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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 178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8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78화

우리를 따라잡은 드레이크가 자신의 앞발을 거칠게 휘두르려 했기 때문에, 나무를 방패로 삼아 공격을 피해야 했기 때문이다.

바로 옆에서 쿠웅! 하고, 거칠게 땅이 파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을 채 확인하기 전에 나는 다시금 셀린의 손을 잡고 숲을 달렸다. 그야말로 목숨이 걸린, 쫓고 쫓기는 숨 막히는 추격전이 영원의 숲 가장

깊은 곳에서 벌어졌다.

“후, 후우…… 하아……!”

“하아…… 하악, 하……!”

둘 다 목 끝까지 숨이 차올랐지만, 달리는 것을 멈출 수는 없었다.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계속해서 검은 드레이크가 우리를 뒤쫓아 와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우리를 물어뜯으려 했기 때문이다.

또다시 검은 드레이크의 일격을 나무를 방패 삼아 회피하면서, 나는 셀린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았다.

금방이라도 숨이 멎을 듯, 거칠게 내뱉는 호흡.

온몸이 비에 젖었지만, 몸은 계속되는 추격전 탓에 한껏 달아올라, 나와 셀린의 몸에서는 작은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둘 다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의 모습이었다.

“하아…… 하……! 셀린, 조금만 더 뛸, 수 있겠어?”

“하악…… 하…… 후, 하아…….”

셀린은 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고작인지, 조금이라도 더 숨을 들이마시려고 애썼다.

‘이제 정말로 한계야.’

제법 달려서 신전에서도 꽤 멀어졌다고 생각했는데도, 검은 드레이크는 우리의 추격을 그만둘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나 역시 체력적으로 한계가 온 마당에, 셀린이 멀쩡할 리 없는 노릇. 사실 지금 당장이라도 바닥에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겠지만, 나 때문에

죽을힘을 다했다.

보통 이 정도까지 노력했으면, 하늘이 감동하사 뭔가 기회를 주실 법도 했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일까?

아무리 달리고 또 달려도 도저히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이쯤 되면 나라도 포기할까?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수밖에 없었다.

“……응?”

그때 쏴아아아! 하는 빗소리에 섞여, 무언가 여태껏 들었던 것과는 다른 소리가 내 귀에 울리는 것을 느꼈다.

뭐랄까, 빗소리보다도 조금 더 굵직하고 큰 물소리였다.

‘물소리…… 물소리? 산속에서 물소리라! 설마?’

나는 그 즉시 온몸에 힘을 주고 셀린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와 동시에 우리가 몸을 숨긴 나무가 드레이크의 꼬리에 의해 산산조각 나는 모습이 언뜻 보였지만, 나는 오로지 귓가에 나지막이 울리는 물소리를

찾아 몸을 움직였다.

내 예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저 물소리는 나와 셀린이 드레이크의 추격으로부터 피할 유일한 방법일 수도 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한두 번의 위기를 간신히 넘기고, 나와 셀린은 물소리가 들리는 근원지를 발견했다.

‘콰아아아!’

그것은 협곡이었다.

오랜 시간 물이 흐르고 흐르며 바위 사이에 깊은 틈을 만들어, 일반적인 계곡보다도 훨씬 깊고 거세게 물이 흐르는 계곡.

지금은 지속해서 내리는 빗물 때문에 평소보다 수위가 상당히 올랐는지, 콰르릉! 소리를 내며 상당한 양의 물이 협곡을 거칠게 때리며 저 아래로

흘렀다.

“후우…… 후우…….”

“하아…… 하아…….”

나와 셀린, 두 사람의 거친 호흡과 쏴아아! 하는 빗소리 그리고 콰르릉! 소리를 내며 흐르는 협곡의 물소리가 제법 시끄럽게 귓가에 울린다.

그 뒤로는 크아앙! 하며 검은 드레이크가 당장이라도 우리 두 사람을 씹어 먹을 듯한 눈초리로 이곳을 바라보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셀린의 손을 꾸욱! 하고 쥐었다.

아마 이쯤이면 셀린도 내가 무슨 생각으로 이곳을 찾아왔는지 어렴풋이 눈치챘을 것이다.

