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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26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2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6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6화

시간의 탑 (10)

 

‘확실히 강해.’

무혁은 배영철이 같은 연차의 경쟁자들 중 가장 강한 인간 중 한 명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킬을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지만, 일격에 날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위협적인 스킬은 없다! 정면으로 맞붙는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어!’

무혁은 배영철의 전투 모습을 침착하게 지켜보며 싸움이 벌어졌을 때,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를 고민해봤다.

“이제 그만 가야지?”

더 이상 지켜볼 필요가 있겠냐는 안소영의 재촉에 무혁은 아무런 말없이 배영철을 바라봤다.

무혁이 봤을 때, 현재 배영철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혼자서 좀비들의 포위망을 뚫고 빠져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비들과 싸우는 이유는 뻔했다. 주변 동료들을 어떻게든 살리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저런 인간에게 의리 따위가 있을 리는 없고… 결국은 시간의 탑에서 머무는 동안 자신의 손발이 되어줄 동료가 필요하다는 뜻인데…….’

무혁은 이윽고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했다.

배영철이 혼자가 되면 분명 무혁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혼자가 된 배영철이 중국인들이나, 일본인들, 하다못해 동남아 사람들과 만난다면 분명 자신의 꿍꿍이를 속여 가면서까지 그들과 협력을 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라면?

‘대립을 하겠지? 싸움이 벌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서로를 경계해야 하니 최소한 나에게 해가 될 일은 없겠지.’

결론적으로 무혁은 아직까지는 배영철에게 동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설령, 이러한 것들을 다 제쳐두고서라도.

‘아직은 저 많은 사람들이 죽어서는 안 돼.’

머릿속에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무혁으로서는 이렇게 쉽게 사람들이 죽어선 안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저기 말이야, 아무래도 도와줘야겠어.”

무혁의 말에 안소영이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냐는 듯 그를 날카롭게 노려봤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저 새끼를 왜 도와줘?”

안소영은 절대 안 된다는 듯 단호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세웠다.

“이제 고작 이틀째야. 벌써부터 저 많은 인원이 죽는다면, 그만큼 남아 있는 시간 동안 우리가 생존하기 어려워지지 않을까?”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건데? 어차피 저들하고 우리는 따로 움직이니까 살아 있다고 해서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아니지. 만약 우리가 같은 층에 있게 된다면, 저들이 우리보다 앞장서서 움직여주는 바람에 우리가 편안하게 움직일 수도 있는 거잖아.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겠지만 어쨌든 도움이 될 수도 있는 확률은 분명 존재해.”

“글쎄. 난 반대의 확률이 더 높다고 보는데? 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저놈들이 우리를 죽이려고 한다면 그때는 어쩔 건데?”

“그런 일이 생긴다면 우리가 먼저 죽여야지.”

너무나도 쉽게 대답을 하는 무혁의 모습에 안소영은 무슨 자신감이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오려던 걸 삼켜버렸다.

무혁의 진지한 모습과 그의 실력이 빠르게 안소영의 머릿속에서 계산되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고 있는 무혁이었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안소영이 낮게 물었다.

“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설마… 랭킹에 관심이라도 생긴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먹여대는 모습이 이해가 가질 않았기 때문이다.

안소영의 물음에 무혁은 대답대신 씨익- 웃기만 했다.

“…….”

그 웃음에 안소영의 온몸에는 소름이 돋았다.

 

#

 

“아아악!”

비명을 터트리며 누군가 주저앉는 소리가 들리자 배영철의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

“XX… X같네!”

나오는 말이라고는 욕밖에 없었다.

설마 이렇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고작 좀비다.

마음먹고 싸우면 너덧 마리라 하더라도 우습게 잡아 죽일 수 있는 몬스터가 좀비인데, 그런 같잖은 좀비 따위에게 이렇게까지 궁지에 몰리게 될 줄이야.

배영철은 끄어어어- 하는 쇳소리와 함께 악취를 뿌려대는 좀비의 머리통을 깨끗하게 날려버리고는 슬쩍 뒤를 돌아봤다.

“병신 같은 것들…….”

좀비를 상대로 죽기 살기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의 처절한 꼬락서니가 한심스러웠다.

‘XX, 이러다가 진짜 죽겠는데…….’

당장 좀비들의 포위가 문제가 아니다.

이 좀비의 벽을 뚫고 나간다 하더라도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으아아악! 저, 저기도 온다!”

자지러지게 비명을 지르는 소리에 배영철의 시선이 움직였다.

네 마리의 좀비가 또다시 나타났다.

‘어쩔 수 없나?’

배영철은 인상을 험악하게 일그러트리며 또다시 눈앞에서 손을 휘둘러대는 좀비의 가슴팍에 포인트 폭발을 일으켰다.

