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5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5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5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5화
시간의 탑 (9)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던 안소영은 옆에서 들려오는 환호성에 눈을 떴다.
“하아아아…….”
계단이 있었다.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눈에 들어왔다.
안소영은 계단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오며, 잔뜩 굳었던 어깨의 긴장감이 탁- 풀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1층까지 내려갈 생각이지?”
무혁의 물음에 안소영은 고개부터 끄덕였다.
“각 층마다 어떤 몬스터가 있는지는 확인을 해 봐야지. 이왕이면 한 번씩 싸워보면서 전투 특성을 파악하는 것도 좋고.”
안소영의 대답에 무혁은 알겠다며 앞장서서 걸음을 내디뎠다.
두 사람은 이윽고 계단을 밟아서 3층으로 내려갔다.
그렇게 3층에서 목격한 몬스터는…….
“놀?”
무혁은 자신의 눈앞에서 이족보행을 하고 있는 개의 머리에 인간의 몸을 가진 놀을 확인하고는 눈을 찌푸렸다.
놀은 라만병보다 약한 몬스터로 불린다.
마우티 부락에서도 외곽으로 조금만 벗어나면 만날 수 있는 몬스터다.
문제는 놀의 경우 단숨에 죽이지 못하면 하울링을 시작해서 주변의 동료들을 불러들인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필드라면 모르겠지만, 이렇게 폐쇄된 공간에서 놀과의 전투는 그리 달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무혁에게 놀이 반갑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이번에도 꽝이네.’
라만병을 제외하면 타락 드워프와 놀까지 핵이 없었기에 무혁으로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제 남은 한 종류의 몬스터에게서만 기대를 해볼 수 있었다.
‘설마 라만병을 제외하면 핵이 모두 없는 건 아니겠지?’
무혁은 그런 부정적인 생각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기며 재빨리 고개를 흔들었다.
“놀은 상대해봤지?”
무혁의 물음에 안소영은 당연하다는 듯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안소영이 가장 자신 있게 상대할 수 있는 몬스터 중 하나가 바로 놀이었다.
아무런 부담 없이 무혁이 사냥할 수 있는 몬스터가 고블린과 코일로라면, 안소영에게는 놀이 그랬다.
“그럼 전투는 패스하자. 놀이라면 나도 별로 부담스럽지 않으니까.”
무혁은 놀과 많은 전투를 해보진 못했지만, 크게 위협적인 몬스터가 아니라는 걸 알기에 구태여 놀과 드잡이 질을 해가며 체력을 낭비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렇다면야.”
안소영도 이견이 없었기에 두 사람은 곧바로 2층으로 향했다.
삐이이이-!
“이게 무슨 소리야?”
무혁은 2층으로 내려가며 귓가로 들려오는 낯선 기계음에 눈살을 찌푸렸다.
안소영 역시 말을 하지는 않고 있었지만, 갑작스런 기계음에 다시금 긴장감으로 인해 목덜미부터 뻣뻣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거 계속 내려가도 되는 걸까?”
무혁은 기분상 느낌이 좋지 않았기에 계단을 내려가던 중 잠시 머뭇거렸다.
“가봐야 무슨 일인지 알 수 있지. 이대로 돌아가면 괜히 신경 쓰여서 잠이라도 편하게 자겠어?”
피하고 싶은 건 안소영 역시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렇다고 또 다른 불안감까지 안고 있을 순 없었기에 무혁에게 은근히 내려갈 것을 재촉했다.
“그건 그렇지만… 시X, 진짜.”
무혁도 미지의 불안감과 두려움을 갖고 있기는 싫었기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빠르게 대처를 할 수 있도록 단단하게 준비를 하고 남은 계단을 신중하게 내려서기 시작했다.
2층에 도착하자 무혁은 재빨리 주변부터 살폈다.
여전히 거슬리는 삐이이이- 하는 기계음이 고막을 괴롭히고 있었지만, 시야에 들어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도대체 어디서 나는 거야?”
무혁은 아무리 귀를 쫑긋 세워 봐도 기계음의 발생지를 찾을 수가 없었다.
흡사 2층 전체에서 울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쩔까?”
무혁은 안소영을 돌아보며 그렇게 물었다.
이 신경 쓰이는 호기심을 풀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 도통 그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가 없으니 자칫 잘못하다가는 2층을 헤집고 다녀야 할 것 같았다.
“지금 시간이…….”
2D [ 19 : 21 ]
몬스터와 계단이 리셋되기까지 4시간 30분가량이 남았다.
안소영은 길게 생각할 것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두 시간만 소리의 정체를 찾아보고 못 찾으면 1층으로 내려가자.”
소리의 정체가 신경이 쓰이기도 했지만, 1층의 상황도 확인을 해야만 했기에 무혁도 안소영의 의견에 동의했다.
“좋아. 그럼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린지 한번 밝혀보자고.”
무혁이 호기롭게 외치며 앞장서서 걸었다.
