외부에서 보내는 것인지 아리송했다.

“후우우- 하긴, 벌써 시간이 꽤 지났으니 이제는 정말 돌아가야 할 때인 건 분명한데.”

모래성에서 지낸 시간이 몇 개월인지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엄청나게 긴 시간이 지난 것만큼은 분명했다.

아스펠 마을의 월세와 하녀에게 지불해야 할 포인트는 1년 치를 미리 지불했으니 걱정할 것 없었지만, 자신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전혀 소식을 알 수 없는 송정민을 생각하면 더 이상 모래성에서 보낼 시간이 없었다.

거기에 어느새 무혁도 헬-라시온 2년차가 되어 있었다.

헬-라시온 식민이 된 지는 만 1년이 되지 않았지만, 헬-라시온에 끌려온 시간은 2년이 넘었기에 무혁의 정보를 열람하면 ‘연차 - 2년차’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 말인 즉, 이제는 2년차 식민으로서 강제 사냥의 준비도 해야만 했고, 조만간 부여될 포지션 트레이닝도 수행을 해야만 했다.

아스펠 마을의 관리자인 리리타오가 알람을 전해오지 않는 것을 보면 여유 시간이 아직까지는 남아 있다는 뜻이겠지만, 그 전에 소소한 준비들을 해놓으려면 역시 모래성 10층을 하루라도 빨리 공략하고 마을로 돌아가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담배 한 개비를 모두 피우는 동안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무혁은 이내 불씨를 손가락으로 탁탁- 쳐서 꺼트리고는 꽁초를 아무렇게나 내던졌다.

“그래, 이러고 고민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부딪혀 봐야지. 안 그래, 통통아?”

지난 6개월 동안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무혁의 곁을 잠시도 떨어지지 않고 지켜준 통통이의 존재는 확실히 그것만으로도 무혁에게 커다란 위안이 되었다.

“가보자.”

무혁은 모래성 10층에 우두커니 서 있는 성을 향해 뚜벅뚜벅- 걸음을 옮겼다.

혹시나 싶어서 경계를 단단히 해봤지만, 성문 앞에 도착할 때까지 이렇다 할 위협은 조금도 없었다.

굳건하게 닫힌 성문을 향해 손을 뻗으며 무혁은 더욱더 신경을 날카롭게 세웠다.

모래성 9층에서 경험했던 갑작스러운 벼락이 10층에서도 이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문고리를 잡는 순간까지도 벼락 따윈 내리꽂히지 않았다.

다만.

 

[모래 위에 세워진 모래성 10층, 모래 해골왕의 성에 입장하기 위해선 열쇠가 필요합니다.]

 

“열쇠?”

무혁은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싶었다가 이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에 재빨리 공간 주머니를 오픈했다.

공간 주머니를 열고 무혁은 그곳에서 황금빛으로 빛나는 열쇠를 손에 쥐었다.

모래 해골마법사가 죽은 자리에서 얻었던 열쇠.

“이게 이 문을 열 수 있는 열쇠인 건가?”

열쇠를 만지작거리던 무혁은 곧바로 감정 스킬로 열쇠의 정보를 확인했다.

 

|모래 해골왕의 성 열쇠|

· 모래 위에 세워진 모래성 10층, 모래 해골왕의 성을 열 수 있는 유일한 열쇠다.

· 모래 해골마법사를 죽여야만 일정한 확률로 얻을 수 있다.

· 타인에게 양도가 불가능하다.

· 단 한 번 사용할 수 있다.

 

모래 해골왕의 성 열쇠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고 있는 열쇠를 바라보며 무혁은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부터 크게 내쉬었다.

만약에 모래 해골마법사를 죽이지 않았다면? 아니, 죽였더라도 열쇠를 발견하지 못하고 도망치듯이 10층으로 내려왔다면? 설령, 열쇠의 존재를 알고 있었더라도 모래 해골마법사가 죽으며 남기지 않았다면?

자신에게 이어진 연속된 행운들을 떠올리며 무혁은 진심으로 안도했다.

“이게 없으면 모래 해골왕의 면상조차 볼 수 없었다는 말이네.”

참 여러 가지로 빡빡한 모래성이라 여기며 무혁은 열쇠를 쥐고 성문을 바라봤다.

