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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 219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9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219화

“걱정하지 마세요. 아넬이 비록 이 세계의 영혼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도, 그것 때문에 아넬을 이곳에 부른 것은 아니니까 말이에요.

아넬을 이곳에 부른 이유는 단순히 흥미 반, 나머지 반은 칭찬해 주기 위해서랍니다.”

“……역시나, 여신님은 제가 이 세계인이 아님을 아셨군요?”

처음 이곳에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환생하여 태어났을 때, 혹시 이 세계의 신이라는 존재가 실제로 있다면, 내 환생 여부를 파악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 번씩 하고는 했는데. 이번에 에레나 여신의 발언으로, 그녀가 내가 이 세계에 환생한 이후부터 내 존재를 알았음을 파악했다.

“그야, 이제는 허울뿐인 여신이라도, 일단 이 세계를 총괄하는 신이니까요. 이 세계의 영혼이 아닌, 다른 세계의 영혼을 지닌 아넬의 존재는 어떤

방식으로든 제 눈에 띌 수밖에 없었어요.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신성력을 가진 사제 그리고 신전이 제 눈이자 귀니까요. 아넬이 출생했을 때

신전의 여 신관이 아넬의 출생을 도운 시점부터 혹은, 그것이 아니더라도 살면서 단 한 번도 신전에 들르지 않을 수 없었을 테니, 언젠가는

알아챘겠죠. 딱히 사제들이나 신전을 통해서가 아니어도 목표만 확실히 설정한다면, 저 자신도 세계를 둘러보긴 하지만요.”

하긴, 단순히 원격 조작만으로도 내 몸을 움직일 수 없게 했던 에레나 여신이다.

마음먹고 나를 이 세계에서 배제하고자 했다면, 굳이 지금이 아니더라도 이전에 검은 드레이크와 조우했을 때, 아니 더 이전으로 넘어가서 이상 현상

몬스터를 만나고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내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해서, 몬스터에 의해 죽게 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다. 더 단순하게

가자면, 심장을 정지시키거나 하는 방법도 있겠지.

그렇지만 여태껏 그러지 않았다는 것은 그녀가 나를 이곳에 부른 이유가, 내가 이 세계의 영혼이 아닌 다른 세계의 영혼임을 꼬집기 위해서가 아닌,

그녀 말 그대로 흥미 반, 이번 일을 칭찬해 주기 위한 것이 반이라는 게 사실일 것이다.

에레나 여신은 검은 드레이크를 상대하다, 느닷없이 ‘신’이라는 뜬금없는 존재를 만난 것을 적잖이 혼란스러워하는 내 모습에,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자 그럼, 서로 간 묻고 싶은 것들을 물어보며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지만, 우선은 그대를 이곳에 불러온 만큼, 여신으로서 꼭 해야

할 말을 먼저 하는 것이 옳겠죠.”

“네?”

그녀는 자신의 드레스 자락 양 끝을 손으로 살짝 집고, 기품 있으면서도 우아한 몸짓으로 몸을 살짝 낮추더니, 고개를 숙이지는 않았으나 나를 향한

예의를 지킴을 알게 하는 동작을 취하며 말했다.

“옛 이름 없는 신이 창조한 대륙이자, 이제는 ‘에레나 대륙’으로 불리는 곳의 책임자인 여신 에레나가 말합니다. 아넬 프로스트, 그대와 일행들

덕분에 자칫 잘못하면 큰 위기에 빠질 대륙이 위기를 피해 갔습니다. 그대가 행한 일은 수많은 대륙인의 목숨이 부질없이 사그라질 것을 막은

영웅적인 행보입니다. 그에 따라 부족하지만, 대륙을 책임지는 여신으로서 그대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단순히 인사치레로 하는 말이 아니라, 그녀의 진심이 느껴지는 인사에,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에 대한 대답을 대신했다.

잠깐 분위기 있는 감사 인사가 전해지고, 에레나 여신은 다시금 쾌활한 분위기로 돌아오며 빙그레 미소 짓더니, ‘그래도 제가 줄 건 아무것도

없지만요, 라고 말을 덧붙였다.

“일단, 계속 서 있기도 좀 그러니까 앉아서 이야기할까요?”

