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172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45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72화
“그렇긴 해도 이만한 일을 벌일 수 있는 개체는 이상 현상 몬스터밖엔 없다고 생각해요. 나이아스 님의 말대로 A급의 몬스터가 무리를 지어
활동하는 것도 아닐 텐데, 목적지인 산봉우리에서부터 하루 이상 떨어진 이곳까지 몬스터가 살지 않는다는 것은 이상해도 너무 이상합니다.”
“……그거야 그렇긴 하지만.”
“아넬 말대로다. 그동안 이곳에서 이상 현상 몬스터라 불리는 개체가 나타난 적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이 영원의 숲 자체가 옛 신의
힘을 봉인하기 위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신성력으로 충만해서 그런 거라 생각된다. 변이에는 옛 신의 힘이 필요하지. 하나 이곳에서는 그 힘을
얻을 방법이 없는 거다. 지금 우리가 향하고 있는 곳은 그 신의 힘이 봉인되어 있는 신전이지. 어떠한 이유에 의해 몬스터 하나가 신의 힘을 얻어
이상 현상 몬스터로 변이를 일으켰다면 아넬의 말에 충분히 납득이 간다. ……아무튼 없다고 생각하는 것보단 있다고 가정하고 가는 것이 훨씬 낫다.
어찌 됐든 간에 신전엔 찾아가 봐야 하니까 말이다.”
나이아스 씨의 말에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하면 아무 일 없이 끝나는 것을 바라지만 애당초 아무 일 없이 일이 끝날 것 같으면 에레나 여신이 걸었다던 봉인에 문제가 생길 일도 없을
것이다.
여기서는 신전에 뭔가 위험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이 여러모로 안전에는 더 도움이 되었기에 산봉우리에 접근하는 우리들의 발걸음은
조심스러워졌다.
***
쏴아아아.
“이거, 큰일이군. 하필이면 이때 비가 내리다니…….”
산봉우리를 향하던 우리는 다음 날 아침부터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하는 비를 맞아야만 했다.
갑작스럽게 내리는 호우 같은 것은 아니었기에 빗줄기가 그리 강한 편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이런 비는 꽤 오랫동안 내리기 마련이라 일행들의 인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비가 내리면 발이 느려지는 것은 물론이고, 알게 모르게 지속적으로 체력을 빼앗긴다.
거기에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되도록 비가 그칠 때까지 대기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것조차 여유롭지 못하였다.
“여신께서도 야속하시군. 하필이면 이때에 비라니…….”
“냥, 적어도 이삼일 이상은 계속 내릴 것 같습니다냥.”
“루시안, 남은 식량의 양이 얼마 정도 되더라?”
“이제 남은 것은 약 일주일분. 돌아가면서 먹을 것도 감안하면 숲에서 식량을 구한다고 하더라도 그다지 여유가 있는 편은 아니야. 더군다나 이
근방엔 야생동물도 잘 안 보이니까 더 구하기 어려울 거고.”
즉, 마음 같아서는 비가 그칠 때까지 대기했다가 신전으로 향하고 싶지만 그럴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도 이곳까지 오면서 수시로 영원의 숲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 건량을 최대한 아꼈기 때문에 이 정도지, 원래 가져온 식료품들만 먹었다면
벌써 바닥났을 것이었다.
거기에 지금 이곳에선 야생동물도 보이지 않는 관계로 사냥조차 할 수 없었다.
나물과 과일 정도는 찾으면 있겠지만 그것으로 9명의 공복을 전부 달래기엔 아무래도 무리다.
비가 오기 시작하자마자 잎이 많은 나무 밑으로 옮겨 놓은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불을 쬐면서 일행들은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할지, 아니면 혹시
모르니 조금 더 기다려 볼지 한동안 의논을 했다.
결과적으로 식량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마땅한 해결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들은 한숨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산봉우리를 오를 수밖에 없었다.
“멀리서 봤을 땐 꽤나 높아 보였는데, 생각만큼 그리 높은 곳은 아닌걸, 이거.”
