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163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4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63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7권 - 13화
제국력 1390년 8월 22일.
페르만 왕국 크라시아 전선.
프라디아 대륙 연합군 제5군의 20만 병력이 집결해 있는 곳으로 총사령관은 페르만 왕국의 알리하 니드먼 후작이다.
총사령관 막사 안.
“수도의 상황은 어떻다고 하던가?”
니드먼 후작의 물음에 프라비오 백작이 곧바로 대답했다.
“아직까지 귀족들 사이에 반발이 심해 국왕폐하께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계신다 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하는 일이네. 가르샤 후작에게 그 점을 확실하게 전하도록 하게. 그리고 혹시라도 만약의 사태가 발생하려거든 내가 수도에 도착하기 전까지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야 한다고 당부하도록 하게.”
“걱정 마십시오.”
니드먼 후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심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도대체 테오르만 그자는 무슨 생각으로 일을 그따위로 추진하고 있는 것인지! 나 원!”
“분명 미친 것입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준남작 따위를 후작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겠습니까? 더욱이 정통 귀족가도 아닌 일개 평민을 말입니다!”
데일리 백작이 잔뜩 흥분한 얼굴로 목소리를 높였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카일러 준남작이 대단한 공을 세웠다고 하더라도 후작이라니요? 이건 왕국 내의 모든 귀족들을 모욕하는 행위입니다. 만약, 폐하께서 테오르만 후작의 요청을 윤허한다면 왕국 전체에 커다란 혼란이 일어날 것은 물론이고, 타국의 모든 귀족들까지 우리를 비웃을 것입니다!”
사르토 백작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솔직한 말로 카일러 준남작에게는 백작의 작위도 과분합니다.”
로이어 자작의 말에 니드먼 후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말이 맞네. 카일러 준남작에게는 백작의 작위도 과분하지! 평생 왕국을 위해 일해도 작위를 받지 못하는 이들을 생각하면 정말로 어처구니없는 일일 뿐이지!”
“그렇습니다!”
위드 카일러 준남작에게 후작 작위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테오르만 후작으로 인해서 수도는 엄청난 혼란을 겪고 있었다. 그의 뜻에 동조하는 극소수의 귀족들을 제외하면 대다수의 왕국 내 귀족들이 반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귀족들의 반발에 아직까지는 카엘 르만 페르만 폰 페얼 국왕이 윤허를 하지 않고 있었지만 테오르만 후작은 벌써 수십 일 동안이나 끈질기게 매달리고 있었다.
너무나도 집요한 테오르만 후작으로 인해서 대륙 연합군 제5군에 있어야 할 가르샤 후작까지 수도로 돌아가 있는 상태였다.
“당장 연금술사의 탑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랄 지경인데 그딴 일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해야 하다니!”
“테오르만 후작과 같은 자들이 둘, 셋만 더 있었다면 우리 왕국도 그라다 왕국처럼 벌써 연금술사의 탑에 의해 멸망의 길로 들어섰을 것입니다!”
“그나마 니드먼 후작님이나 가르샤 후작님께서 이 나라를 꿋꿋하게 지켜주시고 계시니 든든할 따름입니다!”
“맞습니다! 하하하핫!!”
자신을 추켜세우는 이들을 향해 니드먼 후작은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웃음으로 가득했다.
“무슨 말들인가. 나라를 위해 한 목숨 바치는 것이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그러는 자네들 역시도 이 나라에 없어서는 안 되는 든든한 기둥들이 아닌가.”
“아닙니다! 저희야 후작님과 같은 훌륭한 분이 잘 이끌어 주시니 이 자리에 있을 뿐입니다. 저희들만으로는 저 악마 같은 연금술사의 탑을 어떻게 상대할 수 있겠습니까?”
“데일리 백작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이 모든 것이 후작님께서 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고말고요!”
그들의 말에 니드먼 후작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이 사람들이 내 얼굴에 금칠을 하는군! 하하하!”
***
제국력 1390년 8월 23일.
