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믿는 것은 검 100화
무료소설 내가 믿는 것은 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50회 작성일소설 읽기 : 내가 믿는 것은 검 100화
100. 영웅
“으아아아아!”
손가락까지 치켜들면서 기겁하던 도적놈 둘을 단숨에 처단한 안톤은 유유자적하게 주둔지 내부로 들어섰다.
‘역시 한 번에 중심부까지 가는 건 무리였나?’
안톤이 착지한 곳은 주둔지의 외곽부로, 중심지에 비하면 병력들의 포진 비율이 적었다.
“치, 침입자다!”
다만 워낙에 은밀함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형태로 난입을 한 것이다 보니, 금세 무기를 꺼내 들고 나선 도적 무리들이 안톤을 가로막았다.
“정체를 밝혀라!”
대충 봐도 적의 숫자가 스무 명은 넘는 반면에 안톤은 혼자다.
그러나 오히려 다수인 그들은 직접 덤벼 오지 않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내가 엄청난 고수일 거라고 지레짐작한 모양이군.’
뭐, 그들의 추측은 사실 옳기는 하다.
안톤은 단번에 그들 무리 전체를 도륙할 무력의 소유자였으니까.
‘근데 마나 유저이면서 기초적인 마나 운용도 하지 못하는 건가? 어느 정도 수준만 됐어도 내게 한 줌의 마나도 없다는 걸 알았을 텐데?’
물론 그랬다면 망설임 없이 안톤을 향해 덤벼 왔을 테고, 그 순간 몸과 머리가 분리되었을 테지만.
아무튼 결과적으로 그 착각이 그들의 목숨을 1초라도 더 연명하게끔 만들었다.
“내가 강자처럼 보이니 불안한가?”
적어도 열 발자국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 목소리만 드높이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마치 겁에 질린 짐승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약자에겐 한없이 잔인하면서도, 강자 앞에선 몸을 사리기 바쁜 짐승.
“하기야, 불안하기야 하겠지. 다들 제멋대로 살아왔을 테니까.”
안톤은 주변을 천천히 쭉 둘러보았다.
도적놈들 외에도, 듬성듬성 주변에 있는 여인들이 멀찍이서 두려움에 찬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남루한 행색의 여인들은 대개 온몸에 잔상처들이 많았고, 이마에는 낙인이 찍혀 있었다. 상처가 아직도 다 여물지 않은 걸로 보아 인두로 지져진 것도 최근인 것으로 보였다.
안톤은 여인들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그리고 속에서 끓는 분노를 냉정하게 식힌 다음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이건 그 대가라고 생각해라.”
그 선언이 끝나기가 무섭게 도적 무리 중 하나가 달려든다.
잘은 모르지만 아무래도 안톤이 별 볼일 없는 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아니면 단순히 잠깐의 분노도 참지 못하는 머저리거나.
“아까부터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냐! 닥치고 죽어라!”
안톤은 그가 바로 코앞으로 다가올 때까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가 몸을 움직인 것은 찔러 오는 검이 거의 목까지 다다랐을 때다.
도적놈이 이겼다는 생각에 회심의 미소를 짓는 순간, 안톤은 그들의 눈으로는 좇지도 못할 속도로 검을 휘둘렀다.
슈우우웅.
비록 스무 명이 넘는 적들이었지만, 단 한 번의 검격이면 충분했다.
이미 안톤은 그 정도쯤은 아득히 초월한 경지에 접어들어 있었다.
“역겨운 놈들.”
습관적으로 검을 바닥에 한 번 털어 낸 안톤은 바닥에 즐비한 시체들에 시선도 주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열이 뻗쳐 버린 바람에, 그만 조무래기들을 상대로 쓰지 않아도 될 시간을 낭비해 버렸기에 조금 서두를 생각이었다.
휙! 휙!
안톤이 본격적으로 적들 진영의 한복판으로 진격하기 시작했다.
이미 도적단 내부로 습격 소식이 전해졌기에 끊임없이 도적놈들이 나타나 그의 앞길을 막았지만, 안톤의 이동속도는 전혀 줄 기미가 없었다.
이동하는 내내 안톤은 쉬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굳이 앞을 가로막지 않아도, 등을 보이며 뒤로 도망을 쳐도, 범위 안에만 있으면 무조건 베었다.
애초에 세로게트에게 받은 요청이 도적단의 궤멸이긴 했으나, 그것과는 별도로 이 짐승들은 살려 둘 가치가 없는 쓰레기들이었다.
“괴물이다!”