“여기가 열쇠를 꽂아 넣는 구멍인가?”

조금 전까지는 유심히 바라보지 않아 볼 수 없었던 열쇠 구멍이 눈에 들어왔다.

무혁은 곧바로 열쇠를 구멍에 맞춰서 꽂았다.

단 한 번 밖에 사용할 수 없다는 경고는 애초에 무시해버렸다.

어차피 두 번 다시 모래성에 올 생각이 없었으니까 한 번이든, 백 번이든 중첩된 기회는 무혁에게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철- 컥!

육중한 기계음과 함께 열쇠가 무언가에 단단하게 조이는 느낌이 들었다.

조심스럽게 옆으로 돌리자 끼리리리리릭- 하는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열쇠가 천천히 돌아가더니 마지막에는 터억! 하고 열쇠가 더 이상 돌아가지 않았다.

굳게 잠겨 있던 문이 열렸다는 사실을 인지한 무혁은 차분하게 숨을 고르고는 문이 열렸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지며 성문을 열어젖혔다.

상당한 두께를 자랑하는 성문치고는 부드럽게 열렸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를 하고 있었던 무혁이었지만, 의외로 성문이 완전히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외길?”

성문이 열리고 무혁의 눈에 들어온 건 좌우가 막혀 있는 외길과 그 끝에 닫혀 있는 또 하나의 문이었다.

“무슨 문이 이렇게 계속 있는 거야?”

슬슬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문을 열었는데 또 문이 닫혀 있다는 사실이 무혁의 긴장감을 점점 배가 시켰다.

만약, 심리적으로 상대가 위축되거나 불안감에 떨도록 만들기 위해 설계가 된 것이라면 욕이 나오지만 참 멋진 발상이고, 효과 만점이라고 부를 만했다.

무혁의 입장에서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돌아갈 수는 없었기에 외길을 따라 문 앞에 섰고, 또 한 번 문이 열렸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상황들을 대비해야만 했다.

“이젠 뭐가 있어도 놀라지 않을 테니까 제발 좀 속이라도 시원했으면 좋겠네.”

그렇게 투덜거리며 무혁은 힘껏 문을 열었다.

끼이이익.

문이 열리자 가장 먼저 얼굴이 화끈- 거릴 정도의 열기가 훅- 하고 밀려나왔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고 문 안쪽을 확인한 무혁의 두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사방이 흘러내리는 모래벽으로 막혀 있는 넓은 방 안에 거대하면서도 웅장한 모래 의자 위에 눈부신 금빛으로 번쩍이는 모래 해골 한 명이 느긋하게 등을 기대고 앉아 무혁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골격은 모래 해골기사보다도 작았다.

하지만, 모래 갑옷으로 전신을 보호하고 있었으며 의자 오른쪽에는 거대한 대검 한 자루가 모래 바닥에 꽂혀 있었고, 왼쪽에는 금빛 반짝이는 둥그런 구체가 허공에 두둥실- 떠 있었다.

“모래 해골왕?”

무혁이 그렇게 중얼거리자 놀랍게도 모래 해골왕이 하관을 딸깍- 거리며 대답했다.

“카이모레노 6세라 불러라.”

“카이… 뭐?”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았던 모래 해골왕의 대꾸와 그의 이름에 무혁은 정신이 반쯤 가출을 한 얼굴로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카이모레노 6세! 그것이 내 이름이다!”

모래 해골왕, 카이모레노 6세가 고함을 내지르자 사방의 모래벽이 한 차례 우르르- 흔들렸다.

‘이름도 있어? 그런데 6세는 뭐야? 설마… 저 모래 해골왕의 자리가 대대손손 이어지고 있다는 뜻인가?’

대충 몇 세, 몇 세 하는 것들은 선대의 권력을 그대로 이어받았을 때 사용하는 호칭이라 여겼기에 무혁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네 녀석도 결국은 모래 태양이 필요해 나에게 도전을 하는 것이겠지?”

“모래 태양?”

무혁은 도대체 저 해골바가지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도통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카이모레노 6세는 의자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는 오른쪽에 꽂혀 있는 거대한 대검을 가볍게 뽑아 들었다.