키에브 제국 에르토 전선.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이 이끄는 프라디아 대륙 연합군 제1군이 키에브 제국의 토바고 지방을 되찾기 위한 두 번째 전투를 벌이기로 한 날이 밝았다.
20일 만에 벌어지는 전투였기에 병사들의 몸 상태는 최상이었다. 거기에 첫 전투에서의 대승리를 맛본 그들이었기에 사기 또한 하늘에 닿았을 정도로 높은 상태였다.
뿌우우우우-!!
전투를 알리는 나팔 소리에 모든 병사들은 손에 쥔 병기를 더욱 힘주어 잡았다. 그리고는 곧이어 벌어질 피 튀기는 전장을 떠올리며 눈앞에 모여 있는 몬스터들을 바라봤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언제나처럼 마법병단이 가장 먼저 나타날 줄 알았던 병사들은 일단의 무리, 위드 카일러 준남작 일행이 앞으로 나서자 의아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뭐지? 어째서 마법병단이 아닌 위드 카일러 준남작 일행이 선두에 나선 거지?”
“그러게 말이야, 언제나처럼 마법병단의 마법을 시작으로 전투를 시작하는 것 아니었던가?”
“그럴 리가 없는데…….”
상위 지휘관이 아닌 대부분의 하위 지휘관들과 기사들마저도 병사들과 다르지 않은 얼굴들이었다. 그들 역시 이번 전투 역시 지금까지 해오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었기 때문이다.
그때, 약간의 소란스러움에 렉턴이 크게 포효했다.
크어어어엉!!
렉턴의 거대한 포효는 땅을 진동케 할 만큼 커다란 효과를 발휘했다. 의문스런 물음을 서로 주고받던 병사들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고, 몬스터들 역시도 움찔거리며 렉턴을 바라봤다.
총사령관인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은 뒤쪽에서 위드 일행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침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오늘 전투 역시 저번과 다르지 않을 것이니 모두 그렇게 알고 싸워주게.’
‘알겠습니다!’
‘총사령관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카일러 준남작?’
‘전투의 시작은 제가 책임지도록 하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마법병단이 아닌 저와 제 일행들이 전투의 시작을 책임지겠다는 말입니다.’
대부분의 지휘관들이 반대했지만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은 흔쾌히 허락했다.
지금까지 제1군의 전투 방식은 먼저 마법병단이 강력한 마법공격으로 몬스터들을 혼란시키고 그 뒤를 기사단이 몰아쳤다. 그 후에야 각 병과의 병사들이 그날의 전술에 맞춰 싸움을 벌여왔었다.
각 병과의 활용은 전투가 있을 지형, 날씨, 몬스터의 수와 종류에 따라 매번 달랐지만 첫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마법병단과 기사단의 공격은 변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제1군만의 특징적인 전투 방식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마법병단과 기사단의 전투 방식은 매번 몬스터들에게 엄청난 타격을 주었기에 병사들 사이에서도 의지도가 높은 편이었다. 그런데 그런 전투 방식이 위드와 그의 일행들로 인해서 깨져버렸으니 병사들이 혼란스러워하고,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것으로 당분간은 시간을 벌어둘 수 있겠군.”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그려졌다. 위드의 경고에 어쩔 수 없이 어쌔신과 강철의 기사들을 철수시켜야만 했지만 그렇다고 그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더욱 신중하게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최악의 경우 오늘 전투 중 많은 피해를 입더라도 위드를 잡아두려고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위드의 능력과 그의 일행들이 만만치 않다고 하지만 자신 있었다. 그를 잡아 놓을 수만 있다면 어떠한 희생이라도 치룰 각오였다.
그런데 자신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위드가 나서서 자발적으로 전투의 시작을 맡겠다니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의 입장에선 두 손, 두 발 들고 환영해야 할 판이었다. 즉,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 그 책임을 물어 당분간 제1군에 남도록 만들 작정이었다.
“얕보지 말라는 의도인가 본데…… 아주 어리석은 생각이다.”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의 눈에 선두에 나선 위드와 그의 일행들이 그저 어리석게만 보일 뿐이었다. 제아무리 그들이 대단하다 하더라도 마법병단과 기사단만큼의 성과를 만들어 내기란 불가능이었다.
