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188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19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88화
신비의 약초
우리 두 사람의 눈앞에 핀 이 식물은, 아마도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는 영원의 숲에서 상당히 오랜 시간을 자라 온 이야기 속의 그
만드라고라인 모양이었다.
“이 붉은 열매에 최면 효과가 있다는 말이야? 그럼 이 근방에 몬스터와 야생 동물들이 전부 최면에 걸린 이유도…….”
“아마도 이 녀석이 원인일 거로 생각해. 그런데 좀 이상한걸. 내가 알기론 만드라고라의 최면 효과는 자기 근방에 한정될 뿐이라고 들었는데, 이번
경우는 이 근방의 숲 전체에 영향을 미쳤잖아?”
그뿐만이 아니다, 이곳에서부터 꽤 떨어진 거리의 우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자신이 조종하던 오우거를 보낸 일까지 생각해 보면 더더욱 이상했다.
“그건, 그만큼 이 만드라고라가 대단하다는 뜻 아닐까? 만드라고라라는 약초는 오랜 시간을 살아왔을수록 엄청난 효능을 보인다잖아. 이곳은 사람의
발길이 수천 년간 이어지지 않았던 금역이고 말이야. 이런 곳에 자신의 구역을 만들 정도라면, 그만큼 오래 살았다는 뜻이 아니겠어?”
“확실히 일리가 있기는 한데…….”
그때 들은 지식 중 하나로는 만드라고라는 열매와 뿌리의 크기에 따라 상품 가치가 정해지며, 100년 이하로 살아온 만드라고라는 그 뿌리가 대략
어른 손바닥만 한 크기로, 100년 이상을 살아온 만드라고라는 팔뚝만 한 크기라고 들은 적이 있었다.
뿌리가 크면 그만큼 그 위에 핀 식물과 열매의 크기도 크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지만, 만드라고라를 실제로 본 적이 없는 우리로서는, 이 식물과
열매가 큰지 아닌지 판별하기가 어려웠다.
“그렇다는 것은 결국 뿌리를 파 봐야 한다는 소리인가?”
“하지만 뿌리를 캐면 비명을 지르고, 그 소리를 들으면 죽는다고 했잖아? 위험하지 않겠어, 아넬?”
“그야 조금 위험할지는 모르지만, 오러로 귀를 보호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 그리고 이렇게나 귀한 마법 재료를 발견했는데, 모른 척 그냥
넘어가는 것도 좀 그렇잖아? 도시로 가지고 갈 수 있다면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일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힘들 것 같으니까 일단 파서 크기를
체크하고 가져갈 크기라면 나이아스 씨에게라도 팔면 될 거야. 뭣하면 우리가 먹어도 되고.”
만약 마법 재료를 노리는 모험가나 약초꾼들이라면 만드라고라를 발견한 즉시 눈이 뒤집어졌을 것이다.
100년 이하의 만드라고라조차도 시장에 아주 드물게 모습을 드러낼 뿐이며, 작은 영지를 구매할 만한 고액에 거래된다고 들었다.
100년 이상이라면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겠지.
이런 것을 발견했다면 그것이 100년 이하든, 100년 이상의 만드라고라든 자손 대대로 떵떵거리며 살 정도의 물건이니, 눈이 뒤집히는 것은
물론이고, 그것을 자신이 먹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일일 것이다. 그러나 나와 셀린은 조금 생각이 다르다.
셀린이야 아버지가 대륙 유일의 인간족 오러 마스터이자 길드 마스터의 신분이니, 금전적인 면으로나 권력으로나 신분적인 면으로도 결코 꿀릴 것이
없고, 나 같은 경우엔 애당초 돈을 잔뜩 벌어 떵떵거리고 살고 싶은 생각이 없다.
떵떵거리고 살고 싶었다면 ‘은빛 검사’라는 칭호를 얻은 후에 그 명성으로 왕궁의 근위 기사로도 들어갔을 것이고, 굳이 그런 방법이 아니더라도
전생의 지식을 이용해 그것을 연구하면 이 세계의 시대 흐름 자체를 변화시킬 만한 온갖 물건을 탄생시켜 그것으로 돈을 벌었을 것이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고, 이렇게 간간이 목숨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모험가의 생활을 하는 것은 순전히 내가 원해서 한 일이다.
