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174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59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74화
크기는 족히 5m는 넘어갈 것 같았으며, 몸길이 역시 약 15m는 넘어 보였다.
가히 이 세계판 티라노사우루스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압도적인 그 모습에, 일행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크르르르…….”
그것이 몸을 조금 움직일 때마다 검은색으로 물들인, 갑옷과도 같은 피부가 꿈틀거렸다.
얼핏 보기에도 어지간한 창칼로는 생채기조차 내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강력한 절삭력을 가진 오드 소드라고 하더라도, 과연 베어 낼 수 있을까 의심이 갈 정도다.
솔직히 검은 드레이크를 보고 느낀 점을 그대로 말하자면, 나이아스 씨라는 전력이 없다면, 일행의 전력으로 상대하기엔 턱없이 모자라 보였다.
머릿속에는 ‘전멸’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를 정도로 말이다.
“나이아스 님!”
제아무리 나이아스 씨라고 하더라도 예상을 뛰어넘는 강한 기세를 내뿜는 검은 드레이크의 모습엔 상당히 놀랄 수밖에 없었는지, 먹잇감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이쪽을 내려다보는 녀석과 눈을 마주 쳐다보면서, 드레이크의 기세에 맞서 자신의 기세를 천천히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신의 힘을 흡수했으니 일반 몬스터보다 강하리라 생각은 했지만, 설마하니 이 정도까지 변이를 일으킬 수 있을 줄이야! 대륙엔 이러한
몬스터들이 줄줄이 출몰했단 말인가?”
“크르릉…….”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나이아스 씨의 강대한 기운에, 검은 드레이크는 심기가 매우 불편해진 모양인지, 낮으면서도 위협적인 울음소리를 냈다.
사실 대륙에 이와 같은 몬스터가 출현한 적은 내가 알기로 단 한 번뿐이었다.
과거 길드 마스터가 A급의 모험가 한 명과 B급 모험가 세 명과 함께 토벌대를 이루어 퇴치했다는 이상 현상 몬스터인 레드 드레이크였다.
셀린의 고향과 인근의 마을을 그야말로 철저하게 불태우며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 녀석을 잡으러 갔던 토벌대조차 전멸시키는 강함과 영악함을 보이며,
당시 마스터를 따라 함께 드레이크 토벌에 참가했던 펠튼 아저씨가 말하길 추정 등급 S급.
일반 레드 드레이크를 훨씬 뛰어넘는 강함을 가졌던 녀석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당시의 레드 드레이크는 피부의 색이 검게 물들지 않았고, 또한 마스터와 A급 한 명, B급 세 명의 인원으로도
피해 없이 토벌을 완수했던 만큼, 변이를 많이 일으킨 녀석은 아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지금 일행은 나이아스 씨의 보조 마법 때문에 각자 한 단계씩 랭크가 올라가, 세라 누나가 A급 모험가 역할을 수행했고, 나와 그렌
씨가 준 A급의 모험가 수준을 그리고 셀린과 루시안 역시 각각 B급 모험가 수준의 실력을 발휘했다.
비록 역할은 조금 다르지만 나이아스 씨가 길드 마스터의 위치를 대체한다고 감안하면, 당시 레드 드레이크를 토벌했던 마스터의 파티보다도 전력상엔
오히려 우위인데도, 도저히 눈앞의 검은 드레이크를 토벌할 자신이 생기지 않는다.
그만큼, 검은 드레이크가 내뿜는 기세란 어마어마했다. 등급을 붙인다면 SS가 아니라, SSS랭크를 붙여도 될 만큼이나 말이다.
“크르르르…….”
“…….”
검은 드레이크는, 기세를 끌어올려 대항하는 나이아스 씨를 매섭게 노려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기더니, ‘어떻게 덮치면 좋을까?’ 고민하는 듯이 우리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그 시선은 자신에게 위협적인 기세를 내뿜는 나이아스 씨를 포착하면서도, 그의 주변에 함께 있는 우리 모습을 관찰하듯 조금씩 움직였다.
가장 처음에 시선을 받은 것은 나이아스 씨의 바로 옆에 있던 나다.
단지 시선이 슬쩍 몸을 훑고 지나갔을 뿐이었지만, 등에 식은땀이 절로 흘러내렸다.
세라 누나는 드레이크의 시선을 받고는 인상을 찌푸렸으며, 그렌 씨는 큭! 하고 이를 악물었다.
