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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 233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7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233화

이곳 밖으로는 세르피안 왕국의 국왕과 왕족, 에레나 교의 대신관, 그 밑으로 왕국의 주요 대신들이 자리에 착석할 공간이 마련되었다.

단상 밑으로는 대륙 각지에서 모여든 대륙인들이 모였고, 그 좌우 양옆으로는 각 왕국에서 온 귀빈들이 착석해 이쪽을 바라보는 VIP석이 따로

마련되었다.

수십만 명 이상의 인원을 수용할 이 거대한 공간 전부가, 오늘 행사를 위해 특별히 만들어졌음을 생각하면, 그만큼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행사인지

알게 해 주었다.

벽 너머로, 수많은 사람의 대화 소리가 땅을 울리듯 들려온다.

“이거, 역시 엄청난걸. 보기만 해도 온몸이 덜덜 떨릴 지경이야.”

“으으, 혹시나 실수라도 하면 어쩌지……?”

나와 마찬가지로 루시안과 셀린도 오늘 행사 주역으로 멋들어진 제복을 차려입고는, 한껏 긴장된 목소리로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셀린의 경우엔 여성이지만, 엘리시아와는 달리 검은 드레이크를 직접 상대한 검사이자 대륙 유일의 인간 오러 마스터인 페이라 길드 마스터의

양녀로서, 면모를 더욱 강조하려고 일부러 아름다운 드레스가 아닌, 우리와 같은 제복을 입고 허리춤에 검을 찼다.

물론, 셀린이 입은 옷은 여성스러움을 강조하게 특수 제작된 제복이다.

또한 왕 앞에서 검을 차고 입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현재 우리 허리춤 검은, 날이 전혀 세워지지 않은 예식용 검이 장착되었다.

그래도 그것 역시 무기라 위험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겠지만, 애당초 오러 익스퍼드 중급쯤 되면 맨몸으로도 사람 하나쯤 살인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것을 생각하면 예식용 검이 있거나 없거나 큰 차이는 없어, 멋을 추구하려고 허리춤에 검을 매달아 두었다.

어쨌든, 루시안과 셀린 역시 검은 드레이크를 상대할 때도 그만큼 떨지 않았지만, 저만 한 인파에는 자연스럽게 몸이 떨릴 수밖에 없는지 온몸을

딱딱하게 긴장시켰다.

그 모습에, 엘리시아와 세라 누나는 빙그레 웃으면서 긴장한 모습의 우리를 다시금 다독여 주었다.

“저도 이만큼 많은 사람 앞에 서 본 적 없어요. 하지만 떨리는 것은 이해해도 이 수많은 사람 앞에서 어버버! 하며 말을 더듬을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그랬다가는 평생 이불을 걷어찰 거예요.”

“정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다른 기사들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만 오러를 살짝 개방해 마음을 진정시켜라. 루시안은 명상을 통하도록 해

보고.”

“네, 그럴게요!”

세라 누나의 충고를 듣고, 나와 셀린은 오러를 살짝 개방하여 떨리는 몸을 가라앉히고, 루시안은 명상으로 마음을 차분하게 진정시켰다.

눈을 뜨는 순간, 다시금 보이는 인파들에 조금씩 몸이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참을 만해져 어느 정도 여유는 되찾았다.

“그래도 엘리시아의 말처럼, 평생 이불을 차지 않으려면 잘해야겠는걸.”

“후후, 아바마마의 명으로, 지금 왕궁 마법사들이 마법 수정구를 통해 이 행사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장면을 기록할 예정이래요. 그러니 실수하는

순간, 역사에 평생 그 장면이 남을 테니 조심해 주세요.”

윽, 창피당한 순간이 평생 박제되어 보관 당한다는 엘리시아의 말엔, 나도 루시안도 셀린과 세라 누나 역시 절대 실수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일행 중 가장 말을 많이 할 나와 엘리시아는 서로 바라보며 피식 웃고 말았다.

그렇게 조금이라도 긴장감을 줄이려고 다 같이 두런두런 일부러 지금 화제와 관계없는 잡담을 나누면서 시간을 보내려니, 돌연 와아아아! 하는, 큰

환호 소리가 거대한 파도처럼 단상 위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아무래도, 이제 행사가 시작된 모양이네요.”

엘리시아의 말대로 단상 밖은 행사가 시작되었는지, 국왕을 포함한 다른 왕족들과 대신들이 단상 위에 모습을 드러내며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앉았다.

