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186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94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86화
오우거가 휘두르는 몽둥이를 피한 후, 나는 이어질 공격에 대비해 자세를 바로잡고서, 우리를 놓친 후에 이어지는 오우거의 행동에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나와 셀린이 이미 회피해서 그 자리에 없는데도, 오우거는 우리가 있던 그 자리를 몽둥이로 두어 번 정도 더 거칠게 내려치며 강하게 화풀이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에 ‘뭐지, 엄청 화가 났나?’라고 생각하기도 잠시, 이내 이쪽을 되돌아보며 다시금 거칠게 돌격해 오는 오우거의 모습을 보고, 나는
다시금 녀석이 휘두르는 몽둥이를 피해 몸을 움직이며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쿠어어!”
“……역시 뭔가 좀 이상한데.”
아무리 먹이 사슬 정점에 위치하고, 천적이 없어 성격이 난폭할 뿐 아니라 지랄 맞기로 유명한 오우거라지만, 이렇게까지 오우거가 앞뒤 가리지 않고
저돌적으로 돌격해 오며 몽둥이를 있는 힘껏 휘두르는 모습을 보기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았다.
뭐, 내가 이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오우거를 직접 보지는 않았으니까, 오우거 중엔 이 녀석만큼이나 성격이 공격적이면서도 저돌적인 성향을 보이는
놈도 있겠거니 하고 생각할 수도 있는 노릇이겠지만, 오우거 중 가장 예민하고 난폭하다는 임신한 암컷 오우거를 상대했을 때도 이 정도로 날뛰는
모습은 아니라서 오히려 이 부분에 대해서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뭐라고 할까, 제정신이 아니라고 해야 할까?’
사람으로 치자면 광인(狂人)을 상대하듯이, 그 움직임이 미묘하게 어색하고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몇 번이나 나와 셀린을 놓쳤는데도 오우거는 나와 셀린이 서 있던 자리를 몽둥이로 내려치는 행동을 보였으며, 우리에게 아무런 이유 없이
포효를 내지르며 흥분하는 등의 이상 행동을 보여 주었다.
“크허어어엉!”
‘이 녀석도 최면 때문에 조종당하는 건가?’
우리와 이 숲에 있는 야생 동물들 그리고 눈앞의 오우거를 비롯한 다른 몬스터들에게도 최면을 건 누군가가 ‘우리를 해치워라.’라는 명령을
오우거에게 내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렇다면 오우거가 저렇게 미친 듯이 날뛰는 것도 이해가 갔다. 말 그대로 제정신이 아닌 상태라는 소리니까 말이다.
“후우……!”
또다시 오우거의 공격을 피한 뒤에, 나는 오우거가 움직이는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최면은 걸었어도 오우거의 몸을 세세하게 컨트롤하거나 최면에 걸린 오우거가 원래의 자신의 능력을 100% 발휘하기는 불가능한지, 원래 상태의
정상적인 오우거를 상대했을 때보다 최면에 걸린 오우거는 성격이 거칠고 움직임이 난폭하긴 해도 이쪽이 몽둥이를 휘두르는 경로와 행동 패턴 자체가
단순해서 훨씬 상대하기가 수월했다.
“오히려 최면에 걸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정상적인 상태의 오우거였다면, 현재 나와 셀린의 상태로는 적잖이 버거웠을 것이다.
한 마리라면 어떻게든 이기겠지만, 꽤 많은 체력 소모를 감당해야겠지.
그러나 지금 상황으론 오히려 오우거가 최면에 걸려 줌으로써, 우리에게 더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뒤 몸속에 갈무리된 오러를 힘껏 끌어올리면서 검에 오러를 깃들였다.
오러가 본격적으로 운용되기 시작하자, 검 끝의 파란 빛이 맺히며 절삭력이 강한 오러 소드가 발현되었고, 동시에 나는 오우거가 휘두른 몽둥이를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녀석의 빈틈을 노리고 그 옆구리를 재빠르게 파고들며, 오러가 한껏 맺힌 검을 녀석의 옆구리에 깊숙하게 찔러 넣었다.
“하앗!”
“크어아악!”