기왕 이 세계에 환생했으니 더 다양한 여행과 만남, 경험을 쌓고 싶었고, 주어진 삶의 시간 속에서 이 세계의 가능한 만큼의 모든 것을 둘러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게 이 만드라고라의 가치는 팔아서 금전적인 여유를 확보하면, 이후의 삶에 적어도 돈이 부족해 문제가 될 일을 없게 해 주는 용도 그
이상, 그 이하의 가치도 아니었다.
아마 섭취하면 소문처럼 엄청난 힘을 얻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몸에 좋은 약초라니 적어도 당장 오러 회복과 더불어 장수와 건강에 도움은
되겠지.
그러면 잔병치레 없이 더 쌩쌩히 여행을 다닐 수 있으니, 그건 그거 나름대로 또 좋다. 실력을 증진한다면 더 좋고 말이다.
그러니 가져가도 괜찮고, 먹어도 아쉬울 것이 없다.
일단 캐서 그 크기를 측정해 보기로 하고, 나는 곧장 만드라고라 채취 작업 준비에 들어갔다.
“정말로 뿌리가 비명을 지를지는 모르겠지만, 여태까지 봐 온 최면 효과로 추측건대 뿌리를 캐는 순간에 사람의 정신을 파괴하는 효과가 있거나
강력한 최면, 환각 효과로 사람을 미치게 하는 식으로 죽음에 이르게 할 가능성이 높아. 그러니 셀린은 좀 떨어진 곳으로 가서 귀를 꽉 막아 줘.
다 캐고 나면 신호를 줄게.”
양 소매를 걷어붙이면서 말하자, 셀린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알았어. 그래도 조심해야 해, 아넬.”
어디, 몸을 피할 만한 적당한 장소가 없나 둘러보면서도 이쪽을 향해 걱정스러운 듯한 표정을 짓는 셀린에게는 미소로 답한 뒤에, 그녀가 내
목소리가 닿지 않을 만한 먼 장소까지 이동한 것을 확인하고, 나는 가볍게 숨을 내뱉고 곧장 만드라고라 채취 작업에 돌입했다.
“어디 보자, 이 녀석은 대체 어떻게 채취해야 하나?”
기억의 저편에서, 전생에 TV 프로그램에 심마니가 산삼을 캐는 장면을 떠올렸다.
당시 방송에 나왔던 심마니 아저씨는 산삼의 잔뿌리에도 약효가 있다며, 잔뿌리 하나가 떨어져 나가도 산삼의 값어치가 크게 하락한다고 이야기했던 것
같지만, 만드라고라에게도 그런 잔뿌리가 있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고, 더군다나 이 녀석은 위협적인 비명까지 지르는 놈이니 캐는 방법이 분명히
산삼과는 다를 것으로 생각되었다.
만드라고라는 흙에서 뽑히는 그 순간에 비명을 지르기 시작해, 완전히 뽑고 나면 비명을 멈춘다고 들었다.
그렇다는 것은 살살 조심스럽게 채취하기보다는 빠르게 녀석을 흙에서 뿌리 뽑을 필요가 있다는 소리겠지.
‘어느 정도까지 캐낸 뒤에 단번에 뽑아야겠다.’
채취 방법을 정한 뒤에 나는 먼저 산삼, 아니…… 만드라고라를 캐기 전, 오러를 끌어올려 귀와 손을 중점적으로 오러를 활성화시켰다.
귀는 만드라고라의 비명으로부터 내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이고, 손에다가 오러를 덧씌우는 이유는 손쉽게 흙을 파내기 위해서였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처럼 두 손을 한껏 치켜들고 손가락을 움직여 손을 풀어 준 뒤, 나는 만드라고라의 줄기 밑부분의 양쪽 흙을 손으로 살살
긁어내려고 손을 뻗었다.
오러를 손에 덧씌운 덕분에, 마치 모래를 만지듯이 흙은 쉽게 파헤쳐졌다.
흙을 긁어내기 시작하자, 곧 줄기와 이어진 뿌리의 윗부분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색은 다른 식물들의 뿌리와 마찬가지로 흙과 비슷한 색을
띠었다.
“자, 과연 어느 정도의 크기이려나?”
기대를 하고 재차 흙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흙을 파면 팔수록, 내 표정이 점차 의아하게 변해 가기 시작했다.