그사이 안소영은 계단의 좌표를 머릿속에 기억을 하는 것도 모자라서 길목마다 표시를 해두기 시작했다.
최대한 시간을 단축해서 계단으로 향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무혁은 안소영의 꼼꼼함에 남몰래 웃음을 지었다.
‘같이 움직이니까 편하긴 하네.’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안소영이 대신 해주는 것만 같아 무혁은 든든한 마음도 들었다.
그렇게 몇 개의 모퉁이를 돌고 나서야 무혁과 안소영의 표정이 무거워졌다.
“왜 몬스터가 안 보이지?”
적막을 깨는 무혁의 물음에 안소영 역시 고개를 저으며 모르겠다고 표현했다.
몬스터를 만났어도 벌써 몇 번은 만났어야 할 정도의 거리를 이동한 두 사람이었기에 이상하다는 생각을 감출 수가 없었다.
“여기는 몬스터가 없는……!”
중얼거리던 무혁의 입을 안소영이 재빨리 손으로 막았다.
“들려?”
안소영의 물음에 그제야 무혁도 귓가로 삐이이이- 하는 소리 외의 다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 씨… 나… 짜증… 죽어?”
무혁은 띄엄띄엄 들리는 소리를 되뇌며 안소영을 바라봤다.
“저쪽이야. 저쪽에서 들리는 소리가 분명해.”
“그렇지? 기계음도 저쪽인 것 같지?”
“다른 쪽에서도 들리는 것 같기는 한데… 저쪽에서 들리는 소리가 좀 큰 것 같기도 하고.”
기계음은 한 방향에서 들리는 것이 아니었다.
다른 방향에서도 들리고 있었기에 2층 전체에서 들리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가봐야겠지?”
무혁의 물음에 안소영은 조용히 검을 빼어 들었다.
그것으로 대답을 대신하자 무혁도 손바닥을 흥건하게 적신 땀을 바지춤에 쓰윽- 닦아내고는 주먹을 쥐었다.
케라크라의 손톱이 가지고 있는 최대 이점이라면, 드러내기 전까지는 상대의 눈에 보이지 않는 무기라서 상대가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언제든 의지만으로 공격과 방어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근접 무기라는 점이 좀 아쉽기는 하지만 그 정도의 단점이야 충분히 감수할 수 있으니까.’
무혁은 자세를 낮추고 최대한 주변에 대한 경계를 높이며 걸었다.
삐이이이-!
“X발! 더럽게 많네! 이 X같은 괴물들!”
끄어어어어-!
기계음, 그리고 욕설, 마지막으로 몬스터의 소리까지.
가까워질수록 그 소리가 선명해졌다.
더불어 주변 시야가 확 트일 정도의 불빛도 보였다.
“저거… 혹시 그거 아닐까?”
무혁의 애매모호한 물음에도 안소영은 그 뜻을 알아차리고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생각하는 그게 맞는 거 같은데?”
“그렇지? 몬스터를 끌어들인다고 하더니… 살벌하네.”
무혁과 안소영은 그제야 모든 의문들이 시원스럽게 풀렸다.
만 하루가 지나고 났을 때, 탑의 인간들에게 가해지는 패널티가 무엇인지를 깨달은 것이다.
“이 목소리 누군지 알 것 같은데?”
무혁이 말을 하며 히죽 웃었다.
안소영 역시도 마찬가지로 누군지 알겠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할래?”
이대로 조용히 돌아갈 것인지, 먼발치에서 구경이라도 한 번 해볼 것인지를 묻는 무혁의 얼굴을 보며 안소영은 생각할 것 있냐는 듯 대답했다.
“봐야지. 능력이 얼마나 되기에 그렇게 거들먹거리는지 봐야 하지 않겠어?”
“그렇지?”
무혁은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안소영의 대답에 씨익 미소를 지었다.
저런 상황이라면 제아무리 대단한 놈이라도 모든 능력을 발휘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기회에 무혁은 자신의 살생부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인간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실하게 파악해 볼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
비슷한 목적을 가지고 무혁과 안소영이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혹시라도 불빛과 기계음에 자석처럼 끌려오는 몬스터들과의 불필요한 싸움이 벌어질 것을 우려해서 사주경계는 확실히 했다.
“저깄다.”
무혁은 혹시나 몰라서 목소리를 낮췄다.
“…진짜 살벌하네.”
이어진 무혁의 말처럼 두 사람의 눈앞에 펼쳐져 있는 광경은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들 정도로 대단했다.
“저기서 증표만 주워도 한몫 단단히 잡겠네.”
안소영의 말에 무혁이 킥- 거리며 웃었다.
수십? 아니 거의 백 단위가 넘어가는 좀비의 시체가 발에 치일 정도로 널브러져 있었다.
‘저게 다 얼마냐?’
못해도 10만 포인트는 훌쩍 넘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이중, 삼중으로 둥그렇게 포위를 하고 있는 좀비들의 수 역시 족히 수십이었다.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완전히 고립됐네.”
