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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45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4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45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45화

블랙 본 (3)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고 싶군.”

크레우스타가 장난기 없는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무혁을 향해 말했다.

마우티 부락을 관리하면서 이렇게까지 막대한 포인트를 얻은 인간은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없었기에 크레우스타가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아니, 마우티 부락뿐만 아니라 헬-라시온의 모든 부락을 통틀어도 이렇게 많은 포인트를 얻은 1년차 인간은 없었을 것이 분명했다.

“탑의 증표가 개당 1천 포인트라는 건 알고 있을 테고.”

“물론.”

“어디 보자 표식이… 25개? 하나가 부족하네?”

안소영의 표식은 차마 거두지 못한 무혁이었기에 크레우스타의 물음에 그저 입을 다물기만 했다.

아무렴 어쩠냐는 듯 크레우스타는 무혁이 건넨 무기들에 대해서도 말했다.

“다른 인간들과 직접 거래를 하는 편이 훨씬 더 이득일 텐데?”

중앙탑에다가 무구를 되파는 건 엄청난 손해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 중앙탑에서 1천 포인트짜리 검을 사서 다시 되판다면 고작 3백 포인트밖에 받을 수가 없었다.

즉, 중앙탑에서는 정상 가격의 30퍼센트에 매입을 해갔기에 대부분의 인간들은 소속 길드나 가문의 소속원들끼리 적절하게 물물교환을 하거나 그것보다 조금 더 손해를 보더라도 최소 60퍼센트의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상회에 무구를 판매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라도 무혁은 구태여 시간의 탑에서 아득바득 무구를 챙기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상관없어.”

무혁의 대꾸에 크레우스타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이죽- 거렸다.

“하긴, 아마도 시간의 탑에서 너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게 알려지면 상당히 귀찮은 일이 생기겠지. 아닌가? 여길 나서는 순간부터 이목이 집중되려나?”

크레우스타의 말에 무혁의 표정이 딱딱하게 경직됐다.

‘그건 생각하지 못했네.’

함께 시간의 탑에 들어선 경쟁자들 중엔 대형 길드와 거대 가문의 소속원이 꽤 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기대를 받으며 전폭적인 성장 지원을 받았다.

당연히 쉽게 죽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인적자원들이다.

그런데 모조리 죽었다는 걸 알게 된다면?

‘복수보다는… 날 끌어들이는 것이 이득이라 보겠지.’

알량한 복수 따위에 대형 길드와 가문이 목을 멜 이유가 없다.

몇 개월 동안 전폭적으로 성장 지원을 했다고 하더라도 대형 길드와 가문의 입장에서는 그리 대단할 것 없는 지출일 테니까.

그러나 무혁을 영입하면 엄청난 이득을 챙길 수 있다.

당장 마우티 부락 최고의 신입이니까.

대형 길드와 가문들은 서로 무혁을 영입하려고 각축전을 벌일 것이 뻔했다.

정정당당한 영입전이 벌어질까?

‘그럴 리가 없지!’

살벌하기 짝이 없는 피 튀기는 싸움이 될 것이고, 그 가운데 낀 무혁은 애먼 돌을 맞아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었다.

어찌 되었든 무혁의 입장에서는 좋을 것 하나 없는 살벌한 상황이 된다.

그리고 또 하나.

‘이제와 자유를 박탈당할 순 없지.’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어떠한 도움 하나 없이 차근차근 지금까지 올라온 무혁이다.

그런데 이제와 대형 길드와 가문의 비호를 가장한 감시를 받아가며 자유를 구속 받을 수도 없었고, 무엇보다도 몬스터의 핵을 섭취하며 끊임없이 가파르게 성장을 해야 하는 무혁으로서는 자신이 지니고 있는 비밀을 결코 그들과 공유할 생각이 없었다.

‘바로 떠나야겠어.’

무혁은 중앙탑을 나서는 즉시 마우티 부락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모든 고유 능력이 6등급으로 올라섰으니 당당하게 마을로 이주가 가능하기도 했으니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

“이제 정산을 할까?”

