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5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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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9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55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55화
모래 위에 세워진 모래성 (5)
“파멸!”
스킬을 사용함과 동시에 손에 들린 블랙 본 장검에서 은은한 묵광을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앞으로 20분 동안은 공격력과 내구력이 0.5배가 된다.
아주 친절하게도 0.5배라는 수치가 적용되었지만, 사실상 체감하기 전까지는 명확하게 아! 이 정도구나- 라는 걸 알기가 쉽지 않았다.
파멸이라는 이름을 붙인 건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아주 단순하게도 스킬을 사용하는 동안에는 자신이 부수고 깨트리고 싶은 것은 모조리 그렇게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을 뿐이었다.
무혁은 자신의 눈앞에서 빠르게 달려오는 모래 해골병을 바라보며 허공에서 블랙 본 장검을 휘둘렀다.
스슷- 하는 바람이 갈리는 소리와 함께 블랙 본 장검에서 흘러나오던 묵광이 하나의 선이 되어 곧장 앞으로 날아갔다. 그렇게 날아간 묵광의 선은 그대로 모래 해골병의 머리통을 하나의 빛처럼 투과해버렸다.
쩍-!
무혁이 노렸던 모래 해골병의 머리통이 아주 깔끔하게 반으로 갈라졌다.
파괴력과 절삭력을 발출할 수 있다는 의미가 바로 이것이었다.
“…죽이네.”
진심으로 감탄을 터트리며 무혁은 신이 나서 좌우로 빠르게 블랙 본 장검을 휘둘렀다.
쩍! 쩍! 쩍! 쩍!
마주 달려오던 모래 해골병 네 명의 머리통도 순차적으로 쪼개졌다.
머리를 쪼갠다고 모래 해골병이 죽는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머리가 쪼개지면 재생이 되기까지 움직이지 않기에 무혁은 아주 손쉽게 다섯의 모래 해골병들을 마음껏 분쇄해버렸다.
“이거 너무 쉬운데?”
새롭게 생긴 스킬 파멸의 힘이 워낙 압도적이어서 무혁은 고작 5마리의 모래 해골병만으로는 박진감 넘치는 전투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작정을 하고 무혁이 움직였다.
들썩- 거리며 첫 번째 움막에서 모래 해골병이 나오기 시작했다.
들썩- 거리며 두 번째 움막에서 모래 해골병이 나오기 시작했다.
들썩- 들썩- 들썩- 들썩- 거리며 여섯 번째 움막까지 모래 해골병이 나왔다.
“통통아, 이만하면 충분하겠지?”
무혁은 자신을 둘러싸고 포위하듯 달려오는 30명의 모래 해골병을 바라보며 통통이에게 말했다.
언제나처럼 말 없는 통통이는 그저 열심히 응원을 하겠다는 듯 통통- 거리며 뛰고 있을 뿐이었다.
“어디 박 터지게 싸워보자고.”
무혁은 왼손으로도 블랙 본 장검을 만들어냈다.
아직 파멸 스킬의 지속 시간이 끝나지 않았기에 곧바로 왼손에 들린 블랙 본 장검에서도 은은한 묵광이 흘러나왔다.
“오른쪽부터!”
무혁은 오른쪽을 향해 블랙 본 장검을 크게 휘둘렀다.
묵광의 선이 빠르게 공간을 찢으며 날아갔고, 4명의 모래 해골병의 가슴팍을 가르고 소멸되었다.
“현재 등급으로는 이 정도가 한계라는 건가?”
혹시나 싶어서 왼손에 들린 블랙 본 장검도 휘둘렀고,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딱 4명의 모래 해골병에게만 유효타가 먹혔다.
아쉬울 것도 없었고, 실망할 필요도 없었다.
현재 무혁의 스킬 등급은 7등급이다.
앞으로 계속해서 등급이 오를 것을 생각한다면 파멸 스킬의 위력은 몇 배 이상 강해질 것이 분명했다.
