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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19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0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9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9화

시간의 탑 (3)

 

“저거… 라만병 맞지?”

모기의 날갯짓보다 작은 소리로 속삭이는 무혁의 물음에 안소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전에 폐허의 성 입구에서 본 적이 있어.”

“폐허의 성까지 갔었어?”

무혁이 놀란 눈으로 묻자 안소영이 그렇게 볼 것 없다는 듯 대꾸했다.

“마땅한 사냥터가 없어서 어쩌다보니 근처까지 가보기만 했을 뿐이야. 내가 혼자서 폐허의 성에서 사냥했다면 지금 이러고 있겠어?”

안소영의 되물음에 무혁은 그렇긴 하겠네- 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라만병은 악어의 대가리에 인간처럼 이족 보행을 하는 몬스터로 전투력이 꽤 높은 편이다.

특히, 조잡한 가죽 갑옷을 걸치고 녹이 잔뜩 슨 대검을 무기로 사용하기에 전투 패턴 역시 꽤나 까다로웠다.

등급은 당연히 7등급이지만, 같은 등급이라 하더라도 세부적으로 분류를 하면 최소 중하위에 놓인 몬스터로 지난 7개월 동안 열심히 성장하지 못한 13차 지구인이라면 감히 싸워볼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동시에 악마가 했던 말이 다시 떠올랐다.

‘노력하는 자에 한해서 밸런스가 맞춰져 있다는 소리가 이거였구나.’

무혁은 가볍게 혀를 차고는 안소영에게 시선을 돌렸다.

“상대할 수 있겠어?”

무혁의 물음에 안소영이 잠시 생각하는 듯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한 마리라면.”

“잘 됐네.”

무혁이 최대한 시야를 넓히기 위해 눈에 힘을 줘가며 사방을 훑어봤다.

라만병 한 마리라면 무혁 혼자서도 충분히 사냥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마리 이상이라면 안소영과 함께 싸운다 하더라도 어떠한 변수가 발생할지 알 수 없기에 위험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혁의 눈가엔 숨길 수 없는 기쁨의 빛이 일렁거렸다.

‘라만병이라니! 여기가 내겐 꿀이 흐르는 곳이잖아!’

폐허의 성에서만 볼 수 있는 라만병은 무혁이 반드시 잡고자 하는 몬스터 중 하나다.

문제는 폐허의 성에는 라만병뿐만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위험한 몬스터들이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었기에 무혁과 같이 홀로 사냥을 해야 하는 사람은 감히 발길을 대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런 라만병을 시간의 탑에서 만나게 되었으니 무혁으로서는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무혁이 라만병을 잡으려고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시간의 탑이라고 설마 핵이 없는 건 아니겠지?’

바로 라만병의 심장에는 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라만병의 핵이면 얼마나 오를까?’

벌써부터 무혁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어쩌면 이번 강제 사냥이 무혁에게 있어서 상당한 성장의 발판이 되어줄지도 몰랐다.

‘라만병의 핵, 그리고 탑의 증표와…….’

아쉽게도 라만병의 손에 쥐어져 있는 녹슨 대검은 포인트로서의 값어치가 없었다. 결국, 노려볼 만한 것은 희박한 확률로 지니고 있을 스킬 링뿐이었는데 과연 무혁에게 그런 행운이 따라줄 것인지는 의문이었다.

그러나 아쉬울 것 없다.

라만병은 무혁을 빠르게 성장시켜 줄 동력원으로서 충분하다 못해 넘쳤으니까.

‘여기서 최대한 강해지고 말겠어!’

무혁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내가 먼저 공격을 할 테니까 적당한 때에 망설이지 말고 라만병을 공격해.”

“누구의 킬 수가 올라갈지 알 수 없잖아?”

“상관없어. 어차피 나는 고작 백 마리 잡는 걸로 끝낼 생각이 없었으니까. 너도 단단히 각오 하는 게 좋을 거야. 우리가 여기에 소풍 온 건 아니잖아?”

