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200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4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200화
그러나 세레나를 나와 셀린의 아이라고 말하는 경우보다 셀린의 동생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여러모로 문제 되는 부분이 훨씬 많아, 우리는 후자를
선택했다.
우선 어린 동생을 굳이 이 영원의 숲까지 데려와야 할 마땅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
솔직히 딸의 경우에도 핑곗거리가 빈약한 것은 사실이다. 내가 아무리 두 사람을 보호할 능력이 충분하고, 셀린 역시 자신과 세레나를 보호할 능력이
되더라도 몬스터를 만났을 때 어린 자식에게 몬스터가 죽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은 부모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동생이 아니라 딸이라면 부부가 모험가 파티라 꼭 같이 완수할 의뢰가 있어서 영원의 숲을 방문했고, 아이가 부모와 떨어지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같이 왔다는 핑계라도 말하겠지만, 단순히 모험가도 아닌 어린 동생을 데리고 온다는 것은 이해조차 가지 않는
핑곗거리다.
이어서 두 번째 이유는, 후에 있을 일에 대한 대비책이다.
우리 두 사람과 세레나의 인연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잘 모르겠지만, 세레나가 우리를 따라 자신의 고향인 숲을 떠나기로 한 시점에서, 나와 셀린은
세레나를 가능한 만큼 보호하며 그녀와 함께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런 만큼 영원의 숲에서 일이 마무리된 뒤에도, 만약 세레나가 우리와 함께하고 싶어 한다면 세르피안 왕국에 세레나를 데리고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세레나가 셀린의 동생이라 설정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셀린은 현 모험가 길드의 길드 마스터인 페이라 폰 이그니스 백작의 딸이다.
하나 셀린이 마스터의 친자식이 아니라 양녀라는 사실은 웬만한 귀족들이나 길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아는 사실이다.
그런 와중에 셀린과 똑 닮은 그녀의 동생이 나타난다면, 당연히 그 많은 사람이 세레나의 존재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단순히 헤어졌던 동생이라고 하기엔, 셀린과 세레나의 나이 차이가 클뿐더러 셀린의 부모님은 레드 드레이크의 사건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딸이라고 하면, 속도위반을 했다고 손가락질은 좀 받을지언정 세레나의 존재에 의문을 품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물론 딸이라고 말한다 해서 문제가 아예 없어지지는 않는 것이 사실이다.
나와 셀린의 관계를 아는 길드원들은 분명히 세라나의 존재에 의문을 품을 것이고, 길드원들에게는 어쩔 수 없이 세레나의 정체를 밝히거나 그에 맞는
또 다른 변명이 필요하겠지.
하나 적어도 외부인들에게 의심받기보단 차라리 길드원들에게 사정을 설명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여차하면 마스터의 도움을 받을 테고 말이다.
‘후우, 나중에 레아 누나에게는 제대로 설명해야겠지.’
셀린의 문제만 하더라도 충분히 뺨 맞고 힘껏 걷어차여도 할 말이 없을 판국인데, 거기에 세레나의 문제까지 들고 간다면 만드라고라에 대해 설명해
주더라도, 최악의 경우엔 엉덩이에 칼침 맞을 각오를 해야 할 것 같아 작게 한숨을 한 번.
그래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남자가 일을 저질렀으면 책임을 져야겠지.
그렇게 하여 나와 셀린은 부부가 되었고, 세레나는 나와 셀린의 딸이 되어 탈로트 씨에게 소개되었다.
최고의 대장장이
그리즐리 베어의 시체를 정리하고, 우리와 탈로트 씨는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서로 간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호오, 뤼피올 마을 근처에서 길을 잃었단 말인가? 여기서 뤼피올 마을까지는 거리가 적잖이 걸리는데, 이거 제대로 길을 잃은 모양이구먼.”
“네, 주변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몬스터 무리를 만나 일행과 갈라지는 바람에, 정확한 방향을 모르고 무작정 걷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일행이 뤼피올 마을에서 저희를 기다릴 텐데 걱정이네요.”