“우우…… 그래도 비 때문에 치덕치덕하다냥…… 비옷도 못 꺼내 입고냥…….”
“누님, 그건 어쩔 수 없잖아. 비옷을 입은 상태에서 우려했던 몬스터를 만나면 반응이 굼떠진다고. 만약 A급 이상의 몬스터라면 아차 하는 사이에
저승길이라고?”
그렌 씨의 지적에 케르츠 씨는 볼을 부풀렸다.
“흥, 알고 있다냥. 그러니까 참고 있지 않냥? 고양이는 물을 싫어한단 말이다냥.”
“옳지. 착하다, 착해. 나중에 마법으로 뽀송뽀송하게 말려 줄 테니까 조금만 더 참으렴.”
“냐앙…… 왜 하필 이 타이밍에 비가 오는 것이냐아앙…….”
케르츠 씨의 불만 어린 소리에도 비는 그치지 않고 계속 내렸다. 역시나 오늘 하루 동안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마음 한구석으로는 여신의 가호라도 내려 비가 거짓말처럼 뚝 그치길 바라고 있었지만 역시나 현실은 의외의 곳에서 매정한 법인 것 같았다.
그렇게 한동안 산을 오르던 우리들이 산의 중턱이 되는 부근에 다다랐을 때, 산의 반대편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가 오른 산봉우리를 포함하여 주변에 있는 두 개의 산봉우리에 의해 그 모습이 가려져 있는, 새하얀 순백의 신전이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불안한 마음만큼이나 목적지에 정확하게 도착했음을 확인한 일행들은 저마다 묘한 표정을 지으며 옛 신의 힘이 봉인되어 있다는 신전의 모습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딱히 이상한 점은 없어 보입니다. 몬스터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요.”
“냄새로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비가 이렇게 내려서야 제대로 냄새가 맡아지지도 않는다냥.”
“그렇다는 건, 결국 직접 가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군.”
이번만큼은 현재 일행의 전력으로도 위험할 수도 있었기에 나이아스 씨가 직접 선두로 나서기로 하셨다.
10여 일간의 여행 동안 보존 마법과 아공간 마법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마법을 사용한 적이 없는 나이아스 씨였지만 지금은 마나를 서서히
끌어올리면서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몬스터의 습격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스트렝스(Strength), 헤이스트(Haste), 스톤스킨(Stone skin), 프로텍트 실드(Protect Shield),
인트위션(Intuition).”
별다른 주문 없이 그저 가볍게 손을 내저었을 뿐인데, 나이아스 씨 본인을 포함한 9명 모두에게 보조계 마법이 적용되었다.
순간적으로 상승된 모든 신체감각에 일행 모두 ‘엇?’ 하고 작게 감탄했지만 정말 놀랄 점은 따로 있었다.
“이거, 오러와 충돌이 일어나지 않네요?”
마법사가 보조계 마법을 익히고는 있지만, 정작 오러 유저들에게는 보조 마법을 적용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신체에 적용된 마나와 오러가 서로
충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오러가 마나와 무조건 충돌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그랬다가는 마법사가 걸어 주는 힐링 마법조차도 반발작용을 일으킬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힐링 마법의 경우는, 마나의 힘으로 신체의 회복력을 일시적으로 증가시켜 빠른 시간 내에 상처를 치유하게 만드는 마법이다.
반면 헤이스트와 스트렝스 같은 보조 마법은 마법을 걸어 주는 사용자의 마나를 일시적으로 대상의 신체에 머물게 함으로써 부여된 마나가 소모되기
전까지 대상자의 힘을 강화시키거나 스피드를 빠르게 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즉, 어떻게 보면 마나를 사용해 오러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다.
당연히 오러와 신체 강화의 역할이 서로 겹치고, 기존 오러가 하던 역할을 나 자신의 마나도 아닌 타인의 마나가 함께 수행하려고 하니 오러
유저에게 있어서는 보조 마법에 사용된 마나가 가지고 있는 오러와 반발작용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오러에 비해 보조계 마법이 그다지 효과가 좋은 것도 아니고(그랬다면 전부 마법사가 되려고 했겠지.) 지속시간 역시 긴 편은 아니기
때문에 오러 유저에게 보조 마법은 사용되지 않는 마법이기도 했다.