“이 녀석, 떠는 건가……?”
처음엔 바람의 영향으로 줄기와 열매가 살짝 흔들린다고 생각했는데, 분명히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내가 파내는 뿌리와 연결된 만드라고라의 줄기와
열매가 가늘게 부들부들 떠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마치 내가 자기 자신을 파낼 것을 아는 것처럼 흔들리는 그 모습에, 일단은 손을 떼고 줄기와 열매를 바라보았다.
분명히 줄기와 열매는 다른 외적인 요인 없이 스스로 가늘게 떨었다.
“그런 짓을 해 놓고도 막상 자기 자신이 죽는다는 것에는 무서움을 느끼는군.”
물론 일부러 한 행동은 아니었겠지만, 나와 셀린은 만드라고라가 내뿜은 최면향에 영향을 받아 적잖은 시간을 이 숲을 맴돌며 시간을 낭비해야 했다.
그뿐만 아니라 오늘에 와서는 만드라고라가 조종하는 오우거에 의해 죽을 뻔했으며, 그 외에도 야생 동물들과 다른 하급 몬스터에게 공격받는 일도
겪어야만 했다.
나와 셀린이니까 지금 이렇게 살아 있지, 어지간한 모험가는 오우거가 나타난 시점에서 전멸 확정이다.
아무리 그것이 만드라고라가 자기 자신을 지키려고 한 행동이더라도 그 피해를 우리가 고스란히 받았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어, 줄기를 가늘게 떠는 그
모습에 연민의 감정을 느끼기보다는 상응하는 대가를 받는 것으로 생각하며 다시금 흙을 파헤쳐 내려갔다.
“그런데 원래 뿌리가 이렇게 두꺼운가……?”
또다시 흙을 파헤치는 내 표정이 기묘하게 변했다.
줄기와 이어진 뿌리의 윗부분이, 마치 돌덩이처럼 커다란 탓이었다.
크기로 따지면 어린 아기의 머리만 한 크기였다. 그것을 확인한 즉시,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내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만드라고라의 크기가 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크기가 정해진다고 했지. 그렇다면 이건 최소 100년 이상은 가뿐히 넘었다는 소리인데, 설마하니 오러로 보호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비명을 지르지는 않겠지?’
만드라고라의 효능과 능력이 크기에 비례한다고 하면, 어떻게 해서 이 만드라고라가 이 근방의 숲 전체에 강력한 최면향을 흩뿌렸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다만 문제는 그 비명의 위력 역시 다른 만드라고라보다 훨씬 강력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내 오러를 뚫고 내 몸에 타격을 줄 정도로 말이다.
검은 드레이크와 각종 몬스터의 공격에서 간신히 살아남아 놓고는, 채취 도중에 만드라고라의 비명을 듣고 죽어 버린다면, 그만큼 허무한 일도
없으리라 생각했다.
‘이걸 파, 아니면 말아?’
‘끄응…….’ 하고 잠깐 손을 머뭇거리며 고민했지만, 이내 나온 결론은 ‘일단 되든 안 되든 파 보자!’였다.
도박이기는 했지만, 설마하니 오랜 시간을 살아왔다고 하더라도 만드라고라가 오러를 뚫고 피해를 줄 만큼이나 강하리라 생각되지는 않았고, 또한
녀석이 나를 쓰러뜨릴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진다면, 내가 녀석을 파내는 데 대해서 줄기를 바들바들 떨며 무서워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후우……, 사람으로 따지면 대략 눈에 해당하는 부분이려나?’
그 뿌리의 모양이 사람을 닮았다는 만드라고라답게 이제 겨우 머리의 절반 부분을 파냈을 뿐이지만, 벌써 사람의 얼굴 형태가 얼핏 보이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비명을 지른다고 한다면, 역시나 입 부분에서 크게 비명을 지르겠지.
이 이상 더 밑으로 파고 내려가면 만드라고라가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할 것 같아 파던 손을 잠시 멈추고, 여태까지 파낸 만드라고라의 머리(?)를
바라보며 그 크기에 대한 견적을 내 보았다.
“이 정도라면 어른 팔뚝보다도 더 크겠는걸. 아직 땅속에 묻힌 부분도 꽤 있을 테니 이 상태로 머리 부분을 잡고 뽑아내기엔 아무래도 힘들겠어.
주위를 미리 파 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