무혁이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서 마우티 부락을 떠나기로 결정하자 기다렸다는 듯 크레우스타가 물어왔다.

낯설기만 한 크레우스타의 친절에 무혁은 피식- 웃음을 보이고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하나가 더 있다며 놀을 잡고 얻었던 첫 아이템인 가죽끈을 내밀었다.

“이것부터 감정해 줘.”

크레우스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가죽끈을 감정했다.

 

|놀의 가죽끈 - 7등급 장신구|

· 허리에 착용할 수 있는 가죽끈으로 물건을 보관할 수 있다.

· 내구력이 높지 않아 쉽게 끊어진다.

 

예상했던 것처럼 별 볼일 없는 가죽끈이었다.

이렇다 할 다른 효과도 없이 그저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수준 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나마도 내구력이 높지 않아 쉽게 끊어진다는 설명에 무혁은 쓸모가 없다 생각하며 크레우스타에게 팔겠다며 건네주었다.

“자, 그럼 어디 정산해 볼까? 이거 나도 정말 기대가 되는데?”

다시 한 번 무혁의 악마의 족쇄가 검붉은 빛을 토해냈다.

 

[정상 처리 완료!]

[잔여 포인트 : 14,787,850]

 

“…미친.”

그렇게 내뱉는 무혁의 얼굴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캬아아- 정말 대단하네! 이 정도의 포인트를 고작 1년도 되지 않은 신입이 벌 수 있다니! 정말 놀랍네! 놀라워! 고작 1년도 안 된 부락 식민의 강제 사냥 획득 포인트로도 헬-라시온 역대 최고네! 멋지다! 정말 멋져!”

짝짝짝짝짝짝짝-!

크레우스타가 시끄러울 정도로 박수를 쳤다.

‘이 정도의 포인트라면…….’

무혁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최상의 무구와 고가의 스킬로 지금보다 몇 단계는 더 강해질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마우티 부락을 떠나 낯선 마을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일시에 해소가 됐다.

“본 드래곤의 뼈는?”

“줘야지.”

짙은 검은색의 블랙홀과 같이 공간이 일렁거리더니 이윽고 정사각형 형태의 새카만 상자 같은 것이 바닥에 쿵- 하고 떨어졌다.

“이게 본 드래곤의 뼈?”

“드래곤 일족 중 가장 신체 능력이 강력했던 블랙 드래곤 카오네이트를 본 드래곤으로 만들었지. 그 이후 남긴 뼈의 일부다. 정확하게 십 킬로그램이지. 솔직하게 말해서 이렇게 많은 양이 너 같은 인간에게 필요할까 싶을 정도다.”

“양이 많은 거라고?”

크레우스타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보통 검 한 자루를 만드는데 필요한 양은 1킬로그램 내외다. 검 1자루를 통으로 만든다 하더라도 그 정도 양이면 충분하지.”

말대로라면 무혁은 당장 본 드래곤의 뼈로 만든 검을 10자루나 만들 수 있다는 뜻이었다.

“나 이전에 시간의 탑 랭킹 일 위를 했던 사람도 나와 같은 보상을 받았나?”

“시간의 탑뿐만 아니라 모든 랭킹이 존재하는 강제 사냥에서의 보상은 3위부터 1위까지 매번 무작위로 바뀐다.”

“그럼 그는 뭘 받았지?”

“그게 왜 궁금하지?”

“비교를 해보고 싶으니까.”

호기심도 있었지만, 과연 자신의 보상이 이전 1위보다 나은지 알고 싶었다.

“비교할 것도 없다. 상식적으로 랭킹을 밀어냈다는 소리는 당연히 더 높은 성과를 달성했다는 뜻이니 당연히 그에 맞춰서 보상도 한 단계 더 상승할 수밖에 없다.”

“아…….”

그제야 무혁은 납득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서 4위부터는 보상이 정해져있냐고 물을 필요는 없었다.

1, 2, 3위만을 특별하게 여긴다는 뜻이었으니까.

“누군가 내 기록을 깨버리면 그땐 무엇이 보상으로 주어지지?”

