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153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5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53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7권 - 3화
정확하게 60기의 로드라에 탑승한 수호 기사단을 상대로 고작 둘 뿐인 위드와 샤프였다. 소문만을 믿고 태연하게 있기에는 현실적으로 너무나 괴리감이 강했다.
병사들의 걱정스런 소리에 라이너는 자신의 앞을 귀찮게 막아서고 있던 리저드맨을 죽이고 곁의 티스를 향해 말했다.
“티스! 정말로 위드와 샤프 단 둘이서 저 많은 수호 기사단을 상대할 수 있는 거야? 위드를 못 믿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내가 보기에도 무모하다 싶은…….”
“차하아아앗-!!”
서- 걱!
리저드맨의 목을 깨끗하게 가르고 지나가는 검날. 그리고 이어진 거미줄 같은 검광과 함께 조각나며 땅으로 흩어지는 리저드맨의 몸.
자신이 한 일을 확인하지도 않고 또 다시 몸을 날려 오크와 고블린 등을 차례로 죽이는 티스의 모습에 라이너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저랬었던가?”
트랜트 아머를 착용하고 처음 해보는 실전 전투다. 트랜트 아머를 착용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극명하다. 검을 휘두르는 속도와 힘의 차이가 상당히 다르기에 누구라도 처음 트랜트 아머를 착용하면 그 변화에 취하기 마련이다.
라이너 역시 처음 트랜트 아머를 착용하고 몬스터와 싸움을 벌였을 당시 놀랍도록 증가한 자신의 속도와 힘 앞에 정신없이 검을 휘두르며 싸웠었다.
“저러다간 내 꼴 나겠는데. 큭큭큭!”
몸 상태를 무시하고 강해진 힘에 취해 싸우다가는 결국, 탈진 상태에 빠져들 위험이 있다. 그렇게 트랜트 아머가 강제로 착용 해제되고 쓰러졌었던 경험을 한 라이너였다. 그가 보기에 티스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을 것만 같았다.
“혹시, 라샤도?”
라이너는 고개를 돌려 라샤를 찾았다.
“엥?”
라샤는 자신에게로 달려드는 몬스터만을 죽일 뿐 티스처럼 힘에 취해 이리저리 날뛰며 싸움을 벌이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몬스터가 없으면 고개를 들어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으음…… 역시 라샤는 위드를 좋아하는 건가?”
위드를 제외하면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확신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활발하다 못해 부담스럽기까지 한 라샤였으니 그녀가 정말로 위드를 좋아한다면 이미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녔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라샤도 수줍은 소녀, 아니지. 아가씨라는 건가? 푸하하핫!!”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떠들며 자신의 남자라고 점찍듯 외치고 다닐 라샤를 생각했던 라이너는 의외라는 듯, 재밌다는 듯 웃었다.
꾸이이이익!!
처절한 오크의 비명에 라이너는 몇 차례 고개를 흔들고는 어느새 홀로 몬스터들에게 둘러 싸여 정신없이 싸우고 있는 티스에게로 달려갔다.
앞을 가로 막는 몬스터를 차례, 차례 죽이며 티스의 곁으로 다가간 라이너는 제법 큰 소리로 그를 불렀다.
“티스! 티스!!”
“으응?”
막 고블린의 가슴에 검을 박아 넣어 비틀어 대던 티스가 제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돌렸다.
“이제 좀 정신이 드냐?”
“정신? 무슨 소리야?”
“혼자서 정신없이 날뛰었다고!”
“에?”
티스는 무슨 말이냐는 듯 대꾸하고는 자신의 검에 가슴을 박고 있는 고블린의 괴음에 서둘러 검을 뽑았다. 역겨운 고블린의 피가 뿜어져 나왔다.
“우선은 안전한 곳으로 가도록 하자.”
오크의 머리통을 반으로 가르며 라이너가 말하자 그제야 티스는 자신이 일행들과는 꽤 동떨어진 곳에서 홀로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도 모르게 정신없이 검을 휘둘렀던 건가?’
