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6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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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4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61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61화
모래 위에 세워진 모래성 (11)
콰작-!
모래 흉갑이 부서지며 끝내 마지막까지 버티고 서 있던 모래 해골기사가 비스듬하게 쓰러졌다.
“주머니 오픈.”
텁텁한 목소리를 내뱉은 무혁은 모래 바닥 속으로 스며들려는 모래 해골기사의 장검이 공간 주머니 속으로 집어 삼켜지는 장면을 바라보고 나서야 손을 뻗었다.
맑은 물이 절반가량 담겨져 있는 물통이 공간 주머니에서 툭- 튀어나와 무혁의 손에 들렸다.
“가글가글가글… 퉤!”
입속을 까끌거리게 만드는 모래를 몇 차례나 가글을 통해 개운하게 만들고 나서야 무혁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담배를 입에 물었다.
“후우우-!”
길게 담배 연기를 내뿜고 나서야 좀 숨통이 트이는 것 같은지 무혁의 시선이 주변을 훑기 시작했다.
수백이나 되었던 모래 해골병과 해골창병, 그리고 마지막으로 처리한 열 명의 모래 해골기사들까지.
무혁은 장장 4시간이 넘도록 치열한 전투를 치렀다.
결과는 완벽한 대승리.
압도적인 힘과 속도, 다양한 스킬의 활용, 마지막으로 화룡정점을 찍듯 익숙해진 검술 실력은 그 수가 수백이 아니라 천 단위를 넘어갔다 하더라도 현재의 무혁에게는 큰 위협이 될 수 없었다.
“시간은 훨씬 더 걸렸겠지만, 결국 최후의 승자는 내가 됐을 거야, 그렇지 통통아?”
무혁이 전투를 하는 동안 통통이는 그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응원만 했다.
재밌는 사실은 몬스터들은 통통이의 존재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모래성으로 향하던 마을 인근에서부터 확인해왔던 일이지만, 몬스터들은 통통이가 바로 옆에서 요란하게 뜀박질을 하고 있더라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그러한 점은 모래성에 들어와서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통통이의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만 같았다.
덕분에 무혁으로서는 통통이로 인해 몬스터와의 전투에 신경을 분산시킬 필요가 없었다.
“이제 7층으로 가볼까?”
통통이에게 그렇게 말을 하며 무혁이 몸을 일으켰다.
4시간 동안이나 쉼 없이 이어졌던 전투를 고작 십 분 정도의 휴식으로 끝낸다는 것이 비상식적인 듯 보였지만, 이러한 점이 바로 사냥꾼을 포지션으로 선택한 이들의 최대 특권이었다.
남들보다 체력 회복 속도가 2배나 빠른 ‘체력 유지’ 스킬에다가 1등급에 이른 자연 회복 스킬 역시 체력 회복력에 상당한 도움이 되어주고 있었다.
무혁은 자신감 넘치는 발걸음으로 모래성 7층으로 내려가는 나무문을 열었다.
끼이익- 하는 듣기 거북한 소음과 함께 문이 열리자 무혁은 단 한 점의 망설임도 없이 시커먼 암흑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을 밟았다.
그렇게 내려간 모래성 7층.
“하하하…….”
무혁은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제는 마을이라 이건가?”
모래성 6층의 확장판을 떠올리게 만드는 모래성 7층은 그 크기가 대략 2배가량 넓어져서 부락이 아닌 마을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았다.
문제는 크기가 2배 정도 넓어진 만큼, 나무문을 지키고 있는 모래 해골들의 수도 6층과 비교해 곱절은 더 많아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미쳤네. 미쳤어. 이러니 등급 부적격이라는 소리를 듣지.”
무혁은 황당하기 짝이 없는 모래성 7층의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는 법.
무혁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모래 마을의 주변을 꼼꼼하게 살펴봤다.
최소 6, 7명씩 짝을 이뤄서 돌아다니는 모래 해골병과 모래 해골창병들은 그 간격이 꽤나 촘촘해서 조금만 시간을 지체하더라도 순식간에 백 단위가 넘는 모래 해골들에게 둘러싸일 가능성이 높았다.
“저 많은 수를 모두 상대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짓이야.”
상대를 하고자 한다면 못 할 것도 없었지만, 만약 모래성 8층, 9층, 그리고 마지막 10층까지도 이런 형태라면 과도하게 힘을 뺄 필요가 없다 판단했다.
이미 백일 수련으로 많은 시간을 보낸 무혁으로서는 최단기간 내에 모래성 10층을 공략할 필요가 있었고, 그러기 위해선 모래성 6층에서 했던 것과 같은 무식한 전투는 더 이상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또 하나.
“확실히 더워졌어.”
모래성 1층, 그리고 4층과 비교하면 확연하게 달라진 기온에 무혁은 신경이 쓰였다.
