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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16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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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6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6화

마우티 부락 (16)

 

지긋지긋한 코일로 사냥에 몰두하다보니 시간이 화살처럼 지나갔다.

예상했던 것처럼 포인트 벌이는 형편없었다.

영롱한 숲에서는 하루에 2만 포인트 이상을 벌었다.

하지만, 코일로 사냥을 시작하고 20일 동안 무혁이 벌어들은 포인트는 고작 3만4천 포인트 밖에 되질 않았다.

비교 자체가 우습기만 했다.

그러나 애초부터 코일로 사냥은 포인트를 벌기 위한 일이 아니었다.

중요한 건 코일로의 핵을 통한 성장이었으니까.

 

|차무혁(13차 지구인)|

· 연차 - 1년차

· 신분 - 라시온 식민(부락 식민)

· 체력 - 7등급(50.08%)

· 근력 - 7등급(33.64%)

· 순발력 - 7등급(24.00%)

· 지구력 - 7등급(24.16%)

· 정마력 - 7등급(9.82%)

 

“체력이 다른 고유 능력보다 많이 나와서 다행이야.”

이번 코일로 사냥을 하는 동안 무혁은 상대적으로 체력을 올려주는 코일로의 핵이 많이 나와 주는 바람에 정밀 수치를 크게 올릴 수가 있었다.

무혁에게 고유 능력의 정밀 수치는 큰 의미가 없었다.

보석 도마뱀의 위장 스킬을 통해 얼마든지 재조정을 할 수 있었으니 이왕이면 다른 고유 능력보다 두 배 이상 성장성을 가지고 있는 체력의 정밀 수치가 압도적으로 많이 올라주는 것이 훨씬 이득이었다.

물론, 보석 도마뱀의 위장 스킬로도 변경을 할 수 없는 정마력이 나오는 게 더 무혁에게는 더욱더 고마운 일이긴 했다.

“내일 모레인가?”

바로 어제였다.

코일로 사냥을 하던 중, 머릿속으로 3일 뒤에 강제 사냥이 시작된다는 울림이 들렸다.

마우티 부락을 관리하는 크레우스타의 알림이었는데, 이러한 알림은 혹시라도 강제 사냥을 모르고 지나갈 것을 대비한 관리자들의 아주 눈물겨운 배려였다. 

지난 첫 번째 강제 사냥에서는 미리 불참하겠다고 해서 알림이 울리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무혁에게도 알림이 전해졌다.

내일 모레 시작되는 강제 사냥을 떠올리며 무혁은 잘게 떨리는 심장을 다독였다.

정말 쉬지 않고 성장에만 매달렸다.

나름 만족스러운 성장을 했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하면 자신의 현 능력이 너무나도 부족하게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할 수 있어! 보석 도마뱀의 위장과 겁 많은 바로크의 폭주 스킬을 적절하게 이용하면 어떤 경쟁자에게도 밀리지 않아!”

실제로 무혁은 두 스킬을 조합해서 네 가지의 고유 능력을 평등하게 분배하면 순식간에 모든 고유 능력의 정밀 수치가 66퍼센트에 근접한다.

사실상, 이 정도면 같은 연차의 경쟁자들과 비교해도 손에 꼽히는 최상위 능력이다.

그렇다고 무혁이 경쟁자들을 뒤로 하고 제 마음껏 활보하고 다닐 수 있는 건 아니다.

스킬과 장비라는 변수가 존재했고, 무엇보다 무혁이 최상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 고작 5분이라는 가장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었기에 함부로 날뛰었다가는 경쟁자들에게 찍혀서 언제 뒤를 잡힐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오늘은 일찍 돌아가서 선생님과 술이라도 한잔하면서 조언을 좀 들어야지.”

무혁은 사냥을 마치고 마우티 부락으로 돌아갔다.

 

#

 

오랜만에 지글지글 삼겹살 굽는 소리가 판잣집을 시끄럽게 두들겨댔다.

술 한 잔, 고기 한 점, 담배 한 모금.

무혁과 남자는 오랜만에 달콤한 행복감에 젖어들고 있었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남자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무혁에게 칭찬을 했다.

“모두 선생님 덕분입니다.”

“끌끌, 언제까지 내 덕이라고 할 거냐?”

“제가 죽기 전까지 할 생각입니다.”

무혁의 반 농담에 남자가 낄낄- 거리며 웃었다.

무혁도 같이 따라서 웃다가 말했다.

“내일은 사냥을 가지 않고 제가 없는 동안 선생님께서 최대한 불편하지 않으시게 준비해두겠습니다.”

무혁의 배려에 남자는 가슴 깊이 느껴지는 고마움에도 불구하고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 없다고 아무리 말을 해봐야 들어 먹지도 않을 무혁임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요즘 제가 가장 우선시 하고 있는 목표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자신이 그런 걸 어떻게 알겠냐는 듯 남자가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하자 무혁이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마을에 정착해서 하녀를 고용하는 것입니다.”

“무혁이 너…….”

