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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 199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0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99화

밤이 깊어진 숲에서 타닥타닥! 타오르는 모닥불의 불길을 바라보는 탈로트의 눈이 깊어졌다.

언제나 보는 불길이지만, 붉은빛과 주황빛이 절묘하게 어울리며 사람을 홀리듯 일렁거리는 그 느낌이 참으로 보기 좋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비록 모닥불 온도는 광물을 제련하기에는 턱없이 낮은 온도여서 그의 대장간에서 타오르는 시뻘건 불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지만, 그런데도

‘불’은 대장장이인 그에게는 또 하나의 친우라고 부를 만한 그런 존재였다.

조금 전에 장작을 캐다 발견한 약초의 뿌리를 잘근잘근 씹으면서, 불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려니 탈로트의 귓가로 무언가 푸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음.”

그는 슬며시 옆에 놓아둔, 자신의 오래된 애병인 배틀 엑스의 손잡이를 쥐었다.

단순한 야생 동물의 움직임이라면 좋겠지만, 오랫동안 쌓인 그의 경험이 조금 전 풀숲의 움직임이 작은 야생 동물의 그것이 아님을 말해 주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어둠이 내려앉은 숲속 저편에서 모닥불 불빛을 받아 녹색으로 번뜩이는 야수의 눈빛이 그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고작 하루를 못 버티다니! 여신께서 오늘 내 목숨을 거둬 가시려 함인가?’

물론 쉽게 당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필사적으로 저항하다 보면 놈의 머리통에 배틀 엑스를 내려칠 기회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사에게 다리의 부상은 다른 신체 부위 부상보다도 부상 정도가 가장 크게 적용되는 부위다.

당장 서는 것이 고작인 마당에, 도끼를 휘두를 자세가 제대로 잡히기 않기 때문이다.

평상시의 몸이라면 그리즐리 베어를 상대로도 승률을 6:4, 지형만 좋다면 7:3으로 잡을 정도겠지만, 지금의 몸으로는 기껏해야 3:7, 아니

2:8 정도 되려나?

“후우우…….”

탈로트는 작게 한숨을 내뱉으며 호흡을 가다듬고 흐읍! 하고 힘을 주며, 자신의 근육을 강하게 팽창시켰다.

그러곤 배틀 엑스를 한껏 휘두를 자세를 취하며, 풀숲에서 이곳을 덮칠 기회를 노리는 한 마리 거대한 맹수를 향해 힘껏 소리 질렀다.

“오냐, 잡아먹을 테면 어디 잡아먹어 봐라!”

“쿠어어어엉!”

그 외침이 자극제가 되었는지, 풀숲에서 한 마리 거대한 그리즐리 베어가 탈로트를 향해 쇄도했다.

예상보다 훨씬 큰 그 몸집에, 탈로트는 다시금 인상을 찌푸리며 그리즐리 베어가 휘두르는 앞발을 피해 몸을 굴렀다.

호기롭게 소리친 것은 좋았지만, 저 정도 크기라면 이곳에서 족히 수십 년 이상은 묵었을 거로 생각되는 강한 놈이었다.

그만큼 앞발이 휘두르는 파워는 상상을 초월했다. 정면으로 덤벼 봤자 힘에서 밀리는 그였기에, 발목의 지끈거림을 감수하고서라도 회피할 필요가

있었다.

“크어어어엉!”

그리즐리 베어는 다시금 탈로트를 향해 그 거대한 앞발을 휘둘렀다.

부우웅! 하는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휘둘러진 그것은 탈로트가 재차 몸을 구르고 피한 그 땅을 인정사정없이 파헤쳤으며, 왼발에서 느껴지는

지끈거림에 탈로트는 더 움직임은 무리라고 판단해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나 배틀 엑스의 손잡이를 다시금 굳게 쥐어 잡았다.

‘기회는 단 한 번이군.’

녀석이 앞발을 내려치려고 할 때, 먼저 녀석의 머리에 도끼를 내려치는 것. 그것이 탈로트가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저항의 일격이었다.

그리즐리 베어는 입에서 침을 뚝뚝 흘리면서 탈로트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이내 두 발로 몸을 지탱해 일어서 앞발로 탈로트를 찢어발기려고 몸을 숙이는 그 순간, 탈로트는 전력을 다해 그리즐리 베어의 머리통을 향해

도끼를 내려찍었다.

