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191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6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91화
“그래서 이게 어제 그 만드라고라라고?”
“아마도. 아니, 머리에 피어 있는 잎사귀와 열매를 보면 알겠지만 확실해.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젯밤의 그 만드라고라가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거야.”
“그렇지만 이 모습…… 내 어릴 때 모습이랑 거의 똑같은걸.”
셀린은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만드라고라를 마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참고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만드라고라는 옷을 입지 않은 상태라, 일단은 내 로브를 벗어서 임시방편으로 녀석의 몸을 가려 둔 상태였다.
“널 마음에 들어 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네 모습을 모티프로 자신의 모습을 저렇게 변화시킨 거고 말이야.”
“……모습, 변화?”
“……말까지 따라 하는데, 아넬?”
“알아. 도저히 우리가 파악할 수준이 아니야, 이건.”
셀린과 손을 마주 잡고 ‘쎄쎄쎄’하듯 놀면서, 그녀와 내가 하는 대화로 단어를 하나둘씩 습득해 말하는 만드라고라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고개를
가볍게 흔들었다.
자신이 따라 하는 단어의 뜻이 무엇인지까지는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았으나 계속해서 나와 셀린의 말에서 단어를 하나둘씩 낚아채 그것을
습득했다.
나와 셀린은 마치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빠르게 언어를 습득해 나가는 그 모습에 혀를 내둘렀으며, 그 사이에 영원의 숲에는 아침 해가 밝아왔다.
“그래서 이젠 어떻게 할 거야, 아넬?”
“응, 뭐가?”
남은 식량으로 아침 먹을 준비를 하는 내게 만드라고라를 돌보던 셀린이 물었다.
“이 아이 말이야, 이대로 여기에 두고 갈 거야?”
“그, 그래야 하지 않을까?”
“……이 모습으로 땅에 심어?”
“……?”
셀린의 말을 듣고는 진짜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어, 그녀와 그녀 앞에 있는 만드라고라의 모습을 바라보려니, 만드라고라가 이쪽을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애당초 원래 계획은 아침 해가 뜨는 즉시 아침을 먹고 나서, 뽑아 둔 만드라고라를 원래 있던 자리에 다시 심은 다음에, 최면향이 다시 퍼지기
전에 이 숲을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물론 그 계획에 만드라고라가 인간 아이의 모습으로 변하리라는 점은 포함되지 않았기에, 우리 두 사람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이 상황을 대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감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던 탓이다.
“사람 모습으로 변했으니, 다시 원래 모습으로도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이대로 내버려 두고 가면 알아서 땅을 파고 들어갈 수도 있고 말이야.”
“그런다면 좋겠지만, 만약에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어떻게 하지? 이 숲에 혼자 방치하면 굶어 죽거나 몬스터에게 공격받을 수도 있을
텐데.”
그녀의 말에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한 만드라고라가 이 숲에서 아사하거나 몬스터에게 잡아먹히는 모습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아무리 원래 모습이 식물이라도, 이미 이러한 모습이 된 상황에서 솔직히 작은 여자아이가 굶어 죽거나 몬스터에게 물려 죽는 모습을 떠올리는 것은
그다지 좋은 장면이 아니어서 가볍게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데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지만, 잎사귀와 열매가 아직 그대로 남은 것은 속은 그대로 만드라고라라는 뜻이 아닐까? 이걸 만약 몬스터가 먹는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지?”
“그, 글쎄……?”
복용자에게 커다란 힘을 준다는 만드라고라. 그 효능에 대해선 솔직히 불신하지만, 만약에라도 그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이 수백 년 묵은
만드라고라를 몬스터가 섭취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쉬이 상상이 가질 않았다.
최악의 상황이라면, 제2의 검은 드레이크 같은 존재가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었다.
애당초 이 만드라고라는 자체가 일반적인 상식으로 생각할 수 없는 범위의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상식을 훨씬 벗어난 일로 머리를 굴리려니 뇌가 과부하가 걸린 듯 점점 복잡해져, 나는 머리를 붙잡고 손을 내저었다.