우리가 있는 곳은 왕과 귀족들이 대기하던 단상 뒤쪽보다 한층 아래 위치한 장소다.

행사가 시작되면 이곳에서 나가, 단상에 마련된 계단을 통해 왕이 있는 곳까지 천천히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는 계획이었다.

영웅들의 듬직한 뒷모습을 표현하려는 방법이라나 뭐라나.

어쨌든 우리는 각자 이름이 호명되기 전까지 행사가 진행되는 모습을 구경하려고, 밖에서 이쪽 모습을 볼 수 없도록 설계된 미러 마법이 걸린

옆방으로 이동하여, 단상 위 왕과 귀족들의 모습 그리고 그들 모습을 웅성거리며 바라보는 수많은 대륙인의 물결을 바라보았다.

“우선 각자 일이 있을 텐데도 이번 행사에 참여하려고 세르피안 왕국을 방문해 주신 각 왕국 귀빈들과 대륙인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제

이름은 루치아드 폰 드볼라 후작. 세르피안 왕국의 궁정 마법사직을 맡고 있습니다.”

나이가 일흔에 가까운 그 노인은 마나 익스퍼드 상급 경지를 가진 분이었기에,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들은 아! 하는 작은 감탄을, 그의 이름을

모르는 자들도 후작이라는 그의 지위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행사를 진행할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라는 뜻에서 오는 끄덕임이었다.

증폭 마법을 사용하여, 이곳에 모인 모든 인원이 조금의 소리도 놓치지 않도록 한 루치아드 후작은 자신을 바라보는 수없이 많은 시선을 차분한

눈으로 응시하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이번에 이곳에서 이러한 행사를 열게 된 이유는 이미 대륙 전역에 그 소식이 알려졌다시피 에레나 여신님이 천 년의 시간을 지나 다시금 대륙과

소통하셨음을 그리고 그 소통을 이루어 낸 성자를 칭송하고 또한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이의 안전을 위협하는 이상 현상 몬스터의 출현 원인을 막아

내어 대륙을 위기에서 구한 이들의 업적을 알리고, 베이트론 폰 세르피안 국왕 폐하께서 친히 그 업적을 칭찬하고, 그에 맞는 포상을 내리기

위함입니다. 아울러 대륙에 유일한 마나 마스터인 나이아스 디볼린 님이 이곳에서 당신과 이상 현상 몬스터의 출현 원인을 저지한 대륙의 영웅들이

함께 퇴치한 흉악한 몬스터, ‘검은 드레이크’의 사체를 보여 주고, 그 위대한 업적이 평생 후세에 전해지도록 몬스터의 머리를 베어내는 모습을

가능하면 이곳에 모인 모든 대륙인 여러분과 함께 보고자 함입니다. 비록 개인적인 사정, 거리상 이유 등으로 이곳에 방문하지 못한 이들이라도

왕궁에서 직접 기록 중인 마법 수정구를 통해 대륙 곳곳에 위치한 에레나 신전에서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륙인이라면 그 누구라도 제한

없이 수정구를 통해 오늘 이곳에서 행해진 모든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와아아아아아!”

루치아드 후작의 말이 끝나자마자, 대지가 진동하듯 우렁찬 함성이 이곳을 강타했다.

미리 소식을 전해 듣긴 했지만, 그 소식을 귀로 듣는 것과 직접 눈앞에서 확인하는 차이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에레나 여신의 목소리를 대륙에 전달한 성자의 모습 또한 마나 마스터의 모습과 그들이 퇴치했다고 하는 사상 최악의 몬스터 ‘검은 드레이크’의 목이

베어지는 그 모든 역사적인 순간을 직접 눈으로 본다는 데서 오는 흥분.

또한 이 모든 장면을 녹화한 마법 수정구를 대륙 전체에 무상으로 공급하겠다는 세르피안 왕국의 통 큰 결정과 함께 다른 이들도 왕궁에서 배포할

수정구를 통해 이 장면을 볼 수 있다지만, 자신들은 직접 봤다는 차이에서 나오는 우월감 등이 한데 섞인 함성이었다.

잠깐 떠나갈 듯한 함성이 이어진 뒤, 서서히 그 함성이 가라앉기 시작하자, 루치아드 후작은 흠흠! 헛기침을 일부러 크게 내며 사람들을 진정시킨

뒤 다시금 말을 이어 나갔다.

