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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카일러 14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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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4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1권 - 14화

 

 

“너희 검술학부는 체술 시험을 못 보면 여름방학을 보낼 수 없다며?”

“그런가봐.”

여전히 퉁명스런 위드의 대꾸였건만 한두 번 있는 일도 아니었기에 에리카도 이제는 면역이 되었는지 표정 변화 하나 없이 곧바로 대꾸했다. 약간의 미소와 함께.

“실력 없으면 여름방학도 보낼 수 없다니. 참 불쌍하겠다. 안 그래?”

위드는 에리카가 무슨 뜻으로 이런 말을 하는지와 어울리지도 않는 미소를 짓는지 알 수 있었다.

“글쎄, 남들은 여름방학 동안 놀고 있을 때, 아카데미에 남아서 수련을 하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하는데?”

“호호호! 그 말은 미리 있을 일에 대한 변명?”

눈을 가느다랗게 뜨며 웃는 에리카의 모습에 위드는 피식 웃었다.

“변명? 내가 왜 변명을 해야 하는데?”

“너는 당연히…….”

“아아, 내가 여름방학을 못 보낼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이거 어쩌지? 난 그럴 생각이 전. 혀. 없거든. 돌아가서 해야 할 일도 있고.”

“꽤나 자신만만하네? 듣기로 네 상대가 알아주는 실력자라고…….”

“이제는 내 뒷조사까지 하고 다니는 거야? 네가 자꾸 그러니까 아카데미 내에 그런 소문이 도는 거야.”

에리카가 얼굴을 붉히며 따지듯 물었다.

“소, 소문이라니?”

“설마 못 들은 거야?”

뜸을 들이는 위드의 모습에 에리카가 소리를 빽! 질렀다.

“빨리 말해! 이 빌어먹을 자식아!”

사람이 없으면 언제나 신경질부리는 에리카의 모습. 

그리고 주위에 어느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완전히 다른 사람의 변하는 에리카의 내숭.

‘뭐, 나름대로 재미있으니.’

슬쩍 웃는 위드의 모습에 에리카는 더욱더 눈을 사납게 치켜떴다.

“카일러 준남작에게 일방적으로 매달리는 에리카.”

“뭐, 뭐야?!”

발작적으로 소리를 지르는 에리카의 모습에 위드는 그녀가 또 무슨 행패를 부릴지 몰라 은근슬쩍 자리를 피하며 말했다.

“그러니까 내 뒷조사 정도는 그만둬 달라고. 카일러 준남작에게 일방적으로 매달리는 에리카 양. 큭큭!”

“이, 이 빌어먹을 자식!!”

흥분해서 양 손을 치켜들고 이리저리 휘두르며,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대는 에리카. 그리고 그런 그녀를 재밌다는 듯 바라보다 재빨리 체술 수련장으로 도망치듯 사라지는 위드.

 

 

***

 

체술 시험 당일.

“이미 잘 알고 있겠지만 다시 한 번 말을 해주도록 하겠다. 자신의 첫 상대가 누구든 반드시 이겨라. 지는 사람에겐 아카데미 내에서의 여름방학이 기다리고 있으니 자신의 첫 여름방학을 아카데미에서 보내기 싫다면 첫 상대를 이기도록. 이상!”

간단하지만 결코 간단하게 들을 수 없는 페르딘의 말에 몇몇 학생들은 잔뜩 불만스런 얼굴로 작게 투덜거렸다.

“쳇! 여름방학을 아카데미에서 보내라니!”

“시험은 시험에서 끝내야 하는 거 아냐?”

“어째서 체술 시험으로 여름방학을 정하는 거야!”

“하필이면 왜 체술이람!”

첫 대전 상대가 검술학부 4반의 베논이라는 것을 알곤 그에 대해 나름대로 자세한 조사를 마친 라이너는 자신이 이길 확률이 굉장히 적다는 사실에 시험 며칠 전부터 절망에 휩싸여 있었다.

“모두 조용! 1반의 카인, 3반의 조이! 앞으로 나오도록!”

페르딘의 말에 1반에서 카인이 자신 있게 나온 것과 다르게 3반의 조이는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로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

“방식은 잘 알고 있으니 불필요한 설명은 하지 않겠다. 그럼 시작하도록!”

