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159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6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59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7권 - 9화
“후우…….”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는 후바.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후바는 갑작스런 음성에 고개를 들었다.
서걱-!
한 마리의 오크를 죽이며 가일이 하얀 이가 드러나도록 씨익 웃었다.
“가일.”
“렉턴이 없더라도 후바 님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드워프가 아닙니까? 세상 그 어느 드워프가 한때나마 자이언트 타이거 킹을 부릴 수 있었겠습니까? 그것만으로도 후바 님은 평생을 자랑스럽게 살아갈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제기랄! 오우거다!”
가일은 그렇게 말하고는 서둘러 트랜트 아머를 착용했다. 히덴 가르시아를 통해서 얻은 저가의 트랜트 아머였다.
오우거를 상대로 조금도 밀림 없이 검을 휘두르는 가일의 모습을 바라보던 후바는 짧고 굵은 목을 마구 끄덕이며 도끼를 한껏 추켜올렸다.
“나 위대한 드워프 후바 쿠에바스 카힐 드로브 쿠빌리에! 한때나마 자이언트 타이거 킹 렉턴을 종속시켰다는 것만큼은 변함없지! 그렇고말고!”
후바는 그렇게 외치고는 땅을 박차고 뛰어 올랐다.
“이 땅에서 사라져라! 이 추악한 오우거어어-!!”
콰작!
크와아아아-!!
후바의 도끼는 오우거의 오른쪽 어깨를 그대로 짓이겨 버렸다. 날카로운 검에 베이면 그나마 고통이라도 덜했을 오우거였지만 아쉽게도 후바의 도끼는 아주 잔인하게 어깨의 뼈와 살, 근육을 부수고, 가르며, 끊어버렸다.
“차하아앗-!”
기합성과 함께 마나가 한껏 담긴 한 자루의 검이 오우거의 목을 깨끗하게 자르고 지나갔다. 동시에 오우거의 피를 잔뜩 머금은 도끼가 그 몸통을 갈기갈기 뜯어버리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에 오우거 한 마리를 해치운 두 존재.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가일과 예의 미친 듯한 웃음을 터트리는 후바.
훗날, 사람들은 말한다.
오크 헌터 킹이 있는 이유는 그에게 최고의 파트너 ‘위대한 후바’라는 드워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가일!”
“예!”
“이 추악하고 더러운 몬스터들을 나와 함께 죽여 버리자!”
“물론입니다!”
“렉턴이 없지만 내겐 가일 네가 있구나! 크하하하핫!!”
“저 역시 후바 님과 함께라면 든든합니다! 하하하핫!!”
***
전투가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이르자 기다리다 지친 위드와 샤프가 드래곤에 올랐다. 그리고 난전으로 변해버린 전장에 뛰어 들었다.
단 두 기뿐이었지만 드래곤 기사의 위력을 똑똑히 보여준 위드와 샤프로 인해서 전투는 더욱 빠른 시간 내에 끝이 날 수 있었다.
뿌우우우우!!
승리를 알리는 나팔 소리에 긴장감과 피곤에 찌들어 있던 모든 병사와 기사들은 저마다 자신의 병기를 들며 환호했다.
어느 순간부터 병사들은 하나가 되어 렉턴의 이름을 크게 연호하고 있었다. 오늘의 전투에서 렉턴의 존재로 인해 적게는 백 명, 많게는 천 명 이상의 병력 피해를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눈으로 분명히 확인한 사실.
렉턴의 발아래 쓰러진 두 마리의 히드라와 세 마리의 바질리스크. 그리고 수십 마리에 이르는 오우거, 미노타우로스를 비롯한 대형 몬스터들과 수백에 이르는 중, 소형 몬스터까지…….
자이언트 타이거 렉턴의 활약은 죽는 순간까지도 잊지 못할 자신 평생의 자랑거리였다.
병사들의 연호에 화답하듯 렉턴은 커다랗게 포효했다.
크어어어어엉-!!
“다친 사람은 없습니까?”
위드의 물음에 일행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칠 이유가 없었다.
피에나, 후바, 에리카, 샤프를 제외하면 모두 트랜트 아머를 소유하고 있었다. 피에나, 에리카, 라샤 등은 렉턴과 함께 싸웠고, 다른 이들은 모두 일정 지역을 벗어나지 않았기에 서로의 위기를 언제든 도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일반 병사들도 아닌 트랜트 아머를 소유한 소드 익스퍼트 급의 검사들이 함께 싸우며, 무엇보다도 히드라, 바질리스크와 같은 위험천만한 몬스터를 상대할 일도 없었으니 다칠 이유라고는 조금도 없었다.
