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16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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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6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62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7권 - 12화
Chapter 6 어스 퀘이크!
막사를 빠져 나온 위드는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았다. 이미 충분히 생각을 하고, 결정한 일이었으니 후회를 하기보다는 앞으로의 일에 더욱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런 생각으로 돌아가던 위드의 앞을 한 사내가 가로막았다.
“잠깐 시간 좀 내줄 수 있을까?”
위드는 사내, 카인 클라우드의 얼굴을 바라보다 대답했다.
“그래.”
허락하자 카인은 몸을 돌려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고, 위드는 그 뒤를 말없이 따랐다.
위드 카일러와 카인 클라우드.
단순히 같은 아카데미를 잠시 동안 다녔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인연이 없는 사이였다. 아카데미 시절 당시 최고의 학생으로 이름을 날리며 선망의 대상이었던 카인과 준남작이라는 작위와 에리카, 피에나로 인해서 유명해졌던 위드.
두 사람 모두 아카데미 내에선 손에 꼽을 정도로 유명했지만 정작 말을 나눠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다 위드가 일로니아 성에 있을 때 처음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실력을 확인해본 적이 있었을 뿐이다.
제1군에 도착하고 나서도 몇 차례 마주친 적은 있었지만 눈인사로만 서로를 확인했을 뿐, 이렇게 단 둘이 이야기를 해본 적은 없었다.
제법 한적한 곳에 이르자 카인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네가 한 일이겠지?”
뜬금없는 물음일지 모르지만 위드는 그가 묻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에 주저 없이 대답했다.
“그래.”
“아버지를 이해해달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결코 참고 있을 수만은 없을 거다.”
“그건 내가 결정할 일이 아니라 공작님께서 결정할 일이야.”
위드의 대답에 카인은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군.”
“그 말을 하려고 날 보자고 한 건 아닌 것 같은데?”
카인은 희미하게 웃었다.
“6년 전의 패배를 갚고 싶어서.”
바스타드 소드를 들어 올리는 카인의 모습을 바라보며 위드가 물었다.
“내가 싫다면?”
“그럼 어쩔 수 없겠지.”
말을 하면서도 카인은 들어 올린 바스타드 소드를 내리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공격을 할 것만 같은 그의 모습에 위드는 6년 전의 빚을 생각해서라도 검을 뽑지 않을 수 없었다.
위드의 모습을 보며 카인이 웃었다.
“한 가지 조건을 걸어도 될까?”
“조건?”
“공평하게 검술 실력만을 겨뤄보고 싶다.”
블링크를 사용하지 말라는 카인의 제안에 위드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도 순수한 검술 대결에서 블링크를 사용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고맙다.”
말을 마친 카인은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까앙!
불꽃이 일며 바스타드 소드와 충돌한 위드의 검은 곧바로 부드러운 호선을 그렸다. 그리고 또 다시 쇠끼리의 마찰음과 함께 불똥이 튀었다.
6년 만의 재대결.
6년 전에도 또래에 비교해 터무니없을 정도로 강했던 두 사람이다. 6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낸 두 사람의 검은 그야 말로 눈부시다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발전을 한 상태였다.
위드는 카인의 검을 마주할 적마다 놀라야만 했다. 정교함부터 시작해서 힘, 속도 어느 것 하나 자신보다 못하지 않았다. 오히려 6년 전에는 우위에 있었던 힘이었지만 지금은 그 반대가 되어버렸다.
카인은 카인대로 놀라고 있었다. 위드에게 패배를 한 이후, 더욱더 수련을 한 그였다. 타고난 천재적인 재능에 피나는 노력까지 더해진 카인의 발전 속도는 대륙 역사상 손가락에 꼽힐 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정통 검술에 용병 검술까지 두루 익힌 카인의 검은 각각의 장점만을 융합한 최상의 검술이라 부를 수 있었다. 그런 검술을 익힌 카인이었지만 위드를 상대로 쉽게 승리를 따내지 못하고 있었다.
따앙!
가슴으로 밀려드는 육중한 바스타드 소드의 힘을 받아내는 위드의 눈가가 살짝 일그러졌다. 힘이라면 웬만해선 밀리지 않았던 자신이었다. 검의 이점도 있었고, 처음 검을 배울 때부터 체중을 싣는 법을 알았기 때문이다.
깡!
‘윽!’
하지만, 카인의 힘은 받아내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강력했다. 6년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힘 앞에 위드는 상대적으로 긴 검의 길이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쇄애애액!
연속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빠른 찌르기에 카인은 뒤로 물러나야만 했다. 속도에서는 한 수 뒤쳐질 수밖에 없었고, 무엇보다 거리를 잡은 상태에서 자신의 최대 이점을 발휘하는 위드의 찌르기는 무턱대고 받아낼 공격이 아니었다.
땅! 땅! 따다당!!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위드의 빠른 찌르기. 그리고 뒤로 물러나면서도 조금도 당황치 않고 모조리 막아내는 카인의 완벽한 방어.
마치 음악처럼 일정하게 울리는 쇳소리와 눈을 어지럽히는 불꽃은 두 사람의 대결이 점점 치열하게 변해가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위드와 카인의 대결은 고요한 폭풍이 사방으로 휘몰아치듯 거세졌다.
처음보다 더 빨라졌으며, 서로를 향한 일격, 일격에 실린 힘이 강력해졌다.
공격과 방어를 주고받는 두 사람의 얼굴엔 땀방울이 가득했고, 사방으로 비처럼 흩어져 내렸다.
챠앙! 챠앙!
일방적인 공격도, 압도적인 우위도 없었다.