만약, 아래로 내려갈수록 더욱더 기온이 높아지는 구조라면 보다 많은 체력을 비축해야만 했다.
“여기부터는 강행돌파다. 무조건 직진!”
무혁은 다시 블랙 본 장검을 만들어 내고는 모래성 8층으로 향하는 나무문까지의 직선거리를 가늠했다.
앞을 가로막는 건 모조리 깨부수고 달린다.
그렇게 마음을 먹은 무혁은 곧장 스킬들을 사용했다.
“강철 체력!”
10분 동안 체력이 30퍼센트 상승한다.
“파멸!”
20분 동안 무기의 공격력과 내구력이 1배 증폭한다.
“호신!”
20분 동안 피해를 6퍼센트 감소한다.
“회피!”
20분 동안 회피율이 10퍼센트 상승한다.
체력이 상승하며 온몸에 새로운 힘이 맴돌았고, 손에 쥔 블랙 본 장검은 은은하게 묵광을 뿌려대며 더욱더 날카로운 예기를 번뜩였으며, 무혁의 몸 전체는 검은색의 얇은 막에 감싸여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백 일 동안 검술을 수련하며 숙련도가 오른 파멸, 호신, 회피의 등급도 모두 6등급으로 올라 이제는 스킬의 위력이 모두 상승해 있었다.
퉁퉁.
가볍게 몸을 뛰자 한층 가벼워진 체중의 변화가 무혁의 입가에 자신만만한 미소를 만들어냈다.
“통통아, 잘 따라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무혁의 몸이 시위를 당긴 화살처럼 빠른 속도로 모래 바닥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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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방구름은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검은 천 뒤의 송정민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고 방을 빠져나왔다.
주르륵.
머리 정수리에서부터 시작된 땀방울이 콧잔등을 타고 내려와 바닥에 톡- 하고 떨어졌다.
‘도대체 누구지?’
닫힌 방문을 돌아보는 방구름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고 있었다.
지난 3년 동안 헬-라시온에서 살면서 이렇게까지 대화가 어려웠던 적은 처음이었다.
방구름을 긴장시킨 것은 상대의 박식함이었다.
대화를 하는 동안 상대를 통해 처음 듣는 것들도 많았고, 소수의 사람들만 알고 있을 것이라 자신했던 정보들도 모조리 꿰뚫고 있었기에 방구름은 대화하는 내내 상대의 페이스에 질질-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정말 연금술사가 아닌 건가?’
상대는 포션 재료들에 대해서도 제법 상세하게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높은 등급의 몬스터들에게서 추출해낼 수 있는 재료에 대해서 말을 할 때는 그가 뛰어난 실력을 갖춘 포션 제작자, 즉 연금술사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절로 들었다.
포션 제작은 단순하게 스킬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화학적 작용을 일으키는 물질들을 아주 정확하게 배합할 줄 알아야 한다.
실험실의 과학자처럼 말이다.
때문에 헬-라시온에서 포션을 만들 수 있는 이들이 희귀한 것이다.
헬-라시온에 포션이 처음 등장한 건 현재 가장 유명한 포션 제작자이자, 랭커인 케일테자만의 손에서부터였다.
케일테자만은 한마디로 미친 사이코다.
한때는 과학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쳤던 사람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연금술에 푹- 빠져 기이한 실험을 벌였다.
그 와중에 도덕적, 윤리적으로 허용할 수 없는 기행을 일삼다가 직장도 잃고, 가정도 파탄이 나면서 완전히 삶이 몰락해버린 인물이었다.
그런 케일테자만이 헬-라시온에 끌려왔을 때, 그는 환호를 했다고 한다.
지구에서는 손가락질을 받고, 만인의 비난을 들으며 알량한 법이라는 테두리에 갇혀 남들 눈을 피해야 할 실험들을 마음껏 할 수 있었으니 케일테자만에게 헬-라시온은 가장 이상적인 세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 미친 실험을 자행하던 와중에 우연찮게 만들어진 것이 포션이다.
그때부터 케일테자만은 스스로를 연금술사라 칭하며 자신을 추종하는 이들을 이끌며 ‘연금술회’라는 길드까지 창설해 현재는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중이다.
케일테자만이 헬-라시온에 끌려오고, 포션을 개발하며 연금술회라는 길드를 만들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5년.
불과 5년 만에 연금술회가 거대 길드가 되고, 케일테자만이 랭커가 된 것은 실로 엄청난 일이었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기존 랭커 혹은 높은 등급의 인물들이 양지와 음지에서 전폭적으로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중 한 사람이 바로 송정민이었다.
그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는 방구름으로서는 상대의 폭넓은 지식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고, 자연스럽게 연금술사가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게 된 것이다.
“혹시 이것 때문이었나?”
방구름은 무혁이 어째서 자신을 거들떠도 보지 않았는지 이제야 이해가 됐다.