체술 수련장과 검술 수련장의 중앙에는 시합을 치를 수 있도록 둥그런 시합대가 마련되어 있었다. 약 1미르m)의 높이로 마련되어 있는 시합대에서 페르딘이 내려가자 카인과 조이는 서로를 마주보며 서 있게 되었다.

“나도 그렇지만 조이 녀석도 운이 참 없군.”

위드는 라이너의 중얼거림에 희미하게 웃었다.

검술학부 1학년 1반의 카인.

이번 네드벨 아카데미 신입생들 중에서 가장 강하다 평가받는 학생이다. 

물론, 그와 같은 반에 엘프와 드워프가 있고, 2반엔 웨어울프가 있었지만 그들은 실력은 강하되 인간이 아니었기에 자연스럽게 제외되어 있었다.

“뭣들 하나? 시작하도록!”

페르딘의 재촉에 잠시 서로를 바라보던 대치 상황은 카인이 먼저 움직이는 것으로 첫 체술 시험의 시합이 시작되었다.

 

 

Chapter 6  체술 시험

 

“3반의 위드, 4반의 테일은 시합대로 오르도록!”

“예.”

“예!”

자신의 이름이 불려지자 위드와 테일은 각각 시합대로 오르기 시작했다.

“위드! 꼭 이겨야해!”

“위드! 힘내!”

“테일! 저런 녀석쯤은 가볍게 눌러버리라고!”

“테일! 검술에 이어서 체술까지 지면 망신이다! 망신!”

“검술학부 10강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이겨라!!”

위드를 응원하는 쪽보다는 테일을 응원하는 쪽이 훨씬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저 홀로 검술과 체술 수련에만 몰두한 위드와는 다르게 테일은 이런저런 일에 많은 관여를 하며 꽤나 학생들 사이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테일을 목 터져라 응원하는 남학생들의 진정한 이유는…… 아카데미 내에 떠돌고 있는 소문! 마법학부 최고의 미인인 에리카 때문이었다.

“저번처럼 운이 좋을 거란 기대는 전혀 하지 마라.”

테일의 말에 위드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런 모습이 테일은 더 자극시켰는지 그는 눈을 잔뜩 일그러트렸다. 그러다 비릿한 웃음을 머금었다.

“준남작도 작위랍시고 여자나 꼬시고 다니다니 형편없군! 하긴, 그 정도에 넘어간 에리카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지만.”

“부러우면 너도 국왕 폐하 찾아가서 준남작 하나 달라고 하던지.”

피식 웃으며 대꾸하는 위드의 모습에 테일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네, 네 녀석이 방금 무슨 소릴 지껄였는지 알고나 있는 거냐!”

“글쎄? 모르겠는데?”

대답하기 귀찮다는 듯한 위드의 행동에 테일은 뿌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이를 앙다물었다.

“방금 네 녀석은 우리 페르만 왕국의 국왕 폐하와 모든 귀족들을 모욕했다!”

테일의 외침에 위드는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그렇게 되는 건가? 이상하군. 난 전혀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혹, 네가 줄곧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 아냐?”

“허, 헛소리!!”

당황해서 소리치는 테일의 모습에 위드는 아무렴 어떠냐는 듯 오른손을 내밀고는 까딱거렸다.

“이제 말은 이쯤하지. 자, 공격해.”

“이, 이 자식……!”

강자가 약자에게나 할 수 있는 행위에 테일은 잔뜩 붉어진 얼굴로 기합과 함께 위드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압!!”

테일의 모습은 잔뜩 흥분해 있었지만 위드를 향해서 달려드는 발놀림은 전혀 흐트러짐이 없었다. 

물론, 주먹을 쥐고 있는 손이나, 어깨, 상체의 떨림도 전혀 없었으니 그가 얼마나 오랜 시간 체술을 수련해 왔는지 똑똑히 알 수 있었다.

‘역시 검술학부 10강 중 하나로군.’

성격이야 어떻든 지닌 실력만큼은 모자람이 없는 테일이었기에 위드 역시 결코 방심하지 않겠다는 듯 자세를 잡았다.

“찻!”