“뭐, 그래도 몬스터의 공격에 죽지 않은 것만 해도 어딘가. 자네 정도의 실력이라면 오우거라도 나타나지 않는 한 문제는 없을 것 같지만 말이지. 일단 마을까지만 돌아간다면, 뤼피올 마을에 가게 도와주겠네. 목숨을 빚졌는데 그 정도는 돕는 게 당연하겠지.”
“사실 저희가 부탁드리고 싶었던 부분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일단 탈로트 씨에게는, 우리는 뤼피올 마을에 함께 온 동료가 있으며, 인근 지역을 탐색하다 갑작스럽게 대규모 몬스터 무리를 만나 도중에 일행과 떨어져, 뤼피올 마을로 돌아가는 정확한 방향을 몰라 영원의 숲을 헤맨 것으로 사정을 설명했다.
이상 현상 몬스터에 대해서도, 이름 없는 옛 신의 신전에 대해서도 모르는 그에게 ‘금역’에 들어갔다 나오느라 길을 잃어버렸다고 말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탈로트 씨가 사는 마을은 뤼피올 마을처럼 영원의 숲 끝자락에 위치한 장소인 만큼, 뤼피올 마을과도 교류가 없진 않은지, 프롤륀 신관님과 시미르 촌장님의 이름을 말하니 우리의 말을 쉽게 믿어 주었다.
또한 그리즐리 베어로부터 목숨을 구하고 받은 대가로, 자기 마을에 돌아가면 우리에게 뤼피올 마을까지 안내해 줄 사람을 구해 주겠다고 약속받았다.
탈로트 씨의 왼쪽 발목은, 치유 마법을 통해 말끔히 고쳤다.
탈로트 씨는 오러 익스퍼드인 내가 마법까지 사용한다는 사실에 또다시 깜짝 놀랐지만, 세상은 넓고 다양한 능력이 있는 실력자들은 많은 만큼, 마검사라고 하니 당황하면서도 ‘자네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구먼.’ 하고 피식 웃어 주었다.
그렇게 탈로트 씨와 밤을 함께 보낸 뒤, 우리는 탈로트 씨의 안내를 받아 드워프들의 마을인 빌카스 마을에 도착했다.
“이곳이 내 고향이자, 영원의 숲에 있는 모든 드워프 마을 중에서도 대장장이 기술이 가장 발달한 빌카스 마을이네. 빌카스 마을에 온 것을 환영하네.”
엘프들의 마을이 마치 숲속에다가 집을 지어 마을을 이룬 형태를 띤다면, 드워프들의 마을은 인간의 마을과 구조가 거의 흡사하다.
드워프마다 일반 평지에 집터를 짓고, 방벽을 세워 몬스터의 침입을 방어하는 부족이 있는가 하면, 바위산 안에 구멍을 뚫어 그곳에 부족 마을을 건설해 외부의 자연재해와 몬스터의 침입으로부터 그들을 안전하게 지켜 줄 천연 요새를 건설하는 부족들도 있다.
탈로트 씨가 우리를 안내해 준 빌카스 마을은 그중에서 전자에 속하는, 바위산이 아닌 평지에 집터를 짓고 건물을 세워 이룬 마을이었다.
탈로트 씨가 방벽 근처로 다가가자, 상반신을 적절히 보호하는 형태의 하프 플레이트 메일을 입고 보초를 서는 드워프 두 명이 이쪽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정확히는 우리 앞에 선 탈로트 씨를 향해서다.
“엇, 탈로트 아저씨! 이번에도 무사히 돌아오셨군요.”
“이 녀석, 이번에도라니! 어째 무슨 일이 생기길 바라는 어투로구나.”
그가 하프 플레이트 메일 차림의 드워프 청년에게 가볍게 타박하자, 청년 드워프는 무슨 소리를 하느냐는 듯 손을 살짝 저으면서 ‘하하’ 웃었다.
“그럴 리가요? 아저씨가 없으면 이렇게 착용감 좋은 갑옷을 더는 입을 수 없는걸요.”
“그러니까 무구 때문에 죽지 않기를 바란다, 이 말이렷다?”
“하하, 그런 뜻이 아니라는 건 아저씨도 잘 아시잖아요.”
역시나 부족 단위로 이루어진 작은 마을이다 보니, 마을 구성원 간에 친밀함이 잘 느껴지는 대화였다.
