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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51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8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51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51화

모래 위에 세워진 모래성 (1)

 

“퉷! 퉷! 퉷!”

입안에 잔뜩 들어찬 모래를 뱉어내는 무혁의 얼굴엔 짜증이 가득했다.

대충 입안의 모래를 뱉어낸 무혁은 공간 주머니를 오픈시켜 물통을 꺼내 입안을 헹궈내기 시작했다.

몇 번이나 열심히 입안을 헹구고 나서야 개운해질 수 있었다.

“입장부터 아주 요란스럽네.”

무혁은 모래성의 입장 방식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음에 또다시 방문을 하게 된다면 그땐 단단하게 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통통아, 너는… 멀쩡하네.”

커다란 외눈을 깜빡이며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으로 통통- 뛰고 있는 통통이의 모습에 무혁은 괜한 걱정을 했다는 듯 픽- 웃고 말았다.

“여기가 모래성 1층이라 이거지?”

모래 위에 세워진 모래성은 그 구조가 독특했다.

외형적으로 보였던 웅장하고도 거대한 모래성은 허상에 불과했다.

실질적으로 모래성은 지하로 내려가는 구조였다.

모래성은 총 지하 10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몬스터의 수준도 높아지는데, 이번 사냥의 목적을 생각한다면 갑작스럽게 무혁이 변덕을 부리지 않는 이상 지하 5층 이하로 내려갈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엑시 스톤이 이거구나.”

모래성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출구는 현재 무혁이 바라보고 있는 엑시 스톤이었다.

무혁의 등 뒤로 검은 광채를 발산하고 있는 성인 몸통만 한 바위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이 바위를 헬-라시온에서는 ‘엑시 스톤’이라고 불렀으며 모래성 각 층 입구마다 존재했다.

사용 방법은 간단했다.

누구든 엑시 스톤에 양손을 올려놓고 밖으로 나가겠다 생각하면 그 즉시 모래성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다만, 각 층에서 모래성을 빠져나가는 건 가능했으나, 다시 입구를 통해 들어왔을 때에는 1층부터 새로 내려와야 하는 불편함이 존재했다.

엑시 스톤을 확인하고 나서야 무혁은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주변을 돌아보다 이내 하늘, 아니 천장을 올려다봤다.

분명 지하에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모래성 1층의 전경이 모두 보일 정도로 내부가 환하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했던 무혁은 뒤늦게 천장에 둥그렇게 떠 있는 붉은 구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저게 설마 태양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천장에 떠 있는 붉은 구체는 태양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온도는 별로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무혁은 단순히 빛만 뿌려대는 거라 여기곤 어쨌든 어둡지 않다는 사실 하나에 만족했다.

“그나저나 베이스캠프를 차려야 하는데, 혹시 모르니까 여기에 차릴 수는 없으니…….”

무혁은 엑시 스톤을 돌아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하필이면 엑시 스톤이 1층 출입구에 있어서 베이스캠프를 차리기가 쉽지 않았다.

아무리 사람들이 찾지 않는 모래성이라 하더라도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몰랐기에 무혁으로서는 괜한 위험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 여겼다.

“2층이나, 3층으로 가야겠네.”

마음의 결정을 내린 무혁은 잠시 그 자리에서 서서 1층의 전체 모습을 가만히 살펴봤다.

축구장 수십 개를 붙여 놓은 것처럼 1층은 넓었고, 그 모양새는 딱 ‘사막’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럴 리 없겠지만, 누군가 실내에 사막을 만들어 놓는다면 이런 모습이 나올 것 같다 생각하는 무혁이었다.

“저쪽이 2층으로 내려가는 통로인가?”

1층 먼 구석에 대놓고 여기가 2층으로 향하는 곳이다- 라고 말하고 있는 나무문이 존재하고 있었다.

사막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1층의 전체적인 모습과는 너무나도 이질적이었지만, 어쨌든 덕분에 쉽게 2층으로 향할 수는 있었기에 무혁은 곧장 그곳으로 향하기로 결정 내렸다.

“통통아, 내려가자.”

무혁은 곧장 모래 언덕을 타고 주르륵- 미끄러져 내려갔다.