짧은 기합과 함께 휘둘러지는 테일의 주먹을 위드는 왼팔로 막아냈다. 턱! 하는 소리와 함께 팔뚝을 은근히 저리게 만드는 테일의 주먹에 위드는 확실하게 깨달았다.

‘확실히 순수한 근력에선 체격의 차이를 극복할 수 없는 모양이군.’

검술 대결에서도 이미 느낀 적 있었지만 확실히 그때와는 분명히 달랐다.

 

‘흘려라!’

‘흘려라?’

‘상대의 주먹, 상대의 발, 상대의 공격, 상대방의 모든 것을 흘려라! 공격을 흘리는 것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방어라 할 수 있다! 계속해서 상대의 공격을 흘린다면 그 만큼 넌 빠르게 상대의 허점을 노릴 수 있고, 또 상대의 힘을 뺄 수 있다!’

 

부웅-!

테일의 주먹이 위드의 오른쪽 뺨을 정확하게 노리고 날아갔다. 아니! 가격했다.

“헉!”

“위, 위드!!”

“정통으로 맞았다!”

“역시 테일이다!”

“그대로 공격해!!”

주먹에 맞아 고개가 홱! 돌아가는 위드의 모습은 분명히 정통으로 테일의 주먹을 맞은 것이다.

‘가볍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아쉬움과 환호성에도 불구하고 테일은 어느 하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로지 주먹 끝에 느껴지는 느낌이 한없이 가볍다는 사실로 인해서 머리가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뭐지? 설마, 그 짧은 순간에 내 주먹을 피한 건가? 하지만…… 어떻게?’

테일이 아주 잠시 멍하니 있는 사이 위드의 몸이 그대로 한 바퀴 회전을 하며 테일의 머리를 노리고 뒤돌려차기를 시도했다.

“테일!!”

“……!”

퍽!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크윽! 하는 신음성을 내뱉으며 테일이 옆으로 주춤주춤 밀려났다.

“위, 위드?”

“캬! 멋진데?”

“테일의 주먹에도 쓰러지지 않고 저렇게 빠른 반격을 하다니!”

간신히 팔을 들어 올려 위드의 뒤돌려차기를 막아냈지만 찌릿찌릿 거릴 정도의 강한 충격에 테일은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꽤 하는데? 그런데, 주먹이 너무 약해. 그런 주먹을 맞고 누가 쓰러지겠어?”

놀리는 위드의 모습에 테일의 눈이 사납게 돌변했다. 

그리고 위드를 향해서 양주먹을 빠르게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으아아아압-!!”

달려드는 테일의 모습을 바라보며 위드는 아주 작게 미소 지었다.

 

‘흥분한 상대만큼 상대하기 쉬운 상대는 없다. 알아 둬라, 위드! 어떠한 상황에서도 냉정을 잃지 않는 사람이 최후의 승자가 된다는 것을! 또, 자신보다 강한 상대일수록 도발을 시켜 흥분시켜야 한다는 것을!’

‘예!’

‘흥분한 상대는…… 이성을 잃은 맹수일 뿐이다!’

 

휙! 휙! 휙!

테일의 주먹이 무차별적으로 위드의 머리, 가슴, 어깨를 노리고 날아들었지만 어느 것 하나도 정확하게 타격이 되지 못하고 있었다.

“뭐야?”

“테일이 일방적으로 공격하지만 어느 하나도 성공하지 못하잖아.”

“저 녀석 완전 흥분했는데?”

“흥분한 테일도 테일이지만 그런 테일의 주먹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침착하게 피하니…… 위드란 녀석 굉장한데?”

계속해서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테일이었지만 실속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잔뜩 흥분한 상태에서 미친 듯이 주먹만 내지르는 탓에 시간이 흐를수록 숨이 거칠어지고 있었다.

“헉헉! 이…… 개, 개새끼!”

자신의 공격이 하나도 통하지 않자 테일이 욕설까지 뱉어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위드는 작게 혀를 차며 슬쩍 주먹을 내질렀다.

“고상한 귀족의 자제가 그런 저급한 욕을 해서야 되나?”

퍽!

“큭!”

복부를 정확하게 맞은 테일의 몸이 움찔거렸다. 그 사이 위드의 발이 그의 허리로 날아갔고, 테일은 급급히 상체를 웅크리며 팔로 방어를 했다.