루시안 그리고 루웬 씨, 케르츠 씨, 엘리시아 순서로 천천히 시선을 옮기던 드레이크의 시선이 어느 순간 한곳에 고정되었다.
그 이상한 모습에 드레이크의 시선에 몸을 잔뜩 긴장시키던 일행이 ‘응?’ 하고 고개를 돌리자, 나이아스 씨의 다급한 목소리가 신전에 울려
퍼졌다.
“온다! 모두 조심해라!”
주위를 맴돌던 드레이크가 크아아악! 하는 굉음과 함께 우리를 향해 쇄도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전투는 시작되었다.
“루시안, 셀린, 엘리시아! 뒤로 피해!”
“누님들도!”
나와 그렌 씨 그리고 세라 누나는 드레이크의 행동을 포착함과 동시에 채앵! 하며 검을 뽑아 들었다.
일행 중에 드레이크의 속도에 반응하지 못할 인원들을 뒤쪽으로 피신시키며, 우리 세 명은 각자 오러를 있는 힘껏 최대한으로 끌어올림과 동시에
검에는 오러 소드를 전개, 이곳을 향해 달려드는 드레이크를 저지하려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선두는 일행 중에 가장 강한 실력을 갖춘 세라 누나였다.
비록 드레이크를 정면으로 막을 순 없겠지만, 그녀는 나이아스 씨의 보조 마법 덕분에 평소에 보이던 속도보다도 훨씬 빠른 스피드와 강화된 감각으로
자신에게로 휘둘러지는 드레이크의 앞발을 아슬아슬하게 회피하며, 자신의 검을 드레이크의 옆구리에 찔러 넣었다.
나와 그렌 씨가 전개하는 어설픈 수준의 오러 소드가 아닌, 중급 이상의 실력을 갖춘 제대로 된 오러 소드를 사용한 세라 누나의 일격이다.
보통의 몬스터였다면 순식간에 무가 잘리듯 옆구리에 큰 상처를 입을 정도의 공격이었지만, 세라 누나는 검을 채 휘두르기 전에 크윽! 하며 재빨리
공격을 취소하고 땅바닥을 굴러야만 했다.
바닥을 구른 세라 누나의 뒤로 부우웅! 하는 소리에, 드레이크의 꼬리가 스쳐 지나갔다.
자신의 옆구리로 들어간 세라 누나를 공격하려고 드레이크가 세라 누나를 놓친 즉시, 몸을 비틀어 자신의 꼬리를 휘둘렀다.
그 두꺼운 꼬리가 무서운 스피드로 휘둘러지니, 일순간에 세라 누나의 머리카락이 화악! 휘날릴 만큼이나 강한 풍압이 몰아쳤다.
‘저런 것에 맞았다간…….’
오우거가 휘두른 몽둥이를 정통으로 얻어맞는 것 이상으로 몸이 아작이 날 것이 분명했다.
세라 누나는 아슬아슬하게 드레이크의 꼬리를 회피하고는 즉시 몸을 일으켜 자세를 다시 잡았고, 나와 그렌 씨도 이를 악물고 드레이크를 상대하려고
몸을 날렸다.
확실히, 나이아스 씨의 보조 마법 덕분에 몸이 훨씬 날렵해지고 기감이 확장되어서, 집중력이 흐트러지지만 않는다면 어떻게든 드레이크의 공격에
반응할 정도는 되었다.
그러나 단지 그것뿐이다.
녀석의 공격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온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 만큼, 제대로 된 공격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이대로 오러가 떨어지는 것 역시 순식간일
것이다.
나이아스 씨의 보조 마법은 일시적으로 신체 능력을 상승시켜 주긴 했지만, 그것이 오러의 양까지 늘려 주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아넬, 그렌! 비켜서라! ‘버닝 스트라이크’!”
그때, 나이아스 씨의 외침 소리와 함께 강력한 불의 일격이 드레이크를 집어삼켰다.
“이건……!”
분명히 루시안이 이전에 오우거를 상대로 사용했던 중급 화염 계열 공격 마법이었다.
루시안은 화염 줄기를 쏘아 내는 것 정도였던 것과 달리, 나이아스 씨가 쏘아 낸 불의 일격은 그야말로 화염 방사를 방불케 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크기로, 드레이크를 집어삼키며 주위를 활활 불태우기 시작했다.