통통이도 곁에서… 데굴데굴데굴데굴.

둥그런 구체의 통통이는 그냥 모래 언덕을 굴러 내려갔다.

제법 높은 모래 언덕을 빠르게 내려온 무혁은 이내 자신이 내려온 곳을 돌아보며 끌- 하고 혀를 찼다.

“저걸 올라가려면 꽤나 귀찮겠네.”

발이 푹푹- 들어가는 모래 언덕을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한숨이 절로 나오는 무혁이었다.

“느낌이 좀 다르네.”

모래 언덕 위, 엑시 스톤이 있는 출입구에서 1층을 내려다보다가 아래로 내려오니 그 느낌이 또 새삼 다르게 다가왔다. 단 한 번도 가본 적 없지만, 정말 사막에 온 듯한 착각이 드는 무혁이었다.

“뜨거운 열기까지 나왔다면 완전 사막이었겠네.”

무혁은 다시 한 번 자신의 머리 위에 떠 있는 붉은 구체를 바라봤지만, 여전히 살갗을 태울 것만 같은 뜨거운 열기는 느낄 수가 없었다.

“이쪽으로 쭉 직진하면 되는 거였지?”

높은 곳에서 볼 때와 다르게 낮은 곳에 서니 당연히 2층으로 향하는 나무문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곳곳에 크고 작게 솟아 올라있는 모래 언덕들이 시야를 답답하게 가려 거리감과 방향감을 완전히 상실케 만들었다.

“언덕 때문에 시간 좀 걸리겠네.”

무혁은 입맛을 다시며 부지런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발목을 잡아당기는 모래 바닥을 열 걸음도 내딛지 못했는데, 무혁의 앞에 모래성 첫 번째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쉬익- 쉬익-!

크기는 대략 2미터 정도였고, 지름은 얼추 20센티미터 정도 되어 보이는 새카만 눈동자의 ‘모래 뱀’이 무혁을 향해서 눈동자만큼이나 새카만 혀를 날름거리며 위협적으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댔다.

“아무리 봐도 저건 포를 뜨긴 힘들겠지?”

무혁은 모래 뱀의 등장에도 전혀 놀라지도, 겁을 먹지도 않았다. 그저 영롱한 숲에서 아주 훌륭한 식량 자원으로서 아직까지도 무혁의 출출한 공복을 책임져주고 있는 무지개 뱀과 비교를 하며 입맛을 다실뿐이었다.

몸 전체가 모래로 이루어진 모래 뱀은 무지개 뱀과는 전혀 달랐다.

판매 품목이라고 해봐야 새카만 눈동자가 유일했는데, 그나마도 중앙탑에 판매를 해봐야 고작 30포인트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형편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래 뱀은 7등급 몬스터 중 상위에 속해 있었으니 아스펠 마을을 주거지로 삼고 있는 식민들이 모래성을 찾지 않는 것이었다.

스스스스스슷!

모래 뱀이 모래 위를 미끄러지듯 빠르게 움직이며 무혁을 향해 다가갔다.

크기에 비해 그 움직임이 상당히 날렵했다.

모래 뱀의 가장 치명적인 무기는 바로 독.

중독이 되면 곧바로 해독을 해야만 하는데 조금만 그 해독 시간이 늦어지면 발작과 마비 증상에 시달리다가 모래 뱀의 한입 먹잇감으로 변하는 건 시간 문제였다.

지그재그로 빠르게 움직이며 상대의 시야를 흔들어 놓으려는 모래 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무혁은 별다른 표정 변화도 없이 곧장 스킬부터 사용했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모래 뱀의 바로 옆에서 공기가 압축되어 폭발했다.

포인트 폭발 스킬을 사용함과 동시에 무혁의 오른손에서 검은색 장검이 쑤욱- 손바닥을 통해 뽑혀져 나왔다.

그렇게 손바닥을 통해 튀어나온 블랙 본 장검에 무혁은 곧바로 무기 강화 스킬을 덧씌웠고, 입을 쫙- 벌리고 아가리를 들이대는 모래 뱀을 향해 왼손을 뻗었다.