크레우스타는 그런 게 왜 궁금하냐는 듯 이해할 수 없는 얼굴로 무혁을 바라보다 퉁명스럽게 대꾸해주었다.

“본 드래곤의 뼈보다 더 좋은 보상이라… 몇 가지가 떠오르긴 하네. 우선적으로 드래곤 하트 조각도 있고, 죽지 않는 새의 생명수도 있고, 트윈헤드 오우거의 정(情)이 될 수도 있고, 최상급 마물이나, 마족의 무언가가 될 수도 있고… 뭐 찾아보면 많지.”

무혁은 궁금한 게 많았지만, 더 이상은 크레우스타가 친절하게 대답을 해주지 않을 것 같아 호기심을 억눌러야만 했다.

아니나 다를까, 크레우스타가 더 이상 볼일이 있냐는 듯 무혁에게 물었다.

“본 드래곤의 뼈로 만들 수 있는 것들을 보여줘.”

“그러지.”

딱- 소리와 함께 크레우스타가 손가락을 튕기자 무혁의 눈앞에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종류는 무척이나 다양하고도 방대했다.

기본적인 검부터 시작해서 창, 도끼, 방패, 갑옷 등등 하나하나 일일이 살펴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다른 필요한 재료들을 여기서 구입할 수 있나?”

“재료는 팔지 않아. 재료는 직접 구해야해.”

크레우스타의 말에 무혁은 포인트로도 되지 않는 것이 있다는 사실에 살짝 실망을 했다.

‘이건 뭐… 그림에 떡이네.’

무혁은 곧바로 크레우스타에게 본 드래곤의 뼈만으로 만들 수 있는 물품만 정리해달라고 말했고, 곧바로 수천 가지에 달했던 무구들이 대부분 사라져버렸다.

‘그나마 검과 같은 무기가 가장 무난한 건가?’

 

|드래곤 본 소드 - 1등급 무기|

· 드래곤의 뼈만 이용해서 만든 검.

· 극상의 절삭력으로 무엇이든 자를 수 있다.

· 검 관련 스킬의 위력이 15% 상승한다.

· 극상의 내구력으로 웬만해선 파괴되지 않는다.

· 수리를 하려면 동일한 재료가 필요하다.

· 근력, 정마력 1등급 착용 제한이 걸려 있다.

· 착용 제한을 무시할 경우 단계별로 20%의 능력이 중복 감소된다.

 

본 드래곤의 뼈 자체가 워낙 최상의 재료다보니까 하나 같이 1등급 무기와 방어구로 제작이 가능했는데, 문제는 그것들을 착용할 때 발생하는 착용 제한과 그에 따른 페널티였다.

“착용 제한을 무시할 경우 단계별로 20퍼센트 능력이 중복 감소된다는 게 정확하게 무슨 뜻이지?”

무혁의 물음에 크레우스타는 별것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말 그대로다. 등급이 한 단계 부족할 때마다 무기 본연의 능력이 20퍼센트 떨어진다는 소리다.”

“만약 3등급의 사용자가 검을 사용하면 본래의 위력에 60퍼센트 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뜻인가?”

“그렇지. 검의 위력부터 내구력까지 모두 그렇게 하향되지.”

크레우스타의 말에 무혁은 자신의 등급에 맞춰서 계산을 해봤다.

‘…뭐야? 그럼 나 같은 6등급짜리 인간은 사용할 수조차 없다는 뜻이잖아?’

무혁은 뭐 이런 거지같은 경우가 다 있나 싶었다.

황당해하는 무혁에게 크레우스타가 낄낄- 웃으며 확인 사살을 해주었다.

“드래곤 본 소드 같은 최상급의 무기는 6, 7등급의 인간이 사용하는 순간 바로 부러져 버린다. 내구도가 바닥으로 떨어지니까 사용할 때마다 반 토막이 나서 수리하기에 급급할 걸?”

크레우스타의 아주 깔끔한 정리에 무혁은 더 이상 눈앞의 홀로그램을 보고 있을 필요도 없다는 듯 모조리 닫아달라고 했다.