티스는 그제야 라이너가 무슨 말을 했던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걱정해 곁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어준 그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라이너와 티스는 서로 협력해 병사들이 모여 있는 곳까지 이동했다.
“후! 이제야 좀 살겠군.”
깊은 숨을 토해내는 라이너의 모습에 티스가 미안해했다.
“나 때문에 미안해.”
라이너는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장난이야, 장난! 그리고 미안할 것 없어! 트랜트 아머까지 착용한 상태에서 고작해야 오크랑 고블린에게 둘러 싸여 있었는데 무슨!”
“그래도 혹시 오우거라도 달려들었다면…….”
“오우거는 무슨! 그나저나 위드는 괜찮을 걸까?”
티스는 어느새 전투에 들어간 위드와 샤프, 수호 기사단을 바라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드래곤과 로드라의 브래스가 치열하면서도 화려하게 엇갈리며 서로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었다.
“위드는 걱정할 것 없어.”
아무런 걱정도 되지 않는 다는 듯 말하는 티스의 음성에 라이너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수치상으로 전혀 상대가 되지 않는 싸움이라고. 대륙 최강이라 불리던 정통 드래곤 기사단마저도 수호 기사단에 의해서 완벽하게 무너졌다고! 아무리 위드라 하더라도……!”
말을 하던 라이너의 음성이 뚝! 끊겼다.
허공에서 뿜어지는 로드라의 핏물!
순식간에 하나에서 둘로, 둘에서 셋으로…… 점점 늘어나기 시작하는 로드라의 상처에서 뿜어져 나오는 핏물은 어느새 지상의 몬스터와 인간들의 머리 위를 적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 마리의 로드라가 힘없이 추락했다. 늘어나는 상처처럼 추락하는 로드라의 수도 점점 많아졌다.
거기에 은빛의 무언가가 무수히 번쩍거렸고, 로드라를 타고 있던 수호 기사들이 하나, 둘 처절한 비명과 함께 떨어졌다.
“봤지?”
티스가 웃음기 머금은 음성으로 말했다.
“저, 저게…… 뭐야?”
“하늘에서 위드를 상대할 수 있는 존재는 없을 걸?”
“제게 위드가 가진 마법의 위력인 거야?”
라이너의 물음에 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끄러미 하늘을 바라보던 라이너가 갑작스럽게 불만을 터트렸다.
“완전 사기잖아!!”
“에?”
“나 참! 저건 완전 사기야! 어째서 위드에게만 저딴 사기 같은 능력이 있는 거야!! 이건 신의 장난이야! 신의 장난이라고오오오-!!”
라이너는 진심으로 위드가 부럽고, 얄밉게 느껴졌다.
그리고 처음으로 신은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
“하!”
멀리서 수호 기사단이 벌이는 싸움을 바라보던 한 남자가 눈가를 일그러트렸다.
꽉! 쥔 두 주먹은 부르르 떨리고 있었고, 깨문 입술에서는 핏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동료의 죽음을 무기력하게 바라보고 있어야만 한다는 사실이 이러한 기분일 줄 알았다면 결코 이 자리에 있지 않았을 것이다.
“저런 전투라면…… 기사단 전체가 덤벼도 결코 이기지 못해.”
동료의 허무한 음성에 남성은 분하지만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제2부대의 전투를 보며 그들이 생각한 것이라고는 오직 하나! 무기력함이었다. 억울하고 분하더라도 사실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외면해봤자 반드시 자신들에게 돌아올 일. 결국은 죽음을 기다리는 꼴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법이 없는 건가?”
동료의 중얼거림에 남성은 터질 듯 팽팽해진 눈으로 또 한 명의 동료가 죽는 모습을 지켜보며 생각했다.
‘상대가 달라! 차라리 로드라를 버리는 편이 훨씬 나을지도.’
로드라를 길들이고 난 이후, 처음으로 로드라가 필요 없다고 느껴졌다. 아니, 오히려 로드라로 인해서 전투가 불리해질 것이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상대는 발을 디딜 곳만 있다면 어디든 이동하는 경이로운 마법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공중에서의 싸움은 그에게 절대적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유리한 상황.
“끝났군…….”