“크우읏!”

“크어어엉!”

그러나 에레나 여신께선 탈로트의 편을 들어주지 않으셨다.

그리즐리 베어가 자신의 앞발을 이용해 탈로트를 내려찍지 않고 그의 도끼 옆면을 강하게 후려침으로써, 탈로트가 배틀 엑스를 놓치게 했다.

아무리 대장장이의 완력이 강하다곤 하나, 곰이 내려친 일격을 버텨 낼 리 만무했다.

순식간에 자신의 무기를 놓친 탈로트는 그 순간 죽음을 직감하고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드워프의 나이로는 아직 죽기엔 한참 이른 나이지만, 그것이 억울하지는 않았다. 운이 나쁘면 이렇게 마을 밖으로 나왔다가 몬스터의 습격을 받고

언제든 죽을 만한 장소가 영원의 숲이라는 곳이었으니까.

단지 모처럼 찾아온 자신의 창작 욕구를 시도해 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허무하게 생을 마쳐야 한다는 그것이 억울했을 뿐.

그러나 죽음을 각오한 그에게서는 어떠한 고통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즐리 베어의 앞발에 처참히 찢겨 나갈 거로 생각했건만, 녀석이 나를 가지고 놀 생각이라도 하나?

질끈 감은 두 눈을 조심스럽게 뜨며 눈앞을 바라보자, 탈로트는 허공에 시선을 고정한 채 멍한 표정으로 선 그리즐리 베어의 모습을 보았다.

녀석은 마치 헛것이라도 보는 것처럼 입에서 침을 뚝뚝 흘리면서도, 탈로트가 아니라 허공을 응시했다.

그와 동시에 탈로트는 풀숲을 박차고 이곳을 향해 쇄도하는 은빛의 섬광을 목격했다.

 

 

***

 

 

그것을 발견한 것은, 나와 셀린이 동료와 떨어진 지 정확히 22일째 되는 날 오후였다.

슬슬 해가 저물어 가는 것을 보고, 오늘 하루를 보낼 적당한 야영 장소를 찾으려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려니, 저 멀리 숲속에서 한 줄기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우리 두 사람이 확인했다.

“저것 봐, 아넬. 누군가가 불을 피운 모양이야!”

단순히 모닥불에서 피어오르는 한 줄기 연기에 불과해, 마을이라고는 볼 수 없었지만 불을 피운다는 것은 즉, 이 근방에 사람이 있다는 소리여서,

나와 셀린은 모닥불에서 피어오르는 그 한 줄기 연기가 그렇게도 반가울 수가 없었다.

연기를 발견한 즉시, 우리는 모닥불을 피운 사람들과 접촉하려고 그쪽으로 이동했다.

생각보다 거리가 멀어서 주위가 상당히 어둑어둑해질 시점에야 간신히 도착한 그 장소에서, 거대한 그리즐리 베어가 한 명의 드워프 남성을 공격하는

장면을 목격하는 즉시 세레나에게 그리즐리 베어를 막아 달라고 부탁하고, 나는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들며 오러를 한껏 끌어올리고 그리즐리 베어를

향해 쇄도했다.

나는 근 2주간의 노력으로 세레나에게서 얻은 마나의 상당 부분을 자신의 오러로 흡수하는 데 성공해, 오러 익스퍼드 중급 경지로 단숨에 뛰어올라,

한층 더 가뿐해진 몸의 움직임을 느끼며 그 상태로 오러 소드를 전개.

세레나의 최면향에 영향을 받아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는 그리즐리 베어의 목을 단숨에 베어내어 드워프 남성을 구하는 데 성공했다.

“……자네는?”

아무래도 그리즐리 베어의 공격에 이제 곧 생을 마감할 것을 각오했지만, 풀숲에서 갑작스럽게 사람이 튀어나오더니 단칼에 그리즐리 베어의 목을 베어

낸 사실에 적잖이 놀란 모양인지, 중년의 나이로 보이는 드워프 남성은 이쪽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나는 오러 소드가 전개되던 검을 허리춤에 매달린 검집에 다시 수납하고, 눈앞에 그리즐리 베어를 제외하고 그 외에 다른 몬스터가 주변에 없음을

확인한 뒤에, 중년 드워프 남성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인사했다.