펑- 소리와 함께 좀비의 상체가 들썩이는 순간을 노리고 배영철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손끝으로 매 마른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약탈자 포지션 스킬과 마도사 로하마의 탐식을 통해 15분 동안 근력의 정밀 수치가 97퍼센트까지 오르니 좀비의 뼈다귀 정도는 단단하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았다.

‘X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혼자서 해보는 수밖에 없지 뭐!’

방패막이, 혹은 몬스터 킬 저금통 정도로 여기며 함께 다녔던 이들과 헤어지는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더 이상은 시간을 끌 수가 없었기에 배영철은 혼자서라도 이 좀비의 포위를 뚫고 나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까짓것 다른 놈들한테 잠시 붙었다가 통수를 치는 것도 나쁘진 않지.’

홀로 음흉한 계획을 세우고 배영철은 가장 뚫고 나가기 쉬운 활로를 찾았다.

그나마 느슨한 좀비의 포위벽을 발견한 배영철이 한 발 앞으로 내딛을 때였다.

“으아아아! X발! 좀비 새끼들이 뭐가 저렇게 많아! 아무래도 다시 3층으로 올라가든 아니면 1층으로 내려가자! 아직까지 계단이 그대로 있으니까 얼른 다시 돌아가자!”

누군가의 다급한 목소리에 배영철의 눈이 번뜩였다.

‘계단! 저 새끼가 계단의 위치를 알고 있어!’

귀는 배영철만 있는 게 아니었다.

“계단이래. 저쪽에 계단이 있나봐!”

“이봐요! 저기요! 우리랑 함께 가요!”

“살려주세요!”

“우리 좀 도와줘요!”

“이봐! 야! 이 새끼야!”

“이쪽이야! 가지 마! 가지 말라고!”

다급해진 사람들이 저마다 소리를 내질러대기 시작하자 모퉁이에서 누군가의 얼굴이 쏙- 나왔다.

“뭐, 뭐야! 저, 저기는 좀비 밭이잖아!”

모퉁이에서 튀어나오는 얼굴을 확인한 배영철이 눈을 치켜떴다.

“XX! 존나게 반갑다! 이쪽으로 와서 포위망 좀 흔들어봐! 같이 계단으로 가자! 이제부터 내가 도와줄게!”

“배영철? 이 새끼야! 내가 미쳤냐! 너 같은 쓰레기를 도와주게! XX놈! 잘 됐다! 거기서 확! 뒈져버려라!”

무혁이 가운데 손가락을 흔들어 보이고는 모퉁이 안으로 사라지자 배영철이 으드득- 소리가 날정도로 이를 갈아붙이며 소리쳤다.

“이 개새끼야! 넌 잡히면 아주 갈아 마셔 버린다! X발! 뭣들하고 있어! 저 새끼 쫓아가면 계단이 있다잖아! 이제부터… X나게 달릴 생각해!”

배영철은 빠른 속도로 좀비의 벽을 뚫기 위해 울렁거림을 감수하면서까지 포인트 폭발을 연속으로 사용했다.

펑! 펑! 펑! 펑!

위력은 대단하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좀비들의 대열이 흐트러지며 포위망이 느슨해지자 배영철은 고함을 내지르며 검을 휘둘러 더욱더 틈을 벌려나갔다.

그런 배영철의 뒤에서도 사람들이 힘을 보탰다.

불꽃이 폭발하고, 칼날 바람이 불어 좀비의 다리를 끊었으며, 공기 압력이 좀비의 머리통을 짓누르는 등 각양각색의 스킬들이 좀비들에게 퍼부어졌다.

덕분에 좌우와 후방에서 좀비들이 사납게 밀고 들어왔지만, 당장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일념하나로 몸에 생겨나는 상처들을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그런 집념이 기어이 겹겹이 쌓여 있던 좀비의 포위망을 뚫어냈다.

“알아서들 X나게 뛰어!”

배영철이 가장 먼저 달렸고, 뒤이어 사람들도 하나, 둘 뛰었다.

몇몇은 다리를 절뚝이고 있었고, 몇몇은 피가 질질 흘러내리는 팔이나 허리 부근을 감싸 쥐고 있었지만, 살고자 하는 생존 욕구는 앞서 달리는 사람들과의 거리를 좀처럼 늘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길게 꼬리를 물 듯이 좀비들이 뒤따르기 시작했다.

“XX! 어느 쪽이야?”

모퉁이를 돌아 조금 달리던 배영철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갈림길에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어디야? 어디로 가야 해!”

“빨리! 빨리 가야해!”

“좀비가 쫓아오잖아! 얼른!”

정신없이 뒤에서 쏟아지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배영철이 빽- 소리를 질렀다.

“아가리 좀 닥쳐! 이 개새끼들아!”