그 증거로 이쪽을 바라보는 눈동자는 ‘정말?’ ‘정말로?’ 하고 당황한 듯이 거세게 떨렸다. 그러나 이 방법이 아니라면, 검은 드레이크의 추적을

피할 방법은 없을 것이었다.

체력은 고갈되었고, 아무리 신전에서 멀리 떨어져도 드레이크는 셀린을 추격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남은 것은 그대로 드레이크에게 죽느냐, 아니면 협곡에 뛰어들어 살아남는 가능성에 최후의 도박에 몸을 맡겨 보냐 뿐이다.

‘영화나 만화에선 다 죽어 가는 상태에서 떨어져도 운 좋게 살아남기는 하던데…….’

그러나 그것은 영화나 만화에서의 내용일 뿐, 실제로는 저렇게 물이 콸콸 흐르는 협곡 속에 몸을 던지고 몸 성히 살아남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들은

적이 있다.

단순히 협곡은 물이 흐르는 것뿐만 아니라 그 아래로 무수히 많은 돌덩어리와 각종 잔해가 같이 구르고, 떠내려간다.

또한 협곡의 양옆이 바위로 이루어져,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다가도 그 속도로 바위나 나무 등에 부딪히면, 연약한 인간의 몸 따위는 순식간에

산산조각 부서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솔직히 말하면 최후의 수단임과 동시에 자살에 더 가까운 행위였지만, 내게는 믿는 구석이 무려 두 가지였다.

‘아직, 나이아스 씨가 걸어 준 보조 마법은 풀리지 않았어. 거기에 마지막 남은 오러를 전부 쏟아부으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야!’

여태껏 검은 드레이크를 상대로 우리가 어떻게든 도망친 이유도, 나이아스 씨가 걸어 준 보조 마법 중 하나인 헤이스트와 스트렝스 덕분이었다.

헤이스트야 몸의 움직임을 빠르게 해 주는 보조 마법으로 이미 유명하지만, 스트렝스는 단순히 근력을 강화시키는 효과 외에도, 체력이 쉽게 손실되지

않게 보조해 주는 효과도 가진다.

그 때문에 저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우리를 추격한 검은 드레이크를 상대로 여기까지 도망쳤다.

나이아스 씨가 우리에게 걸어 준 보조 마법 중에는 그런 헤이스트와 스트렝스 말고도 몸을 단단하게 해 주는 스톤 스킨 마법과 보호 마법의 일종인

프로텍트 실드 마법도 있었다.

여태까지는 저 강력한 검은 드레이크의 일격에는 제아무리 방어 마법이라고 하더라도 그다지 효과가 없어 있는 듯, 없는 듯 넘어갔지만, 그것이 검은

드레이크의 일격이 아니라 단순한 바윗덩어리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저 거친 물살을 타고 바위에 몸을 부딪친다고 하더라도 두 가지 보조 마법이 우리 몸을 충격으로부터 어느 정도는 지켜 줄 것이었다.

거기에 내가 남은 오러를 전부 소모하여 셀린과 내 몸을 보호한다면, 살아남을 가능성은 더더욱 올라간다.

‘그래도 익사할 수도 있다는 점에선 여전히 위험하지만…….’

적어도 현재 상태로 드레이크를 상대하기보단 훨씬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셀린에게도 그 점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지만, 셀린은 아무래도 거세게 흐르는 물살에 몸을 맡겨야 한다는 데는 막연한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는

모양인지 몸을 떨었다.

“아…… 아넬…….”

“괜찮아. 잘될 거야.”

덜덜 떨리는 그녀의 몸을 가볍게 끌어안아 주었다.

이 상황에서 분위기 잡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고 말해 주고 싶다.

마지막 남은 최후의 오러로 셀린을 지키려면 몸을 밀착시킬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충격으로부터는 보호해 줄 수 있지만, 숨을 힘껏 참아야 할 거야. 내가 어떻게 해서든 지켜 줄게. 그러니까 살아남자.”

“……응. 알았어.”

검은 드레이크가 크아아앙! 하고 이쪽을 향해 그 커다란 입을 쩍 벌려 쇄도하는 것을 보며, 나는 이를 악물고 셀린의 몸을 또다시 단단히

끌어안으며 협곡을 향해 몸을 던졌다.

“……!”