시커먼 그림자가 아주 잠깐 모래 뱀의 아가리를 막아서는 듯싶었지만,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순간이었다.

‘역시 스킬 등급과 숙련도가 낮으니 막지를 못하네.’

무혁은 처음으로 사용한 그림자 방패 스킬이 모래 뱀의 공격을 전혀 막아내지 못한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재빠르게 스텝을 밟으며 몸을 빙글- 회전시켜 모래 뱀의 아가리를 피해냈다.

방금의 스텝에도 ‘리듬 발걸음’이라는 스킬이 사용되었지만, 사실상 무혁의 몸놀림이 워낙 빨랐기에 모래 뱀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지 스킬의 도움은 거의 없었다.

모래 뱀의 공격을 피한 무혁은 그대로 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스악-!

무혁이 휘두른 검에 모래 뱀의 꼬리 부분이 깨끗하게 잘려나가며 핏물 대신 모래 가루가 사방으로 흩어졌는데, 잘려나간 모래 뱀의 꼬리 역시도 바닥에 떨어지기가 무섭게 모래 바닥 속으로 스며들며 깨끗하게 사라져버렸다.

꼬리 부분이 잘린 모래 뱀은 더욱더 사납게 혀를 날름거리며 무혁에게 덤벼들었다.

그러나 무혁과 모래 뱀의 무력 차이는 이미 하늘과 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무혁은 모래 뱀을 상대로 온갖 스킬을 모두 사용해가며 차근차근 아주 조금씩 모래 뱀의 몸통을 잘라내기만 했다.

포인트를 벌 수도 없고, 몬스터의 핵을 섭취할 수도 없는 최악의 사냥터 중 하나인 모래 위에 세워진 모래성에 무혁이 들어선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같은 연차, 혹은 그보다 1, 2년 일찍 헬-라시온에 끌려온 이들과 비교했을 때, 무혁의 고유 능력 등급은 높거나 같을지 몰라도 스킬의 등급과 숙련도, 스킬을 활용하며 싸우는 전투 기술은 형편없이 뒤떨어졌다.

그 간격을 좁히기 위해선 끊임없이 몬스터를 사냥하며 전투 경험을 쌓을 수밖에 없었다.

무혁은 오로지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전투에 집중하기 위해 아무도 찾지 않는 모래 위에 세워진 모래성으로 들어선 것이다.

모래 뱀의 몸을 야금야금- 잘라내며 전투가 아닌 말 그대로 농락을 하며 혼자만의 싸움을 이어나가는 무혁을 지켜보고 응원해주는 건 외눈을 깜빡이며 제자리에서 통통- 뛰고 있는 통통이 뿐이었다.

 

#

 

“대장, 어떻게 됐수?”

“XX… 아무래도 노가다 좀 해야 할 것 같다.”

“노가다라니 무슨 말이우?”

“도망간 새끼들 찾아야 할 것 아냐!”

냅다 소리를 내지르는 대장의 모습에 남자가 목을 슬쩍 움츠리며 시선을 옆으로 돌리면서도 중얼거렸다.

“니미, 어디에 있는 줄 알고 찾아다니겠다는 거야.”

“개새끼야, 다 들린다.”

“들었수? 그럼 내 속시원하게 말하겠수. 그놈들이 어디로 튄 줄 알고 어딜 어떻게 쑤시고 다니겠다는 소리우?”

남자의 말에 대장이 한심한 새끼- 라며 그의 머리통을 가볍게 두드렸다.

“생각 좀 해라, 이 밥통 새끼야. 이제 갓 부락 식민이 된 놈이 중앙탑의 포털을 이용했다면 결국 어디로 갔겠냐?”

대장의 물음에 남자는 그것도 모르겠냐는 듯 자신 있게 대답했다.

“1년 차 신입이 이주를 해봐야 당연히 마을 밖에 없지 않겠수!”

“그니까 마을을 뒤져야지. 그치?”

대장의 말에 남자가 그건 자기도 안다는 듯, 답답하단 얼굴로 반박했다.

