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176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64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76화
다만, 이쪽은 녀석의 패턴을 미리 아는 참이다.
휘둘러지는 드레이크의 왼발을 몸을 잔뜩 숙여 회피하고, 이어서 오러가 충만하게 맺힌 오러 소드를 녀석의 커다란 얼굴을 향해 휘둘렀다.
검은 드레이크는 설마하니 자신이 반격당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는지 약간 당황한 듯 자신의 얼굴을 뒤로 내뺐지만, 그보단 내 검이 조금 더
드레이크를 향하는 속도가 빨랐다.
나름 최대한 부여할 만한 모든 오러를 담은 오러 소드였기에, 드레이크에게 어느 정도 피해를 주리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훨씬
냉혹했다.
‘윽!’
분명히 살갗이 약할 것으로 추정되는 콧잔등 부분을 노리고 검을 그었지만, 녀석이 머리를 뒤로 빼는 바람에 검은 드레이크의 아래턱 부분을
공격했고, 이내 오러 소드는 따앙! 하는 충격음과 함께 녀석의 살갗을 베지 못하고 힘없이 튕겨 나갔다.
그와 동시에 공격한 내 손에 찌릿! 하고 통증이 왔다.
정말이지, 어중간한 오러 소드로는 상처조차 내지 못하는 몸이라니!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지만 불평하기도 아주 잠깐, 이어서 검은 드레이크는 감히
자신의 턱을 내리친 데 대한 화풀이인지, 그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커다란 입을 쩍 벌리더니 나를 집어삼킬 듯이 물어뜯으려 했다.
저 날카로운 이빨에 물리는 순간 대체 어떤 고통을 받으며 이 세상과 안녕하게 될지, 잠깐 생각이 스쳐 지나간 것만으로도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나 역시 재빨리 퉁겨진 검을 회수하고 녀석의 물어뜯기를 회피하려고 몸을 옆으로 굴렀다.
내 뒤에 있던 셀린은 옆으로 구르는 내 모습을 보며 함께 움직여 드레이크의 시선에서 벗어나, 드레이크는 셀린에게 달려들기보단 우선해 앞에서
걸리적거리는 나를 처치하려고 크게 몸을 꿈틀거리며 내게 앞발을 휘둘러 왔다.
일격 일격이 그야말로 생사를 가르는 그 강력한 힘에, 몸이 덜덜 떨려 왔다.
한순간이라도 집중을 놓치는 순간, 녀석의 앞발은 내 몸을 찌부러뜨릴 것이었고, 커다란 이빨은 몸을 산산조각낼 것이었다.
“아넬! 하앗!”
“하아앗!”
그렇게 셀린을 보호하려고 정면으로 나서 검은 드레이크의 공격을 회피하기를 대략 5번 정도.
여유 있게가 아닌,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녀석의 공격을 회피한 덕분에 그렌 씨와 세라 누나가 이곳에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벌었다.
검은 드레이크는 여전히 셀린을 자신의 시야에 넣어 두었지만, 양옆에서 자신에게 휘둘러지는 오러 소드의 기운에 전혀 신경을 안 쓸 수는 없는
노릇이었는지, 몸을 돌려 자신을 공격하는 세라 누나와 그렌 씨에게 앞발과 두꺼운 꼬리를 거칠게 휘두르며 그들을 위협했다.
“어엇!”
“궁극의 방패여, 저자를 보호하라. 앱솔루트 실드(Avsolut shield)!”
“후우……, 감사합니다. 나이아스 님!”
“조심해라! 현재 상황에서는 실드와 패럴라이즈로 보조해 주는 것 외에 해 줄 만한 것이 없다!”
우리 세 명이 아슬아슬하게 드레이크와 대치하는 모습을 보며, 나이아스 씨는 이 상황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지 인상을 험악하게 구겼다.
눈앞의 검은 드레이크는 나이아스 씨가 사용한 중급 마법에도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을 만큼 마법 저항력이 어마어마하다. 그렇다는 말은 녀석에게
제대로 된 피해를 주려면 상급 이상의 마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소리인데, 상급 이상의 마법 대다수는 광역 피해 마법인 경우가 많았다.