품에 안긴 셀린은 눈을 꼭 감으며, 떨어지는 속도감에 나를 세게 붙잡았다.

나 역시 온몸에서 느껴지는 아찔할 만큼의 속도감에 머리 한 구석이 시큼시큼했지만, 애써 힘겹게 머리를 위로 치켜들고 수면과의 거리를 확인하며,

마지막 남은 모든 오러를 이용해 셀린과 내 몸을 감쌌다.

첨버엉! 하고, 이어서 들리는 소리는 꼬르륵! 하는 거품 소리.

동시에 온몸에 차가운 물의 감촉과 거세게 흐르는 물살의 흐름이 느껴지며, 코며 입이며 강한 압박감이 전해 왔다.

나와 셀린의 몸은 떨어진 충격 때문에 물속 깊이 가라앉았다.

 

 

 

 

동굴 속에서

 

 

 

 

호흡하려고 어떻게든 다리를 저어 수면 위로 올라가 보려고 저항했으나 나와 셀린의 몸은 거센 물살 탓에 쉽지 않아 물속에서 허우적거렸다.

‘크윽…….’

눈을 떠서 상황을 보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러면서도 간간이 등이며 어깨, 머리에 쿠웅, 쿵! 하고 무언가가 부딪치는 느낌이 전해지며, 작은 충격이 몸에 울려 퍼졌다.

아마도 바위에 충돌했겠지. 그러나 예상했던 대로 충격이 오러의 방어력과 나이아스 씨의 보조 마법들 덕분에 상당 부분 완화되어, 통증으로 느껴질 만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진짜 익사하겠어……!’

둘 다 폐활량엔 자신 있었지만, 물살 때문에 몸이 거칠게 흔들리는 판국에 호흡을 오랫동안 참기란 매우 힘들어, 나는 조금씩이라도 수면 위로 올라가려고 발버둥 쳤다.

‘프하!’ 하고, 간신히 수면 위로 올라오나 싶으면, 다시 그 위로 물이 몰아쳐서 숨을 채 쉬기도 전에 가라앉고,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려고 몸을 움직이기를 반복하길 꽤 여러 번.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로 숨이 막혀 오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숨이 막혀 오는 그 고통보다는, 품에 안긴 셀린의 몸이 축 늘어졌다는 사실에, 나는 더 큰 불안감을 느껴야 했다.

‘의식을 잃었어……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야…… 으윽!’

그 순간에 쿠웅! 하고 등에 큰 충격이 울려 퍼지면서 적잖은 고통이 느껴졌다.

어디선가 떠내려온 커다란 통나무 하나가 내 등과 충돌한 것이었다.

내 몸은 다시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고, 나는 온몸이 뒤흔들리는 것을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였고, 일시적이지만 협곡 바닥에 발이 닿았다.

‘……!’

발에 무언가가 닿자마자, 그것을 거세게 박차고 위로 향했다.

그 추진력 덕분에 나와 셀린의 몸은 조금씩 위로 떠올라, 드디어 수면 밖으로 얼굴을 드러냈다.

“프하! 쿨럭, 헉, 허억…… 헉……! 헉!”

막혔던 숨을 거세게 내뱉고, 산소를 요구하는 폐에 신속히 산소를 공급했다.

“셀린……! 셀린……!”

“…….”

품에 안긴 셀린의 얼굴을 바라보았지만, 예측했던 것처럼 지속적인 잠수로 숨이 막혀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셀린은 숨을 쉬지 않았다.

이대로 숨을 계속 쉬지 않으면, 산소가 뇌에 공급되지 않아 위험한 상황에 이르러, 내 마음은 다급해졌다.

다행히 물살이 가장 거센 부분은 지나왔는지, 제법 몸을 가눌 만큼 유속이 줄어들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떻게든 올라갈 법한 완만한 지형이 눈에 보였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 오러 탈진 현상까지 겹치는 바람에, 나 역시 셀린처럼 금방이라도 의식을 잃을 것처럼 머릿속이 엉망진창이었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마지막의 실수로 셀린이 죽게 할 순 없었다.

“쿨럭, 크헉, 하……!”

간신히 계곡을 벗어나 땅 위로 기어 올라와, 나는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지는 몸을 간신히 움직여 셀린을 정자세로 돌아 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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