실력이 뛰어난 연금술사와 함께 살고 있는데 초짜에 불과한 방구름과 같은 아웃사이더 연금술사에게 무슨 관심이 있겠는가?
“결국, 내가 전혀 쓸모가 없었다는 소리네.”
힘없이 중얼거리는 방구름의 표정엔 허탈함과 부끄러움이 진하게 묻어 나왔다.
이러한 사실도 모르고 무혁을 오해하고, 혼자 이주를 하네 마네 고민하며 돈까지 들여 무혁의 집을 감시했으니 이 사실이 혹시라도 들통날까 방구름은 쥐구멍이라도 찾아서 숨고만 싶어졌다.
“모래성이라고 했었지?”
대화가 끝나갈 즈음 방구름은 가까스로 송정민에게 무혁이 어딜 갔는지 겨우 들을 수 있었다.
그 말인즉, 대화를 통해 상대에게 겨우 신뢰를 받았다는 뜻이니 방구름으로서는 더 이상 고민하고 갈등할 필요가 없었다.
“형님은 도대체 모래성에서 어떤 사냥을 하시기에 아직까지도 돌아오지 않는 걸까? 가볼까?”
직접 찾아가서 자신이 했던 거짓말들에 대한 진솔한 사과를 할까 싶었지만, 방구름은 차마 용기가 나질 않았다.
“하아… 이번에는 거짓말이 내 발목을 잡았네.”
고개를 푹- 숙인 방구름은 이내 힘없는 발걸음으로 집을 향해 걸었다.
그 사이, 장장 4시간에 걸친 대화를 통해 방구름의 됨됨이를 파악한 송정민은 자신이 가진 지식을 어떻게든 활용할 수 있는 또 다른 출구가 생겼다는 사실에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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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성 7층, 그리고 8층까지 돌파한 무혁은 9층 입구에서 실성한 사람처럼 서 있었다.
“…스케일이 점점 커지네. 미치겠네. 미치겠어.”
무혁은 모래성 9층의 전경을 살펴보며 실성이라도 한 사람처럼 낄낄- 거렸다.
모래성 6층은 부락, 7층은 마을, 8층은 작은 소도시 크기였다면, 9층은 대도시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면적부터가 입이 떡- 벌어졌다.
9층 입구가 높디높은 절벽에 위치해 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저 넓은 도시를 얼마나 헤매고 다니며 10층으로 내려갈 수 있는 입구를 찾아야 할지 예상조차 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저게 다 몇이냐…….”
넓은 면적만큼이나 그곳을 채우고 있는 모래 해골들의 모습도 기가 질릴 정도였다.
이건 천 단위가 아니라 만 단위를 훌쩍 넘어가는 숫자였다.
특히, 도시 중심부로 향할수록 모래 해골기사들이 수십 명씩 떼로 몰려 다녔는데 그들을 일일이 상대하려면 제아무리 무혁이라 하더라도 몇날 며칠이 걸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정말 갈수록 가관이네. 제정신이 박힌 인간이라면 이런 미친 곳에서 사냥을 할 이유가 없지.”
이렇다 할 포인트 벌이도 제대로 되지 않는 곳에서 어느 미친 인간이 제 목숨을 걸어가며 사냥을 하겠는가?
“그냥 돌아갈까?”
무혁은 깔끔하게 포기하고 돌아갈 것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어차피 애초에 모래성에 들어온 목적은 달성했다.
스킬의 성장, 조합, 그리고 뒤늦게 세운 검술이라는 새로운 목표까지 모두 채웠기에 여기서 물러선다고 하더라도 성취감은 충분히 100퍼센트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무혁은 쉽사리 발걸음을 돌릴 수가 없었다.
호기심, 그리고 미련.
과연 모래성 10층은 어떤 곳인지, 그곳에 자리를 잡고 있을 몬스터는 무엇일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그리고 이대로 물러나면 또다시 이곳을 찾게 되는 일이 있을까 하는 미련과 후회가 오랜 시간 발목을 잡을 것만 같았다.
“모래성이니 해골왕이려나?”
애초부터 모래 위에 세워진 모래성이라는 사냥터니까 당연히 성의 주인인 왕이 있어야 정상일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무혁은 더욱더 모래 해골왕이 어떤 몰골인지 궁금해졌다.
“그래, 갈 수 있는 만큼 한 번 가보자.”
다만, 이제는 무식하게 힘으로 돌파하는 것도, 앞만 보고 직진하는 것도 불가능했기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저 드넓은 도시의 중심에 세워져 있는 10층으로 내려갈 수 있는 나무문 앞까지 무사히 갈 수 있는 아주 치밀하고도 완벽한 방법이 필요했다.
“어떻게 가야 하려나…….”
자리에 주저앉은 무혁은 습관대로 담배부터 입에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