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154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7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54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7권 - 4화
‘분명 달라.’
모두라고는 말 할 수 없겠지만 이곳에 모인 대부분의 지휘관들은 위드의 능력을 시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능력이 있기에 이번 전투는 물론이고, 나중의 전투에서도 큰 활약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고 있었다.
아직 제1군을 만나보지 않아 단정 지을 수 없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제2군의 지휘관들은 대부분 순수하게 대륙의 혼란만을 걱정하는 이들이었다.
‘라인하르트 공작님 때문인가?’
정확한 이유를 알 순 없었지만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
“이런 기회가 드문 것이 아니니 모두들 즐겁게 먹고 마시도록 하게!”
“감사합니다!”
긴장과 흥분으로 치러낸 전투 후의 꿀과 같은 휴식 후엔 지휘관들도 병사들과 다르지 않았다. 시끄럽게 떠들며 술과 음식을 먹었다.
무엇보다도 화제가 된 것은 위드와 수호 기사단의 싸움이었다. 그리고 앞으로의 전투 상황에 대한 걱정과 기대, 대륙의 정세 등 다방면으로 지휘관들은 끼리끼리 모여 의견을 나누었다.
“술 한 잔 받게.”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이 다가왔다. 위드는 술잔에 담긴 술을 시원스럽게 입 속에 털어 넣고는 빈 술잔을 내밀었다.
웃는 얼굴로 술잔 가득 술을 채운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은 다른 손에 쥐고 있던 자신의 술잔을 내밀어 가볍게 부딪쳤다.
“오늘 정말로 고생 많았네. 그리고 고맙네.”
“아닙니다.”
위드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술잔을 들이켰다.
“이제 어쩔 셈인가?”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허락만 하신다면 빠른 시일 안에 제1군으로 가볼까 생각 중입니다.”
“역시 그런가?”
“죄송합니다.”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자네야 애초부터 수호 기사단을 상대하기 위해서 제2군에 합류를 한 것 아닌가. 그런 소리 말게.”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솔직히 위드가 있음으로써 군의 전력이 상승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비록, 2기 뿐이라고 하더라도 드래곤 기사와 수만의 병사가 부럽지 않은 자이언트 타이거 렉턴. 그리고 전원 트랜트 아머를 소유하고 있는 기사들과 4클래스의 마법사, 소드 마스터에 근접한 피에나까지.
수는 비록 적을 지라도 그 질적인 면에서는 대륙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았다. 소수 모임으로는 대륙 최강이라 불려도 과언이 아닌 이들이 바로 위드를 중심으로 모인 이들의 전력이었다.
어느새 다른 지휘관들도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아쉬운 눈으로 위드를 바라보았다.
“단 한 번의 전투뿐이라니. 왠지 너무 아쉽군!”
“그렇습니다! 이대로 함께 몬스터 땅까지 가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아쉬움이 역력한 그들의 표정과 말투에 위드는 제2군에 남고 싶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어차피 대륙의 평화를 위해서 싸우는 대륙 연합군이 아니었습니까? 비록, 같은 곳에서 함께 전투를 하지는 못하지만 카일러 준남작도 결국은 대륙을 위해 어딘가에서 열심히 전투를 벌일 것입니다!”
“그렇소! 결과적으로는 우리와 함께 싸우는 것이라고 해도 틀린 소리는 아니니 카일러 준남작이 가는 길에 승리와 영광만이 가득하길 모두 진심으로 빌어줍시다!”
“옳소!”
“오오오!!”
순식간에 달아오른 그들의 모습에 위드가 할 말을 잃은 사이.
“마음이 변하거든 언제든 제2군으로 돌아오게. 자네가 싸울 자리 정도는 얼마든지 내어줄 수 있으니. 하하하하!”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의 작은 목소리에 위드는 그를 바라보다 빙긋 웃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잘 알고 있었다. 이번에 헤어지면 다시 만나기 힘들다는 사실을.
***
“이곳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은 카일러 준남작님뿐인 건가?”
“그렇죠, 뭐.”
“이거 참.”
월터와 가스파는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다.