오러 소드의 날카로움을 견디지 못한 녀석의 가죽이 뚫리면서 그곳에서 선홍빛 피가 내뿜어지기 시작했다.
부상을 당한 고통으로 잠시나마 오우거의 행동이 위축되리라 생각했으나, 내 예상과는 다르게 오우거는 자신의 옆구리를 찌른 나를 붙잡으려고 그
커다란 손을 거칠게 휘둘렀으며, 나는 그 모습에 살짝 놀라며 재빠르게 검을 회수해 몸을 한 바퀴 굴러 오우거와의 거리를 벌리곤 다시금 검술의
자세를 취했다.
“최면 상태라 그런가? 고통을 그다지 느끼진 못하는 모양이네.”
원래 상태라면 움직이는 데 상당한 지장을 줄 정도로 큰 상처였다.
녀석이 움직일 때마다 상처 입은 곳으로 쿨럭! 하는 느낌의 선홍빛 피가 적잖이 쏟아졌지만, 오우거는 자신의 옆구리 상처에서 별다른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지, 다시금 몸을 거세게 움직이며 나와 셀린에게로 몽둥이를 휘둘러 공격해 왔다.
‘단순히 방향 감각과 이성을 잃게 하는 효과 외에도 고통을 억제하는 효과도 최면에 함께 포함된 걸까? 아니면 이성이 없어 몸이 고통을 느끼더라도
그것에 반응하지 못하는 걸까?’
그러한 생각들이 오우거의 반응을 보면서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이내 나는 고개를 저으며 재차 검을 굳게 고쳐 잡았다.
‘일단은 녀석을 쓰러뜨리는 걸 우선시하자.’
최면에 대한 생각은 나중으로 미루기로 했다.
혹시나 나와 셀린에게로 유리하게 흘러가는 이 상황을 눈치챈 ‘최면을 건 누군가’가 오우거에게 걸린 최면을 풀어 버려, 녀석의 감각을 정상적으로
되돌릴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다.
아무리 큰 상처를 입혔더라도 최면에서 깨어난 오우거를 지금처럼 여유 있게 상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오히려 상처 입은 맹수가 더 위험하다고, 옆구리의 상처 탓에 더욱 거세고 골치 아프게 날뛸 가능성도 있어, 상황이 더 안 좋게 흘러가기 전에
오우거를 쓰러뜨리기로 마음먹고, 또다시 오러 소드를 치켜들면서 이쪽을 매섭게 노려보는 오우거를 향해 쇄도했다.
“크아아아!”
“후우……!”
내가 자신에게로 접근하는 것을 막으려 했는지 아니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휘둘렀는지 모를 녀석의 공격을 피하면서, 오우거의 커다란 허벅지에 검을
찔러 넣었다.
찌르기의 동작은 적에게 상처를 준 뒤에 반드시 검을 회수하는 동작을 포함시켜야 해서, 현재 상황에서는 찌르는 동작보다는 베는 동작이 원래라면 더
효율성이 높겠지만, 아무리 최면에 걸려 상대하기가 쉬워진 오우거라도 녀석은 오우거였다.
찌르기로 오러 소드의 공격력을 한 점에 집중해야만 녀석의 가죽을 제대로 관통하기 때문에, 속전속결보다는 일격을 제대로 명중시켜 피해를 준다는
느낌으로 오우거를 상대해 갔으며, 셀린은 내가 오우거의 시선을 끄는 동안 뒤를 돌아 괴력이 담긴 그녀의 묵직한 검으로 베기가 아닌, 타격으로
오우거에게 데미지를 주었다.
“크아…… 크으어어!”
첫 일격에 당한 옆구리와 이후 이어진 공격으로, 오우거는 허벅지와 등, 오금과 발목 부위에 심한 부상을 입어 제대로 일어서지조차 못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아무리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몸이라도, 그 거대한 몸집을 지탱해 줄 다리 근육 대부분이 심한 손상을 입었는데 제대로 일어설 리가 없었다.
“크어어, 어어……!”
하지만 오우거는 자신의 두 다리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자, 두 팔을 이용해 몸을 질질 끌면서 나와 셀린을 향해 다가오려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오우거는 분명히 우리 두 사람을 바라보았지만, 그 눈동자는 허공을 바라보듯 공허하면서 탁하기 그지없었다.