“하아, 안 되겠어. 섣불리 결정하기엔 너무 정보가 부족해.”
결국 지금 당장 만드라고라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문제는 결정하지 못하고, 우선은 아침 식사를 먼저 한 뒤에 생각해 보기로 셀린과 의견을 모았다.
오늘의 아침 식사는 어제 사냥하고 남은 토끼 고기였다.
식사라고는 해도 물을 담고 끓일 냄비 같은 것도 없어, 메뉴는 항상 불에 굽는 것이 전부였지만, 시장이 반찬이라고 소금이나 향신료 없이 굽는
토끼 고기도 나름 맛있게 먹을 만했다.
“여기 있어, 셀린.”
“고마워, 잘 먹을게.”
노릇노릇하게 잘 익은 토끼 고기가 꽂힌 나무 꼬치 하나를 셀린에게 넘겨주었다. 그러자 셀린 옆에 얌전히 앉은 만드라고라가 코를 작게 움찔거리며,
셀린이 받아 든 꼬치를 빤히 응시하기 시작했다.
“응, 먹고 싶니?”
단어의 뜻은 몰라도, 셀린이 말한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어렵진 않은 모양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승낙의 표현인 것도 언제 배웠는지, 만드라고라는 자신의 고개를 끄덕끄덕 흔들면서 셀린에게 두 손을 내뻗었다.
마치 부모에게 밥을 달라고 할 때 쓰는 아이처럼 귀여운 그 모습에, 셀린은 빙그레 웃더니 꼬치에서 토끼 고기 일부를 손으로 찢어 후우, 후우!
하고 바람을 불어 식혀 주고는, 고기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만드라고라의 입에 가져다주었다.
“자, 아! 해 보렴.”
“아아!”
셀린을 따라, 아! 하고 입을 벌린 만드라고라의 입에, 셀린은 작게 찢은 토끼 고기를 넣어 주었다.
셀린에게 토끼 고기를 받아 든 만드라고라는 입을 몇 번 오물오물거렸다.
그런데 만드라고라는 입에 넣어 준 고기를 전혀 씹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입안에 든 고기를 쪼옥쪼옥 빨기만 했다.
그 모습을 본 셀린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 아이, 고기를 씹지 않네? 혹시 먹지 못하나?”
“아니, 그보다는 씹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게 아닐까? 식물은 영양분을 빨아들이지, 음식을 씹고 삼키지는 않잖아?”
셀린이 아하! 하더니, 고기를 입에서 오물거리며 쪼옥쪼옥 빠는 만드라고라에게, 자신이 직접 토끼 고기를 입에 넣고 씹어 그것을 삼키는 것까지의
과정을 보여 주었다.
“사람은 이렇게 밥을 먹는 거야.”
“으물…… 따아람?”
“자, 이렇게.”
또다시 고기를 이빨로 꼭꼭 씹는 모습을 보여 주자, 만드라고라는 셀린을 따라 입안에 있는 토끼 고기를 꼭꼭 씹었다. 그러고는 몇 번인가 입을
오물오물거리더니, 꿀꺽! 하고 토끼 고기를 삼켰다.
“아……! 우아!”
아무래도 토끼 고기의 맛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는지, 만드라고라의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셀린은 만드라고라의 모습을 보더니, 푸훗! 하고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맛있지?”
“맛있지? 맛있지이, 맛있어!”
“……그 사이에 말이 더 늘었네?”
단순히 우리의 말을 따라 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제대로 단어의 뜻을 이해하고 말하기 시작한 만드라고라의 학습 능력에 놀라면서 말하자, 셀린은
가볍게 웃더니 토끼 고기를 다시금 손으로 잘게 찢어 만드라고라의 입에 넣어 주었고, 만드라고라는 셀린이 주는 토끼 고기를 쉬지 않고 받아먹으면서
‘맛있어!’를 외쳤다.