“위드는 왜 안 오는 거야! 왜 안 오냐고! 빨리 위드 데려와! 빨리 위드 데려와아아!!”
위드가 오지 않는다고 떼를 쓰며 술이란 술은 모두 마셔버리겠다는 듯 주정을 부리는 라샤.
“언니! 그만 좀 마셔요!!”
“라, 라샤. 그만 좀 마셔!”
“어이! 라샤! 혼자 다 마시지 말라고! 내가 마실 건 남겨야 할 것 아냐! 어, 어이!! 내꺼까지 손대지 말란 말이야아!!”
“라이너!!”
그런 라샤를 말리느라 힘이 다 빠져버린 에리카와 티스. 급격하게 줄어드는 술의 양에 불만을 터트리는 라이너와 그런 그를 다그치는 레인.
“흐어어어어어엉!!”
막사에 울려 퍼지는 묵직한 울음소리!
“그, 그만 좀…….”
“흐어어어엉-!! 렉턴이 내 말을 완전 무시했어! 렉턴이 나를 배신했다고! 태어나서 이런 배반감은 처음이야!!”
“그, 그런 게 아닐 겁니다. 그러니 그만 좀…….”
“아니라니! 아니라니!! 분명 렉턴은 내 말을 완전히 무시했단 말이야!!”
엉엉 울며 렉턴이 자신을 배신했다는 후바와 그런 후바를 말리느라 진땀을 빼는 가일.
“시끄럽군.”
“뭐라고!!”
“시끄럽다고 했다. 그리고 렉턴은 애초부터 흙쟁이 너 따위의 말은 듣지도 않았다. 착각하지 마라.”
“우라질 말라깽이! 렉턴이 내 말을 무시하는 건 모두 네놈 말라깽이 탓이다!!”
“주재도 모르는 놈이란 억지뿐이군.”
“으으…… 죽여버리겠다! 말라깽이이-!!”
“후, 후바 님!!”
후바의 모습을 꼴사납다 비웃다 결국은 싸움을 일으키는 샤프.
“킥킥! 라샤가 완전히 맛이 갔는데?”
“그것보다도 저기 둘은 또 싸운다! 어라? 가일 저 자식은 말리지도 못하면서 왜 저렇게 어정쩡하게 서서 안절부절 못하는 거야? 크하하핫!!”
“킥킥!!”
난장판이라 할 수 있는 주변 상황이 재밌다는 듯 주거니 받거니 술을 들이키며 낄낄거리는 커닝과 루카.
“오늘은 키메라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그렇지? 키메라도 그렇고 변종 몬스터들도 그렇고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적은 것 같더군. 뭐, 어쩌면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상대를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이곳 상황만 같다면 연금술사의 탑에 의해서 빼앗긴 영지를 수복하는 것도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그렇지.”
주변 상황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오늘의 전투에 대해서만 진지하게 의견을 나누는 오브라이언과 아일린, 아시크, 니클.
막사 안은 그야 말로 엉망진창이라는 말이 딱! 맞아 떨어졌다.
월터와 가스파의 말대로 이 엉망진창인 분위기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위드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위드가 두 사람의 바람대로 막사 안으로 들어섰다.
“…….”
“…….”
막사 안으로 들어선 위드와 피에나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영주님!”
가스파의 외침에 라샤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위드다!! 위드으으으으-!!”
“크악!”
“우왁!!”
라이너와 티스를 그대로 밟고 달려드는 라샤의 모습에 위드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뒤로 물러나며 손을 뻗었다.
“윽! 뭐야! 왜 이래에에!!”
이마에 손을 뻗어 더 이상 달려들지 못하게 저지한 위드는 라샤 좀 어떻게 해보라는 듯 티스와 라이너를 바라봤다.
“라샤.”
“쳇!”
티스와 라이너가 라샤의 좌우로 다가와 그녀의 팔을 잡아챘다. 그러자 무슨 짓이냐는 듯 마구 팔을 휘저어 두 사람을 뒤로 자빠트리는 그녀의 괴력.
“오오오오!!”
“사내 녀석들이 그렇게 허약해서야!”
“쯧쯧쯧!!”