“정말이지, 어떤 이유로 최면에 걸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몬스터라도 저 모습은 그다지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닌 것 같아.”
“……응, 동감해.”
야생 동물들도 그렇고, 다른 몬스터들도 그렇고, 이 오우거도 그렇고.
자신의 의지를 완전히 상실한 채,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그 모습에서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또한 지금은 사람에게까지 최면이 적용되지 않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곳에 발을 들여놓은 다른 사람들이 없기 때문일 뿐. 언젠가는 사람에게도
적용되는 최면으로 발전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어, 이왕 이렇게 휘말린 것. 최면의 이유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좀비처럼 이곳을 어어어! 하며 기어오는 오우거에겐, 비록 몬스터이긴 하지만 나는 애도하는 마음으로 녀석의 미간을 향해 검을 내뻗었다.
“크어…… 어, 아아……!”
머리를 관통당한 오우거는 몸을 꿈틀거리며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쓰러졌다.
쿠웅! 하고 그 거체가 바닥에 나뒹굴자, 가볍게 땅이 울렸다.
쓰러진 오우거의 시체를 보고, 나는 셀린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사람인지 아니면 몬스터인지, 그도 아니면 무엇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히 최면을 푼 우리가 자신에게 위협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이
오우거를 우리에게로 보낸 걸 거야. 녀석이 온 방향으로 되짚어 올라가다 보면 원흉을 알지도 몰라.”
오우거가 이쪽으로 달려오면서 몇 그루의 나무와 다수의 나뭇가지를 몸으로 쳐서 꺾어 놓아, 오우거가 어느 방향에서 이곳으로 달려왔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녀석이 우리에게로 달려온 방향을 찾아가다 보면 뭔가 단서를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셀린과 함께 그곳을 목표로 하여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나와 셀린은 숲 전체를 요란하게 울리는 각종 야생 동물과 몬스터의 울음소리를 듣고는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윽! 설마 이번엔 숲속 모든 동물이랑 몬스터를 전부?”
“으아…… 나 방금 소, 소름이 쫙 돋았어……!”
무슨 공포 영화의 한 장면도 아니고, 이 숲에서 가장 강한 몬스터일 오우거를 겨우 쓰러뜨렸나 싶었더니! 이어지는 것은 숲속 모든 야생 동물과
몬스터의 거친 울음소리였다.
그와 동시에 오러를 통해 확장된 내 감각으로 몇 마리의 작은 생명체들이 이쪽을 향해 재빠르게 달려오는 것을 눈치챘다.
달려드는 속도로 봐서는 아마도 야생 동물 중 하나로 예상되었다.
풀숲을 푸스럭! 하며, 무언가가 셀린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딜!”
“앗!”
팟! 하고 셀린에게 달려드는 무언가를 검으로 쳐냈다.
그러자 캐앵! 하는 비명과 함께 작은 여우 한 마리가 내가 휘두른 검 면에 정통으로 머리를 얻어맞고 튕겨 나가, 땅바닥을 힘없이 구르는 모습이
우리 두 사람의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것에 놀라며 인상을 찌푸리기도 잠시, 나와 셀린에게 달려들려는 야생 동물은 조금 전의 여우 한 마리뿐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어지는 것은 토끼, 다람쥐, 너구리 같은 소형 동물들의 습격이었다.
“으윽!”
“히익!”
각자 발톱과 이빨을 사납게 꺼내 들고 이쪽을 향해 달려드는 그 모습에, 나와 셀린은 기겁하며 검으로 달려드는 야생 동물들을 후려치며 오우거가
왔던 그 방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쪽이야, 셀린!”
“아, 알았어! 이거 혹시 자기네가 최면에 걸린 동안, 우리가 동족들을 잡아먹었다고 화내는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단순히 최면 때문에 조종받을 뿐이야!”
숲속의 최고 포식자인 오우거 한 마리를 최면으로 조종함을 안 후에, ‘혹시나?’ 하고 생각했던 것이 이렇게 실제로 일어날 줄은 몰랐다.
아무래도 이 숲 전체에 최면 마법을 흩뿌려 놓은 그 ‘누군가’가 자신이 최면을 건 상대를 조종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