가장 피해가 적은 마법조차도 어지간한 일대를 모조리 불태운다. 그러한 마법을 나이아스 씨가 사용한다면, 주변에 미칠 여파 또한 상당한 수준일
것이다. 아마도 우리 또한 그 여파에서 무사하진 못하겠지.
그 때문에 나이아스 씨는 자칫 우리까지 마법에 휘말릴까 드레이크에게 마법을 사용하지 못했다.
“크아아아……!”
드레이크는 나와 그렌 씨 그리고 세라 누나를 한꺼번에 상대하면서도 틈나는 대로 셀린을 물어뜯으려 했고, 그때마다 우리는 셀린을 드레이크로부터
보호하려고 재빨리 몸을 움직여야 했다.
다행히 나이아스 씨가 지속해서 방어 마법인 앱솔루트 실드를 사용해, 우리 중 누군가가 미처 드레이크의 공격에 반응하지 못할 때 녀석의 일격을
막아 주었기에, 아직은 루시안을 제외하고 큰 부상을 입은 인원이 발생하진 않았지만, 일행 모두의 표정은 여전히 딱딱하게 굳었다.
‘이제 오러가 얼마 남지 않았어…….’
세라 누나는 아직 여유 있는 모습이었지만, 나와 그렌 씨는 이미 호흡이 턱밑까지 차오른 상태였다.
“하다못해 비라도 그쳤으면 좀 더 좋았으련만!”
그렌 씨의 말대로 드레이크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내리는 이 비 또한 우리의 체력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요인이었다.
어느새 오러 소드는 처음 때보다 기세가 한풀 꺾였고, 입에선 거친 숨이 연신 내뱉어졌다.
“크윽!”
“아넬!”
“괜찮아요, 아슬아슬하게 빗맞았습니다!”
체력이 떨어진 만큼 움직임도 느려진 탓일까? 간신히 피할 순 있었던 녀석의 일격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빠르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렌 씨가 녀석의 일격이 나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보고는, 다급히 이쪽으로 다가오려는 것을 저지하며 다시금 녀석과의 대치를 이어 나갔다.
제아무리 나이아스 씨의 마법이 있다 하더라도, 정통으로 맞았다면 위험한 상황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녀석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한 데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잠시, 나는 내 뒤에 서 있는 셀린의 모습을 보고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이대로 가면 나랑 그렌 씨는 둘째 치더라도 셀린이 위험해.’
나와 그렌 씨의 체력 고갈은 곧이어 우리가 보호하는 셀린에게도 위험으로 다가왔다.
검은 드레이크가 셀린을 공격할라치면 그 앞을 가로막아 녀석의 공격을 방해해야 하는데, 둘 다 지치다 보니 달려 나가는 타이밍이 자꾸 어긋나기
시작했다.
이어지는 실수는 계속해서 나이아스 씨가 실드 마법으로 우리를 보조해 주었으나 아직도 검은 드레이크는 지친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변이를 일으키며 재생력도 얻었는지, 처음 세라 누나가 만들어 낸 상처가 어느새 거의 아문 것이 확인되었을 때쯤엔 일행의 얼굴에서 조급함마저
생겨났다.
“젠장! 네놈은 지치지도 않나!”
“크아아아!”
숨을 가다듬기조차 힘들 정도로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그렌 씨는 이를 악물며 드레이크가 내게 시선을 돌린 사이, 자신의 바스타드 소드를 힘껏
녀석의 몸통을 향해 내질렀다.
하지만 그 일격은 틈을 노린 회심의 일격이 아닌, 조급함 때문에 이어진 공격이었다.
순식간에 휘둘러지는 드레이크의 꼬리 공격을 미처 보지 못하고 ‘앗!’ 하는 순간에, 그렌 씨는 휘둘러진 놈의 꼬리에 몸통을 직격당하고 말았다.
나이아스 씨는 드레이크가 공격하는 내 쪽에 시선을 두어, 미처 그렌 씨가 꼬리에 당하는 순간 실드 마법을 전개하지 못한 데 대해 ‘이런!’ 하고
소리쳤으며, 그렌 씨는 크으윽! 하면서 뒤로 크게 튕겨 나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렌 씨!”