“저는 선생님을 정말 최고로 모시고 싶습니다. 물론, 이후로 제가 능력이 닿는다면 대도시에 으리으리한 저택을 얻어서 선생님을 모실 겁니다. 그때까지 선생님도 반드시 버티고 꿋꿋하게 지내셔야 합니다.”

남자는 무혁의 진심에 말문이 막혔다.

헬-라시온이라는 지옥에 갇힌 9년 동안 처절한 투쟁의 삶 속에서 피에 절어 살았다.

악마보다 더 잔인하고 비열한 존재가 인간이라는 걸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꼈다.

어쩌면 무혁도 서서히 변해갈지 모른다.

지금의 이런 순수함이 조금씩 타락에 물들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수없이 봐왔던 이들처럼.

그럼에도 남자는 상관없었다.

아니, 무혁만큼은 그렇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후후후.”

남자가 낮게 웃음을 흘렸다.

아주 오래전 잊어버렸던 감동이라는 얄궂은 감정이 가슴을 울려서 먹먹하기만 했다.

무혁은 그런 남자의 모습을 일부러 외면하며 소주 한 잔을 입안에 털어 넣고, 삼겹살 한 점을 집어 우걱우걱- 씹어 먹었다.

“무혁아.”

잠시 감정을 가라앉히고 나서야 남자가 무혁의 이름을 불렀다.

“예, 선생님.”

“이틀 뒤, 강제 사냥에 투입되거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

“예?”

무슨 소리인가 싶어 무혁은 자세를 바로 잡고 남자를 바라봤다.

“솔직히 나도 강제 사냥에 대해서는 뭐라고 조언을 해줄 것이 특별하게 없다. 나는 운이 좋아서 남들보다 빠르게 성장했고, 그로 인해 부락에서의 강제 사냥은 고작 두 번 밖에 참여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두 번의 강제 사냥이 내 성장의 커다란 발판이 되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만큼 라시온 식민이라면 강제 사냥을 통해서 큰 성장을 노려야만 한다. 그러니 네 앞을 누가 가로막든, 무슨 일이 있든 오직 너 혼자만 생각하고 사냥에 임하도록 해라.”

남자의 충고에 무혁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무혁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는 듯 남자가 다시 말을 이었다.

“강제 사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보상은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 그리고 무엇보다 명심해야 할 건, 너와 함께 사냥에 참가하는 모든 인간들은 호시탐탐 네 목숨을 노리는 잔인한 경쟁자들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이걸 무시하면… 네 목숨 줄이 그리 길진 못할 거다.”

잔인하지만 단호한 남자의 말에 무혁의 표정도 덩달아 굳어버렸다.

‘선생님의 말씀이 틀릴 리가 없어!’

헬-라시온은 모든 인간들을 그렇게 만들어가고 있었으니까.

부락 밖으로만 나가도 공기가 달라지는 곳인데 노골적인 경쟁을 부추기는 강제 사냥은 얼마나 더 할까?

강제 사냥에 투입되면 그때부턴 칼 날 위에 서 있는 것과 같다고 여겨야 한다.

남자의 말처럼 함께 사냥에 투입될 경쟁자들은 결코 동료가 아니다.

언제 어떻게 자신의 뒤를 칠지 알 수 없는 가장 위험요소일 뿐이었다.

‘배영철…….’

무혁은 가장 먼저 양아치 중의 양아치인 배영철을 떠올렸다.

분명, 배영철은 이번 강제 사냥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자신에게 액션을 취해올 것이 분명했다.

이건 단순한 예감이 아닌 확신이었다.

‘…이번에 무조건 끝낸다!’

무혁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5분.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일지도 모르나, 한 사람만을 상대하기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충분히 목숨을 걸고 전력을 다 쏟아 부어 볼 만한 시간임에는 분명했다.

무혁은 소주 한 잔을 시원하게 입안에 털어 넣으며 눈에 살기를 머금었다.

 

#

 

강제 사냥 참가 하루 전.

무혁은 넉넉하게 보름 동안 남자가 홀로 버틸 수 있도록 착실하게 준비를 했다.

가장 먼저 손쉽게 허기를 채울 수 있는 에너지 농축 캡슐부터, 이따금씩 미각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맛있는 음식과 담배, 적적한 시간을 달래줄 술 다섯 병까지.

생각보다는 많은 포인트가 소모되었지만, 무혁은 결코 아깝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은 강제 사냥을 떠난다.

강제 사냥을 떠나면 포인트를 쓸 곳이 없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대로 죽어 버린다면 어차피 남에게 빼앗길 포인트고 살아서 무사히 돌아온다면 적지 않은 포인트를 벌어올 것이니 이래저래 포인트를 아낄 이유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남자는 더 이상 무혁에게 남이 아니다.

무혁에게 남자는 스승이자,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다.

헬-라시온이라는 지옥에서 자신을 구원해준 유일한 등불과도 같은 존재가 바로 남자였기에 무혁은 눈곱만큼도 포인트가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더 필요한 게 있으려나?”