“그렇게 먼저 말해주니 다행이네. 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이걸로 됐다.

안소영의 신뢰가 얼마나 이어질지 알 수는 없지만, 당분간은 무혁의 계획대로 빠르게 성장할 수가 있었으니까.

“자, 그럼 우리 미친 사냥을 시작해볼까?”

“미친 사냥이라… 그거 좋네!”

안소영의 웃는 얼굴을 보며 무혁도 마주 웃었다.

무혁은 자신의 말을 지키기 위해 라만병을 향해 먼저 움직이기 전, 보석 도마뱀의 위장 스킬부터 사용했다.

‘최대한 손쉽게 라만병을 잡으려면 역시 순발력을 집중적으로 높여야 해!’

 

|차무혁(13차 지구인)|

· 연차 - 1년차

· 신분 - 라시온 식민(부락 식민)

· 체력 - 7등급(20.00%)

· 근력 - 7등급(20.00%)

· 순발력 - 7등급(71.88%)

· 지구력 - 7등급(20.00%)

· 정마력 - 7등급(9.82%)

 

무혁은 극단적이라 할 정도로 체력, 근력, 지구력의 정밀 수치를 20퍼센트로 맞춰놓고 나머지는 모조리 순발력을 높였다.

‘여기에다 강철 체력 스킬과 체력 유지 스킬을 더하고 마지막으로 겁 많은 바로크의 폭주 스킬까지 사용하면…….’

5분이라는 시간제한에 걸리긴 했지만, 무혁의 순발력은 6등급으로 올라서게 된다.

“이제 가볼까.”

무혁의 몸이 순식간에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앞으로 튀어나갔다.

“……!”

곁에 있던 안소영은 믿겨지지 않는 무혁의 속도에 입이 쩍- 벌어졌다.

쉐에에엑-!

악취와 함께 바람이 빠지는 기괴한 소리를 내뱉던 라만병은 갑작스럽게 달려든 무혁의 모습에도 즉각적으로 손에 들고 있던 대검을 횡으로 휘두르며 접근을 차단하려고 했다.

놀랍도록 빠른 반응이었지만, 그보다 무혁은 더욱더 빨랐다.

가볍게 허리를 뒤로 젖히며 라만병이 휘두른 대검을 피해 버린 무혁은 곧바로 오른 주먹을 앞으로 뻗으며 케라크라의 손톱으로 우둘투둘한 라만병의 팔뚝을 힘껏 그어버렸다.

‘역시… 얕아!’

근력의 정밀 수치가 부족하다보니 정확하게 공격을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라만병의 두껍고 질긴 팔뚝에 생각만큼 깊은 상처를 낼 수가 없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

대신 무혁은 라만병의 급소를 목표로 삼았다.

‘심장은 핵을 건드릴 수 있으니 안 되고, 목이나 머리를 노려야겠어.’

라만병은 자신의 공격을 피하고 반격까지 해온 무혁의 모습에 거친 숨을 토해내며 대검을 휘둘렀다.

단숨에 무혁의 몸을 두 쪽으로 갈라버리겠다는 듯 위에서 아래로 뚝- 떨어져 내리는 사나운 공격이었다.

‘아무리 대단한 위력이라도 맞지 않으면 그만!’

무혁은 옆으로 스텝을 밟으며 공격을 피하고는 주먹을 쥔 상태로 잽을 날리듯 라만병의 목덜미를 공격했다.

푸- 슈슈슉!

라만병의 거친 피부를 뚫고 들어가는 느낌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베어내는 것보다는 확실히 날카롭고 뾰족한 케라크라의 손톱의 특성상 찌르기에 더 위력을 발휘했다.

라만병은 케라크라의 손톱에 목이 꿰뚫리며 치명상을 입고 비틀거렸고, 그 순간을 노리고 무혁은 또 한 번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

꿀렁꿀렁- 거리며 머리에서 검붉은 피를 흘러대는 라만병을 바라보며 안소영이 딱딱한 말투로 말했다.