위드가 빠른 찌르기를 위주로 공격한다면 카인은 강력한 베기로 몰아붙였다. 각자 쥐고 있는 병기에 가장 적합한 공격이자, 서로 자신 있어 하는 검술이었다.
번쩍일 적마다 쇄도해 들어가는 찌르기.
공간을 가르며 밀고 나아가는 베기.
위드와 카인은 섣부르게 승부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하게 맞섰다.
“차핫-!”
기합을 토해내며 휘두르는 카인의 검에는 마나가 일렁이고 있었다. 무엇이든 가로막는 것은 죄다 베어버리겠다는 듯 강력한 일격!
허리를 반으로 가를 듯 다가오는 카인의 바스타드 소드를 향해 위드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
따아- 앙!
손목을 비롯해서 어깨마저 욱신거릴 정도의 통증에 위드는 눈을 일그러트리며 재빨리 검을 내질렀다. 바람을 관통하는 소음과 함께 또 다시 카인의 바스타드 소드에 가로막혀 불꽃을 피워냈다.
“후욱, 후욱…….”
“하악, 하악-!”
거친 숨을 토해내는 위드와 카인은 그야 말로 하늘이 정해 준 평생의 경쟁자였다.
잠시 서로를 바라보며 숨을 가다듬던 카인과 위드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동시에 몸을 날렸다.
까아앙!!
‘카인 클라우드!’
‘위드 카일러!’
어느새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동자엔 기쁨이 일렁거렸다.
“내가 나서서 뭐라고 할 입장은 아니겠지만, 도울 일이 있다면 최선을 다하지.”
“그래준다면 나야 고맙지.”
차가운 바닥에 드러누운 위드와 카인은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가 네게 한 일들을 모두 알지 못해 내가 뭐라고 할 말은 없지만, 아버지를 대신해서 내가 사과한다. 당장은 바라지도 않지만, 나중에라도 아버지를 용서해줬으면 좋겠다.”
카인의 말에 위드는 짧게 말했다.
“그래.”
“고맙다.”
그 말을 끝으로 잠시 침묵이 흘렀다. 겨울밤의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조금도 추운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격렬한 대결이 있은 직후였기에 아직까지도 그들의 몸은 뜨거웠다.
“기회가 된다면 언제고 제대로 승부를 봐야겠지?”
위드의 물음에 카인이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물론이지. 다음이야 말로 진정한 승자를 가릴 수 있겠어.”
“그렇구나.”
6년 전의 대결에서는 위드가 간발의 차이로 이겼다. 그리고 오늘의 대결에서는 역시 간발의 차이로 카인이 이겼다.
서로 한 번씩의 승리를 주고받았으니 다음 대결이야 말로 정말로 승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대결이 될 것이다.
말없이 그저 곁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기만 했지만 두 사람 사이의 보이지 않는 끈은 굵고, 단단해져만 갔다. 검을 들고 거친 숨을 토해내며 대결을 벌이는 동안 서로 몸으로 수천 마디의 말을 나눈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어떠한 시기도, 질투도, 욕심도 없는 순수한 대결.
위드와 카인은 서로가 있어서 기뻤다. 더욱이 서로 같은 또래라는 것은 아주 커다란 행복이며, 축복이라 할 수 있었다.
“우리가 서로를 죽여야만 하는 사이였다면 어땠을까?”
중얼거리듯 말하는 위드의 음성에 카인이 마찬가지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내 인생에 가장 큰 불행이었겠지.”
오직 검으로만 말을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정말로 행복한 일이라 생각하는 카인이었다.
“위드!”
막사 근처에 도착하자 걱정스런 얼굴로 서성거리던 피에나가 위드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어디 갔었어?”
피에나의 걱정스런 얼굴을 바라보며 위드가 미안하다는 듯 그녀를 토닥여주었다.
“잠시 카인과 이야기 좀 나누고 왔어.”
“카인? 카인 클라우드?”
“응.”
“무슨 이야기?”
궁금하다는 듯 묻는 피에나의 모습에 위드는 빙긋 웃었다. 그러는 사이 마찬가지로 꽤 걱정했다는 듯 표정이 결코 좋지 않은 라샤와 에리카, 루카, 가스파 등이 다가왔다.
“어딜 간다면 간다는 말을 해야 할 것 아냐!”
“아! 미안.”
위드는 화를 내를 라샤를 향해 걱정 끼쳐서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고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로 걱정시켜 미안하다고 말했다.
“혹시 싸우셨습니까?”
커닝이 위드의 몸 상태를 바라보며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6년 만에 재대결 좀 벌였습니다.”
“예?”
“그게 무슨?”
위드와 카인의 일을 아는 사람은 라이너와 레인, 피에나뿐이었다. 그렇기에 위드는 자세하게 6년 전의 일을 설명해주었다.
“역시 대단하구나!”
티스는 감탄한 얼굴로 그렇게 외쳤다.
네드벨 아카데미를 다녔던 그였기에 카인이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있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카인은 티스가 감히 상대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었다. 물론, 지금은 티스 역시도 상당히 강한 검술 실력을 쌓았지만 그 만큼 카인 역시도 강해졌다고 생각하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쳇! 몬스터보다 더 하군!”
가일이 한쪽에서 불평스럽게 중얼거렸다.
“임마, 그게 바로 천재라는 거다!”
루카의 말에 가일이 여전히 불만을 터트렸다.
“갔던 일은 어떻게 된 거야?”
에리카의 물음에 위드는 자세한 이야기는 들어가서 하자는 듯 막사 안으로 일행들을 이끌고 들어갔다. 그리고 있던 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해주며, 앞으로 클라우드 공작이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니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