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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카일러 143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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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43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6권 - 18화

 

 

‘죽인다…… 죽인다!’

가스파는 이미 한 차례 경험을 했기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루카와 커닝과 비교해 차분하게 글레이브를 바라볼 수 있었다.

“지금!!”

가스파의 외침에 루카, 커닝은 동시에 기합을 내지르며 모닝스타와 소드 브레이커를 휘둘렀다.

그가가가가각!!

“크헉!”

“우욱!”

손목을 타고 팔꿈치, 어깨, 허리, 무릎까지 온몸을 타고 밀려드는 힘 앞에 루카와 커닝은 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가스파만이 나오려는 신음을 가까스로 삼켰다.

“……!”

로드라 위에서 글레이브를 휘두른 수호 기사는 자신의 일격을 세 사람이 막아내자 놀란 듯 움찔거렸다. 아무리 트랜트 아머를 착용한 이들이라고 하더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으하아아아아압-!!”

기회를 노리고 있던 가스파는 글레이브가 멈추고, 수호 기사가 움찔거리자 곧바로 땅을 박차고 뛰어 올랐다. 거리상 충분히 공격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수호 기사는 글레이브만을 손에 쥐고 있었기 때문에, 가스파의 공격을 마땅히 막을 무기가 없었다.

“헉!”

자신의 코앞까지 다가온 가스파가 투 핸드 소드를 휘둘러오자 수호 기사는 기겁을 하며 손에 쥐고 있던 글레이브를 놓으며 훌쩍 뒤로 물러났다.

서- 걱!

가스파의 투 핸드 소드는 애꿎은 로드라의 등을 길게 베어버렸다. 그러자 고통에 세 개의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며 요동치는 로드라.

퍼억!

“크악!”

하나의 머리에 그대로 받힌 가스파는 저 멀리 나가 떨어졌다. 그 모습을 보고 커닝은 재빨리 그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 내달렸고, 루카는 수호 기사가 내버린 글레이브를 손에 쥐고 휘둘렀다.

“이야아아앗!!”

슈아악-!!

로드라의 한쪽 날개를 잔인하게 잘라버린 글레이브.

날개까지 잃은 로드라는 미친 듯이 요동치며 포이즌 브레스를 사방으로 뿜어댔다. 그로 인해 병사들도 피해를 입었지만 몬스터들 역시도 무사할 수 없었다.

졸지에 로드라를 잃고만 수호 기사는 재빨리 한 기사에게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의 앞을 막아서는 이가 있었다.

“죽인다.”

가래 끓는 소리와 함께 가스파가 투 핸드 소드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변변한 무기도 없이 익스퍼트 중급을 넘어선 가스파의 공격을 막아내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

그가각!

“크아아아-!”

가슴을 반이나 파고든 투 핸드 소드에 수호 기사는 찢어지는 비명을 내질렀다. 가스파는 곧바로 발을 뻗어 가슴을 후려 참과 동시에 뒤로 밀려나는 그의 목을 향해서 있는 힘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서걱!

깨끗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잘려나간 수호 기사의 머리. 그리고 물처럼 변해 바닥으로 스며드는 미스릴 트랜트 아머.

가스파는 이가 다 빠지고, 핏물이 묻은 투 핸드 소드를 어깨에 걸쳤다. 그리고는 신경질적으로 투덜거렸다.

“씨팔! 베는 게 아니라 부셔버려야 했는데!”

욱신거리는 몸을 이끌고 곁으로 다가온 루카와 커닝은 그런 가스파의 중얼거림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하여간 눈 돌아가면 저 자식만큼 무식한 놈도 없다니까.”

“그러게 말이다. 킥킥킥!”

 

전투는 생각보다 팽팽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초반에 수호 기사단이 로드라를 통해 포이즌 브레스로 상당한 우위에 놓인 듯싶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양상은 꼭 그렇지도 않았다.

궁병, 마법사, 기사단, 기병. 