“이상한 일입니다.”
커닝의 말에 루카가 무슨 말이냐는 듯 그를 바라봤다.
“수호 기사단 말이야. 그들이 나타나지 않았으니 이상하다고 할 수밖에. 그리고 키메라도 보이지 않았어.”
커닝의 말대로 수호 기사단과 키메라가 전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은 의외였다. 수호 기사단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키메라마저 모습을 감추었다는 것은 깊이 생각해볼 일이었다.
“그 흔하던 블루 키메라마저 나타나지 않았다니…… 확실히 이상하긴 이상해.”
아시크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익스퍼트 상급과 중급 기사 둘 이상이 트랜트 아머를 착용하고 달라붙어야 상대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블루 키메라다.
그런 블루 키메라보다 두 배 이상은 강력한 레드 키메라와 소드 마스터와 7명에 가까운 익스퍼트 상급 기사가 합동 공격을 해야만 상대할 수 있는 블랙 키메라까지. 키메라의 존재가 전장에 있고, 없고의 차이는 엄청났다.
“아무래도 예감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가스파가 눈을 찌푸리며 말하자 월터 역시도 고개를 끄덕였다.
“수호 기사단과 키메라가 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건 연금술사의 탑에서 고의적으로 이번 전투를 포기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겠군.”
오브라이언의 말에 아일린과 니클도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이겼으면 된 거지!”
후바의 외침에 일행 모두가 그를 바라봤다.
“단순히 이번 전투에 이겼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야.”
위드의 말에 후바가 얼굴을 씰룩거렸다.
“그게 무슨 소리야? 왜 좋아할 일이 아니라는 거야?”
“우리가 이곳에 온 목적을 잊어버린 거야?”
후바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샤프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피식 거렸다. 그런 그의 모습에 후바가 욕설을 뱉어냈다.
“우리가 이곳에 온 목적은 수호 기사단을 상대하기 위함이잖아. 그런데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수호 기사단이 나타나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샤프와 으르렁거리던 후바가 그제야 알겠다는 듯 탄성을 터트렸다.
“이전 전투에서도 수호 기사단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으니…… 어쩌면 수호 기사단에서 영주님을 일부로 피하는 게 아닐까요?”
커닝의 말에 몇몇 이들이 충분히 가능성 있는 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위드와 수호 기사단의 싸움은 어른과 아이의 싸움이라 해도 무방했다. 일방적인 살육이라 하더라도 틀리지 않았으니 수호 기사단으로써는 당연히 위드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이르자 에리카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수호 기사단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클라우드 공작이 우리를 놓아 줄까?”
“아무래도…….”
“……힘들겠지.”
라샤가 손뼉을 두어 차례 치며 웃었다.
“붙잡아 놓는다고 우리가 여기 붙잡혀 있을 사람들도 아니잖아요?”
“흥! 인간 따위가 감히 위대한 드워프인 나 후바를 잡아 놓겠다고? 어림도 없지!”
후바의 말에 모두가 실소를 지었다.
“멍청이.”
샤프만이 후바를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Chapter 5 예상외의 수
제국력 1390년 8월 5일.
악착같이 버티고, 버티던 그라다 왕국의 수도 아레나스가 불타오른 날이다. 아레나스에서 결사항전을 벌였던 국왕을 비롯한 왕족과 귀족들은 대부분 죽임을 당했고, 살아남은 귀족들만이 뿔뿔이 흩어졌다.
그라다 왕국의 멸망이라 하더라도 틀리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그라다 왕국의 수도 아레나스를 무너트린 존재가 다름 아닌 그라다 왕국의 귀족이며, 프라디아 대륙 연합군 제4군의 총사령관이었던 에르셀 티모슈크 후작이라는 사실이 대륙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에르셀 티모슈크 후작은 한때나마 섬겼던 국왕의 목을 직접 베었고, 그 일가를 손수 처형했다. 또한, 귀족들 역시도 반항하는 자들은 단 한 명도 그 핏줄을 살려두지 않았다.
반대로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이들은 환대했다.
지방에 살아남은 그라다 왕국의 귀족들은 각자 소신껏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 선택은 그라다 왕국의 부활을 위해 연금술사의 탑과 에르셀 티모슈크 후작에 대항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선택의 끝이 어떨지는 누구나 다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선택은 모든 것을 정리해 그라다 왕국에서 벗어나 새로운 나라에 정착하는 것이었다. 귀족이라고 하지만 타국에서의 생활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목숨을 연명하기위한 가장 탁월한 방법이라 할 수 있었다.