“모험가 아넬 프로스트라고 합니다. 길을 잃고 숲을 헤매는 도중에 모닥불에서 피어오른 연기를 발견하고 이곳을 찾아왔습니다. 도중에 그리즐리

베어에게 습격당하는 것을 보고 우선 손을 쓰게 되었습니다만…… 괜찮으신지요?”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드워프 남성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내게 말했다.

“아아……, 인간족의 모험가였구먼. 난 괜찮네. 발목 부상은 이놈 때문이 아니라 산을 오르다 발을 헛디뎌서 생긴 부상이니 말이야. 목숨을

빚졌군. 감사하네. 나는 빌카스 마을에 사는 대장장이 탈로트라네. 보다시피 드워프고 말이야.”

끄응! 하고 몸을 일으키며, 자신을 탈로트라 소개한 중년 드워프 남성은 내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드워프 특유의 건장한 체격과 억세 보이는 근육.

거기에 중년 특유의 분위기가 어우러져 탈로트 씨는 중후한 인상이었다.

뒤로 질끈 묶은 갈색 머리카락과 길게 자란 수염이 참 어울리는 드워프였다. 그리고 대장장이라더니, 악수하는 그의 손에서 억센 힘과 잔뜩 박인

딱딱한 굳은살이 느껴졌다.

악수하며 탈로스 씨와 인사를 나누자, 뒤쪽 풀숲에서 셀린이 세레나를 데리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탈로트 씨가 소리가 난 그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것을 보고, 나는 재차 말을 이으면서 셀린과 세레나를 그에게 소개해 주었다.

“이쪽은 같은 모험가인 셀린이고, 이 아이는 딸인 세레나입니다.”

“안녕하세요? 셀린이라고 합니다.”

“세레나야!”

“요 녀석, 세레나입니다, 라고 해야지.”

“세레나입니다!”

내가 처음에 모험가라고 직업을 밝혔기에, 동료가 있으리라 생각한 모양인지, 셀린의 등장에 탈로트 씨는 그다지 놀라지 않고 셀린의 인사를

받았지만, 곧이어 자신에게 인사하는 세레나의 모습을 보고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허어, 반갑구려. 드워프인 탈로트라네. 그나저나 이곳은 영원의 숲에서도 상당히 깊은 곳에 해당하는데, 부부가 아이와 함께 이곳까지 오다니!

아이에겐 무척이나 위험할 텐데 말이야.”

“아아, 그건 사정이 좀 있어서 말이죠……. 그래도 아내와 딸을 지킬 능력은 충분합니다.”

가볍게 허리에 찬 검을 툭! 하고 건드리면서 말하자, 탈로트 씨는 땅에 쓰러진 그리즐리 베어의 시체를 한 번 바라보고는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리즐리 베어의 목을 단숨에 갈랐던 그것, 오러 소드였겠지? 인간의 기준으로는 상당히 젊은 나이로 보이는데, 그 나이에 벌써 오러

익스퍼드의 실력이 있다니, 대단하구먼. 확실히 그 정도라면 아내와 아이를 지키는 데 문제는 없겠어.”

탈로트 씨는 그 순간에도 내가 오러 소드를 사용한 것을 순식간에 파악한 모양이었다.

그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무슨 사정이 있겠거니.’라는 표정으로, 어째서 부부가 함께 이 위험한 숲속으로 아이를 함께 데리고 왔는지는

따로 묻지 않아 주었다.

누군가와 마주쳤을 때, 나와 셀린은 세레나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한 적이 있었다.

일단 세레나는 그 진정한 정체가 만드라고라이기 전에, 겉모습은 영락없이 4살짜리 여자아이다.

나와 셀린이 그러한 여자아이를 데리고 숲속에서 길을 잃고 헤맨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이상하게 여겨질 것이다.

아이를 숲에서 주웠다고 말하기엔 그다지 현실성도 없을뿐더러, 더군다나 세레나가 셀린과 생긴 모습이 거의 판박이 수준이니, 타인이라고 말해도 믿어

주는 이는 없을 것이었다.

그래서 세레나를 소개할 때, 그녀의 신분을 말하는 데 크게 두 가지 의견이 나왔었다.

첫 번째는 셀린의 동생.

두 번째는 나와 셀린의 아이라는 설정이다.

물론 나와 셀린은 아직 결혼한 사이도 아니고, 벌써 4살짜리 아이를 가지기엔 상당히 젊은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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