누군가 외쳤다.
이것저것 잡음이 많은 주변이었으나, 그 외침은 유독 안톤의 귓가에 크게 들렸다.
“누가 누굴 보고 괴물이라는 거냐.”
근래 들어 꽤나 많이 듣는 소리다마는, 들을 때마다 기분이 나쁘다.
적어도 그는 인간으로서의 도리는 지키며 살아가고 있었으니까.
‘그나저나 다행히 아직까진 반응이 없군.’
아까부터 계속해서 어딘가를 경계하던 안톤이 안도의 숨을 속으로 내쉬었다.
어딘가란 마스터급의 요력을 소유한 자가 둘이나 있던 막사였고, 그들과 조우하는 건 적어도 철창 속의 여인을 구출해 낸 이후인 쪽이 좋았다.
이윽고 중심부에 도달한 안톤은 짜증을 담아 검을 내리쳐 철창의 문을 박살 냈다.
콰콰쾅!
신안을 통해 보이는 결을 따라 벴다면 달랐겠지만, 단순히 검의 무게만을 극대화시켜 내리쳤기에 철창의 문은 완전히 짓뭉개져 버렸다.
철창 안으로 들어가 확인해 보니, 이런 난장판 같은 소란 속에서도 철창 속의 여인은 미동도 없이 쓰러져 있었다.
귓가로 들리는 거친 숨소리가 아니었다면 정말 죽은 줄로만 착각할 정도였다.
안톤은 우선 검을 내리쳐 여인의 손에 채워진 구속구를 반으로 갈랐다.
나름 아티팩트의 범주 안에 들어가는 이 마력 수갑은 일반 철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단단했으나, 마스터의 오러까지도 베어 내는 안톤의 검을 버티기엔 역부족이었다.
‘아무튼 상태가 이러면 준비해 온 팔찌는 쓰질 못하겠는데?’
밤 그림자 팔찌.
예전에 온-누르에게 받은 이 아티팩트는 특정 상황에서 유용한 효능을 지녔지만, 단점이 하나 있었다.
마력이 없는 일반인도 사용할 수가 있지만 반드시 직접 시동어를 외워야만 한다는 조건이었다.
안톤이 이 아티팩트를 조르디가 내전 당시에 쓰지 않고 천으로 린디아스를 등에 묶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제단의 입구가 있는 연못 안에선 시동어를 외울 수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그와 비슷하다.
팔찌는 안톤이 채워 주면 된다 해도, 현재 그녀는 시동어를 외울 만한 정신이 남아 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안톤은 여인을 어깨에 들쳐 멨다.
어차피 한 손으로만 싸우는 건 이제 익숙하다 못해 완전히 숙달된 상태였다.
‘팔찌를 쓰지 못한 건 어쩔 수 없다 쳐도, 상태가 너무 안 좋다. 원래 계획대로 일단은 물러나고 이후에 다시 오자.’
신속하게 상황 판단을 마치고 철창 밖으로 나온 안톤은 뜻밖의 인물과 마주쳤다.
“탈티온 베니체른?”
크게 놀란 기색을 감추지 않으며 안톤이 중얼거렸다.
아까 이곳을 탐색하며, 그가 없다고 단정 짓고 있던 안톤이었기에 그와의 대면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요력? 아까 보았던 그 기운들 중 하나가 이자의 것이었다고?’
마스터에게 ‘평범한’이라는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는다마는, 반년 전 에반하임에서 그를 보았을 때 그는 평범한 오러 마스터였다.
그만의 비전 연공법으로 체내에서 마나를 순환시키고 있었고, 결코 지금처럼 불길한 기운의 요력을 전신으로 뿜어내진 않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거지?’
그러나 이후 생각을 계속할 시간은 안톤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탈티온이 요력으로 생성한 오러를 검 위로 두르며 공격을 시작해 온 것이다.
그의 갑작스러운 일격을 막아 낸 안톤이 신음을 흘렸다.
‘검에 실린 힘이 예전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
양손으로 검을 들지 못했다곤 하나, 검을 잡은 팔이 얼얼하게 느껴질 정도의 묵직한 일격.
안톤이 쓴침을 삼켰다.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을 구하겠단 생각은 버리겠소.”
같은 천검술을 사용하던 세로게트에겐 별로 효과가 없었지만, 안톤에겐 신안이 있다.
신안을 통해 보이는 결을 베면 요력의 힘으로 강화된 오러라고 한들 베어 낼 수 있으리라.
안톤은 정신 집중을 통해 신체의 모든 감각을 끌어 올렸다.
