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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카일러 150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41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50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6권 - 25화

 

 

제국력 1390년 7월 1일.

키에브 제국 도네시 전선.

혹독한 추위의 겨울이 시작되었다. 전장의 겨울은 특히 더욱 춥게만 느껴졌기에 병사들의 얼굴엔 그늘이 가득했다. 그래도 그런 그들의 얼굴 한쪽 구석에는 작은 희망이 불꽃처럼 일고 있었다.

바로 점심나절에 도착한 이들 때문이었다.

페르만 왕국의 위드 카일러 준남작과 그의 일행들은 도네시 전선의 대륙 연합군 제2군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군영으로 들어섰다.

몇 차례나 아이티 영지로 들어설 수 있는 전투를 벌였음에도 마지막에 순간에 이르면 번번이 수호 기사단에 의해 저지를 당한 제2군에게 위드 카일러 준남작과 그의 일행들은 지긋지긋한 도네시 전선을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나 다름이 없었다.

웅성웅성.

총사령관 막사 앞을 가득 메우고 있는 병사들에게 자이언트 타이거인 렉턴과 두 마리의 드래곤, 아르티엔과 실비나는 커다란 구경거리가 되고 있었다.

막사 안에서는 간단하게 인사를 마친 위드 일행과 제2군의 귀족 지휘관들이 앞으로 있을 전투에 대한 열띤 회의를 벌이고 있었다.

“지금까지 아이티 영지로 들어설 수 있었던 기회는 총 세 차례였습니다. 하지만, 모두 아시다시피 그 모든 기회를 수호 기사단에 의해서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다행이도 이번에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 페르만 왕국의 위드 카일러 준남작이 우리 군에 합류를 했으니 당장이라도 아이티 영지로 들어서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한 참모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기대한다는 듯 위드를 바라봤다. 그들의 기대감 가득한 시선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었지만 어차피 자신이 호언장담한 일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카일러 준남작은 정말로 수호 기사단을 상대할 수 있단 말이오?”

한 귀족 지휘관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는 듯 위드에게 물었다. 사실, 수호 기사단의 실력은 직접 보았기에 잘 알고 있었다. 그 반면, 위드에 대한 것은 소문만 무성할 뿐이지 실제로 본 적은 없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렇습니다.”

짧은 대답에 귀족 지휘관은 더욱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위드를 바라봤다. 그가 바란 것은 이래이래서 수호 기사단을 상대할 수 있다거나, 이런저런 방법으로 그들을 상대할 준비가 되어 있다거나 하는 구체적인 설명을 원했던 것이다.

“듣기로는 블링크라는 마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해 40명이나 되는 수호 기사들을 일시에 전멸시켰다고 하던데, 혹시 어렵지 않다면 여기서 한 번 보여줄 수 있겠소?”

또 다른 귀족 지휘관이 아무래도 의심스럽다는 듯 묻자 주변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위드는 차라리 한 번 보여주는 것이 더욱 확실하고 앞으로도 귀찮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곧바로 블링크를 사용했다.

“블링크!”

“헉!”

“허헛!”

“사, 사실이었군!!”

자신들의 눈앞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위드.

“이제 됐습니까?”

“헙! 그, 그렀네.”

블링크를 보여 달라고 한 귀족의 바로 뒤로 이동한 위드가 조용히 묻자 그가 두 눈을 부릅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한 번 각인시키기 위해 블링크로 본래의 자리로 돌아온 위드는 아까와는 전혀 달라진 귀족 지휘관들의 모습에 쓴 미소를 지었다.

블링크를 보여줌으로써 회의는 더욱더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마치, 수호 기사단이 위드에게 전멸이라도 당했다는 듯 아이티 영지로 들어선 이후의 상황까지도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위드 일행은 너무 심하게 앞서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졌지만 사실, 그들의 이러한 생각은 괜한 우려일 뿐이었다. 

수호 기사단만 아니었다면 이미 아이티 영지 전체를 되찾았을 정도로 대륙 연합군 제2군은 제3군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막강한 전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런저런 세부 사항에 대한 의논까지 모두 마친 후에야 회의가 끝났다.

“카일러 준남작은 잠시 남도록 하게.”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의 말에 위드는 대답과 함께 다시 자리에 앉았고, 나머지 지휘관들은 하나 둘 막사를 빠져 나갔다.

“자네들도 나가주었으면 좋겠군.”