‘이건 뭐… 눈앞에 금은보화를 쌓아두고 하나도 사용할 수 없는 거랑 뭐다 달라!’

무혁은 입맛이 쓰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다 오랜만에 담배가 강하게 당겼다.

지난 열흘 동안 강제 금연을 했지만, 애초부터 금연 따윈 생각해보지도 않았기에 무혁은 크레우스타의 양해를 구하지도 않고 조끼 주머니를 뒤적거려 담배를 찾아 입에 물었다.

‘별 말 안하는 걸로 봐선 괜찮겠지.’

라이터를 꺼내며 크레우스타의 눈치를 살짝 살핀 무혁은 이내 담배에 불을 붙였다.

쭈우우욱- 니코틴을 폐 깊은 곳까지 빨아들이자 무혁은 지금 이 순간이 천국이구나 싶었다.

무혁은 그렇게 아주 맛있게 담배를 피우면서 크레우스타에게 말했다.

“공간 주머니를 사려고 하는데.”

“용량은?”

처음에는 무조건 100킬로그램짜리를 사려고 했다. 하지만, 공간 주머니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필요한 필수품이고, 이왕이면 포인트가 넉넉할 때 크고 좋은 걸 사놓는 것이 낫다 싶어 무혁은 과감하게 크게 질렀다.

“일 톤짜리는 얼마나 하지?”

크레우스타는 곧바로 가격을 말해주었다.

“가장 기본 형태인 주머니가 230만 포인트다.”

230만 포인트라는 소리에 무혁은 역시 엄청나게 비싸다며 혀를 내둘렀다.

여기에다 단계별로 편의성이 올라갈 때마다 그 가격은 솟구친다.

모든 공간 주머니의 기본 형태는 가죽 주머니다.

몸에 두르는 형태 즉, 벨트, 팔찌, 발찌 등으로 구입하게 된다면 기본 가격의 10퍼센트를 더 지불해야 한다. 고로 똑같은 용량임에도 불구하고 기본형보다 23만 포인트가 더 붙은 253만 포인트가 된다.

그 위의 형태는 반지와 목걸이, 귀걸이였고, 그것보다 더 상위이자 최종 편의성을 지닌 형태는 몸에 직접적으로 문신을 새겨 넣는 것이었다.

문신의 경우에는 원하는 모양과 크기는 물론, 신체 부위도 직접 선택할 수 있었다.

‘어떠한 경우에도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역시 문신이 최고인데…….’

기본 가격에서 문신까지는 무려 3단계 위!

10퍼센트씩, 즉 30퍼센트가 옵션 비용으로 무려 69만 포인트가 더 추가된다.

최종가격 299만 포인트.

무혁으로서는 69만 포인트나 추가 지출을 해가면서 문신 형태로 만들어야 하나 싶은 회의감이 들었지만,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포인트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는 이내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1톤짜리, 문신 형태로 구입하겠어.”

“포인트를 물 쓰듯이 쓰겠다는 건가?”

크레우스타가 참 어리석은 결정이라는 듯 자신을 조롱했지만, 무혁은 개의치 않았다.

비싸긴 해도 역시 가장 안전한 방법이 최고라고 여겼다.

“문신의 형태와 크기 그리고 새겨 넣을 위치를 말해라.”

“형태는 작은 점으로 크기는 좁쌀만하게 위치는…….”

말을 하던 무혁은 문득 무언가가 생각난 듯 크레우스타에게 물었다.

“문신은 신체의 어디든 가능한 건가?”

“가능하다.”

“눈에도?”

“뭐?”

크레우스타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말에 잠시 반문을 하다가 이내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눈에다 작은 점 형태로 새겨줘. 위치는 왼쪽 눈 검은자 왼쪽에다가. 색은… 황금색이 괜찮겠네.”

“…참 신선한 선택이군.”

진심으로 무혁의 선택에 크레우스타는 감탄을 했다.

곧바로 탁- 소리와 함께 크레우스타가 손가락을 튕기자 무혁의 왼쪽 눈 검은자 옆에 아주 작은 황금색의 점과 같은 문신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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