극대화된 동체시력으로 보이는 세상은 마치 주변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릿하게 느껴진다.
‘벤다!’
각고의 의지가 담긴 안톤의 검이 탈티온을 향해 휘둘러졌다.
결을 따라 움직이는 검은 그대로 탈티온의 검을 베고 지나가 그의 몸까지 베어 낼 듯한 기세를 담고 있었다.
그런데.
찰나의 간극 속에서 행해진 일검을 막아 내는 자가 있었다.
“본전도 못 뽑았는데, 벌써 내 장난감을 망가트리면 못 쓰지!”
쿠와아아앙!
어디선가 나타난 거대한 양날 도끼가 안톤의 검을 막아 냈다.
그럼으로 인해 철과 철이 맞부딪쳐서 난 것이라곤 믿기지 않는 폭발음이 들렸고.
이내 그 충격지를 중심으로 거대한 기파가 원형으로 퍼져 나가며 지상을 훑고 지나간다.
솨아아아아.
안톤은 고개를 그대로 한 채 눈만을 움직여, 자신의 검을 막은 자의 정체를 확인했다. 양날 도끼의 주인은 여태껏 안톤이 살아가며 본 그 어느 누구보다 거대한 체격의 소유자였다.
옆에 있으면 건장한 체구인 안톤이 어린애처럼 작아 보일 지경으로, 그와 옆에 있어도 그리 꿀리지 않는 건 안톤의 대검 정도였다.
물론 사내가 사용하는 양날 도끼의 크기 또한 장대한 체격에 걸맞게 거대했으나, 안톤의 무지막지한 대검만큼은 아니었다.
그러나 문제는.
‘하나가 더 있다.’
그런 크기의 도끼를 나머지 한 손에도 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후웅!
안톤은 그 나머지 무기로 내리찍는 도끼를 피해 내기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몸을 과하게 꺾어 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격을 완전하게 회피해 낸 것은 아니었다.
왼쪽 어깨에 들쳐 멘 여인 때문에 즉각적으로 자세를 바꾸는 데 지장이 있었고, 도끼가 복부 위를 스치듯 지나간 것이다.
“크하하하! 그 상태로 그걸 피했다고? 재밌구나! 재밌어!”
그래도 연이은 공격을 해 올 거라 생각했던 상대가 뜬금없이 웃어 젖히는 덕에 약간의 틈이 생겼다.
안톤은 그 잠깐 동안 시선을 아래로 내려 상처를 확인했다.
벌써 흘러나온 피로 옷이 축축하게 젖어 가고 있었으나, 앞으로 일어날 전투에 지장을 줄 만큼 심각한 부상은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모든 전력을 끌어내는 데 방해가 되는 어깨 위의 여자였다.
‘지금이라도 버려야 하는 건가?’
잠깐이나마 그런 선택지를 떠올렸던 안톤이 고개를 저었다.
절대적인 시간으로 따지자면 20년 전의 일이었지만, 그는 불과 얼마 전에 이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적이 있었다.
그때도 상대는 블라디미르의 일원 중 하나였고, 포기해야 했던 것은 그의 친부였다.
그럼에도 그는 냉정하게 합리적인 결정을 해냈었다.
그런데 왜 이번엔 그러질 못하는 걸까.
더군다나 이 여인과 자신 사이에는 세로게트의 부탁 외엔 어떤 접점도 없는데.
그 이유를 스스로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또다시 그들 앞에서 무언가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
결코 알량한 자존심 때문만은 아니다. 이렇게 합리적이라는 단어를 핑계로 쉽사리 포기하다 보면 언젠가 그 버릇이 몸에 배고 말 테니까. 안톤은 그런 인간들을 셀 수도 없이 많이 보아 왔으니까.
그런 그들을 욕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자신은 그런 볼품없는 인간은 되고 싶지 않았다.
‘일단 되는 데까진 해 보자.’
일말의 시간 동안 정비를 끝마친 안톤이 전의를 불태우자, 아주 좋다는 듯 사내가 양날 도끼를 고쳐 잡았다.
‘와라!’
속으로 내뱉은 외침이 들리기라도 한 걸까.
사내가 도끼를 높이 치켜들며 공중으로 도약했다.
“그럼 이것도 막아 보거라! 천검술의 전인이여!”
쿠우웅! 쿠와앙!
아까완 다르게 쉴 틈 없이 이어지는 공격.
양날 도끼를 막을 때마다 땅이 흔들리고 공기가 찢어진다. 무지막지한 파괴력에 안톤의 몸이 속절없이 뒤로 밀려났다.