이들의 수는 수호 기사단과 몬스터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고, 무엇보다도 자신들의 임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기에 혼심의 힘을 다해 전투를 벌이니 제아무리 악마의 기사단이라고까지 불리는 수호 기사단이라고 하더라도 쉽사리 승리를 얻어 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수호 기사단으로써는 조금도 아쉬움이 없었다. 어차피 이 싸움의 결과는 자신들의 승리에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발악을 해봐야 마법사들에게는 마나의 한계가 있었고, 궁병들의 활과 쿼럴은 로드라의 가죽을 뚫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수호 기사단으로써도 마냥 여유를 부릴 처지는 아니었다. 벌써 마법사와 몇 몇 인물들에게 당한 수호 기사들의 수가 스물을 넘어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와 비교해 죽은 기사들과 궁병, 기병의 수는 말할 필요도 없었지만.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수호 기사단 제3부대의 대장인 웨스턴의 외침에 다른 수호기사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철저하게 공중에서 마법사와 트랜트 아머를 착용하지 않은 이들만을 중점적으로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수송 호위부대의 피해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마법사를 보호하라!! 마법사를 보호하라!!”

기사, 기병, 궁병 할 것 없이 모두 하나 같이 마법사를 중점적으로 보호하기 시작했다. 수호 기사단을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공격은 마법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드문드문 일어나고 있었다. 대다수의 마법사들이 마나 부족으로 더 이상 마법을 펼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모든 힘의 근원이여, 모든 존재를 활활 태워버릴 붉은 화염이여, 지금 그대의…….”

“에리카!!”

라샤가 에리카의 손을 잡아끌며 고개를 저었다.

“라샤 언니!”

“그만해. 더 이상 했다가는 너 쓰러져!”

“그렇다고 이대로 죽을 수는 없잖아요!”

“그래도 안 돼! 어차피 지금의 너는 마나도 없잖아? 그 정도의 마나로는 어차피 저들에게 어떤 타격도 줄 수 없다는 걸 너도 잘 알잖아?”

“하지만…….”

“내 말 들어!”

라샤가 얼굴을 굳히며 소리치자 그제야 에리카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사실, 더 이상은 서 있을 힘도 없을 정도로 마나가 바닥을 보인 상태였다. 

만약, 라샤가 말리지 않았다면 무리해서 마법을 사용하다 그대로 정신을 잃을 뻔한 상황이었다.

라샤는 그런 에리카를 보호하듯 몸으로 막아서며 검을 가슴까지 끌어 당겼다.

‘그 자식은 좀 주려면 빨리 주지!’

라샤는 자신에게 트랜트 아머를 주겠다고 약속해놓고 아직까지 아무런 소식도 전하지 않는 한 사람을 떠올리고는 신경질을 부렸다. 많은 전투를 벌이면서 그녀는 트랜트 아머를 착용한 이와 그렇지 못한 이의 차이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꾸이이익!

한 마리의 오크가 징그럽게 달려들자 라샤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 모습이 어찌나 차갑던지 한 번은 루카가 그 모습을 보며 ‘아일린은 왜 검술 외에 불필요한 것까지도 가르친 건지. 이래서는 두 번째 핏빛 마녀가 이름을 떨치겠군!’이라며 투덜거렸었다.

라샤는 오크가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쇳조각을 휘둘러오자 유연하게 몸을 움직여 피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오크의 목을 베어버렸다.

서- 걱.

“칫!”

반쯤 가르다 만 라샤의 검날.

오크 따위는 눈 감고도 목을 벨 수 있던 라샤였다. 무엇보다도 그때의 라샤와 지금의 라샤는 하늘과 땅 차이라 할 정도로 달랐다. 그런데 지금은 오크의 목을 베려면 보다 많은 힘이 필요했다.

오크의 몸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오크가 이런 것은 아니었다. 백에 하나 정도로만 이러한 오크들이 존재했다. 비단, 오크뿐만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몬스터들 중 이렇게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해진 몬스터들이 비율적으로 다수 존재했다.

무엇보다도 그러한 몬스터들의 외형은 다른 몬스터와 조금도 차이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서 병사들은 물론, 심지어 기사들까지도 어이없는 죽음을 당해야만 했다.

‘이건 마치 무슨 갑옷이라도 입고 있는 것 같잖아!’

라샤는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빙글 돌려 반대쪽에서 목을 베어버렸다.

툭!

데구르르 떨어지는 오크의 목을 발로 짓밟은 라샤는 아일린에게 배운 대로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파파파팟-!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휘둘러진 검에 오크의 몸은 잘게 썰려 바닥으로 떨어졌다.

