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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14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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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4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4화

마우티 부락 (14)

 

“…컥!”

자신의 목을 정확하게 꿰뚫어 버린 케라크라의 손톱에 키 작은 뚱보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무혁을 바라보다 이내 머리를 늘어트리며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

첫 살인을 저지른 무혁이다.

심장이 터질 듯 뛰고, 숨이 가빠오며, 손발은 덜덜- 떨리고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서 귀에서는 이이잉- 하는 이명이 들릴 것만 같은 건…….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나오는 연출일 뿐이었다.

담담했다.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해서 무혁은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

우습게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싸움에서 이겼다는 이기적인 안도감과 키 작은 뚱보에게 맞은 자리에서 느껴지는 고통뿐이었다.

혹시라도 살인을 하게 되는 건가 싶어 놈들을 공격하기 전까지 심장을 옥죄어 왔던 여러 가지 감정들은 의외로 전혀 느껴지지가 않았다.

‘몬스터를 너무 많이 죽여서 그런가?’

무혁은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몬스터라고 해도 어쨌든 살아있는 생명을 수도 없이 죽이며 처절하게 생존해 왔기 때문에 같은 인간이라 하더라도 최우선적으로 자신의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는 안도감이 죄의식과 같은 감정들을 깨끗하게 지워 버린 것 같았다.

“후아아…….”

담배 한 대가 간절해졌다.

하지만,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일이 있으니 모든 걸 끝내놓고 피우기로 했다.

무혁은 싸늘하게 식어가는 키 작은 뚱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돌렸다.

‘…독하네.’

허벅지와 어깨에 쇳조각이 박혔고, 키 작은 뚱보와의 짧은 전투에서 여기저기 타박상을 당한 그녀는 상체를 꼿꼿하게 세우고 무혁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허벅지 등에서는 피가 나오고 있었는데도 절대 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그 독한 성격에 무혁은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설명을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갑작스런 기습, 그리고 살인 현장을 목격했으니 그녀로서는 먼저 상황 파악을 하고 싶어 했다.

“그러니까…….”

무혁은 차분하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해주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말이 끝나자 그녀가 빤히 무혁의 얼굴을 바라보다 이내 고마움을 표했다.

“고마워. 이번 일은 반드시 갚을 게.”

고개만 까딱하는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고마움의 표시를 받았다는 것에 무혁은 만족했다.

만약, 여전히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고맙다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면, 무혁은 대차게 명치라도 한 대 후려 갈겼을지도 몰랐다.

“표식은?”

“응?”

무혁은 그녀의 물음에 자연스럽게 키 작은 뚱보의 시체를 바라봤다.

“떼어내지 않을 생각이야?”

“…그건 아니지만.”

말끝을 흐리며 무혁이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자 그녀가 이내 무슨 고민을 하는 건지 알만하다는 듯 픽- 웃었다.

“직접 죽여 놓고 표식은 떼기 꺼려진다? 의외로 순진한 구석이 있네. 아닌가? 이런 건 순진하다고 하는 게 아니라 약해빠졌다고 해야 하는 건가?”

“생명의 은인한테 그런 말은 좀 아니질 않나?”

무혁이 기분 나쁘다는 듯 대꾸하자 그녀가 자신의 손에 들린 검을 휙- 던져주었다.

“이걸 써.”

반사적으로 검을 받아든 무혁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이렇게 함부로 무기를 타인에게 줘도 돼? 내가 딴 마음을 먹으면 어쩌려고?”

“어차피 지금 내 상태로는 그쪽을 상대할 수 없어. 왜? 날 죽이려고?”

해볼 거냐는 도발적인 표정에 무혁은 허- 하고 헛바람이 나왔다.

역시 보통 여자는 아니었다.

“말을 말자.”

무혁은 말을 섞어봐야 좋을 게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얼른 쓰고 돌려줘.”

그녀가 재촉하자 무혁은 손에 쥔 검을 만지작거리며 망설였다.

그때, 잠시 잊고 있었던 다른 한 놈이 신음을 흘렸다.

“크으으으…….”

놀랍게도 주걱턱은 바닥을 질질- 기어가며 자리를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뭐야? 저 개새끼는 왜 죽이지 않은 거야!”

그녀가 버럭 소리를 내지르고는 무혁의 손에서 자신의 검을 빼앗아 들고는 주걱턱을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으으으으! 사, 살려…….”

주걱턱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애원을 했지만, 소용없었다.

“X 까고 있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는 검을 내질렀다.

푸욱- 하는 소리와 함께 주걱턱의 목이 정확하게 검에 관통당하며 한차례 몸을 부르르르- 떨더니 이윽고 목숨이 완전히 끊어졌다.

무혁은 그녀의 살인을 지켜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똑같이 살인을 저질렀지만, 느낌이 확연하게 달랐다.