퍽!

“위험해!!”

“머, 머리!!”

퍼억!

“커헉!”

비명과 함께 테일의 몸이 꼴사납게 옆으로 나뒹굴었다. 놀랍게도 위드의 발차기는 연속적으로 두 번이나 이뤄졌다. 허리를 노렸던 발이 팔에 막히자 곧장 머리를 노리고 가격한 것이다.

유연성도 유연성이지만 놀랍도록 빠른 속도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은 위드의 자세에 학생들은 물론이고, 둘의 대결을 지켜보는 체술 선생들 또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페르딘, 너 저런 거 가능하냐?”

“저런 건 가능하고 말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짧은 순간에 저런 공격을 곧바로 했다는 게 중요하지. 나도 하고자 한다면야 못 할 것도 없지만…… 과연 위드처럼 저렇게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군.”

“……그렇지. 확실히 독특한 발차기로군.”

보통 발차기는 한 번에서 끝난다. 물론, 가끔가다 몇 차례나 허공에서 발을 차올리는 이들도 있기는 했지만 보통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주먹과 다르게 발은 한 번에 한 번을 차올리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었다.

간단하게 네드벨 아카데미의 체술 선생님들에게서조차도 위드가 선보인 움직임은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또, 섣부르게 따라할 수도 없는 움직임이기도 했다.

“젠장!”

비틀거리며 일어난 테일은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만보고 있는 위드의 모습에 바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이를 갈아붙였다.

“아버지의 목숨과 맞바꿔 작위나 가로챈 빌어먹을 새끼!”

“…….”

테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위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아니, 그의 얼굴이 차갑게 가라앉음과 동시에 눈동자가 매섭게 테일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흥! 근본도 없는 평민 주제에 준남작이라는 작위를 제 아버지 목숨과 맞바꿔서 귀족이 되니 눈에 보이는 게 없는 모양이지? 왜? 네 어머니 목숨까지 받쳐서 남작 작위까지 노려보지 그래? 큭큭! 이거 미안하군. 어머니란 자가 몸이 약해 일찍 죽어 그 꿈을 이루지 못해 원망으로 남았을 텐데. 이거 내가 안타까운 부분을 건드리고 말았군.”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던 위드는 테일의 말이 끝나자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

“세 개다.”

“뭐?”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에 테일이 인상을 찡그리며 묻자 위드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해주었다.

“정확하게 세 개. 네놈의 이빨 세 개를 부러트려주지.”

“뭐…… 뭐라고?!”

“세 개라고!”

처음으로 위드가 테일을 향해서 다가갔다. 그렇게 빠르지도, 주위를 아우르는 강한 압박도 없었다. 

그렇지만, 너무나도 무표정한 위드의 얼굴에 테일은 자신도 모르게 주춤주춤 물러나고 말았다.

어느새 자신의 바로 가슴까지 다가온 위드의 모습에 테일은 물러났다는 창피함보다도 뭔가 거북하게 밀려드는 감정에 무작정 주먹을 내질렀다.

“꺼, 꺼져!!”

테일의 주먹이 다시 한 번 위드의 오른쪽 뺨으로 날아들었다. 슥! 하는 소리와 함께 위드의 머리가 또 다시 팩! 돌아갔다.

“……!”

그러는 사이 위드의 오른쪽 팔꿈치가 테일의 가슴과 배의 정중앙을 정확하게 가격했다.

퍼억!

묵직한 타격음.

이후, 테일의 입에서 컥! 하는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의 상체가 수그려지자 위드의 고개가 다시 정면으로 돌아가며 그의 왼 주먹이 빠르게 바람을 갈랐다.

퍽퍽퍽!

“……크…… 우욱!”

연속 세 번 이뤄진 위드의 주먹은 정확하게 테일의 입을 가격했다. 붉은 핏물로 흥건해진 입을 양손으로 감싸며 앞으로 꼬꾸라지는 테일.

“위드!!”

“테, 테일!!”

“그만!”

“더 이상은 무의미하다! 위드! 물러나라!”

놀란 학생들의 외침과 다급하게 시합장으로 오른 페르딘을 비롯한 체술 선생님들은 서둘러 그렇게 위드의 시합을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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