그렇게 서로 간의 간단한 안부를 물은 뒤, 드워프 청년은 탈로트 씨 뒤에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우리의 신분을 물었다.
“보아하니, 인간족의 모험가 같은데. 이 마을엔 어떻게 왔습니까?”
그러나 내가 드워프 청년의 물음에 대답하려는 찰나, 탈로트 씨가 먼저 나서서 드워프 청년들에게 우리에 관해 설명해 주었다.
“이들은 야영 도중에 그리즐리 베어에게 당할 뻔한 나를 구해 준 은인이다. 목숨을 빚졌으니 그에 따른 보답을 하고자 내가 마을로 초대했지. 그들의 신분은 내가 보증하니, 걱정하지 말고 통과시켜 주려무나.”
아무리 마을 어른이 보증한다고 해도, 마을에 해를 입힐 물건은 없는지 간단한 신체검사라도 한 뒤에 우리를 들여보내 주리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드워프 청년들은 탈로트 씨의 말을 듣더니 적잖이 놀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이런, 탈로트 아저씨! 그리즐리 베어와 마주쳤다고요? 정말 큰일 날 뻔했네요. 이분들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당할 뻔했겠군요.”
“크흠, 내 실력이 그렇게 녹슬진 않았다만, 그래도 이들이 없었다면 지금쯤 야생 동물들에게 시체를 뜯겼겠지.”
탈로트 씨가 고개를 끄덕이자, 드워프 청년은 나와 셀린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꾸벅 숙여 감사 인사를 했다.
“마을 어른을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간족 모험가 여러분, 탈로트 아저씨의 초대로 마을을 방문하셨다니, 이곳에서 푹 쉬고 가시길 바랍니다.”
“아, 네. 그리 대단한 일을 하지도 않았는데요.”
내 대답에 드워프 청년은 씨익 웃더니, 어깨를 가볍게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인간들과는 달리 이곳에서 우리는 부족원 모두가 한 가족 같은 사람들입니다. 가족이 숲에서 몬스터에게 당할 뻔한 것을 구해 주었다는데, 감사 인사를 하지 않을 수 없지요. 아무튼 부담 가지지 말고 푹 쉬다 가시길 바랍니다.”
아무래도 이런 소규모 마을에선 마을 구성원 모두가 한 가족처럼 지내고, 특히나 숲에선 심심찮게 몬스터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라 그런지, 마을 구성원의 생명을 구해 준 데 상당한 호의를 보인다.
탈로스 씨는 고개를 끄덕이고, 방벽의 문을 통과하면서 드워프 청년에게 말했다.
“이들은 내 집에서 머물게야. 혹 촌장이 외부인의 출입을 궁금해하거든 그리 전해 주거라.”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수고하거라.”
우리는 드워프 청년들에게 가볍게 인사한 뒤에, 탈로스 씨를 따라 빌카스 마을로 들어섰다.
드워프 마을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뤼피올 마을로 가는 도중에 한 번. 그리고 이번이 두 번.
지난번에 들른 마을은 바위산 안에 구멍을 뚫고 생활하는 부족이라, 마치 광산 안에 들어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마을을 방문해 하룻밤을 보냈지만, 이곳은 외부에 지어진 곳인 만큼 얼핏 보면 잘 발달한 도시 모습을 연상케 하는 곳이었다.
물론 규모는 도시와 비교가 안 될 만큼 작다.
하지만 돌을 다듬어 바닥에 깔아 놓은 도로는 정갈했고, 집들도 마구잡이로 지어지지 않고 도로에 맞춰 예쁘게 나열되었고, 건물 외관 역시 누가 장인의 종족 아니랄까 봐 상당히 품격이 느껴졌다.
그리 많은 식구가 살지 않아 이층집 정도 규모로 지어졌을 뿐이지, 그 규모만 크다면 지금 당장 저 집을 사겠다고 달려들 귀족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을 것이다.
“마을이 참 멋지네요.”
“허헛, 그렇지? 수십 년을 살아오며 다른 종족들 마을에도 몇 번 들러 봤지만, 솔직히 우리 마을처럼 멋지고 살기 좋은 마을을 보지 못했다네. 아, 물론 이곳이 고향이니만큼 내가 더 편하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