“나를 죽이지 못한다면 모래 태양을 손에 넣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네놈의 욕심에 대한 대가로 하찮은 생명을 거둬가리라. 오라! 나 카이모레노 6세의 강함을 친히 느낄 수 있도록 해주겠다!”

카이모레노 6세가 검을 바짝 세우며 그렇게 외쳤다.

저 혼자 오만하고, 비장한 카이모레노 6세를 바라보며 무혁은 이 한 편의 연극 같은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픽- 웃고 말았다.

‘아무렴 어때? 상대해야 하는 적이 저 놈 하나 밖에 없으면 내 쪽에서야 땡큐지 뭐.’

무혁은 생각을 마치고 왼팔을 앞으로 뻗었다.

‘어디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이나 해보자고.’

모래성 9층에서도 그랬지만, 모래 해골왕도 똑같다.

적을 앞에 두고 여유롭게 기다리고 있는 꼴이 딱 죽여주기 좋았다.

블랙 본 활이 만들어지고, 활시위에 화살이 걸리더니 곧바로 모래 해골왕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블랙 본 화살이 날아갔다.

모래 해골왕은 자신을 향해 은은한 검은 광채를 발하며 날아오는 블랙 본 화살을 바라보며 우습다는 듯 머리 위까지 치켜 올린 대검을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서 힘껏 내리그었다.

콰아앙!

굉음과 함께 사방으로 모래 바람이 휘몰아졌다.

휘몰아치던 모래 바람이 가라앉고 나타난 광경은.

“…뭐야?”

무혁은 눈앞에 벌어진 풍경에 또 한 번 눈을 동그랗게 떠야만 했다.

치켜 올린 대검으로 블랙 본 화살을 같잖다는 듯 내려쳤던 모래 해골왕은 형편없는 꼬락서니로 모래 바닥을 나뒹굴었던 것이다.

반쯤 박살이 나버렸던 오른팔은 빠르게 바닥에 깔려 있는 모래를 끌어올려 재생을 하고 있었지만, 충돌의 여파로 인해 꼴사납게 바닥을 나뒹군 모래 해골왕은 믿을 수 없다는 말만 연신 쏟아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동경하던 연예인을 처음 본 여중생처럼 시끄럽기 짝이 없었다.

“…저거 왜 저렇게 약해?”

무혁은 모래 해골왕의 허약함에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였다.

모래성 9층에서 수십 일을 굴렀던 일을 생각하면 어이가 없다 못해 화가 날 지경이었다.

“저런 허접한 놈을 상대하려고 내가 그 개고생을 했다고?”

입에서는 절로 욕이 나오려고 했다.

그 있잖은가? 엄청나게 많은 수의 부하들을 거느리며 온갖 허세란 허세는 다 떨며 싸움이 벌어지면 부하들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며 느긋하게 뒷짐만 쥐고 서 있다가 마지막에 홀로 남았을 때 상대해보면 정말 별것 없는 그런 보스를 보는 느낌이었다.

과정은 치열하고 빡셀지라도 마지막의 결과물은 맹탕인 것.

지금 무혁이 느끼는 기분이 딱 그랬다.

“아… X발, 빡치네.”

무혁은 사납게 인상을 찌푸리며 모래 해골왕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오른손에 들린 블랙 본 장검은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렬한 묵광을 뿌려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래성에 들어와 백일 수련을 했고, 모래성 10층까지 오면서 수도 없이 스킬의 숙련도를 올려야만 했던 무혁이었다.

현재 무혁의 스킬들은 모두 그 등급과 숙련도가 상당한 수준으로까지 올라간 상태였다.

자그마치 반년이다.

무려 6개월 동안 검술 수련을 하고, 모래 해골들과 끊임없이 싸웠으니 당연한 결과였고, 이것이 모래 해골왕을 상대로 월등한 격차를 벌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

“가, 감히 하찮은 인간 따위가 위대한 모래성의 지배자인 카이모레노 6세인 나를 상대로 살아남을 수… 커헉!”

“닥쳐! 이 개뼈다귀 새끼야!”

무혁은 모래 바닥을 미끄러지듯 이동하며 모래 해골왕의 가슴팍에 블랙 본 장검을 쑤셔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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