“우선, 이상 현상 몬스터의 발생 원인인 ‘옛 신의 힘’을 다시 봉인시킴으로써 자칫 이 이상으로 더 위험에 빠졌던 대륙의 위기를 구한 영웅들의

모습과 그들의 업적 및 그에 따른 포상 수여식을 진행하겠습니다. 이는 제가 아니라 베이트론 폰 세르피안 국왕 폐하께서 직접 진행하실 것이며,

포상 수여식 역시 국왕 폐하께서 친히 그 내용을 낭독하실 것입니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한 남자가 화려하게 치장된 의자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붉은색과 금빛이 어우러진 멋들어진 의상에 두껍고 위엄 있는 붉은색 망토를 걸친 사내는, 멀리에서 보기에도 한눈에 알 만큼 강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위압감을 풍기며, 자신을 바라보는 수많은 눈동자에 정면으로 시선을 응시했다.

단지 그렇게 응시할 뿐이건만, 서서히 웅성거림이 가라앉으며 사람들은 침묵해 갔다.

수많은 백성을 통치하고, 귀족들을 다스리며 일국의 권력 정점에 있는 사내.

이 왕국의 국왕이자 엘리시아의 아버지인 베이트론 폰 세르피안은 허공을 향해 두 손을 내뻗으며, 루치아드 후작이 미리 제작해 놓은 증폭 마법이

걸린 아이템을 통해 한껏 커다란 목소리를 힘차게 내뱉었다.

“이상 현상 몬스터는 그간 모든 국가의 가장 큰 문젯거리였다. 일반 몬스터를 월등히 뛰어넘는 강한 힘과 위험성 그리고 언제 어디서, 어떤 행동을

보일지 모르는 변칙성. 앞으로 얼마나 더 위험한 존재로 거듭날지 모르는 불안함을 내포했기에, 국가에선 이를 위협으로 판단하여 수년간 이상 현상

몬스터에 대해 조사해 왔으나 뚜렷한 발생 원인과 해결 방안을 찾아내지 못하였다. 그러던 와중 처음으로 단서라 할 만한 것을 발견한 것이 바로

1년 전, 세르피안 왕국 모험가 길드에 세 신성으로 불리는 세 모험가가 토벌한 이상 현상 몬스터 고블린의 시체로부터였다.”

세르피안 왕국 사람이라면 대부분 한 번쯤은 들어 봤을 이야기지만, 타국에서 온 사람들의 경우엔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를

내용이었기에, 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자신들이 알던 내용과 다른 점을 확인하려고 그리고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들은 처음 듣는 그 내용에 집중하며

왕의 말에 경청하였다.

“놀랍게도 이상 현상 몬스터 사체에서 검은 구슬 하나가 발견되었다. 조사한 결과, 그 하나는 에레나 여신께서 이 땅에 강림하시기 전, 대륙을

창조했다고 전해지는 ‘이름 없는 옛 신’과 관련된 힘이었다. 몬스터들은 에레나 여신에게서 새로운 육체를 부여받지 못하고, 옛 신에 의해 창조된

신체를 그대로 가진 생명체. 그들의 힘을 무서우리만큼 증폭시키고 대륙에 크고 작은 위험을 준 것은 다름 아닌 옛 신이 이 땅에 남겨 놓은 힘의

잔재였다. 세르피안 왕국에선 이 힘이 어디에서 발생했는지 또한 이 힘을 어찌하면 억제할지 그 방법을 찾으려고 대륙 곳곳에 조사대를 파견했고, 그

조사대 중 한 곳엔 짐의 딸이자 이 왕국 공주인 엘리시아 역시 포함되었다. 공주는 대륙 서쪽에 위치한, 그 옛날 에레나 여신께서 직접

창조하셨노라 전해지는 영원의 숲으로 향하였고, 그곳에서 옛 신의 힘이 방출되는 장소를 찾아내었다.”

그 후에 이어진 왕의 말은, 우리가 겪었던 내용을 조금 생략했다.

옛 신을 기리는 장소인 신전에서 방출되는 그 힘을 흡수한, 모험가 길드 추정 랭크 S급 이상의 몬스터인 검은 드레이크와의 조우.

이어지는 처절한 사투 끝에 얻어 낸 값진 승리.

그 승리 이유엔 영원의 숲에 은둔 중이던 마나 마스터 나이아스 씨가 개입했고, 여신의 축복이 있었다고 왕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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