무혁은 다시 한 번 중앙탑으로 향하며 빠진 것이 없는지 체크를 해본 후에야 마음을 놓았다.

더 이상 필요한 것이 없다는 생각에 중앙탑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었던 무혁은 오랜만에 반가운, 아니 결코 낯설지 않은 얼굴과 마주할 수 있었다.

“오랜만이야.”

무혁이 먼저 인사를 건네자, 상대도 반응했다.

“그러게.”

무혁은 상대의 짧은 인사 속에 아주 조금은 반가움이 느껴진다고 생각 들었다.

“저기… 잘 지냈지?”

어색한 침묵이 싫어 무혁이 먼저 안부를 물었다.

“그럭저럭. 넌?”

“알잖아? 꿀 빨다가 그러질 못하게 되면 얼마나 속 쓰린지.”

하는 말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진지한 무혁의 표정에 상대는 풉-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상대의 웃음에 무혁은 30일 전의 서먹했던 헤어짐이 깨끗하게 걷혀지는 기분이 들었다.

“준비는 잘 했어?”

무혁의 물음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기에 상대도 더 이상 얼굴에 웃음기가 머물지 않았다.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했지.”

실제로 무혁은 상대의 차림새가 조금 달라졌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였다.

거무튀튀한 흉갑과 왼쪽 손목에 고정되어 있는 작은 둥근 방패만 보더라도 내일 있을 강제 사냥에 얼마나 준비를 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나도 코일로 사냥만 아니었어도 방어구 하나 정도는 더 준비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순간적이나마 무혁은 입안이 쓰게 느껴졌지만, 이내 고개를 휘휘- 저었다.

방어구가 탐이 나는 건 사실이지만, 고유 능력의 정밀 수치가 엄청나게 상승했으니 결코 부러워할 일이 아니었다.

“너는?”

“나도 뭐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했어.”

대화가 영 매끄럽지 않았다.

같은 질문을 서로에게 물어보고 정적이 이어지길 반복하자 무혁도, 상대도 더 이상 마주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

“그럼 난 이만.”

상대가 먼저 고개까지 까딱이자, 무혁도 더 이상 마주 서 있기 뭐해 옆으로 살짝 길을 터주었다.

“내일 봐.”

“…응.”

무혁은 중앙탑으로 향하는 상대, 안소영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이내 머리를 벅벅- 긁었다.

“나도 참.”

안소영에게 딱히 어떤 이성적인 관심이 있는 건 절대 아니었다.

그저 이 지옥 같은 곳에서 가벼운 인사라도 붙여 볼 수 있는 사람이 선생님이라 부르는 남자 외에 또 한 명 존재한다는 것이 그저 반가웠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삭막한 곳에서 철저하게 혼자 움직여야만 하는 무혁이었기에 알게 모르게 쌓여 있는 외로움의 크기가 당연히 클 수밖에 없었다.

“그녀 역시 내일부터는…….”

내일 시작될 강제 사냥에서는 안소영 역시 경쟁자일 뿐이다.

최대한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아야겠지만, 어쩌면 서로를 향해 칼끝을 겨눌지도 모른다 생각이 드니 무혁의 기분이 급격하게 가라앉았다.

“기분 더럽네…….”

무혁은 쓰게 중얼거리고는 조끼 주머니를 뒤져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퐁-!

불이 붙은 담배를 폐 깊숙한 곳까지 힘껏 빨아 당겨봤지만, 무혁의 기분은 좀처럼 풀리지가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 무혁은 마우티 부락 전체에 울려 퍼지는 위이이잉- 하는 사이렌 소리를 들으며 중앙탑으로 향했다.

첫 번째 강제 사냥 일에도 이렇게 새벽부터 사이렌이 울렸었다.

대략 2시간 정도 사이렌이 울리는데 소리가 끊어지기 전까지 반드시 중앙탑 앞에 도착해야만 했다.

중앙탑에 도착하니 역시나 강제 사냥에 나서는 부락민들이 제각각 모여 있었다.

무혁은 몇 명의 사람들 속에 의기양양하게 서 있는 배영철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그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사각지대로 몸을 움직였다.

‘후우… 이제 시작인가?’

잘게 시작된 떨림이 어느새 무혁의 심장을 빠르게 뛰게 만들고 있었다.

죽을지도 모른다.

강제 사냥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전혀 알 수 없었기에 무혁은 긴장과 불안감을 떨쳐내는데 온 신경을 집중해야 했다.

그러던 무혁의 시선에 경직된 표정으로 남들과 조금 동떨어진 곳에 서 있는 안소영의 모습이 보였다.

‘처지가 나랑 비슷해 보이긴 하네.’

그나마 다행이랄까?

무혁은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안소영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때, 중앙탑 한쪽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그 속을 전혀 들여다 볼 수 없는 시커먼 공간이 생성되었다.

“들어가자.”

누군가의 말을 시작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시커먼 공간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무혁 역시 눈치를 살피다가 그곳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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