과연 이렇게까지 강력한 공격 스킬을 가진 헬-라시온 식민이 몇이나 될까?
무혁은 입가에 미소를 베어 물었다.
그 사이 멀쩡한 모습으로 모래 해골병들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이렇다 할 기합도 없이 모래 해골병들의 펄션이 날아들었다.
“회피!”
두 번째로 무혁은 회피 스킬을 사용했다.
20분 동안 회피율 5% 상승이라는 수치가 어느 정도일까 궁금했던 무혁은 회피 스킬을 사용함과 동시에 몸이 한껏 가벼워진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거였구나!’
몸놀림이 가볍다는 건 그만큼 움직임이 편해졌다는 의미와 같다.
사방팔방에서 날아오는 펄션을 바라보며 무혁은 평소보다 빠르게 발을 놀렸고, 허리를 비틀며 보다 쉽게 몸의 무게중심을 이리저리 이동시킬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상체를 찢어 놓을 것처럼 날아오는 펄션을 피하기 위해 허리를 반쯤 뒤로 젖혔던 무혁은 자신의 허벅지를 노리고 벼락처럼 내리꽂히는 또 다른 펄션의 모습에 재빨리 호신 스킬을 발동하면서도 혹시나 싶어 발끝으로 땅을 밀듯이 뒤로 움직여봤다.
놀랍게도 움직임이 가능했다.
물론, 발끝과 허벅지, 그리고 허리의 근육에서 느껴지는 뻐근함이 꽤 불편했지만, 이런 괴상한 자세에서도 이동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무혁은 그제야 ‘어떠한 형태로든 이동이 가능하다’라는 스킬 설명을 이해할 수 있었다.
‘비상식적인 이동이라니.’
무혁은 회피 스킬을 통한 비상식적인 이동이 상황에 따라선 큰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도 있다는 점에 만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나저나 이게 호신인가?’
어느 정도 모래 해골병들의 공격을 피한 무혁은 자신의 몸 전체를 얇게 감싸고 있는 검은색의 막을 내려다봤다.
‘이왕에 사용한 스킬이니까 효과부터 알아보자.’
20분 동안 3퍼센트의 피해를 감소시켜준다는 호신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무혁은 일부러 가장 약해 보이는 모래 해골병의 공격 하나를 몸으로 받아냈다.
“윽!”
펄션이 베고 지나간 자리에서 느껴지는 불에 지진 듯한 통증은 여전했다.
3퍼센트의 피해를 감소시킨다고 하지만 체감상으로는 크게 느껴지는 것이 없었다.
“아주 조금 얕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찢어진 팔뚝 근육을 바라보며 무혁은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입맛을 다셨다.
스킬이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니 분명 피해가 3퍼센트 줄어들긴 했을 것이다.
하지만, 고통과 상처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기에 무혁은 최대한 빠르게 호신 스킬의 등급과 숙련도를 올려 확실하게 스킬의 위력을 체감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회피와 호신 스킬의 위력을 확인하는 사이, 어느새 20분이 흘러 파멸 스킬이 해제되고 말았다.
‘아무리 조합 스킬이라 하더라도 최하 등급이니 곧바로 다시 사용이 가능하겠지? 파멸!’
다행스럽게도 곧바로 스킬이 사용됐다.
하지만, 당장 6등급으로 스킬 등급이 오르면 위력이 커진 만큼 쿨타임 또한 생길 것은 뻔한 일이었다.
‘지속 시간을 늘이려면 정마력 등급부터 빨리 올려야겠네. 그럼 마지막으로 반격만 사용해보면 되겠네.’
무혁은 유일하게 페널티가 있는 반격 스킬인만큼 위험 부담을 가중시킬 필요가 없다 여겨 빠르게 모래 해골병들을 쓰러트리고 단 한 명의 모래 해골병만 남겨뒀다.
“자, 들어와 봐.”