과연 마스터다.
꽤 긴 캐스팅 시간이 필요한 중급 마법을 별다른 주문 없이 이렇게 강력하게 쏘아 내다니!
비록 중급 마법이라곤 하지만, 전신이 화염에 의해 타오른다면 제아무리 드레이크라고 하더라도 약간의 피해는 있을 수밖에…….
“캬아아아악!”
“크윽!”
“그렌 씨!”
갑작스럽게 화염 속에서 휘둘러지는 드레이크의 강력한 앞발 공격에 그렌 씨는 대경실색하며 몸을 뒤로 재빠르게 굴렸다.
한 끗 차이로 드레이크의 손톱은 그렌 씨의 등을 스치고 지나갔으며, 부욱! 하고, 그렌 씨의 옷 일부분이 드레이크의 공격으로 거칠게 찢겨
나갔다.
아주 약간, 피부에도 손톱에 의한 상처를 입은 것 같았지만, 그렌 씨는 자신이 등에서 느껴지는 쓰라림보다는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도 태연하게
이쪽을 응시하는 검은 드레이크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저 녀석, 설마 마법에 저항력이 있나?”
“네? 하지만, 중급 마법조차도 통하지 않는 저항력이라니!”
설마하니 자신이 쏘아 낸 마법이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못하리라곤 생각지 못했는지, 나이아스 씨의 눈빛이 상당히 매서워졌다.
“최소한 상급 마법 이상은 사용해야 한다는 건가?”
제아무리 나이아스 씨라고 하더라도 상급 마법 이상부터는 마법을 구현시키는 캐스팅에 주문을 외울 수밖에 없었는지, 그는 천천히 자신의 두 손을
모아 마나를 그 중심에 집중시키면서 상급 마법을 구현시키는 주문을 외우려고 했지만, 검은 드레이크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한 나이아스 씨를
무시하더니, 느닷없이 나와 그렌 씨의 사이를 치고 들어왔다.
“으웃!”
“큭!”
갑작스러운 검은 드레이크의 움직임에, 나도 그렌 씨도 화들짝 놀라 양옆으로 몸을 내뺐다.
이어지는 공격이 있으리라 예상하고 급히 자세를 다잡아 드레이크의 공격에 대응할 준비를 하는 것도 잠시, 나와 그렌 씨는 우리를 무시하듯 지나간
드레이크의 모습을 확인하고, 드레이크가 노리는 대상이 나와 그렌 씨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고는 ‘아차!’ 하고 화들짝 놀라며, 드레이크가 뛰어가는
방향을 향해 힘껏 소리를 내질렀다.
“셀린!”
어째서 셀린의 이름을 불렀는지는 나도 모르겠으나, 어쩐지 드레이크가 셀린을 노릴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나는 셀린의 이름을 부름과 동시에 전력으로 드레이크를 뒤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젠장, 늦겠어!’
제아무리 보조 마법의 효과에 오러를 전력으로 운용한다고 하더라도, 먼저 질주하기 시작한 드레이크를 따라잡는 일은 불가능했다.
루시안과 셀린들은 우리 전투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적잖이 멀리 떨어진 곳까지 이동한 상태였으나 검은 드레이크가 질주하기 시작하자, 그 속도는
무섭도록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하여, 5초가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일행과 검은 드레이크 사이의 거리는 고작해야 5m 정도 만 남은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대로 가면, 일행 중 누군가가 검은 드레이크의 공격 속도에 반응하지 못해, 크게 다치거나 최악의 경우엔 손을 써 볼 방법조차 없이 녀석에게
당하고 말 것이었다.
‘……안 돼!’
그런 상황이 일어나는 것을 정말로 보고 싶지 않아 다시금 이를 악물고 뛰었지만, 그런다고 없던 힘이 생겨나지는 않았다.
“다들, 도망쳐요!”
남은 일행 중 유일한 남자인 루시안이 자신들 쪽을 향해 쇄도하는 검은 드레이크의 모습을 보고는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들고 앞으로 나섰다.
얼핏 보기에도 자기 자신을 미끼 삼아 다른 일행이 흩어지거나 도망칠 시간을 벌어 주려는 속셈이었다.
하지만 루시안이 오러가 아닌 마나를 각성해 오러 익스퍼드조차 아슬아슬하게 회피하는 것이 고작인 드레이크의 일격에 반응할 리는 만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