동료의 말대로 제2부대의 모든 단원들이 죽음을 맞이했다. 드래곤 기사단을 꺾고 대륙 최강이라는 자부심이 여지없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다.
“허무하군.”
“그러게.”
수호 기사단 제2부대의 모든 전투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지켜본 제6부대 소속의 기사들은 무거운 마음으로 몸을 돌렸다.
“위드 카일러…… 빌어먹을!”
Chapter 2 제1군으로
“하하하하핫!!”
“크하하하하!!”
“마셔! 마시자고!!”
밝은 음성으로 웃음을 터트리며, 술잔을 드는 병사들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해 보였다. 매서운 겨울의 찬바람이 쉬지 않고 그들의 옷을 파고들었지만 누구도 춥다고 느끼지 않았다.
군데군데 피어 놓은 모닥불의 열기보다 더 뜨거운 전장의 뜨거운 열기가 이제는 승리의 열기로 변해 그들의 몸을 덥혀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가 정말 아이티 땅이 맞는 거지?”
“그럼!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이렇게 먹고 마실 수 있는 거 아니겠어!”
“하하하! 내가 살아서 아이티 땅을 밟게 될 줄이야!”
“그러게 말이야!”
“이게 다 위드 카일러 준남작님 덕분이지!”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 나는 아직도 낮의 전투를 잊을 수가 없다고!”
“그럼! 그럼!”
병사들은 저마다 꿈에 빠져든 소녀처럼 몽롱한 눈빛이 되어 낮의 전투를 떠올렸다.
그렇게 한참 동안 저마다 회상을 하다 하나, 둘 정신을 차리고 다시 술잔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기쁜 함성을 내질렀다.
“위드 카일러 준남작님 만세!!”
“만세!!”
한 병사가 갑자기 멈칫 거렸다.
“이것들 보라고! 위드 카일러 준남작님의 활약이 대단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이렇게까지 손쉽게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맥케이 라인하르트 총사령관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그제야 다른 병사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맞장구를 쳤다.
“그렇고말고! 위드 카일러 준남작님이야 오늘의 전투에서 큰 활약을 했다고 하지만 총사령관님은 모든 전투에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싸우며 모든 병사들을 이끄셨지!”
“맞아! 맞아!”
40대의 중년 병사 하나가 몸을 벌떡 일으키며 술잔을 높이 들었다.
“맥케이 라인하르트 총사령관님 만세!!”
나머지 병사들이 모두 일어나 술잔을 최고로 높이 치켜들었다. 그리고 모두 하나가 되어 크게, 아주 크게 외쳤다.
“만세에에에-!!”
***
“모두들 수고 많았네. 오늘만큼은 원하는 만큼 먹고 마시도록 하게!”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의 말에 그의 막사에 모인 지휘관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지난 몇 달간의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맺은 것이다. 그리고 묘한 경쟁 상대라 할 수 있는 제1군보다 빠른 행보라는 것이 그들에게 더욱더 커다란 승리감을 안겨주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총사령관님의 뛰어난 지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맞습니다! 총사령관님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이런 대단한 성과를 일궈낼 수 있었겠습니까?”
“총사령관님과 함께라면 저 악의 근원인 연금술사들을 모조리 죽이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당연합니다!!”
지휘관들의 말에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나 혼자만의 힘으로 어떻게 이런 대단한 일을 해낼 수 있었겠는가? 이 모든 것들은 나를 믿고 따라준 병사들과 자네들이 있었기 때문이네.”
차분하게 말을 마친 맥케이 라인하라트 공작은 이어서 오른편에 앉은 위드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늘 승리의 일등공신은 위드 카일러 준남작이라는 것을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네.”
지휘관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위드에게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사실, 소문은 소문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얼마나 놀랐는지…… 카일러 준남작에게는 정말로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괜한 의심이나 했으니…….”
“그러게 말입니다. 하하하!”
귀족들의 칭찬이 이어지자, 왠지 무언가 한 마디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에 위드는 몸을 일으켜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건넨 후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오늘의 전투에서 많은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을 뿐입니다.”
위드의 말에 몇몇 이들만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휘관들이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