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6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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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8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63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63화
모래 위에 세워진 모래성 (13)
“예? 지금 뭐라고 했수?”
남자는 자신이 잘 못 들었나 싶었다.
“아무래도 방법은 그것밖에 없어. 언제까지 이렇게 도망만 다닐 순 없잖아? 그치?”
“그거야 대장이 괜한 짓을 해대서 이 꼴이…….”
말을 하던 남자는 박혁수의 싸늘한 시선에 슬그머니 입을 다물었다.
“X발, 이게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자고 한 짓이야? 내가 잘 되면 너도 그렇고 우리 패밀리가 다 잘 나가니까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다녔던 것 아냐! 누군 이렇게 되고 싶었겠냐!”
소리를 내지르는 박혁수의 모습에 남자가 뭘 또 그렇게까지 열을 내냐는 듯 툴툴- 거렸다.
“어쨌든 이번에는 확실해. 지금 우리의 처지를 반전시킬 수 있는 방법은 그것뿐이야.”
“정보는 믿을 수 있수? 또 괜한 짓거리 하는 거 아니냔 말이우.”
예전 같았으면 자신이 하는 일에 감히 토를 다냐며 버럭- 화를 냈겠지만, 피곤에 찌들어 있는 남자의 모습과 절로 혀를 차게 만드는 추레한 차림에 화도 낼 수가 없었다.
남자의 이런 행색이 자신으로 인해 벌어진 고생임을 알기에 박혁수도 일말의 양심이 화를 붙들었고, 무엇보다 현재 자신의 곁에 남은 유일한 조력자라는 걸 상기하면 마냥 감정적으로만 대하기 어려웠다.
‘이 새끼마저 등을 돌리면 진짜 그땐 끝이야.’
그렇게 생각을 한 박혁수는 남자에게 최대한 상냥하게 말했다.
“믿을 수 있는 거야. 그 새끼가 나한테 받아 처먹은 게 얼만데…….”
상냥했던 박혁수의 말투는 끝에 가서 이를 바득바득- 갈아붙이며 원독에 가득 찼다.
적지 않은 포인트를 좋다고 받아 처먹을 때는 언제고 이제 와 상황이 달라지자 매정하게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며 꼬리를 자르며 던져준 최후의 정보였다.
“내가 이번에 일어서면 잡아 죽일 개새끼들이 한두 놈이 아니야.”
“혹시 그 놈들 중에 장 대장, 아니 장진호도 있수?”
“당연하지! 그 개자식부터 갈아 마셔야지!”
박혁수의 말에 남자도 고개를 끄덕였다.
박앤장 패밀리를 함께 이끌었던 장진호는 박혁수가 흑룡 길드의 표적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미련 없이 배신을 해버린 인간이었으니, 반드시 복수를 해야 할 인간 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 대장하고 나하고 둘만으로 가능하겠수? 애들도 없는데 어렵지 않겠수?”
“어떻게든 해봐야지. 지금 우리가 이것저것 따질 상황이 아니잖아. 여기서 실패하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악착같이 달려들어야 해.”
독기 가득한 박혁수의 말에 남자가 입안이 씁쓸하다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
한때는 십여 명이나 되는 부하들을 끌고 다녔던 남자로서는 그때가 과거의 영광으로만 남을까 하는 불안감이 상당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박혁수를 믿고 따르는 수밖에 없었기에 그의 말대로 이번 기회로 반전을 이뤄야만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데 정말 탐사대가 얼음 칼날 숲을 탐사지로 선정한다면 대장은 뭘 가지고 탐사대와 협상을 할 생각이우?”
남자의 물음에 박혁수가 징그럽게 웃었다.
“내가 예전에 노회광 그 미친놈한테 엮여서 강제로 탐사를 다녔던 거 알지?”
“대장 흑역사 아니우?”
낄낄- 거리며 웃는 남자의 모습에 박혁수도 마주 웃었다.
“그래, 흑역사다 X발. 어쨌든 그때 노회광 그 미친 새끼가 나를 끌고 갔던 곳 중 하나가 바로 얼음 칼날 숲이었거든.”
“용케 살아서 나왔수?”
여전히 낄낄- 거리며 웃고 있는 남자에게 박혁수가 제법 진지하게 대꾸했다.
“그때 죽을 뻔했던 걸 생각하면 아직도 자다가 벌떡벌떡 일어난다. 그런데 그 빌어먹을 끔찍했던 기억이 이렇게 내 앞길에 광명을 비추게 될 줄 누가 알았겠냐?”
“내 대가리가 그렇게 똑똑하지 않다는 건 대장이 더 잘 알지 않수?”
뭘 그렇게 빙빙- 돌려가며 알아듣기 힘들게 말하냐는 듯 남자가 얼굴을 찌푸렸다.
“덜떨어진 대가리가 자랑이냐? 어쨌든 얼음 칼날 숲을 탐사하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이 뭐냐고 묻는다면 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뼛속까지 얼려버릴 것만 같은 냉기라고. 얼음 칼날 숲의 몬스터 따윈 문제가 아니야. 진짜 무서운 건 바로 추위니까. 그 추위를 극복해내지 못하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이 말이야.”