커닝, 아시크, 루카의 말에 티스와 라이너는 얼굴을 붉히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끌려가지 않으려 발악하는 라샤를 힘겹게 끌고 갔다.
위드의 등장과 함께 라샤의 몸부림을 끝으로 막사 안은 어느새 정리가 되어버렸다. 그 모습에 월터와 가스파는 서로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영주님이 오시는 것만으로도 바로 정리가 되는군요.”
“그러게 말이야.”
그 사이 위드는 씩씩대는 후바를 샤프와 떨어트려 놓고 빈자리에 앉았다.
“중요하게 할 말이 있습니다.”
위드의 말에 술에 취한 라샤와 아직까지도 자신의 분을 식히지 못하는 후바만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입을 다물며 집중했다.
“빠르면 5일 안으로 이곳을 떠나 제1군으로 향할 것입니다.”
“그렇게 빨리 움직이는 것입니까?”
가스파의 물음에 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라인하르트 공작은 뭐라고 하였습니까?”
“제 뜻대로 하라고 하셨습니다.”
“음…….”
어차피 수호 기사단이 없는 이상 더 이상 제2군에 머물 이유는 없다. 하지만 단 한 번 전투를 하고 떠난다고 생각하자 뭔가 허무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꼭 용병 같지 않습니까?”
가일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만나자 말자 이별인 거냐?”
라이너가 섭섭하다는 듯 툴툴거렸다.
라이너와는 분명 다른 입장이었지만, 레인 역시도 적지 않게 섭섭한 얼굴이었다. 그야 어차피 맥케이 라인하르트의 개인적인 관계에 의해서 제2군의 보급을 담당하는 이들 중의 한 사람일 뿐이었기에 원한다면 얼마든 위드를 따라 나설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정식 보급부대가 아니라 하더라도 기분에 따라서 이리저리 움직일 위치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제2군에는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과 라이너를 제외하고서라도 많은 귀족들과 연을 맺고 있었기에 여기서 함부로 빠져 괜한 걱정거리를 만들 이유가 없었다.
장사꾼에게 있어서 가장 큰 적은 귀족이라는 아버지의 당부를 잊지 않고 있었기에 레인은 상회를 위해서라도 남아야만 했다.
“너희들에게는 정말로 미안해.”
비록 변명으로 들릴지 몰라도 위드로서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하지 않았다.
그리고 라이너와 레인은 듣지 않아도 다 알 수 있었다.
“쳇! 너는 변명도 안하냐?”
괜한 심술을 부리는 라이너의 모습에 위드는 빙긋 웃었다.
“그래도 라이너 너는 레인이라도 있지. 트레제는 혼자잖아.”
“혼자는 무슨! 그놈도 그놈 나라에 알고 지내는 친구들 많을 걸!”
“라이너 네가 그런 말을 할 처지가 아닌 것 같은데?”
“야야! 너 누구 편이냐?”
“편은 무슨.”
라이너와 레인의 티격태격 대는 모습을 보며 위드는 문득, 평화롭게 네드벨 아카데미를 계속 다녔다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 그건 그렇다 치고. 방법은 생각한 거야?”
라이너의 말에 레인을 비롯해 몇 사람이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마땅한 방법이 없다면 당분간은 여기 남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그 생각을 해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하루라도 빨리 5군으로 가봐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아…….”
그라다 왕국의 멸망은 이미 시간 문제였다. 대륙 연합군 제4군을 책임지던 에르셀 티모슈크 후작이 배신을 함으로써 더 이상 그라다 왕국을 지킬 병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그라다 왕국의 귀족들이 자신들의 모든 사병까지 끌어 모아 수도에서 수성전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승산 없는 싸움일 뿐이었다. 거기에 다른 왕국이나, 제국에서 도움을 줄 형편도 아니었으니 사실상 그라다 왕국은 끝났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라다 왕국이 무너지고 나면 그 다음은 페르만 왕국일 것이 분명한 일. 좋으니 싫으니 해도 자국이 멸망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기에 위드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페르만 왕국을 지탱하고 있는 제5군에 합류하는 것이 옳은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