심지어 중간중간 탈티온이 끼어들었기에, 안톤은 수비 일변으로 공격을 막아 내기에만 급급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안톤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전투 회로는 끊임없이 가동되고 있었다.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눈은 기술이나 특징들을 기록하며 약점을 찾아내고 있었으며, 서늘하게 식은 머리는 전투 중에 벌어질 수 있는 변수들을 섬세하게 계산한다.
안톤이 가진 재능 중에서 검 다음으로 뛰어난 재능.
전투에 관한 천부적인 재능이 지금 발휘되고 있었다.
‘갑자기 몸이 평소보다 둔해졌다. 혹시 이게 세로게트가 말한 진혈종들의 고유 능력인가?’
공기가 무겁다.
그저 그런 느낌이 아니다. 이렇게 날뛰고 있는데 주변의 먼지가 일정 높이 이상으로 올라가질 않고 가라앉는다.
‘혹시 무게와 관련된 능력인가?’
그렇다면 항상 내려찍기 일변의 공격도 이해가 간다.
안톤이 쓰는 가중검의 묘리처럼, 무게를 더할 수 있는 능력만 있다면 위에서 하단으로 내려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공격 방식일 테니까.
그렇게 차근차근 적에 대해 탐색하던 안톤은 무언가를 발견하고 표정이 굳었다.
‘젠장.’
프로텍트 마법이 3중으로 겹쳐진, 또 안톤의 천검술로 보호되고 있던 이 대검에 금이 가고 있었다.
지금까지 무수한 고비들을 함께 넘기면서도 끄떡없었던 것이 이 대검인데, 고작 이 짧은 순간의 격전으로 이렇게 되다니, 이 얼마나 무지막지한 괴력이란 말인가.
‘무기가 버텨 줄 때, 어떻게든 이 여인을 데리고 이 자리를 탈출한다.’
안톤은 내심 갖고 있던, 여인을 구출하고 나서도 할 수만 있다면 도적단의 섬멸까지도 한꺼번에 해내겠다는 각오를 저 멀리 내던져 버렸다.
여차하면 제대로 퇴각하는 것조차 실패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안톤은 틈틈이 도주할 기회를 엿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지간한 수준에 오른 무인이 아니라면, 눈으로 좇아갈 수도 없을 정도인 초인들의 격전. 그렇게 틈이 쉽사리 날 리가 없다.
“어이! 벌써 힘이 빠진 것 같은데? 조금 더 버텨 보라고!”
사내는 전투가 이어질수록 보다 힘이 샘솟는지 미쳐 날뛰고 있었고, 그와 반대로 안톤은 점점 더 궁지에 몰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던 때, 기대도 하지 않던 구원의 손길이 안톤을 향했다.
묵묵부답으로 검을 휘두르던 탈티온이 짧게 끊어 속삭이며 말을 걸어온 것이다.
“내가. 신호를 주면. 그때. 도주하게.”
뭐가 어떻게 된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의식을 되찾은 모양이었다.
“기회는. 한 번뿐.”
아무것도 없어 공허하던 탈티온의 눈은 어느새 결사적인 의지로 가득 차 있었다. 안톤은 눈짓으로 그와 신호를 주고받으며 때를 기다렸다.
다행히 도끼 사내는 아무런 기미를 느끼지 못한 모양이었다.
“크하하하! 좋다! 좋다! 좋다! 모름지기 싸움이란 이래야지!”
잔뜩 흥이 오른 사내가 도끼를 높이 치켜들었고, 탈티온은 자연스럽게 그의 우측 후면에 자리 잡았다.
어떠한 말도 없었지만, 그가 보내는 눈빛을 읽은 안톤은 바로 지금이 그 순간임을 눈치챘다.
“자, 지금일세!”
푸욱.
탈티온의 검이 사내의 우락부락한 근육을 뚫고 깊게 파고든다.
허나 어떻게 알았는지, 그 역시 그 찰나의 순간 몸을 비틀었기에 치명상까지는 입히지 못했다.
하지만 적어도 잠깐의 틈은 생겼다.
탈티온을 도와 사내를 처치할 만큼의 틈은 아니었으나, 당장 등을 돌려 거리를 벌리기엔 충분한 틈이었다.
“그녀를 부탁하네! 부디!”
안톤은 이를 악물었다.
벌써 상당한 거리가 벌어진 곳에서 들려온 탈티온의 외침도, 결코 지금의 그를 위로해 줄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