무혁은 블랙 본 장검 한 자루만 손에 쥐고 홀로 남은 모래 해골병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함께 싸우던 동료 모래 해골병들이 모두 죽어버렸지만, 애초부터 동료애 따윈 없었다는 듯 모래 해골병은 어떠한 분노도 표출하지 않으며 무혁을 향해 펄션을 휘둘렀다.
‘간단하게 생각하자. 반격은 상대의 공격 패턴과 타이밍에 맞춰서 그 틈새를 파고드는 거야.’
어렵게 생각할 거 하나 없다.
권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크로스 카운터를 떠올리면 된다. 물론,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그게 쉬운 거냐며 거품을 물겠지만, 살기 위해 헬-라시온에서 끊임없이 싸우며 성장한 무혁으로서는 모래 해골병 한 명 정도를 상대로는 충분히 가능했다.
모래 해골병이 휘두르는 펄션의 궤적을 읽으며 무혁은 아주 짧은 몸동작으로 회피하며 곧장 반격 스킬을 사용하며 블랙 본 장검을 휘둘렀다.
“반격!”
츄아아악!
무혁의 기본 공격력에 추가로 모래 해골병이 휘두른 펄션의 위력까지 더해지자 블랙 본 장검에 베인 모래 해골병의 상체가 폭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터져 나갔다.
“워!”
무혁은 순식간에 상체가 완전히 날아가 버린 모래 해골병의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 정도의 위력이라면 스킬 실패로 인해 받을 3초간의 페널티가 결코 과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멸부터 반격까지 새롭게 얻은 조합 스킬들의 위력을 몸소 체험하고 난 무혁은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스킬을 얻었는지 새삼 깨달았다.
“이 정도 스킬이라면 구태여 다른 스킬들을 익힐 필요도 없겠어.”
무혁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다시 전의를 불태웠다.
새로운 스킬을 얻었으니 이제는 그것을 능숙하게 사용할 시간이었다.
“오늘 내일 스킬 사용에 익숙해지면 이왕에 온 거 바닥이나 한 번 찍어보자.”
애초의 목적인 스킬 숙련도 작업과 스킬 조합은 끝났다.
무혁은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모래성 10층까지 가보기로.
#
모래성 4층은 3층과 똑같은 구조였다.
다만, 난이도는 확실히 달라져있었다.
3층과 똑같은 크기의 움막에서 모래 해골창병 2명이 추가되었을 뿐인데 전투력 자체가 달라졌다.
펄션을 든 5명의 모래 해골병의 뒤에서 길쭉한 창으로 빈틈을 노리고 창질을 해대는 모래 해골창병의 공격력은 결코 무시할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다만, 그 상대가 무혁이라는 점이 문제였다.
무혁은 딱 하루를 4층에서 머물면서 움막이란 움막을 모조리 개방했다.
새로 얻은 강력한 스킬들과 블랙 본이라는 만능 무구는 모래 해골창병 2명이 더해졌다고 큰 위협이 될 수 없었다.
다음날 이어진 모래성 5층 공략.
모래성 5층의 환경도 3층, 4층과 같았다.
그저 움막의 외형적 모습만이 달라져 있었다.
3층과 4층의 움막보다 훨씬 더 고급스러워졌다고 할까?
움막의 기본 재질부터 크기까지 모든 것이 업그레이드되어 있었고, 그런 움막에서 나오는 몬스터 역시도 달랐다.
더욱더 굵어진 골격에다가 모래로 이루어진 흉갑마저 착용하고 있었는데, 그 정체는 모래 해골기사였다.
하나의 움막에서 나오는 모래 해골기사의 수는 고작 셋.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래 해골기사 셋을 상대로 싸운 무혁은 4층보다 그 난이도가 두 배는 껑충 뛴 것처럼 느껴야만 했다.
“열다섯이 한계인가?”
무혁은 담배 한 개비를 입에 꼬나물고 숨을 돌리고 있었다.