루시안이 이전의 전투에서 자신과 셀린, 또한 루웬 씨에게는 보조 마법을 사용했으면서 나와 그렌 씨 그리고 세라 누나, 케르츠 씨에게는 보조
마법을 걸어 주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나이아스 씨가 걸어 준 보조 마법은 오러와 충돌을 일으키지 않았다. 오히려 기존의 오러를 조금 더 활성화시켜 주는 느낌에 가까웠다.
“겉보기엔 일반 보조 마법 같지만, 너희들에게 건 것은 내가 변형시켜 만든 보조 마법이다. 오러 유저에게 사용해도 반발작용이 일어나지 않게
만들었지. 단점이 하나 있다면 오러와 병행해서 사용할 경우 갑작스럽게 증가된 신체 능력 때문에 사용자가 좀 혼란해진다는 점인데. 뭐,
너희들이라면 적당히 센스를 발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신전에 도착하기 전까지 감각에 익숙해지도록 해 봐라.”
스트렝스는 힘을 증가시키는 보조 마법.
헤이스트는 신체의 속도를 증가시키는 보조 마법.
스톤스킨은 일시적으로 피부를 단단하게 만들어 타격에 피해를 줄여 주는 마법이고, 프로텍트 실드는 얇은 마나의 막을 만들어 외부의 피해를 줄이는
상급 보조 마법이다.
마지막으로 인트위션은 신체감각을 증가시키는 마법이다.
역시나 마스터급이 되는 마법사와 함께 파티를 맺으니 이러한 빵빵한 보조 마법 풀 세트도 받아 보는구나 생각하면서 우리들은 한껏 예민해진 감각을
곤두세우고 신전을 향해 다가갔다.
신전의 주인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혹은 그 누구도 듣지 못한 이름 없는 옛 신의 신전은 수천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도 불구하고 때 하나 타지 않은 순백의 모습 그대로를 유지했다.
평범한 건축물이라면 천 년이 아니라 백 년 정도만 시간이 흘러도 건물의 외관이 상당히 더러워졌을 텐데, 그런 의미로 보자면 역시나 신의 힘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신의 힘이라고 해서 전부 완벽하지는 않은 모양인지, 오랜 세월의 흔적에 따라 몇몇 부분이 파손된 곳은 있었지만 말이다.
“……아직은 별다른 이상한 점은 느껴지지 않네요.”
오러를 끌어올려 강화시킨 감각에 나이아스 씨가 걸어 준 보조 마법으로 한층 더 민감해진 기감으로 주변을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몬스터의 기척으로 느껴지는 것은 없었다.
뭔가 몬스터의 흔적 같은 것이 남아 있지 않을까 찾아보려고 해도, 비 때문에 냄새는 물론이고 발자국 같은 것조차 찾아볼 수 없었기에, 이곳에 정말 몬스터가 있는지 아닌지조차 아리송한 상태다.
하지만 그런데도 일행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천천히 신전을 향해 다가갔다.
나이아스 씨는 눈앞에 보이는 순백의 신전을 지긋이 응시하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이 프롤린이 말한 옛 신의 신전이 맞는 것 같다. 검은 결정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한 힘이 어렴풋이 느껴지는군.”
“그렇다는 말은 실제로 봉인에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겠군요.”
물이 새지 않도록 뚜껑을 꽉 닫아 놨는데 물이 줄줄 샌다면, 당연한 말이겠지만 뚜껑에 이상이 생겼다고밖에 볼 수 없다. 아니면 담는 용기 자체에 문제가 생겼거나.
나이아스 씨는 신전의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는 천천히 신전의 내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우리도 나이아스 씨를 따라 신전의 내부로 걸어갔고 그곳에서 바닥에 널브러진 수많은 짐승 뼈와 가죽 그리고 핏자국이 말라붙은 흔적 따위를 발견했다.