“대장도 생각을 해보시우. 헬-라시온에 마을이 몇 개나 되는지 대장이 모르진 않을 테고. 중앙탑의 포털을 이용할 때마다 들어가는 포인트는 또 어디 만만하우? 그 많은 마을들을 죄다 뒤지겠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우?”

남자의 반박에 대장이라는 자도 할 말을 잃은 듯 입을 꾹- 다물어버렸다.

그런 대장의 모습을 보며 남자가 낄낄- 거리며 웃었다.

“그냥 깨끗하게 포기하는 게 어떻겠수? 어차피 그 병신을 다시 찾는다고 하더라도 순순히 우리가 원하는 걸 말해주지도 않을 텐데 이제 그만 하는 게 어떻수? 솔직히 난 그 병신이 그 고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견디는 걸 보고 있을 때마다 뒷골이 섬뜩합디다.”

다시 생각해도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남자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XX… 그래도 이게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솔직히 말해서 그 병신한테 정보를 얻는다 하더라도 까놓고 그 잘난 새끼들이 대장한테 한자리를 주는 것도 아니질 않수? 이게 다 대장의 쓸데없는 희망사항…….”

서슬 퍼렇게 자신을 노려보는 대장의 눈초리에 남자가 슬그머니 입을 다물며 시선마저 돌려버렸다.

남자를 진하게 노려보던 대장은 이내 네깟 놈이 뭘 알겠냐는 듯 눈에 힘을 풀어버렸다.

어차피 남자에게 화풀이를 한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지금 그와 실랑이를 벌여서 득 될 것 하나 없었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훨씬 건설적이었다.

대장의 화가 수그러들자 남자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런데 말이우, 나는 도통 이해가 가질 않수.”

“뭐가?”

또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려고 그러는지 짜증스럽다는 듯 대장이 눈살을 찌푸렸다.

“아니 대장도 생각을 해보시우. 기세등등한 길드와 가문에서 밀고 있던 놈들도 죄다 죽어나간 강제 사냥 아니우? 그런데 그런 곳에서 어떻게 낙오한 놈이 혼자 살아남았는지, 그리고 무슨 재주로 중앙탑에서 포탈을 이용해서 마을로 튀었는지 말이우.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게 아니질 않수?”

“그러니까 더 송정민 그 병신 놈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는 거야!”

“그게 또 무슨 말이우?”

눈을 껌뻑이며 멍청한 표정을 짓는 남자의 모습에 대장은 짜증스러움을 뒤로하고 설명을 하려다가 이내 입을 다물고 문을 바라봤다.

쾅!

“박혁수!”

문이 부서져라 열어젖히며 방으로 들어선 이는 ‘박앤장 패밀리’의 창립 멤버이자, 공동 대장으로 활동 중인 장진호였다.

“장 대장, 왔… 컥!”

“비켜! 이 새끼야!”

박혁수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남자가 밍기적- 몸을 일으키며 건성으로 인사를 하려다 장진호의 갑작스런 주먹질에 옆으로 나뒹굴었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내가 더 이상 참지 않는다고 했을 텐데? 그치?”

눈을 씰룩- 거리며 목소리를 내리까는 박혁수였지만, 장진호에게는 조금도 통하지 않았다.

“너 도대체 무슨 짓거리를 하고 다니는 거야! 도대체 뭘 하고 다니기에 적이리가 널 찾는 거냐고!”

“적이리?”

뜬금없이 거론된 ‘적이리’라는 소리에 박혁수가 얼굴을 찌푸렸다.

“XX 놈아! 내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거대 길드하고 가문, 그리고 랭커 새끼들이랑은 절대 엮이지 말라고 했잖아! 이 병신 새끼가!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 똥쟁이라는 개망신을 당하고도 아직도…….”

“닥쳐! 내가 그 말 한 번만 더 입 밖으로 꺼내면 아가리를 찢어버린다고 했지?”

박혁수가 빠르게 장진호의 멱살을 틀어쥐며 으르렁- 거렸다.

“…병신.”

“뭐?”

“지금 네가 이러고 있을 시간이 있을 것 같아?”

“무슨 소리야!”

“내가 말했잖아. 적이리가 너 찾는다고. 다시 말해줘? 박혁수 넌 X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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