“쿨럭, 괜…… 커흐윽!”
꼬리에 가격당하는 순간, 모든 오러를 끌어올려 신체를 보호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드워프 특유의 단단한 신체 덕분인지, 그렌 씨는 루시안과는 달리
피를 토해 내지는 않았지만,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몸통을 붙잡고 신음을 흘렸다.
적어도 갈비뼈가 서너 개 이상은 나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는 것으로 보아, 이 이상 전투에 참여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세라 누나!”
“이런! 앱솔루트 실드(Avsolut shield)!”
“후우, 후우! 감사합니다! 나이아스 님……!”
‘큰일이다…… 세라 누나마저……!’
삼인 체제를 구성하여 삼각형 모양으로 드레이크를 둘러싸고 있던 형태에서 그렌 씨가 빠지니, 순식간에 밸런스는 무너지고 말았다.
세라 누나마저 이제 슬슬 오러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는지 숨이 가빠지는 모습에, 이쪽을 바라보는 루시안들의 표정과 나이아스 씨의 표정 그리고
여전히 체력을 유지하는 검은 드레이크의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의 표정은 그야말로 처참히 일그러지고야 말았다.
‘이대로 이어지면 진짜로 전멸한다…….’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루시안과 그렌 씨는 부상, 거기에 케르츠 씨와 루웬 씨는 검은 드레이크에게 피해를 줄 방법이 전혀 없다. 그리고 그것은 내 뒤에 있는 셀린 역시
마찬가지다.
나이아스 씨는 유일하게 드레이크에게 피해를 줄 수 있지만, 우리 탓에 제대로 된 공격을 사용할 수 없고, 나와 세라 누나의 체력은 한계에
다다르는 상황이다.
나이아스 씨라면 우리의 피해를 무시하고 마법을 사용하기로 한 순간, 어떻게든 검은 드레이크를 쓰러뜨릴 수 있을지 몰랐다.
하지만 고작 보름이라는 시간을 함께 지냈을 뿐이지만, 나이아스 씨는 의외로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나이 때문일까? 아니면 본디 그의 성격일까?
알게 모르게 일행에게 조언해 주는 점하며, 일행이 힘들 땐 마법을 사용해 귀찮은 부분을 해결해 주기도 했기에, 그가 우리를 함께 희생시켜 가며
마법을 사용할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았다.
아마 우리가 검은 드레이크에 의해 전멸한다면, 그때야 제대로 된 마법을 사용하시겠지.
공격 수단은 제로.
버틸 수단 역시 곧 제로가 된다.
차라리 나이아스 씨의 말대로, 이럴 줄 알았다면 나이아스 씨에게 신전 탐색을 맡기는 편이 훨씬 나았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가 혼자였다면 이 상황에서 우리를 신경 쓰는 탓에, 자신의 주가 되는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하아, 후우……! 셀린, 버틸 수 있겠어?”
“난 괜찮아…… 그보다, 미안해 아넬. 나 때문에 이렇게…….”
이 상황이 벌어진 것이, 우리가 셀린을 지키려고 적극적으로 공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셀린의 얼굴이 험하게 일그러졌다. 셀린도 이미 느낄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일행은 전멸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나는 시선을 검은 드레이크를 향하면서 셀린에게 말을 이었다.
“결코 셀린 탓이 아니야. 오히려 셀린은 노력해 줬어. 덕분에 저놈이 셀린을 주시하느라, 계속해서 제대로 된 공격을 우리에게 하지 않은 거니까
말이야. 단지, 이곳에 S급에 해당하는 저런 놈이 있으리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이지.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하다못해
내가 세라 누나만큼의 실력만 되었어도 어떻게든 버텼을 텐데…….”
빈말로 그녀를 위로하려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어차피 녀석이 셀린을 노리지 않았다면, 반대로 나와 그렌 씨 또는 세라 누나에게 매섭게 공격을 퍼부었을 것이고, 나이아스 씨의 방어 마법이 있다
하더라도 일행의 체력은 급속도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도리어 검은 드레이크가 계속해서 셀린에게 집착했던 덕분에, 조금이나마 빈틈을 보이고 그곳을 노렸던 거다.
다만 부족했던 것은 우리의 실력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