담배를 피우고 있는 무혁의 몰골은 꽤나 볼만했다.
머리는 산발이 되어 있었고, 옷은 넝마나 다름없었고, 걸레짝처럼 찢어져 있는 옷에는 붉은 핏물이 물감처럼 덧칠되어 있었다.
모래 해골기사는 피를 흘리지 않았으니, 결국 무혁은 자신의 피로 옷을 적신 것이었다.
“6등급짜리 모래 해골기사도 열다섯이나 되니까 5등급을 잡으려고 하네.”
허탈하게 웃는 무혁이었지만, 그의 표정은 좀처럼 굳어진 상태로 풀릴 줄을 몰랐다.
등급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지만, 6등급 중간 수준 밖에 되지 않는 모래 해골기사를 상대로 아무리 수적 차이가 있다하더라도 모든 고유 능력이 5등급인 무혁이 이렇게까지 낭패스러운 몰골의 전투를 벌인다는 건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능력에 차이는 분명해. 그럼에도 이런 결과라는 건… 스킬 활용 능력? 그래, 그것도 이유가 될 수는 있겠지.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체계적으로 잡혀 있지 않는 전투 기술이었다.
헬-라시온에 끌려오기 전까지 무혁은 싸움조차 제대로 해보지 않았던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랬던 무혁이 살아남기 위해, 오로지 생존이라는 단 하나의 목적 아래 끊임없이 싸우면서 자신만의 전투 기술을 익히며 그것을 몸에 장착해왔지만, 한계는 너무나도 뚜렷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무혁은 포인트가 없어서 짧은 단검을 쥐고 싸웠고, 이후에는 케라크라의 손톱을 무기로 싸웠으며, 시간의 탑에서는 도끼를 들고 싸우기까지 했었다. 그러다 이제는 블랙 본으로 장검과 해머 등을 만들어 싸우고 있었으니 말 그대로 중구난방이라는 표현이 알맞았다.
냉정하게 판단해서 단검을 들었을 때의 무혁은 죽기 살기로 싸웠다.
케라크라의 손톱을 무기로 사용할 때에도 무혁에게는 악바리 근성을 강했다.
하지만, 보석 도마뱀의 위장 스킬과 겁 많은 바로크의 폭주 스킬을 익힌 이후 무혁은 스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고, 고유 능력의 정밀 수치를 임의대로 조정해 기술적인 전투보다는 힘에 우위를 둔 전투에 초점을 맞췄다.
그 이후로는 항상 상대보다 우위에 선 상태로만 전투를 벌였다.
그러나 모래 해골기사들과의 전투를 통해 무혁은 뼈저리게 깨달았다.
자신의 한계가 무엇이며, 가장 시급하게 보완해야 하는 점이 무엇인지를.
모래 해골기사는 이전까지와 전혀 달랐다.
몬스터임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으로 검을 휘둘렀고, 그 위력은 확실했다.
검 한 자루로 어떻게 공격을 펼치고, 또 어떻게 방어를 해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검이라…….”
중얼거리던 무혁이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모래 해골기사는 검을 휘두르지만, 구태여 무혁은 검에 한정될 필요가 없었다.
누구도 갖지 못한 블랙 본은 검, 창, 도끼, 해머 심지어 활이 될 수도 있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유일무이한 무기이자 방패였다.
모든 걸 배워야 한다.
만능이 되어야 한다.
친절하게 무혁에게 무기술을 가르쳐 줄 사람은 없지만, 최소한 어떻게 무기를 다뤄야 하는지 알려주고 무수히 많은 경험을 하게끔 만들어 줄 수 있는 존재는 있었다.
“후우우- 10층까지 가려면 한참 걸리겠네.”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질겅질겅- 씹던 무혁은 퉤- 하고 멀리 내뱉으며 오른손에 블랙 본 장검을 만들어냈다.
“가장 만만한 건 역시 검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