안소영의 말대로 좀비들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사람들은 단단하게 포위되어 발을 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도 계속해서 눈이 시릴 정도로 뿌려대는 빛과 기계음은 먼 곳의 좀비들까지도 계속해서 끌어당기고 있었으니 빠르게 자리를 벗어나며 계단을 통해 다른 층으로 이동하지 못하면 이대로 좀비들에게 끝내 목숨을 내놓아야 할 판이었다.
“아직까지는 버티고 있지만… 시간문제네.”
무혁은 8명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숫자는 적지 않았지만, 절반 이상이 부상을 입은 듯 행동이 부자연스러웠다.
뿐만 아니라 패널티를 부여받은 이후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해 체력적으로도 극한의 상황까지 몰려 있었다.
좀비에게 죽거나, 스스로 자멸하거나.
무혁과 안소영은 두 가지의 선택 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 여겼다.
그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한 사람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는 듯 연신 고함과 욕설을 쏟아내며 좀비를 상대로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다.
“스킬이 도대체 몇 개야?”
“지금까지 내가 확인한 것만 네 개.”
안소영의 말에 무혁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리며 물었다.
“무슨 스킬인지 알겠어?”
“고유 스킬까지는 알 수 없지만, 일반 스킬은 당연히 알지.”
“뭔데?”
다른 건 몰라도 스킬에 대한 정보는 뒤떨어지는 무혁이었기에 안소영에게 기댈 수밖에 없었다.
“저건 포인트 폭발.”
좀비의 어깨 부근에서 샛노란 빛 무리가 폭발한 것을 두고 안소영이 그렇게 말했다.
포인트 폭발은 중앙탑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일반 스킬로 꽤나 유용한 성장형 조합 스킬 중 하나다.
구매 가격이 10만 포인트라서 좀 비싸긴 하지만 등급이 올라갈수록, 조합을 이룰수록 폭발의 범위와 위력이 상승하기 때문에 대형 길드와 가문에서는 반드시 신입들에게 지원을 해주는 스킬이었다.
당연히 무혁 역시도 포인트 폭발은 반드시 구매하고자 하는 스킬 중 하나였다.
‘위력에 비해 사용이 쉽다는 것도 장점이니까 반드시 익혀야만 해.’
무혁이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안소영이 또 하나의 스킬을 알려주었다.
“저건 무기 강화.”
손에 쥔 칼날에 옅은 붉은 막이 덧씌워져 있었는데, 그것 역시 성장형 조합 스킬 중 하나로 무기를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필수 스킬 중 하나였다.
중앙탑에서의 판매 가격은 역시 포인트 폭발과 같은 10만 포인트다.
“저건 그림자 방패고, 좀비의 공격에 피해가 다른 사람들보다 적은 걸로 봐선 피부 강화 스킬도 가지고 있네.”
좀비가 할퀴어 오는 손이 시커먼 그림자에 막혀서 잠시 멈칫하는 모습과 어깨가 좀비의 손톱에 제대로 찢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피해가 생각보다 크지 않은 것을 보며 안소영이 그렇게 말했다.
‘그림자 방패도 10만 포인트짜리 스킬이고, 피부 강화는 5만 포인트였지? 저 새끼, 포인트로 아주 스킬을 떡칠 해놨네.’
무엇보다도 저 많은 스킬을 마음껏 쓸 수 있을 정도로 정마력의 정밀 수치를 높였다는 것 또한 무혁은 배가 아플 정도로 부러웠다.
보나마나 흑룡 길드에서 지원을 해준 스킬들임이 분명했다.
“어?”
무혁이 짧게 탄성을 토해냈다.
배영철의 두 눈에서 검푸른 빛이 번뜩였기 때문이다.
스킬이었다.
그리고 무혁은 그 스킬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마도사 로하마의 탐식!’
식민특권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고유 스킬로 무혁이 추천을 받았던 스킬 중 하나였다.
상대의 고유 능력 중 하나를 일정 시간 동안 자신에게 덧씌울 수 있는 능력 증폭 스킬 계열로 어떤 상대에게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전투 능력 자체를 완전히 변화시킬 수 있는 스킬이었다.
간단하게 무혁이 보석 도마뱀의 위장으로 근력을 극도로 올려놓은 상황에서 배영철이 마도사 로하마의 탐식을 사용해 근력을 자신에게 덧씌운다면 배영철의 근력의 정밀 수치가 단숨에 무혁을 압도해 버리게 된다는 이야기다.
아니나 다를까, 배영철의 힘이 확연하게 증가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일격에 좀비의 머리통을 부숴버리고, 가슴팍을 함몰시켜 버리는 등 그렇지 않아도 좀비들을 상대로 가장 큰 활약을 보이던 배영철은 말 그대로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좀비들이 겹겹이 쌓아 놓은 포위를 일방적으로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