그런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선두에 나선 위드는 몬스터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다 슬쩍 고개를 돌렸다.
시선의 끝에는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이 있었다.
‘똑똑히 보고 가장 옳은 판단을 하길 바라죠.’
위드는 곧바로 트랜트 아머를 착용했다. 그러자 다른 이들도 트랜트 아머를 착용했다.
“영주님, 정말로 괜찮으시겠습니까?”
가스파의 걱정스런 물음에 위드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맞습니다! 혹시라도 영주님께서 잘못되시기라도 한다면…….”
“이 미친 새끼야! 그 입 닥치지 않을래? 어디서 그딴 소리를 하고 지랄이야!”
가스파의 외침에 루카가 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투덜거렸다.
“쳇! 내가 뭐 좋아서 한 말인가? 나도 걱정 되서 그러는 거라고!”
곁에 있던 가일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도대체 뭘 그렇게 걱정하는 겁니까?”
“너는 상상도 못하는 그런 게 있다.”
“그러니까 도대체 내가 상상도 못하는 그런 게 뭐냐고요?”
“그런 게 있다면 그냥 그런 게 있는 줄 알고나 있어!”
루카의 으름장에 가일은 답답하다는 듯 자신의 가슴을 가볍게 두드렸다.
“오브라이언 님, 부탁드리겠습니다.”
위드의 말에 오브라이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시오.”
위드가 앞을 바라보며 호흡을 가다듬자 렉턴의 곁에 있던 피에나가 바짝 다가왔다.
“위드…….”
“걱정하지 마.”
“응…….”
마지못해 대답하는 피에나의 모습을 바라보다 위드는 다시 앞을 바라봤다. 잔뜩 모여 있는 몬스터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위드의 헬름 눈구멍의 빛이 아주 섬뜩할 정도로 번뜩였다.
그리고 허공을 커다랗게 울리는 외침!
“어스 퀘이크-!!”
트랜트 아머를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왼쪽 팔 부근에서 강렬한 하얀 빛이 터져 나왔다.
빛과 동시에 몬스터들 주변으로 엄청난 마나의 유동이 일어났다.
그리고…….
콰가가가!!
몬스터들이 모여 있는 곳을 중심으로 방원 400미르(m)에 달하는 대지가 꿈틀거리더니 한 순간에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대지진!
콰자자자작!!
쿠구구구궁!!
콰직! 콰직! 콰직! 콰직!!
땅이 무너져 내리고, 솟아오르고, 뒤집혔다. 그 속에서 생성된 거대한 바위기둥은 트롤의 상반신을 꿰뚫었고, 솟아 오른 바위 덩어리에 미노타우로스의 머리통이 깨져 핏물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크와아아악!!
크우우우우-!
끼야아오옷-!!
몸 반쪽이 돌덩어리에 짓눌린 오우거가 비명을 터트렸고, 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고르곤이 발버둥을 쳐댔다. 바질리스크와 히드라라 하더라도 무너져 내리는 땅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말이 400미르(m)에 달하는 대지지 그 모습을 두 눈으로 지켜보는 이들은 넋이 나간 얼굴로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저, 저게…….”
“저렇게까지 대단한 마법이 존재했던가?”
“꾸, 꿈인 건가?”
“어, 어떻게 저런…….”
완전하게 이성을 잃은 병사들과 다르게 몇몇의 마법사들은 현실을 부정하거나, 마법의 위대함에 다시 한 번 감격하고 있었다.
“베, 베르토…….”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은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 현실임을 인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다리로 전해져 오는 진동은 분명 진짜였다.
“베르토…… 베르토!!”
“예, 옛!”
거친 고함소리에 베르토를 비롯해 클리쉬 클라우드 곁에 있던 이들이 정신을 차렸다.
“저게 뭔가!!”
베르토는 죄지은 사람처럼 주눅 든 목소리로 대답했다.
“모,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