그렇게 잠시 주춤거릴 때, 오른쪽에서 겁에 잔뜩 질린 비명이 들렸다.

“저리 꺼져! 재수 없는 좀비 새끼야!”

배영철은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알고는 입가에 미소를 매달았다.

‘새끼! 넌 뒤졌다!’

이윽고 배영철이 선두에서 오른쪽으로 달려가자 멀지 않은 곳에서 투덕거리며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좀비 한 마리? 한심한 새끼!’

멀지 않은 곳에서 좀비 한 마리를 상대로 고전하고 있는 무혁의 모습을 보니 배영철의 입에서 실없는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어, 어? XX!”

좀비와 치열하게 싸움을 벌이던 무혁이 배영철과 그 뒤를 따르는 사람들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자신을 붙잡고 늘어지던 좀비에게 있는 힘을 다해 몸통 박치기를 가하고는 허겁지겁 등을 돌려 달아났다.

“나 원. 저 병신 새끼.”

배영철은 무혁이 사냥하길 포기한 좀비의 머리통에 포인트 폭발을 일으키고는 그대로 검을 휘둘러 깔끔하게 목을 베어 버렸다.

“얌전히 서라. 계속 그렇게 도망가다가 잡히면 진짜 얼굴 껍질부터 벗겨버린다!”

“너 같으면 서겠냐? 미친 소리 작작해! 이 개새끼야!”

“허허허허.”

배영철은 죽어라 도망치는 무혁의 뒤를 쫓으며 김빠진 웃음을 흘렸다.

어디 얼마나 도망갈 수 있겠냐는 듯 무혁의 뒤를 쫓던 배영철의 눈이 반짝였다.

그렇게 찾아 헤맸던 계단이 보였던 것이다.

“계단이다! 저기 계단이 있어!”

“살았다! 이제 살았다고!”

배영철의 뒤를 따라서 숨이 턱에 차도록 뛰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길고 길었던 지옥 같았던 시간이 드디어 끝났다고 여겼다.

그사이 무혁은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통해 사라졌고, 배영철 역시 두 번 생각할 것 없다는 듯 1층으로 쫓아서 내려갔다.

그렇게 하나, 둘 사람들이 계단을 통해 모두 사라지자 뒤를 따르던 좀비들이 제자리에 우뚝! 멈춰 서서 잠시 서성거리다가 이윽고 어디론가 다시 이동을 했다.

 

#

 

‘이제 갔으려나?’

무혁은 주변의 소란스러움이 잠잠해지자 조용히 입구를 막고 있던 바위를 밀어내고는 비트를 빠져나왔다.

비트를 빠져나온 무혁은 주변을 스윽- 돌아보고는 비트를 무너트리고는 바위로 그 위를 덮었다.

“열심히 살아남아라, 배영철. 나중에 웃는 얼굴로 보자고.”

무혁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계단을 밟아 다시 2층으로 올라섰다.

거침없이 걸음을 옮겨 도착한 곳은 좀비의 시체가 널브러진 곳, 불과 30분 전까지만 하더라도 배영철 등이 죽기 살기로 싸웠던 처참한 현장이었다.

“뭐야? 기다리라니까 왜 혼자 위험하게 움직이고 있어?”

무혁은 좀비의 시체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는 안소영을 바라보며 쯧- 하고 혀를 찼다.

“위험하기는 저 소리 안 들려?”

어딘지 특징지을 순 없지만, 어디선가 삐이이이- 하는 기계음이 계속해서 울리고 있었다.

그 말인즉, 2층에는 배영철 일행 이외에도 계단을 찾지 못해 좀비들을 계속해서 불러들이고 있는 또 다른 경쟁자들이 있다는 뜻이었다.

“하긴.”

무혁은 어깨를 으쓱- 거리고는 케라크라의 손톱을 끄집어냈다.

“이건 뭐 그냥 길가에 떨어진 동전 줍기네. 이거 완전 횡재했네.”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무혁은 죽어 있는 좀비의 시체에서 탑의 증표를 수거하기 시작했다.

“배영철 그 양아치 같은 놈이 도움이 될 때도 있고… 역시 세상은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안 그래?”

무혁의 말에 안소영은 대꾸 없이 픽- 웃기만 했다.

죽이기에 바빠서 탑의 증표를 수거하지 못한 배영철 일행으로서는 무혁과 안소영의 모습을 본다면 입에 거품을 물고 달려들었을 것이다.

착실하게 하나, 하나 탑의 증표를 수거하던 무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좀비의 가슴 부근에서 검은 빛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뭐지?”

무혁은 궁금함에 좀비의 가슴 부근을 케라크라의 손톱으로 쭉- 갈라봤다.

좀비의 가슴 속에는 놀랍게도 빛마저도 빨아들일 것처럼 짙은 검은색의 반지가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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