세 번째 선택은 자발적으로 연금술사의 탑과 에르셀 티모슈크 후작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것이었다. 프라디아 대륙 연합군이 각각 연금술사의 탑에 대항해 싸우고 있다지만 실질적으로 연금술사의 탑을 몇 년, 혹은 몇 십 년 안에 쓰러트리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더욱이 몬스터만을 부리던 연금술사의 탑에서 에르셀 티모슈크 후작을 끌어 들임으로써 인간으로 이뤄진 군대가 생기자, 그라다 왕국의 국민들 역시 빠른 속도로 회유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연금술사의 탑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나라가 만들어 질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기회를 노리는 이들에게 차라리 연금술사의 탑에 충성을 맹세하는 것이 남보다 더 높은 자리와 더 많은 부를 쌓을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대륙엔 하나의 나라가 망하고, 하나의 나라가 생겨날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
제국력 1390년 8월 12일.
키에브 제국 에르토 전선.
토바고 지방을 수복하기 위한 첫 번째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대륙 연합군 제1군은 승리의 달콤함을 만끽하기보다 심심찮게 불어오는 대륙 변화의 바람에 걱정스런 얼굴로 옹기종기 모여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 가장 큰 화젯거리는 단연 공식적인 그라다 왕국의 멸망일과 연금술사의 탑 군대가 되어버린 대륙 연합군 제4군의 행보와 앞으로 다른 대륙 연합군의 행동이었다.
총사령관 막사 안.
“그라다 왕국의 수도가 티모슈크 후작의 손에 떨어진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수십 명에 달하는 귀족들이 연금술사의 탑에 충성을 맹세하고 있다 합니다! 이게 말이 되는 것입니까!”
한 지휘관이 벌겋게 변한 얼굴로 음성을 높이자 곁에 있던 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들은 자국이 몬스터들에 의해 처참하게 침범을 당 했다는 것도, 자신들이 섬기던 왕이 처참하게 죽임을 당한 것도 모두 잊은 모양입니다! 수치도 모르는 뻔뻔한 자들 같으니라고!”
또 다른 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비웃었다.
“흥! 그러고 보면 귀족이라는 자들이 그 모양, 그 꼴이니 그라다 왕국이 멸망한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렇기도 하군!”
“그런 자들이 귀족이라는 사실에 내가 다 부끄러워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군!”
그라다 왕국의 수도가 무너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라다 왕국의 지방 귀족들은 앞을 다투듯 빠르게 연금술사의 탑에 항복하며 충성 맹세를 하기 시작했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그들의 행동에 대륙의 모든 이들은 경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연금술사의 탑이 몬스터들을 부려 대륙을 혼란스럽게 만들거나, 연금술청이 사라짐으로써 대륙 경제가 혼란스러워진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그 반면, 모두가 연금술사의 탑에 항복을 하고 있음에도 꿋꿋하게 몬스터들과 싸우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페시 헤라르도 백작을 비롯한 저항군은 정말이지 대단하다 말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의 말대로 아직까지 연금술사의 탑에 점령되지 않은 일부 그라다 왕국 지방 영토에서는 소수의 귀족들이 목숨을 걸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축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이 바로 페시 헤라르도 백작이다.
“그렇습니다! 헤라르도 백작과 같은 인물들이 그라다 왕국을 이끌었다면 처음부터 멸망의 길로 들어서는 일 따위는 없었을 것입니다!”
한 지휘관은 회의적인 어조로 말했다.
“어차피 승산 없는 싸움 아닙니까? 고작 1만의 병사로 뭘 할 수 있단 말입니까? 거기에 기사들의 수가 불과 2백도 안 된다 합니다. 이미 가능성 없는 싸움일 뿐입니다.”
“그렇긴 그렇지! 10만이라 하더라도 쉽지 않은 것이 바로 이 전쟁이거늘! 후우…….”
안타깝다는 듯 말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 하나 선뜻 그들을 도와야 한다고 말하는 이는 없었다. 이 자리에 모여 있는 지휘관들 중 그라다 왕국 출신이 없기도 했지만 그들 역시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저항군을 돕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라는 것을.
아직까지는 공식적으로 그라다 왕국의 멸망을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왕족도 모두 죽고, 나라의 대부분을 잃은 그라다 왕국은 멸망했다 하더라도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