 

 

 

 

여신 에레나

 

 

 

 

인사를 끝마친 뒤, 허공을 향해 에레나 여신이 가볍게 손짓하자, 오로지 하얀색이 전부였던 이 공간에서 느닷없이 의자 두 개와 테이블 하나가 짠! 하고 나타났다.

“그리고 그냥 있으면 좀 심심하니까 뭐라도 좀 마시죠.”

다시금 휘두르는 손짓에, 이번에는 테이블 위로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향긋한 향의 찻주전자와 찻잔 두 개가 생성되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듯 자리 잡은 사물들 모습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것들을 바라보려니, 에레나 여신은 자신이 먼저 의자에 앉아 찻잔에 차를 쪼르륵 따르며 내게 앉으라고 손짓했다.

“이 공간의 모습을 보면 알겠지만, 이곳은 실제로 생명이 사는 세계가 아니라, 제가 아넬을 만나려고 임시로 만들어 낸 공간이에요. 의식 속에 존재하는 공간이라서 제 의지에 따라 여러 가지 물건을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어 낼 수 있죠. 한번 마셔 보세요.”

그녀의 권유로 자리에 앉은 내게 자신이 만들어 낸 찻잔에 차를 따라 건네주면서, 에레나 여신은 빙그레 웃었다.

찻잔에 손을 가져가 대 보니 찻잔에 든 차의 따뜻함이 고스란히 손바닥으로 전해져 왔다.

조심스럽게 차를 후우! 불어 한 모금 마시자, 달콤 쌉싸래하면서도 향긋한 차의 맛이 느껴졌다.

“이 차, 실제 세계에서도 존재하는 차인가요?”

“네, ‘보르넨’이라는 식물의 잎으로 우려낸 차예요. 아마 지금 시대에는 라그나 왕국에서 소량으로 생산될 거예요. 왕이나 고위 귀족조차도 수량이 없어 못 구할 정도로 귀한 취급을 받는 찻잎이죠. 물론 저는 마음대로 만들어서 마시지만요.”

아마도 이 공간 내에선 찻잎뿐만 아니라 그녀가 아는 모든 것을 그대로 구현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뭐, 지금은 신으로서의 힘을 대부분 상실했다곤 하지만, 신은 여전히 신이다. 고작 찻잎 하나 만드는 것쯤은 일도 아니리라 알아서 이해하며, 나는 다시금 차를 한 모금 마신 뒤에 에레나 여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이렇게 자리를 마련해서 제게 하고 싶으신 이야기가 어떤 것이죠? 설마하니 조금 전에 말씀하신 것처럼 진짜로 단순히 칭찬 한 번 하자고 저를 이곳에 불러오지는 않았을 텐데요.”

“아, 역시 눈치채셨나요?”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물어오는 에레나 여신에게는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야, 제가 여태까지 해 온 일 중에 저 혼자서 무언가를 이룬 것은 단 하나도 없었으니까요. 이전에도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고, 때론 검사나 마법사도 모험가도 아닌 일반인의 도움을 받을 때도 있었죠. 이번 잊힌 옛 신의 신전 일도 저 혼자서 무언가를 한 것이 아니라, 모두 일행들의 도움을 받아 함께 힘을 모아서 드레이크라는 강적을 쓰러뜨렸어요. 그것이 여신님께는 정말로 칭찬해 주고 싶을 정도로 잘한 일이더라도 저 혼자 칭찬받을 일은 아닐뿐더러, 굳이 이런 공간을 만들어 내면서까지 저를 만나고자 한 데는 따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에레나 여신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묵묵히 고개를 끄덕여 내 말에 수긍했다.

“우선, 아넬을 칭찬하고자 했던 것은 사실이에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아넬의 친구들인 루시안과 셀린, 그 외에 다른 인원들도 불러들여 각자에게 칭찬의 말을 전하고 싶어요. 하지만 이 공간에는 아넬만 부를 수 있어요. 정확히는 현재 대륙에서 제가 유일하게 접촉하는 사람은 아넬뿐이에요. 그 때문에 칭찬도 칭찬이지만, 아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이렇게 부른 것이기도 하죠.”

“네? 대륙에서 저 혼자만 이 장소로 올 수 있다는 소리인가요?”

조금 전엔 신성력이 닿는 모든 곳이 곧 그녀의 눈이자 귀가 된다고 내게 설명하지 않았나?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하려니, 에레나 여신이 내가 생각하는 바를 파악하고 씁쓸한 표정과 함께 내 물음에 답해 주었다.