위드의 곁에 남은 그의 일행들을 향해서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이 말을 했고, 그들은 위드를 바라보다 이내 밖에서 대기하고 있겠다는 말과 함께 막사를 나갔다.

“동료와 아랫사람들을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지.”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은 그렇게 말을 떼며 웃었다.

“부족한 절 믿고 따라주어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40명의 수호 기사들을 홀로 전멸시킨 당사자가 부족하다고 한다면 나 같은 사람은 어디 가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겠군.”

“그, 그런 뜻이 아니라…….”

당황한 위드의 모습에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은 빙긋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제야 위드도 당황했던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우선 고맙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싶네. 고맙네.”

“아닙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서 왔을 뿐입니다. 또, 이미 라인하르트 공작님께는 신세를 진적도 있으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신세?”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이 묻자 위드가 예전의 일을 꺼냈다. 그러자 그가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그때의 일은 어디까지나 에드만 후작의 부탁을 들어주었을 뿐이네. 아니, 실질적으로 에드만 후작의 부탁을 들어주려고만 했을 뿐이지 다행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지 않았던가? 그러니 자네는 내게 신세를 진적이 없는 거네.”

“하지만.”

“나는 자네에게 한 번도 도움을 준 적이 없으니 자네도 더 이상은 내게 신세를 졌다고 생각하지 말게.”

딱! 잘라버리는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의 말에 위드는 더 이상 뭐라고 말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네드벨 시에서 스치듯 만난 이후로는 처음이군. 하긴, 그때는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었군. 자네가 이렇게까지 대단한 사람이 될 줄 알았다면 그때 인사라도 해두는 건데 말일세. 하하하!”

“사실, 그때 라인하르트 공작님을 뵙고 인사도 하지 못해 상당히 안타까웠었습니다.”

“그런가? 이거 영광이로군.”

소탈하게 느껴지는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의 모습에 위드는 절로 호감이 갔다. 어쩌면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의 정적이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에게 호감이 가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때는 자네가 심장에 마나를 쌓은 것이 그저 특이할 뿐이었는데 그 특이함이 이렇게 큰 빛이 될 줄이야. 내가 자네를 50년만 일찍 만났다면 나 역시 심장에 마나를 쌓았을 걸세.”

장난스럽게 말하는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이었다.

“간단한 인사치레는 이쯤으로 해두고, 자네에게 닥친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지.”

“예?”

위드는 무슨 말이냐는 듯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을 바라봤다. 그러자 그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바벨 공작이 자네를 그냥 놓아주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네. 이건 어디까지나 내 짐작이지만…… 자네가 수호 기사단을 상대하겠다고 한 것도 자네 측에서 고의적으로 퍼트린 소문이 아닌가? 아니라면 내 생각이 빚나간 것이겠지만.”

위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바벨 공작님에 대해서 잘 아시고 계십니까?”

“소드 마스터는 대륙에 별로 없다네. 그러다보니 대충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이리저리 뒷조사를 하는 것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지.”

“그렇군요.”

“자네의 말과 표정으로 보니 아무래도 내 생각이 맞은 것 같군.”

“그렇습니다. 정확하게 맞추셨습니다.”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바벨 공작이 자네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을 텐데. 혹시, 그에 대해서 내게 말을 해줄 생각 없나?”

위드는 잠시 생각하다 굳이 말을 해도 문제가 없겠다는 판단아래 입을 열었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나서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은 충분히 공감한다는 듯 말했다.

“자네 같은 사람을 우군으로 만들어 곁에 둔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힘이라 할 수 있겠지. 바벨 공작이 참으로 좋은 제의를 했군. 그래, 자네의 대답은 무엇인가?”

“아직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군.”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은 위드를 가만히 바라보다 말했다.

“만약, 내가 바벨 공작과 똑같은 조건을 제의한다면 어떻겠나?”

“예?”

위드가 놀라서 묻자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이 빙긋 웃었다.

“뭐, 그리 놀라지는 말게. 강요를 할 생각은 조금도 없으니. 다만, 자네가 바벨 공작의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조금 마음이 쓰리기는 하군. 하하하!”

“적어도 당분간은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다행이로군.”

위드는 정말로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이 자신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바벨 공작과 같은 자기 자신을 위한 껄끄러운 탐욕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 두 번째로 중요한 일은 클라우드 공작이로군.”

아직까지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에 대한 것까지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위드였다. 그렇기에 제1군이 아닌 제2군을 먼저 찾아온 것이다. 