“그렇수?”
남자는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라 조금도 공감이 되질 않았다.
“그래서 대장은 뭘 어떻게 할 생각이우?”
“탐사대가 얼음 칼날 숲을 탐사하는 데 가장 필요한 걸 손에 쥐고 협상을 벌여야지. 내 생각대로만 된다면 이 X같은 상황을 다 해결할 수 있을 거다.”
“그게 생각대로 쉽겠수? 막말로 탐사대에서 대장을 상대나 해주겠냐는 말이우.”
자존심은 상하지만, 남자의 말이 마냥 틀린 소리는 아니었다.
“쉽지 않겠지. 하지만, 놈들이 가장 원하는 걸 내가 쥐고 있으면 어쩔 거야? 어차피 나도 마지막까지 온 이상 무서울 것도 더 이상 없으니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봐야지.”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다는 박혁수의 결연한 모습에 남자도 그건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치고. 대장이 손에 쥐고 협상을 벌일 카드가 뭔지나 말해주시우.”
“모래 태양.”
“모래 태양?”
그게 뭐냐는 듯 남자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박혁수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반경 1킬로미터의 기온을 급상승시키는 강력한 열기가 담긴 인공 태양이다. 내 생각이 맞다면 아마 모래 태양은 얼음 칼날 숲을 탐사하는 데 가장 필요한 아이템 중 하나가 분명해.”
확신에 가득 찬 박혁수의 대답에 남자가 퉁명스럽게 물었다.
“그 모래 태양이라는 건 어디에 있수?”
“모래 위에 세워진 모래성 최하층, 모래 해골왕을 사냥하면 얻을 수 있다고 들었다.”
“확실한 게 아니우?”
괜히 삽질하는 것 아니냐는 듯 남자가 의심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박혁수가 고개를 저었다.
“확실해. 노회광 그 미친 새끼가 얼음 칼날 숲에서 죽으면서 그렇게 말했었으니까. 모래 해골왕을 잡으면 얻을 수 있는 모래 태양만 있었어도 얼음 칼날 숲은 쉽게 탐사가 가능했을 거라고 아쉬워했었거든.”
노회광의 말이었다고 하니 남자도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았다.
모험왕이라고까지 불렸던 노회광만큼 헬-라시온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으니 그가 맞다면 그런 셈이다.
“그런데 우리 둘이서 사냥을 할 수 있수?”
중요한 건 이제 박혁수와 남자 두 사람만이 모래 해골왕을 잡을 수 있냐는 거였다.
“충분히 잡을 수 있어. 6등급 몬스터거든.”
이미 모래 태양을 손에 넣은 사람처럼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대답을 하는 박혁수였다.
“6등급이우?”
남자도 6등급 몬스터라는 사실에 걱정 따윈 모두 잊어버렸다.
“모래성인지 뭔지는 어디에 있수? 얼른 끝내고 발 좀 뻗고 잡시다.”
“그렇지 않아도 바로 출발할 생각이야. 아스펠 마을에서 반나절 거리에 있다고 하니 우선은 아스펠 마을로 가야겠지. 그치?”
대답을 하는 박혁수의 두 눈동자가 징그럽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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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우!”
줄줄 비 오듯 땀이 흘러내리는 얼굴을 손바닥으로 훔치며 방구름은 질린다는 듯 머리 위에 떠올라 있는 붉은 구체를 바라봤다.
“형님은 정말 대단하시구나. 이런 열기를 세 달이 넘도록 버티고 계시다니…….”
자신이라면 절대 못한다는 듯 방구름은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었다.
모래성 1층을 돌파해서 2층, 그리고 3층까지 내려온 방구름의 얼굴엔 피로감이 가득했다.
예기치 못했던 모래성 내부의 열기도 문제였지만, 모래 바닥에서 시도 때도 없이 모습을 드러내는 모래로 이루어진 몬스터들로 인해서 방구름의 신경은 굉장히 예민했고, 그만큼 피로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면 1층에서 등장한 몬스터들은 모두 7등급 몬스터로 큰 위협이 되지 않았고, 2층 역시도 6등급이지만 최하위로 분류가 되는 모래 해골이었기에 방구름으로서도 제 한 몸을 건사하는 것이 크게 어렵진 않았다.
다만, 예고도 없이 불쑥불쑥- 튀어나와서 긴장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움막이라… 설마 저기서 몬스터가 나오는 건가?”
1, 2층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모래성 3층의 전경에 방구름은 미간에 주름을 잡아가며 뭐 하나라도 발견하기 위해 안구에 힘을 줬다.
그러나 눈알이 빠지도록 쳐다본다고 알 수 있는 건 없었고, 결국 방구름은 몸으로 부딪혀 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움막을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가자 곧바로 들썩- 거리며 모래 해골병이 밖으로 나왔다.
“…뭐가 저렇게 커?”
방구름은 2층에서 만났던 모래 해골들보다 훨씬 더 큰 골격을 지니고 있는 모래 해골병의 모습에 얼굴을 굳혔다.