무혁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가는 동안 그녀는 잘 보라는 듯 거침없이 주걱턱의 상의를 검 끝으로 잘라버리곤 툭툭- 검 끝을 놀려서 가슴을 훤하게 드러나도록 만들었다.

그리곤 역시나 단 한 번의 주저함도 없이 깊게 검을 찔러 넣어 악마의 족쇄, 즉 문신이 새겨져 있는 가슴을 도려냈다.

이를 두고 헬-라시온에서는 ‘표식을 거둔다’는 표현을 했다.

오로지 인간에게서만 표식을 빼앗을 수 있는데, 이를 가지고 중앙탑으로 가면 표식에 저장되어 있는 포인트를 모조리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살아 있던, 죽어 있던 가슴에 새겨진 표식을 도려낼 수밖에 없게 만든 악마의 고약한 악취미는 인간의 인성을 바닥까지 끌어내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그녀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주걱턱의 표식을 들고 와서 무혁에게 내밀었다.

무슨 의미냐는 듯 무혁이 그녀를 바라봤다.

“내가 양심 없는 도둑년인 줄 알아? 그쪽이 죽였으니까 그쪽이 가지는 게 당연해서 주는 것뿐이야.”

무혁은 잠시 망설이다 이내 손을 내밀어 피가 뚝뚝- 떨어지는 표식이 새겨져 있는 살점을 받아들었다.

‘그래, 나한테 권리가 있으니까 당연한 거야.’

무혁이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그녀가 물었다.

“원한다면 내가 벗겨내 줄까?”

그녀가 키 작은 뚱보의 시체를 가리키자 무혁은 마음속으로는 그렇게 해주면 고맙지- 라는 말이 백 번은 나왔지만, 어차피 언젠가는 스스로 해야 할 일이었기에 미리 경험하는 쪽이 낫다 여겼다.

“됐어.”

주걱턱의 표식을 가죽 주머니에 넣고 무혁은 케라크라의 손톱을 꺼냈다가 차마 죽은 시체의 살을 도려내는 느낌을 느낄 순 없다 여겨 그녀에게 검을 빌렸다.

‘할 수 있어! 죽이기까지 했는데 이까짓 게 뭐라고!’

무혁은 잔뜩 굳은 표정으로 쉬지 않고 욕을 내뱉으며 키 작은 뚱보의 시체를 향해 검을 움직였다.

 

#

 

“안소영. 내 이름이야.”

담배 한 대를 피우며 마음을 진정시키는 사이에 그녀가 자신을 소개했다.

“차무혁.”

짧게 통성명만 마치고 두 사람은 다른 곳에 시선을 뒀다.

무혁은 뻑뻑- 담배만 피워댔고, 안소영은 먼 하늘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

필터만 남은 담배를 손가락으로 튕겨내며 무혁이 몸을 일으켰다.

“끄응….”

키 작은 뚱보에게 맞아서 부러진 것 같은 갈비뼈가 상당한 고통을 줬다.

그나마 복부는 내장이 멀쩡한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오늘 사냥 완전히 다 날려 버렸네.’

무혁은 엉뚱한 놈들과 싸우느라 일정이 완전히 꼬여버렸다는 사실에 짜증이 치밀었다.

표식은 거뒀지만, 긁지 않은 복권과 같아서 꽝일 가능성도 있었고, 무기도 방어구도 없었던 키 작은 뚱보와 주걱턱이었기에 당장으로서는 아무런 소득 없이 하루를 공친 셈이다.

걸음을 내딛으려던 무혁은 곁에서 아무런 말도 없이 서 있는 안소영에게 말을 건넸다.

“부락으로 돌아갈 거면 같이 가던지.”

안소영 역시 더 이상은 사냥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혁은 부러진 갈비뼈 부근에 손을 대고 천천히 걸었고, 안소영은 더 이상은 강한 척 할 필요가 없어졌는지, 고통이 심해서 할 수 없는 건지 절뚝이며 걸었다.

두 사람은 말없이 걸었다.

그러다 문득, 안소영이 킥- 하고 웃음을 흘렸다.

“왜?”

무혁의 퉁명스러운 물음에 안소영이 더욱더 큰 소리로 웃으며 대꾸했다.

“우리 꼴이 꼭 패배자들 같아서.”

그제야 무혁도 실없는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프흐흐흐흐…….”

당당하게 승리를 거둔 승리자였지만, 꼬락서니는 참 형편없었다.

무겁게 느껴졌던 침묵이 거둬지고, 가볍게 대화를 나눌 만한 분위기가 되자 무혁은 줄곧 궁금해 하던 것을 물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 왜 혼자야? 너 정도면 처음부터 괜찮은 길드나 가문에서 스카우트하려고 했을 것 같은데?”

무혁의 물음에 안소영의 표정이 살짝 굳었지만, 이내 맥없이 풀려버렸다.

“갔었지.”

“갔었다고? 어딜?”