물론, 모든 수호 기사단을 상대하겠다는 소문과 바벨 공작의 힘을 이용하면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의 손에서 벗어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겠지만 적어도 바벨 공작의 도움을 얻고 싶지는 않았다.

“클라우드 공작은 그 누구보다 자네의 가치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지. 그렇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네를 곁에 두려고 할 것이네. 자네는 그에 대한 마땅한 대응책을 준비해뒀나?”

“솔직히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그런가? 뭐, 자네가 원한다면 내가 도움을 줄 수도 있네. 하지만, 내 도움만을 믿고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는 것은 내가 좀 그럴 것 같군.”

도움은 줄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만 믿고 무기력하게 있지는 말라는 따끔한 충고였다. 위드 역시도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의 말에 고마움을 느끼면서 결코 그의 도움만을 믿고 무능력하게 있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충고 감사히 받아들이겠습니다.”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은 만족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다행이네. 어쨌든 앞으로 자네의 활약에 따라 대륙 연합군 제2군의 상황도 변할 것 같으니 잘 부탁하겠네.”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군. 자, 그럼 이만 나가보게. 더 붙잡고 싶지만, 내가 너무 오래 붙잡고 있으면 자네를 보고 싶어 하는 누군가가 날 원망할 것 같아 이쯤에서 놓아주도록 하겠네.”

웃으며 말하는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의 말에 위드는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 궁금했지만 곧 알게 될 것이라 생각하기에 고개를 숙이고는 막사를 나가기 위해서 몸을 돌렸다.

“아! 듣자니 보름 후, 네드벨 아카데미의 휴교령이 풀린다고 하더군.”

“그렇습니까?”

“확실하네.”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의 말에 위드는 알려줘서 고맙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막사를 빠져나왔다.

‘휴교령이 풀린다니…….’

 

***

 

“미안해. 더 좋은 걸로 구했어야 했는데.”

미안해하는 레인의 모습에 라샤와 티스는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저었다.

“무슨 소리야! 이것만으로도 나한테는 얼마나 귀중한 것인데!”

“나도 마찬가지야. 정말로 고마워, 레인.”

라샤와 티스는 생전 처음 착용해보는 트랜트 아머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는 제작이 완전히 중단되어버린 트랜트 아머다. 비록 동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하더라도 엄청난 돈을 주고도 겨우 구했을 것이다.

“이 은혜는 반드시 갚을게!”

라샤의 말에 레인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은혜는 무슨.”

“아니야! 반드시 갚을 거야!”

살벌하게까지 말하는 라샤의 모습에 레인은 얼떨결에 ‘그래’라고 말을 하고 말았다. 그러다 라샤와 티스가 치열한 전쟁터에서 죽을 확률이 줄어들었다는 것에 만족해하며 기쁘게 웃었다.

“레인, 결코 쉽지 않았을 텐데. 용케도 구했구나.”

라이너의 말에 레인이 멋쩍게 웃었다.

“그것보다도 위드는 어디 간 거야?”

“그 녀석이라면 지금 총사령관님과 함께 있을 거다. 쳇! 명색이 그래도 내가 친군데 얼굴도 보여주지 않고 곧바로 총사령관님만 만나고 있으니! 그리고 레인 너도 들었지? 혼자서 40명이나 되는 수호 기사들을 전멸시켰다는 거? 에휴……! 내가 위드 녀석을 꺾으려고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그 녀석은 도대체 무슨 운이 그렇게 좋은 거야? 이거 불공평해서 세상 살기 싫다니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라이너는 위드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라이너, 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가 되냐?”

라이너와 레인은 급히 고개를 돌렸다.

위드, 피에나, 에리카가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

“위드!!”

레인은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며 위드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레인, 정말로 오랜만이야.”

“그러게!”

“여! 위드! 이제 좀 유명해졌다고 친구 얼굴은 보이지도 않는 모양이지?”

라이너의 말에 위드가 피식 웃었다.

“여전하구나.”

위드와 라이너는 그렇게 서로를 가만히 바라보다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는 서로 씨익 웃었다.

“좀 비켜!”

퍽!

“우왁!”

“위드! 이것 봐! 나 트랜트 아머 생겼어!!”

라이너는 라샤에 의해서 옆으로 밀려 꼴사납게 나자빠졌다.

“라샤아아아아-!!”

라이너의 고함 소리만이 길게 울려 퍼졌다.

 

(위드 카일러 7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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