“후욱, 후욱, 후욱…….”

라샤는 가쁘게 호흡을 뱉어냈다. 아일린에게서 배운 검술 중의 몇 가지 기술들은 아직까지 그녀가 자유롭게 사용할 정도로 익숙해진 상태가 아니었다.

“라샤 언니.”

에리카의 걱정스런 음성에 라샤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돌리며 웃었다.

“괜찮아, 괜찮아. 오크 정돈데 뭘. 히힛!!”

익살스럽게 웃고 난 라샤는 고개를 돌리고는 주변을 돌아봤다. 지상 몬스터와 비행 몬스터의 수는 분명 확실히 줄어 있었다. 문제는 수호 기사단이었다.

‘제대로 마법을 펼칠 수 있는 마법사의 수는 이제 얼마 없어. 그들만으로는 절대 저들을 상대할 수 없는데……. 이럴 때 드래곤 기사단만 있었다면…….’

그러다 문득, 멀리서 무언가가 날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제법 커다란 그 무언가의 모습에 라샤는 또 몬스터가 온다고 생각했다.

“와이번인가? 그것보다는 좀 큰 것 같은데…… 설마, 드래곤? 그럴 리가 없지.”

5년이다.

대륙의 위기라 할 수 있는 시점에서 드래곤 기사단은 5년이라는 시간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보일 수 없었다. 이미 드래곤 기사단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소수의 사람들은 드래곤 기사단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미 그들이 대륙에서 영영 사라졌다고 확신했다. 드래곤 산맥을 수호 기사단이 활보하고 다니는 것만 봐도 이미 뻔히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휴우…….”

라샤가 그렇게 한숨을 내쉴 때였다.

후아아아앙-!!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너풀거릴 정도의 바람이 밀려들었다. 그리고 태양빛에 반짝이는 글레이브의 날이 얼굴을 향해서 무시무시한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잠시 딴 생각을 하는 사이에 한 명의 수호 기사가 라샤를 노리고 글레이브를 휘두른 것이다.

“라샤 언니이이!!”

“라샤아아아아-!!”

에리카의 목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티스의 음성.

피하기엔 너무나도 늦은 상황!

“…….”

라샤는 검을 앞으로 내밀어 몸을 보호하며 눈을 감았다. 엄청난 속도와 힘을 지닌 글레이브를 트랜트 아머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막을 자신이 없었다.

‘이렇게…… 죽는 건가?’

크가가가캉!!

“크으으으…….”

고막을 자극하는 쇳소리와 남자의 신음소리.

티잉.

검에서 느껴지는 힘은 결코 정신을 아찔하게 만들 정도의 글레이브가 아니었다. 라샤는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누, 누구?”

라샤의 검은 2차 성장을 마친 트랜트 아머의 등 쪽에 맞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트랜트 아머의 주인은 홀로 글레이브를 막고 있었다.

“그렇게 멍하니 있다가는…… 큭! 다친다고, 라샤.”

너무나도 익숙한 음성.

“영주님!!”

“영주니이이이임-!!”

대머리만큼이나 반짝이는 가스파의 눈물. 

루카, 커닝 역시도 눈물을 흘리며 반갑게 외친다. 무뚝뚝하지만 전형적인 기사의 모습만을 보이는 월터가 고개를 돌려 정중하게 목례를 취한다. 아닌 듯하면서도 기뻐하는 가일의 눈동자, 트롤의 몸을 반 토막 낸 오브라이언과 아일린, 아시크, 니클이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한 사람만을 바라본다.

“허허허허!”

히덴 가르시아의 웃음과 그린 형제의 미소.

그리고 어느새 곁으로 다가온 에리카.

“도, 돌아온 거지?”

눈물이 범벅된 에리카의 물음에 그가 대답했다.

“많이 늦어버렸네.”

“빌어먹을 자식…….”

에리카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아름답게 걸렸다.

“너…….”

라샤의 입이 아주 조그맣게 열렸다.

“너…… 위, 위드야?”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이야, 라샤.”

그가 반갑게 인사했다.

“위드으으으으-!!”

라샤는 몸을 날려 위드의 목을 뒤에서 껴안았다. 그리고 왈칵! 쏟아져 나오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 그냥 울었다.

속 시원하게. 아주 시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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