“…이런 실력이라면 굳이 내가 필요하지도 않겠는데?”

빈정거림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자신의 도움이 필요 없다 느껴졌기에 지금까지 동등했던 서로의 관계가 안소영에게 불안감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스킬이야. 고작 몇 분만 이렇게 강해질 뿐이야.”

“아…….”

무혁의 대꾸에 안소영은 그제야 이해를 했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나 무혁의 실력이 자신보다 더 뛰어나다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덕분에 안도감이 들면서도 괜히 긴장이 됐다.

무혁과 함께라면 시간의 탑에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을 수 있겠지만, 반대로 언제든 자신이 불필요하다 싶어지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생각에 안소영은 더욱더 무혁에 대한 경계심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

“저기 말이야…….”

무혁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

“그러니까… 너도 알다시피 내가 좀 남다른 취미가 있잖아.”

“남다른 취미?”

무슨 소리냐는 듯 의아해하는 안소영의 모습에 무혁은 제 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그… 왜 저번에… 너도 봐서 알잖아.”

똑바로 말을 하지 못하고 주저하는 무혁의 모습에 그제야 안소영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리곤 얼굴을 굳혔다.

“설마… 라만병의 심장을 파먹겠다는 거야?”

코가 썩어 문드러질 것 같은 끔찍한 암모니아 냄새를 풀풀 풍기는 라만병의 심장을 먹겠다니!

진심으로 미친놈 쳐다보듯 바라보는 안소영의 모습에 무혁은 발끈했다.

“파먹는 수준은 아니고! 조, 조금 맛만 보겠다는 거야!”

“진짜 완전…….”

안소영은 차마 뒷말까지는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상대의 반응이 어떻든 무혁은 충분히 설명을 했다 생각하곤 살짝 들뜬 얼굴로 라만병의 가슴을 갈랐다.

‘저거 완전 미쳐도 제대로 미친놈이 분명해! 저것 봐! 웃고 있잖아!’

안소영이 슬쩍 바라본 무혁은 입가에 참을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라만병의 가슴을 가르고 있었다.

이어서 아직 차갑게 식지 않은 심장을 더듬거리더니 이윽고 한 조각을 떼어내고는 그대로 입안으로 낼름- 집어 삼켜 버렸다.

“…우웁!”

무혁이 하는 꼴을 보는 것만으로도 안소영은 토악질이 나올 것만 같았다.

다른 부분에서는 꽤 멀쩡해 보이는 인간이 어쩌다 저런 말 같지도 않은 미친 취미를 갖게 되었는지 진심으로 이해가 가지도 않았고, 한 편으로는 불쌍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저 인간은 분명… 엄청난 변태거나, 사이코패스였을 거야. 어쩌면 식인…….’

안소영은 무혁이 설마하니 그렇게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포기했을 리가 없다 여겼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하지만, 무혁에 대해 경계심을 더욱더 확고해진 것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 사이 무혁은 누구보다도 환희에 찬 표정으로 몸까지 부르르- 떨었다.

 

[라만병의 핵을 섭취했습니다.]

[영구적으로 지구력이 0.27% 상승합니다.]

 

‘확실히 코일로보다 훨씬 높구나!’

지구력이 0.27퍼센트나 올랐으니 체력이 오를 경우 무려 0.54퍼센트였다.

운이 좋아 연속으로 체력이 오를 경우에는 순식간에 체력의 정밀 수치가 1퍼센트나 오르니 무혁으로서는 당연히 기뻐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어서 무혁은 라만병의 뇌에서 탑의 증표까지 찾아내서 가죽 주머니에 담았다.

‘여기가 진짜 젖과 꿀이 흐르는 곳이구나!’

무혁은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걸음을 옮겼고, 그 뒤를 따르는 안소영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과연 이 동행이 옳은 것인가에 대해 깊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

 

“조심해!”

안소영의 경고성에 무혁은 허겁지겁 상체를 옆으로 비틀며 양손에 뾰족하게 튀어나온 케라크라의 손톱을 바짝 세웠다.