“사실 신이라고 불리는 우리는 세상을 창조할 수도 있고 생명의 근원인 영혼을 담는 신체를 만들어 내는 존재지만, 본디 세상사에는 되도록 관여하지 않도록 규정해요. 하지만 사람들은 신이라는 존재를 모든 것을 이루는, 그들의 간절한 바람조차 단 한 번의 손짓으로 이루어 주는 전지전능한 존재라고 생각하곤 하죠.”

사실은 그 신조차도 더 상위의 누군가에게 창조된 또 하나의 생명일 뿐이라고, 에레나 여신은 덧붙여서 설명했다.

“사람들이 신이라는 존재에 너무 의존하여 자칫 그 존재를 이용하려 들거나 반대로 신에게 너무 의존한 나머지 자신을 발전시키고 나아가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세계 자체가 삐뚤어지는 경우가 있어, 신들은 가능하면 세상에 관여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세계가 멸망하거나 혹은 그에 따를 정도로 위험한 일이 벌어지려는 낌새를 눈치챈다면,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귀띔해 주는 정도의 관여는 어느 신이나 하는 일이죠. 하지만 저는 지금, 그러한 간단한 귀띔 정도조차 해 주지 못하는 한심한 상황이랍니다.”

“그것은, 혹시 이 세계를 구하려고 신의 힘을 너무 사용했기 때문인가요?”

“네, 하지만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랍니다. 본디 저는 이 세계를 총괄할 충분한 힘이 갖춰지지 않은 신이었습니다. 기껏해야 이 대륙의 절반 정도도 제대로 감당할지, 감당 못할지 모르는 정도였어요. 하지만 이 세계를 창조하고 흥미를 잃어버려 무책임하게 떠나 버린 신에게 분노하고 또한 그에게서 버려진, 서서히 말라죽어 가는 가엾은 생명을 본 뒤 그만 충동적으로 일을 저지르고 말았지요. 아마도 아넬이 아는 내용 그대로 말이에요.”

아마도 그 내용이란, 멸망해 가는 대륙을 그녀의 힘으로 되살리고, 지성이 남은 모든 종족의 신체를 다시 재구성하여 지금의 사람 모습으로 만든 일을 말하는 것이리라.

그 외에도 영원의 숲을 만들어 대륙에 남은 잊힌 옛 신의 힘을 봉인하고 각 종족에게 삶의 터전을 만들어 준 모든 일이 포함되겠지.

“가진 능력의 한계를 벗어난 행동을 저지른 대가로, 저는 신이라고 부르기에도 애매모호할 정도로 작은 신력만을 남긴 채 모든 신력을 상실했습니다. 생명을 구하고 이 대륙을 되살린 선택에 후회는 없지만, 사실 이것은 신으로서는 선택할 만한 행동이 결코 아니었어요. 왜냐하면 신력을 대부분 상실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세계가 더는 죽지 않게 유지하고, 제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구경하는 것 정도가 전부였을 뿐이니까요.”

“그렇다는 말은, 줄곧 혼자서 지내 오셨나요?”

“아니요. 지금은 그렇지만, 과거엔 그래도 어느 정도 조건이 충족되면 몇몇 아이들과는, 아. 대륙에선 신성력이 특별히 높은 이를 성녀나 혹은 대신관이라고 부르지요? 그런 아이들과 때때로 지금의 아넬처럼 접촉해 이야기를 나누거나 가끔 그들의 신체를 빌려 거리를 활보하며 놀기도 했지요. 당분간 그러한 놀잇거리를 포기할 마음만 있다면, 신탁이라 부르는 귀띔도 가능했고요. 하지만 그렇게 제 아이들에게는 시간이 상당히 흐른 뒤, 제가 이 대륙 밑바닥에 봉인해 두었던 이전 신의 힘이 서서히 봉인을 부수고 빠져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 문제는 시작되었어요. 서서히 대륙 전체로 퍼져나간 그 힘이 제가 대륙에 의사를 전달하거나 아이들과 접촉하는 등 모든 일을 봉쇄했죠. 사실, 그 힘에 그러한 의도가 있었다기보다는 제가 가진 힘이 그 여분의 힘에 간섭조차 이겨 내지 못할 정도로 약했다는 것이 더 옳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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