남은 고기라지만, 나와 셀린 그리고 추가로 만드라고라가 배불리 먹을 정도의 양은 되어, 아침 식사가 끝났을 땐 세 사람, 아니 두 사람과 한
마리의 만드라고라는 만족스럽게 배를 두드렸다.
만드라고라는 인간의 몸이 되어 처음으로 식사라는 것을 해 보고는, 식물 상태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미각이라는 감각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는지,
기분 좋은 표정으로 셀린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뭐, 이야기라기보단 아이에게 말하는 법을 가르치는 엄마와 그 아이라는 느낌이 훨씬 더 강했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정말로 닮았는걸.’
내가 셀린을 처음 본 것은 10살 때의 일이니, 셀린의 더 어릴 때 모습을 본 적은 없었으나 지금 만드라고라의 모습을 보면 딱 성장하고 나면
셀린의 모습이 되리라 예상할 정도로 둘의 모습은 닮았다.
‘그렇다는 것은 만드라고라가 몸을 변화시키는 데, 셀린의 몸을 기초 베이스로 삼았다는 건데…….’
아무런 이유도 없이 만드라고라가 셀린과 닮은 몸으로 변했을 리는 없을 테니, 굳이 변화할 만한 이유를 꼽자면 어제 있었던 셀린과의 교감을 통해
모종의 이유로 만드라고라가 ‘사람으로 변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다.
그야 ‘사람으로 변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그리 쉽게 사람으로 변한다면, 이 세계는 개가 사람이 되고 사람이 개가 되는 등의 혼돈이
일어났겠다만, 이 경우엔 이 만드라고라가 정말로 특별한 능력을 갖췄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겠지.
전생에서도 이와 비슷한 전설이 있지 않은가.
곰이 마늘과 쑥을 먹고 견뎌 내 결국 사람이 되었다는 웅녀 전설과 석상이 사람으로 변했다는 그리스 로마 신화 같은 것도 있고.
하물며 마법이 실존하는 세계인데, 만드라고라가 500년 이상쯤 묵었으면 사람으로 변할 수도 있겠지, 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편할지도 모르겠다.
이제 문제는 저 만드라고라를 어떻게 하는가다.
‘선택지는 두 가지. 데리고 간다. 놓고 간다인데…….’
솔직히 말하자면, 두 가지 모두 고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현재 나와 셀린의 여정은 우리 두 사람의 몸을 지키기도 버거운 판국이다.
먹을 식량이나 식수를 구하는 문제뿐 아니라 앞으로도 더 얼마나 많은 몬스터를 상대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4살짜리 아이의 모습을 한
만드라고라를 지키며 나아가기엔 여러모로 문제가 많다.
반면 두고 간다는 선택지를 고르자니 그것 역시 문제가 발생한다.
만드라고라가 그 상태 그대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 우리가 떠난 뒤에 이곳에 자리 잡고 여태껏 살던 대로 사는 것이 가장 좋은 경우겠지만, 만약
그것이 되지 않는다면 만드라고라는 가까운 시일 내에 굶어 죽거나 몬스터나 야생 동물에게 먹혀 죽을 것이다.
그러면 찝찝한 것은 둘째 치더라도 만드라고라의 효능이 어떤 작용으로 숲에 영향을 미칠지가 미지수다.
단순히 ‘우리 알 바 아냐.’라고 넘긴다면 될 문제이기도 하지만…….
‘역시, 그냥 넘기기에도 무리네.’
만약에라도 정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곳에 사는 수많은 이종족이 고스란히 그 피해를 받을 것이다. 그렇게 되는 것 또한 원하지 않는
일이기에 또다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목 안에 박힌 생선 가시처럼, 만드라고라에 대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고 가지 않으면, 속이 답답할 것 같았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만드라고라를 먹는다는 선택지도 있구나.”
각성
문득 아무 생각 없이 그런 생각이 떠올라, 무심코 입 밖으로 말을 내뱉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그 즉시 내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으나 이미 내뱉어진 말이 도로 입속에 주워 담기는 일은 없었다.
“……머, 먹어? 만, 만드라고라 먹어?”
“어, 응? 아,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