까드드득-!

엄청난 풍압과 함께 날아오던 라만병의 대검이 케라크라의 손톱에 막혀서 더 이상 전진하지 못했지만, 그 충격을 고스란히 전달 받아야만 하는 무혁의 얼굴엔 고통의 흔적이 진솔하게 드러났다.

“으윽…….”

악마의 이식 기술은 확실히 대단했다.

라만병의 엄청난 힘을 머금은 대검의 위력적인 공격을 견딜 정도로 케라크라의 손톱은 단단하게 무혁의 몸에 뿌리를 내렸으니까.

하지만, 그만큼 충격은 고스란히 무혁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되고 말았다.

‘쇠봉을 들고 있는 힘을 다해서 아스팔트 바닥을 후려치면 이럴까?’

무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것보다 백 배, 아니 그 이상은 훨씬 더 고통스러울 것이 분명했다.

양팔이 떨어져 나갈 것만 같은 통증에도 무혁은 이를 악물고 라만병의 왼쪽 무릎을 빠르게 후려 찼다.

퍼억!

라만병이 괴성을 지르며 나가떨어지길 원하는 건 무리다.

발차기만으로 그런 상황을 만들기 위해선 근력의 정밀 수치가 최소 50퍼센트 이상은 되어야 가능할 테니까.

때문에 무혁이 설정해 놓은 근력의 정밀 수치 20퍼센트로는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무혁도 그걸 알기에 자신의 로우킥에 라만병이 휘청거리는 것조차도 바라지 않았다.

잠깐의 움찔거림이면 충분했다.

라만병의 시퍼런 눈동자가 자신에게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기만 하면 된다.

바로 지금처럼.

“숙여!”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무혁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뒤통수를 싸- 하게 지나가는 날카로운 검날의 감각은 여전히 무혁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야! 저 칼이 내 뒤통수를 노릴 수도 있잖아!’

그래놓고 어? 미안해! 손이 미끄러졌어- 라고 죽어가는 자신에게 실실 웃으며 사과해 봐야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걸 알기에 무혁은 작전을 변경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사이 안소영의 검은 그대로 라만병의 미간을 두부 꿰뚫어 버리듯 너무나도 쉽게 파고 들어가 버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무혁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역시 무시무시한 관통력이야! 진짜 작전 변경해야 해!’

안소영이 보유하고 있는 스킬의 능력은 섬뜩했다.

무혁도 잘 알고 있는 스킬로 식민 특권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마전사 레퍼던트의 관통’이라는 스킬이다.

상대의 방어력을 무시하고 관통력을 극대화시키는 일격 필살기로 지금이야 그 등급이 높지 않아 고작 7등급 몬스터의 방어력만 무시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안소영보다 높은 등급의 몬스터 혹은 인간의 방어력도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공격 스킬이다.

여기에 안소영의 포지션은 약탈자.

10분 동안 기본 근력의 30퍼센트를 상승시켜 주는 ‘근력 증폭’ 스킬과 모든 전투 능력과 관련된 스킬의 숙련도를 소폭 상승시켜 주는 ‘전투력 강화’ 스킬까지 더해지니 무혁이 완벽하게 찬스만 만들어 주면 안소영에게 라만병은 원샷원킬의 몬스터에 불과했다.

“이번에는 내 차례지?”

무혁의 말에 안소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옆으로 검을 휘둘러 검날에 묻은 라만병의 핏물을 멋들어지게 털어냈다.

매번 옷이나 천 등에 핏물을 슥슥- 닦아야만 하는 무혁으로서는 참으로 부러운 모습이었다.

한 번은 몬스터의 핏물이 묻은 상태에서 케라크라의 손톱을 집어 넣어봤더니 손가락 전체가 몬스터의 피로 흥건하게 뒤덮이는 낭패를 겪고 나서부터는 항상 꼼꼼하게 핏물을 닦아내는 무혁이었다.

무혁은 라만병의 뇌를 갈라 탑의 증표를 수거하고, 심장을 더듬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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