“육가문에 소속됐었어.”

육가문이라면 무혁도 잘 알고 있는 곳이다.

<김, 이, 박, 최, 정, 황>으로 이루어진 여섯 성 씨의 가문으로 철저하게 한국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구성원을 모집하며 그 결속력이 제법 끈끈해서 웬만한 대형 길드라 하더라도 충돌하길 꺼려하는 곳이었다.

무혁은 역시 좋은 곳에서 스카우트를 당했다며 감탄을 했다.

육가문에서 집중적으로 성장을 돕는다면 빠르게 클 수 있었기에 같은 연차의 경쟁자들이라면 부러워 할만 했다.

“그런데 왜 지금은 혼자야? 육가문이라면 정말 편안하게 성장하면서 지금쯤 꿀만 빨고 있어야 하는 것 아냐?”

무혁의 물음에 안소영이 인상을 구기며 대꾸했다.

“…내가 그런 것까지 그쪽한테 대답해야 하는 거야?”

꽤나 신경질적인 반응에 무혁은 살짝 당황했다.

“그, 그건 아니지만…….”

다시 어색한 침묵이 두 사람 사이에 두꺼운 벽처럼 내려앉았다.

‘그게 그렇게 화낼 일인가?’

가만히 생각하던 무혁은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몰라 뒤늦게 따지려다 여전히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는 안소영의 표정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뒷북치는 것도 아니고 이제 와서 무슨!’

그렇게 말없이 두 사람은 걷기만 했고 한참만에야 마우티 부락에 도착할 수 있었다.

중앙탑으로 들어서면서도 두 사람은 한 마디도 나누지 않고 각자 행동했다.

“숨 막혀 죽는 줄 알았네.”

무혁은 안소영과의 분위기를 떠올리며 진저리를 쳤다.

차라리 살이 찢어지고, 피가 터지도록 싸우는 게 훨씬 나을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여전히 꼴 보기 싫은 크레우스타가 무혁을 반겨주었다.

“오늘은 제법 일찍 왔는데? 저런 다쳤잖아?”

무혁의 부상이 뭐 그리 즐거운지 빙글빙글- 웃고 있는 크레우스타였다.

“치료나 해 줘.”

“어디 보자… 특별히 1만 포인트에 치료를 해주지.”

“…특별히 비싸.”

무혁은 짜증이 났지만, 별다른 수가 없었기에 1만 포인트를 지불하고 치료를 했다.

“더 볼일은?”

없으면 얼른 꺼지라는 크레우스타의 모습에 무혁은 가죽 주머니를 탈탈- 털었다.

오전에만 바짝 했던 사냥감들의 판매품목들은 예상대로 큰 값이 되질 못했다.

 

[정상 처리 완료!]

[잔여 포인트 : 19,330]

 

‘젠장! 치료를 하는 바람에 오히려 포인트만 더 소모됐어!’

오전 내내 사냥해서 얻은 9,750 포인트로는 치료비로 나간 1만 포인트조차 채우질 못했고, 무엇보다도 하루를 완전히 날려버렸다는 점에서 무혁은 자신의 계획이 완전히 틀어져서 신경이 날카롭게 변했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기대해 볼 만한 것이 남아 있었다.

“여기 있는 포인트를 모두 내 쪽으로 전환시켜줘.”

무혁은 두 개의 표식을 크레우스타에게 건넸다.

짝짝짝짝짝짝-!

돌연 크레우스타가 꽤나 큰 소리가 나도록 박수를 쳤다.

“드디어 인간 사냥에 성공했구나! 정말 훌륭해! 정말 멋있어! 그래! 바로 이거야! 기껏 몬스터 몇 마리 잡는다고 포인트를 얼마나 벌 수 있겠어? 이렇게 경쟁자를 죽이고 모든 것을 다 빼앗아야 네가 더 강해지는 거라고! 어디! 얼마나 되는지 한번 볼까?”

도리어 크레우스타가 더욱더 기대된다는 표정으로 두 개의 표식을 살펴봤다.

“음… 너 약한 놈들을 죽였구나?”

실망스럽다는 듯 크레우스타가 무혁을 바라봤다.

순간, 무혁이 욱- 해서 반박했다.

“난 목숨을 걸고 싸웠어! 그리고 어차피 난 내 연차의 경쟁자들 밖에 죽일 수가 없는… 됐고! 포인트가 얼마나 되는데?”

무혁은 크레우스타에게 시시콜콜하게 변명을 해서 뭐하나 싶어 신경질적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무혁의 반응에 크레우스타가 낄낄- 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얼마냐면…….”

꿀꺽!

무혁의 목울대가 저절로 움직였다.

잔뜩 긴장한 무혁의 모습에 크레우스타가 그 꼴이 꽤나 우습다는 듯 다시 한 번 애간장을 태웠다.

“그러니까 얼마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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