등급이야 6등급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외형적인 모습에서 풍기는 위압감이 같은 6등급인 모래 해골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했다.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난 방구름은 오른손에 짧지도, 길지도 않은 중간 길이의 검 한 자루를 가슴 앞으로 세웠다.
뒤이어 왼손으로는 허공에서 둥그렇게 열린 공간 주머니 속에서 엄지손가락 크기의 유리병을 꺼내 쥐었다.
유리병 속의 액체는 일전에 무혁에게 주었던 푸른색이 아닌 검은색.
“하, 하나가 아니야?”
방구름의 표정이 잘게 경련을 일으켰다.
충분한 위압감을 발산하는 모래 해골병이 줄줄이 사탕처럼 움막에서 쏟아져 나오니 방구름으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애초부터 방구름은 전투 능력이 뛰어난 인물이 아니다.
포션을 제작하는 연금술사로서의 재능이 뛰어난 것이라 제아무리 같은 6등급이라 하더라도 일대 다수의 싸움은 그에게 여러모로 위험한 상황이었다.
“이거 아무래도 쉽지 않겠는데…….”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방구름은 재빨리 공간 주머니를 다시 열었다.
왼손에 쥐고 있던 유리병을 도로 넣고는 다른 유리병을 꺼내들었는데, 이번에는 주황색에 가까운 액체가 담겨져 있었다.
방구름은 유리병의 마개를 엄지손가락으로 튕기듯 열고는 그대로 입안으로 들이켰다.
“큭!”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오묘한 맛에 인상을 찌푸리는 방구름이었지만, 그 효과는 단번에 나타났다.
모든 고유 능력의 정밀 수치가 5퍼센트나 상승한 것이다.
제한 시간은 한 시간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방구름은 충분한 힘을 얻었다.
“불굴의 의지! 통증 무시!”
이어서 가디언 포지션을 선택한 인간들만 사용이 가능한 10분 동안 지구력을 30퍼센트나 상승시켜주는 ‘불굴의 의지’와 마찬가지로 10분 동안 모든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통증 무시’ 스킬을 사용한 방구름은 뒤이어 무기 강화, 리듬 발걸음 등의 기본 스킬까지도 모조리 몸에 둘러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간 주머니에서 다시 꺼낸 검은색 액체가 담긴 유리병을 언제든 던질 수 있도록 왼손으로 단단히 쥐고 있었다.
준비를 마친 방구름을 향해 다섯 명의 모래 해골병들이 손에 든 펄션을 치켜들고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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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번째 침투에서 무혁은 죽은 듯 늘어져 있는 모래 해골기사에게 발각되어 또다시 도주를 해야만 했다.
눈에 뻔히 보이는 함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혁은 당하고 말았다.
“멍청한 놈! 죽으면 모래 속으로 파묻힌다는 사실을 왜 까먹어서는…….”
스스로의 머리를 후려치며 무혁은 자신의 안이함을 자책했다.
57번째 침투에서는 하반신이 모래 속에 파묻혀 있는 모래 해골기사에게 걸렸다.
한 차례 함정에 걸렸기에 조심한다고 조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설마하니 하반신 전체가 모래 속에 파묻혀 있는 모래 해골기사마저도 미끼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무혁으로서는 이가 갈릴 지경이었다.
그렇게 몇 차례의 함정에 더 걸리고, 곳곳에 숨어 있던 모래 해골들에게 발각되는 횟수가 십여 차례가 넘어가고, 어이없는 실수로 인해 후퇴를 반복하고 나서야 무혁은 멀지 않은 곳에 모래성 10층으로 향하는 나무문을 볼 수 있었다.
“이번이 몇 번째였더라?”
무혁은 자신이 몇 번째 침투 만에 10층으로 향하는 나무문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되었는지조차 까맣게 잊고 말았다.
“90번 정도 되려나?”
대략 적으로 90번째, 혹은 91번째 침투가 아닐까 싶었다.
이제는 절벽에서 내려와 자신이 서 있는 곳까지 어떻게 와야 할지 눈을 감고도 뚜렷하게 머릿속으로 그림이 그려질 정도였다.
그만큼 많은 횟수를 반복하다보니 저절로 머릿속에 각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여기서 나무문까지의 거리는 대략… 300미터 정도 되려나?’
이제는 정말 코앞까지 왔다.
더 이상 같은 짓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기에 무혁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나무문을 향해 일직선으로 최대한 빠르게 달려나가자고 마음먹었다.
어차피 나무문을 열고 통로에 들어서면 이 지긋지긋한 9층과는 영원한 이별이다.
거리낄 것 없었기에 무혁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땅을 박차고 앞으로 튀어나갔다.
나무문을 향해 달려나가는 무혁은 진정한 인간 탄환이나 다름없었다.
땅에 주름이라도 접힌 것처럼 나무문과의 거리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다 왔다!’
300미터를 전력으로 질주하기 위해 숨까지도 참은 무혁이 나무문을 향해 손을 뻗을 때였다.
번- 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